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66화 (166/227)

제166화

# 백룸 (4)

방고리 채널의 모든 영상은 비공개로 돌아가 있었다.

지금 생방송이 나오고 있는 채널의 이름은 ‘h2918401’였다.

바로 허태훈이 현수의 생방송 중 채팅을 달았던 바로 그 계정이었다.

프로필 사진은커녕 채널 커버 사진도 등록이 되지 않은 채널.

당연히 그 채널 안에는 아무 영상도 업로드 되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현시점, 방고리가 촬영 중인 영상만 생방송으로 송출이 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영상의 시청자 수도 빠르게 올라갔다.

500명.

600명.

700명.

현수가 백룸에 들어가 갇히는 것과, 현수를 잡으러 온 방고리의 1인칭 시점.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송출이 되며 사람들의 흥미를 폭발시킨 것이었다.

현수는 닫힌 문과 핸드폰 속, 방고리의 방송을 번갈아 보았다.

[여기. 이 건물이죠? 문 두드릴게요. 키히히히힛!]

방고리의 웃음소리는 무척 기괴했다.

사람들이 듣기에는 그저 ‘이상한 웃음’이라고 치부하고 말겠지만 현수는 그 웃음소리가 악귀들이 내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문 열지 마요! 문 열어주면 안 돼!”

현수가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만약 화이트 맨션이 문을 여는 순간, 그 역시 목숨이 위험해질 것이었다.

그때, 화면 속 방고리가 건물의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뒤, 안에서 화이트 맨션이 나왔다.

그는 가면을 벗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턱 정도까지만 비춰지고 있었다.

구도로 봤을 때 카메라를 가슴 부위에 부착을 해둔 모양이었다.

뻑-

쿠당탕-

순간 화면이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현수가 눈을 크게 뜨고 화면을 보았다.

분명 흉기를 휘두르거나 피가 퇴거나, 쓰러지는 화이트 맨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리와 화면만으로 폭력이 발생했다는 걸 충분히 추측 가능한 수준이었다.

시청자들도 마구 채팅을 올렸다.

- 헐??

- 사람 때린 거??

- 이거 픽션이지??

- 픽션이졐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알고 속고 보고 하는 거지.

시청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했다.

[히힛 히힛 히힛]

방고리는 무언가를 끌 듯 카메라 구도가 기울어진 채 안으로 들어갔다.

상황만으로 봤을 땐 화이트 맨션을 공격한 뒤 기절한 그의 몸을 끌고 들어가는 모양새였다.

[오호. 이것 봐라?]

방고리는 책상 위의 컴퓨터로 다가갔다.

컴퓨터에는 현재 실시간 방송 중인 현수의 채널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 모니터에는 현수가 보이는 CCTV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나 보고 있어?]

방고리가 자기 몸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를 돌려 얼굴을 비췄다.

[이제 만나러 간다?]

방고리는 씩 미소를 짓더니 카메라를 꺼버렸다.

현수는 인상을 확 찌푸리며 일행을 돌아보았다.

“아니. 화이트 맨션은 어떻게 된 거죠?”

화진이 물었다.

“지금 상황 봐선 화이트 맨션은 우리를 여기 투입시키고 탈출할 수 있나 없나 지켜보려고 한 것 같아요. 완전 사이코 같은 사람인데. 방고리가 여길 찾아오면서 그 사람을 공격한 듯해요.”

현수가 화진과 카메라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그 순간이었다.

쾅 쾅 쾅 쾅 쾅-

현수 일행이 들어온 백룸 출입문이 거세게 흔들렸다.

밖에서 방고리가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까짓 거! 싸웁시다!”

태환이 소리쳤다.

하지만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악귀에 쓰이면 신체 능력도 더욱 월등해졌다.

거기다 방고리의 피지컬은 지금까지 겪었던 허태훈, 박효종 보다도 좋았다.

또한, 악귀도 악귀지만 방고리 기억 속에는 현수 일행의 정보이 속속들이 남아 있었다.

무턱대고 정면충돌을 벌이는 건 굉장히 위험했다.

“일단 이동하죠. 놈과 마주치지 않게.”

현수가 앞장서서 백룸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어 일행들도 허겁지겁 현수의 뒤를 따랐다.

* * *

백룸은 무척 기괴한 곳이었다.

아무리 걷고 걸어도 보이는 똑같은 바닥과 벽, 천장.

하나의 거대한 미로 같은 느낌이었다.

심지어 일행들 모두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돌아가지 못할 만큼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현수 손에 들린 EMF 탐지기는 계속해서 다섯 개 불빛 모두 올라와 있는 상황.

심지어 한기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게 이곳에 영가들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악귀인 방고리가 이곳을 찾아와서인지는 아직 분간할 수 없었다.

“얼마나 걸었어요?”

화진이 물었다.

그러자 세정이 촬영 중인 카메라 화면을 보았다.

“지금 한 15분 걸었어요.”

진행 중인 생방송 시간을 확인한 후 대략적인 소요 시간을 추측해 본 것이었다.

“혼자 있었으면 진짜 무서웠겠네요. 패닉에 빠졌겠어.”

현수가 벽을 만져보며 중얼거렸다.

싸구려 벽지로 만든 듯 까끌까끌한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럼 그 ‘백룸’이라는 괴담 자체는 이런 공간이 있고. 여기서 사람들이 공포감을 느끼는 게 끝인 거예요?”

화진이 태환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태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2차 콘텐츠로 제작이 된 것들을 보면 그렇게 계속 여기를 돌아다니는 것도 있는데요. 무언가 정체모를 것이 쫓아오는 것들도 많아요. 백룸 게임 보면 막 게임 캐릭터가 쫓아오기도 하고, 외계인이 쫓아오기도 하고, 귀신이 쫓아오기도 하고.”

“그냥 말이 ‘백룸’이지 미로에서 정체모를 추격자랑 추격전 벌이는 거네요.”

“네. 그런데 그게 핫했죠.”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이었다.

덜컹-

쿵-

어디선가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일제히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 태환이 중얼거렸다.

“뭔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면 행운을 빈다. 왜냐하면 ‘그 놈’이 너를 쫓고 있다는 의미니까.”

태환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백룸 괴담에 나오는 말이에요.”

태환이 곧장 말을 이었다.

“방고리가 여기 들어온 건 맞을까요?”

계속 촬영을 하고 있던 세정이 물었다.

그때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는 것 같네요.”

현수가 세정의 등 뒤를 가리켰다.

그녀의 등 뒤로 펼쳐진 복도 끝에 방고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한 손에 도끼를 들고 있었고, 얼굴에는 화이트 맨션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옷과 도끼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화이트 맨션을 공격할 때 튄 피인 모양이었다.

- 와

- 진짜 영화 속 살인마다.

- 백룸에서 저런 살인마한테 쫓긴다고 생각하니 소름이네.

- 방고리 덩치가 저렇게 컸나????

- 싸워요!!!

- 1000원 파워챗

- 싸워라!

- 가면도 훔쳐 썼네.

- 백룸에서 도망치다 더 길 잃으면 평생 못 나옴. 싸워서 이기셈.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분명 놈은 하나.

아군은 넷.

그중 여성은 둘.

놈의 손에 들린 건 도끼.

우리는 퇴마용품.

완력으로 가능할까.

방고리의 싸움 실력은 어떻더라.

허태훈과 박효종의 움직임은 어땠지?

온갖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이었다.

다다다다다다

방고리가 복도를 가로질러 일행을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였다.

이대로라면 도망친다 해도 금세 뒤를 잡힐 것이 뻔했다.

“도망쳐요!”

현수가 버럭 소리친 뒤 방고리에게 달려들었다.

“형님!”

“현수 님!”

일행이 소리쳤다.

타닷

꽈당-

현수가 달려오던 방고리의 하반신을 공격해 넘어뜨렸다.

그러고는 주짓수 기술을 이용해 방고리를 압박했다.

“도망쳐요! 도망쳐!”

현수가 소리쳤다.

일행들은 뒤로 주춤거렸다.

어느새 화진의 손에도 부적 봉이 들려 있었다.

현수는 다시 가라는 손짓을 보냈다.

만약 여기서 현수가 방고리에게 당한다면, 그나마 전투 능력이 있는 것은 화진이었다.

둘 모두 여기서 당할 수는 없었다.

현수의 절박한 눈짓에 화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오른팔을 가리켰다.

수신호였다.

그녀는 현수에게 수신호를 보낸 후 일행들과 함께 미로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끄윽!”

현수는 바닥에 있는 방고리를 보았다.

“키히히히힛! 오랜만이에요, 현수 님?”

현수에게 깔려 있는 방고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만히 있어요!”

현수가 소리쳤다.

세정은 멀찌감치 떨어진 미로 모퉁이에 서서 이런 현수를 촬영하고 있었다.

- 이겨라!! 이겨라!!!!!

- 와 박현수 주짓수 자세 제대로네.

- 지금 밀리는 거 아님?

시청자들도 몰입이 되어 빠르게 채팅을 썼다.

“으아아압!”

방고리가 몸을 확 비틀었다.

“엇!”

그러자 무게중심이 틀어진 현수가 옆으로 쓰러졌다.

“크악!”

방고리가 바닥에 떨어진 도끼를 집으려 하자 현수가 몸을 던져 도끼를 확 밀어버렸다.

그르르르릉-

도끼가 바닥을 긁으며 세정의 앞에까지 다다랐다.

그녀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촬영에 집중했다.

뻐억 뻐억-

방고리가 현수의 위에 올라타 주먹을 내리쳤다.

현수가 막으려 하다가 몸을 뒤틀어 그를 떨어트렸다.

그러고는 허리에 차고 있던 솔트샷건을 얼굴에 쏘았다.

촤아아아악

소금이 흩뿌려지자 방고리가 얼굴을 감싸며 뒤로 쓰러졌다.

“으악!”

굉장히 쓰라린지 비명을 질렀다.

현수는 그런 방고리를 뒤로 하고 세정에게 돌아갔다.

“달려요! 달려!”

현수의 얼굴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현수 일행이 떠난 길목.

방고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과 어깨에 묻은 소금을 털어냈다.

“박현수. 이 새끼.”

그는 구석까지 밀려나 있는 도끼를 집어 들고는 현수가 돌아간 길목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화진과 태환은 이미 속도를 내 사라진 뒤였다.

세정은 현수를 촬영하다 이들의 뒤를 쫓아가지 못한 것이었다.

현수는 소매로 피를 닦은 후 수시로 뒤를 살폈다.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죄송해요. 쫓아가야 했는데 현수 님 촬영하느라.”

“아니에요. 어디로 갔는지 알아요.”

현수가 대답했다.

“네? 어디로 가요?”

“저만 쫓아오세요.”

현수가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앞장 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오른팔로 벽을 짚은 뒤 계속 앞으로 걸었다.

모퉁이를 돌든, 직선 걸음을 걷든, 그의 손은 오른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화진이 현수에게 건넨 수신호의 정체였다.

오른쪽으로만 이동할 것.

오른손으로 벽을 짚고 절대 떼지 않고 걸을 것.

그 어떤 미로다 하더라도 이 방법대로만 한다면 중간에 방향을 잃지 않는 한, 같은 길을 가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수는 이 이야기를 방송에서 하지 않았다.

방고리가 방송을 보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둘은 오른손으로 벽을 짚은 채 한참 동안 걸어 나갔다.

* * *

한편 화진과 태환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보고 있었다.

만약 현수가 화진의 수신호를 알아챘다면 이곳으로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알아챘겠죠?”

태환이 물었다.

화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챈 것 같았어요.”

그녀는 현수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 그렇게 한쪽 벽만 짚고 오면 만날 수 있어요?”

태환이 물었다.

“음. 만날 수 있다기 보다는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거니까 아예 다른 곳으로 흩어지지는 않겠죠?”

“그런데 반대쪽으로 돌아서 여길 더 쉽게 찾아올 수도 있잖아요.”

“뭐, 그렇긴 하다만 여기 지도도 없는 와중에 많이 위험 부담이 크죠.”

화진이 대답했다.

“그나저나 벌써 20분은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안 오네요. 우리 걸음이 빨랐나.”

태환이 걱정스러운 듯 손목시계를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화아아악

바로 옆에 있던 모퉁이에서 두꺼운 두 팔이 튀어나오더니 태환의 목을 붙잡았다.

방고리였다.

말이 씨가 되었는지, 그가 다른 방향으로 돌아 더 빨리 이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빌어먹을! 떨어져!”

화진이 부적 봉을 강하게 휘둘렀다.

빠각

봉에 맞은 방고리가 뒤로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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