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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72화 (172/227)

172화

# 아수라 솔루션 (3)

회색 연기를 본 현수가 태환에게 촬영하라는 손짓을 했다.

심령카메라로 확연하게 볼 수 있었다.

- 오 보인다 보여.

- 보여요!!!!

- 신기하긴 하다니깤ㅋㅋㅋㅋㅋ

- 보여요.

시청자들이 흥분해 채팅을 달았다.

“저기 뭐가 있는 거죠?”

그때 화진이 손전등으로 그쪽을 비췄다.

그러자 회색 연기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손전등 불빛을 치우자 다시 회색 연기가 보였다.

다시 비추자 회색 연기가 사라졌다.

저 악귀는 불빛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었다.

현수는 인상을 쓰며 이도원을 돌아보았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이죠.”

그가 손사래를 쳤다.

현수는 입을 씰룩이며 연기가 나고 있는 칸 앞에 멈춰 섰다.

확실히 조금 전보다 부쩍 찬 공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현수는 천천히 칸을 밀어 열었다.

끼이이이이익-

유독 요란한 소리가 화장실 안에 울려 퍼졌다.

섬뜩한 것은, 동시에 다른 칸들도 열리는 것이었다.

현수는 모든 손전등을 다 바닥으로 내리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세정은 바로 나이트비전 모드를 작동시켰다.

사아아아아-

이내 맨 마지막 칸이 열렸다.

그러자 정장을 입은 남자가 공중에 떠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목 매달린 것처럼 고개가 옆으로 툭 꺾인 모습이었다.

거기에 회색빛 피부와 검은 입술.

악귀의 모습 같기도 했고, 심하게 질식사 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했다.

뭐가 됐든 귀신임은 분명했다.

현수는 그 남자의 모습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영안을 가진 다른 멤버들은 사람의 윤곽 정도를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심령카메라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회색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죠?”

이도원이 말했다.

그는 약간 추워진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상태였다.

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귀신 앞으로 다가갔다.

귀신임에도 불구하고 손등에 화상 자국이 눈에 띄었다.

턱-

순간 귀신의 눈이 번쩍 떴다.

현수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몇 걸음 물러선 현수가 귀신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약간 통통하고 손목에 화상이 있는 사람을 아시나요?”

현수가 귀신을 보며 이도원에게 물었다.

“손등에 화상……, 손등에 화상……, 아?”

그는 뭔가 떠오른 듯했다.

현수 일행 모두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 전에 아수라 다녔던 사람입니다. 오래 전에 저 화장실에서 목매 자살한 사람 있었어요. 직원들 사이에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죽었다고 소문이 났는데 그 뒤로 귀신 나온단 소문 있었음. 근데 불 켜놓으면 사라진다고 해서 불 못 끄게 함.ㅋㅋㅋㅋㅋ 아직도 저러넼ㅋㅋㅋㅋ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 중 이목을 끄는 내용이 있었다.

세정이 현수의 어깨를 토닥인 후 해당 채팅을 보여주었다.

“혹시 아시는 내용이 있나요?”

현수가 물었다.

“모, 모릅니다.”

이도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짓말.”

동시에 수정이 현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후우.”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전등을 비춰보았다.

역시나 귀신이 사라졌다.

그리고 불빛을 치우면 다시 나타났다.

목을 맨 귀신은 불빛에 따라 모습을 감췄다 나타낼 뿐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 귀신이 있는데 퇴마를 해야 하는 귀신인지 아닌지는 조금 더 두고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수가 돌아서며 말했다.

우우우웅 우우우우웅

그때, 이도원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전무님. 네. 네.”

그가 전화를 받으며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래도 이제 막 방송 시작했는데 그만두게 되면 되레 역풍이- 네. 네. 제가 잘 컨트롤 하겠습니다.”

통화하는 내용이 현수에게까지 들려왔다.

아무래도 윗선에서 지금 방송 내용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일단 나가죠.”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한 뒤 앞장서서 밖으로 나갔다.

이어 일행들도 뒤를 따랐다.

*

밖으로 나가자 이제 막 통화를 마친 이도원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저희 의뢰로 이곳에 오신 것이니 허가된 곳 이외에 갑자기 방문하시거나 촬영하시는 건 조금 지양해 주시기 바랍니다.”

확실히 윗선에서 제재가 들어온 모양이었다.

“여긴 화장실이었는데요?”

현수가 엄지로 화장실 문을 가리켰다.

잠시 당황한 듯한 표정의 이도원이 손사래를 치더니 화장실 스위치를 켰다.

“아무튼 부탁드립니다. 이동하실까요?”

그러고는 바로 서버실 입구로 향했다.

입구 앞에서, 현수는 힙색에서 EMF 탐지기를 꺼내 켜보았다.

LED가 다섯 개까지 순식간에 치솟았다.

“방송에서 봤습니다. 그거 심령 탐지기라고 하지만 원리는 전자기파 탐지죠?”

“네? 아, 네.”

“여기서는 당연히 높게 나올 겁니다.”

이도원이 고개를 가로젓고 말했다.

현수도 동의하는 바였다.

“EMF 탐지기는 여기서 무용지물일 것 같습니다. 심령카메라와 영안 위주로 찾아야겠네요.”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설명했다.

“그런데 우리가 귀신 찾는 동안 계속 옆에 계실 건가요?”

신도알이 이도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도원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럼요. 여기는 굉장히 중요한 곳입니다. 여러분들만 이곳에 남겨둘 수는 없습니다.”

이도원의 대답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이곳에 고객들에 대한 주요 정보들이 담겨 있다면 당연히 현수 일행을 지키고 있어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

납득 할 수 있는 주장이었다.

물론 여기에 윗선의 압박도 있으니 이도원 입장에선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었다.

“자주 나타난다는 지역이 주로 어디인가요?”

“이곳 지하2층과 지하4층입니다. 나머지에서도 나타나기는 하는 모양이더라고요.”

“알겠습니다.”

현수 일행은 서버실 사이사이를 오가며 귀신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오디오가 비지 않게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아수라 솔루션 퇴직한 사람입니다. 이도원 팀장 생 개구라를 치고 있네. 저기 별명이 모르도르였음. 24시간 주7일 내내 불이 꺼지질 않는 던전 같아서.

- 내 친구 저 회사 다니다 반 년 안 돼서 퇴직함. 저 업계가 야근 많은 건 유명하지만 저긴 진짜 해도 너무함. 걔 반년 동안 10키로 빠짐.

- 저기 유명해요. 복지 더럽기로.

- 아수라 = 들어가면 돈은 잘 범 = 개인 시간 제로 = 건강 마이너슼ㅋㅋㅋㅋㅋ

- 저 사람 웃긴다. 지금 수십만 명이 보는 방송에서 버젓이 구라를 치넼ㅋㅋㅋㅋㅋ

- 인방 무시하는 거지.

- 동료 스트리머가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영상 올리는 거 봐라. 캡틴 자체도 아수라인데????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아수라 솔루션에서 근무를 했던, 혹은 지인이 근무를 하는 사람들의 채팅이었다.

개중에는 현수를 비판하는 글도 보였다.

하날하날이 사망한 이후로 현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소 생긴 상황이었는데 라미로브 김창수 과장, 방고리까지 세상을 떠나자 점점 더 여론이 안 좋아지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은 현수 편을 들어주는 구독자들이 훨씬 많은 상황이기는 했다.

캡틴 퇴마 채널을 오랫동안 구독해온 캡처들 입장에선 전후 상황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 아! 혹시 이곳에서 격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있나요?”

현수의 질문에 이도원이 흠칫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래야 저희도 퇴마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현수가 재차 물었다.

잡생각을 없애고 빨리 진행을 하려고 대답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도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습니다. 회사 규모가 있다 보니 직원 중 사망하는 사례가 몇 있긴 하지만 회사 업무와는 관계가 없는 개인적인 질병 때문이었습니다. 사고나…….”

그는 결백하다는 얼굴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눈동자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은데 그렇다고 결백한 것 같지도 않고.’

현수가 그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스으으윽

그때 수정이 나타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시작된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귀신의 ‘한’이이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춥죠?”

신도알이 물었다.

“귀신의 기운이 강해지고 있어요.”

현수가 대답했다.

그러자 신도알은 카메라에 대고 인상을 써 보인 뒤 앞을 보았다.

“뭔가 이상하죠?”

화진이 현수 옆에서 말을 이었다.

“이곳에 들어올 때도 얌전히 있었는데 갑자기 기운이 이렇게 세지다니. 방금 나눴던 말 중에 뭐 마음에 안 드는 거라도 있었던 걸까요?”

화진이 물었다.

“예상이 됩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자가 누군지는 모른다.

하지만 왜 죽었는지는 알겠다.

과도한 격무로 인해 사망했지만 회사에서 보상도 못 받았고, 그게 한이 되어서 이 서버실에 남아 있는 것.

심지어 화장실에서 보았던 귀신도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했던 사람이라는 이야기.

아수라 솔루션의 업무와 복지에 대해 쏟아지는 채팅들.

아무래도 서버실 귀신 역시도 격무와 관련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다 현수는 의뢰를 받을 때 보았던 사연을 떠올렸다.

‘화장실 괴담과 관련한 귀신이 있다면 서버실 환풍구와 관련한 귀신도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환풍 시스템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아야 했다.

하지만 윗선의 전화까지 받은 이도원이 곱게 알려줄 리는 없었다.

현수는 서버실을 돌아다니며 귀신의 흔적을 쫓다 물었다.

“지금 공기가 전반적으로 차가운 것이 귀신 때문이라고 설명 드렸잖아요. 여기 환풍구가 외부로 통하나요?”

“아뇨. 최상층 설비실에 있는 공기 정화 시설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공기 필터를 거친 후에 외부로 빠지죠.”

이도원이 대답했다.

“환풍기는 24시간 계속 돌리나요?”

“네. 그런데 메인 설비 시스템은 두 시간에 한 번씩 재부팅 됩니다. 그때 정비할 게 있나 확인하고요.”

“정비할 게 발견이 되면 수리할 타이밍이겠네요.”

“그렇죠.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음. 귀신의 기운이라고 할 수 있는 찬바람이 부니까 그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환풍기를 확인하려고-”

현수가 대답을 하다 멈칫했다.

일행과 이도원, 카메라 모두 현수에게 집중했다.

현수는 순간 굉장히 쎄한 느낌을 받았다.

“왜요?”

화진이 물었다.

“아니, 그런데 생각해 보니 과장님 반응이 조금 이상하네요? 저희한테 의뢰하실 때 서버실 퇴마 말씀 하시면서 화장실이랑 서버실 환풍구 괴담을 같이 써주셨잖아요. 그럼 아까 화장실 들를 때고 그렇고 지금 환풍구 이야기도 그렇고, 의뢰 내용에 포함이 되는 건데요?”

현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이도원을 보았다.

그러자 이도원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 아뇨. 저희가 서버실 귀신 퇴마를 의뢰한 건 맞지만 화장실이니 환풍구니- 하는 괴담 얘기는 안 썼는데요?”

“메일주소가 [email protected] 아니에요?”

현수는 스마트폰으로 의뢰 메일을 열어 보여주었다.

“제 메일 주소 맞습니다. 제가 쓴 메일 맞고요. 어? 그런데 여기 이 괴담 사연 얘기는 제가 쓴 게 아닌데요?”

이도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분명 신 주임이 현수에게 메일을 전달해 줄 때 수정 기록은 없었다.

받은 메일을 통째로 그대로 토스해 준 것이었다.

그런데 이도원이 쓰지 않은 내용이 메일에 첨부 되어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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