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65화 (165/227)

제165화

# 백룸 (3)

공항에서 내린 뒤 마샬까지 가는 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렌트카와 운전사를 고용해 마샬까지 이동을 하며, 현수 일행은 영상을 촬영했다.

편집 영상에 포함시킬 소스 촬영이었다.

현수와 화진은 서로 멘트를 주고받으며 ‘백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괴담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것이었다.

현수와 화진은 공항에서 오는 내내 백룸에 대해 공부를 해야 했고, 어지간한 음모론자만큼 백룸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방고리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질 않았다.

현수는 화진과 진지한 표정으로 촬영에 임하면서도 방고리에 대한 대응 방법을 고민했다.

간단한 담화 촬영이 끝난 후 화진이 물었다.

“촬영에 집중을 못 하시는 것 같아요. 방고리 때문이에요?”

“네.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네요.”

“지금 수배까지 걸려 있는 사람인데. 뭐, 여기까지 쫓아오겠어요?”

“모르죠……. 무엇보다 악귀가 또 다른 사람에게 달라붙는다면 수배 상관없이 비행기를 탈 수 있지 않겠어요?”

“아. 그건 그럴 수도 있겠네요.”

화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태환이 말했다.

“음. 그건 좀 어려울지도 몰라요.”

그러자 모두가 태환에게 고개를 돌렸다.

태환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아무리 빙의가 가능한 귀신, 악귀다 하더라도 사람 몸에 자기 마음대로 들락날락 할 수는 없는 걸로 알아요. 허태훈 악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게 됐다면 애초에 허태훈이 구속 될 때 그 몸에서 마음대로 빠져나올 수도 있었잖아요.”

“아. 그건 그러네.”

“제가 엄마한테 언뜻 듣기로 한 번 사람 몸 속에 들어간 영가는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대요. 그 사람이 죽거나 강한 충격이 있을 때 튀어나오게 된다고.”

“그래?”

“네. 기본적으로 영혼에도 파장이 있잖아요. 귀신이나 악귀가 산 사람에 들어가게 되면 그 파장이 맞춰지는데 그게 접착제처럼 딱 달라붙게 되는 이유란 거죠. 그래서 본인 의지로 맘 편히 들락날락할 수는 없댔어요.”

“그렇군.”

“특히 악귀 같은 경우에는 그게 더 심하다고 하더라고요.”

“하기야 생각해보면 허태훈 때는 잘 몰라도 박효종 때는 강하게 충격을 받고 나서 튕겨 나가긴 했던 것 같네.”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태훈의 몸에서 박효종의 몸으로 옮겨갈 때도 교통사고로 인한 충격이 있긴 있었다.

“이러든 저러든 일단 여기서는 여기 촬영에 집중합시다. 놈이 여기까지 오긴 힘들 테니.”

화진이 현수의 어깨를 토닥였다.

* * *

캐나다 서스캐처원 마샬.

화이트 맨션이 남긴 주소 앞에 도착한 현수 일행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건물을 보았다.

1층짜리 공장 건물 같은 외관에 하얗게 페인팅이 된 것이 괜스레 수상쩍어 보이는 건물이었다.

심지어 주변 민가와도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흠.”

특이한 것은 시골, 그것도 외진 곳에 덩그러니 놓인 건축물임에도 건물이 굉장히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현수 일행은 서로를 한 번 보고는 건물의 입구 앞에 섰다.

“이게 초인종인가.”

현수가 문 옆에 있는 붉은 버튼을 눌렀다.

찌리리리리리-

그러자 미국 영화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긴 금발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을 한 마른 백인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마치 며칠 밤샌 것처럼 짙은 다크서클을 가지고 있었다.

화진이 천천히 영어로 말하려 하자 그가 먼저 입을 뗐다.

“박현수. 기다렸다. 오기를.”

그는 어눌한 발음으로 한국어를 했다.

한국어를 배운지 얼마 안 된 서양인 특유의 발음이었다.

화진이 멋쩍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

“들어-들어오십시오.”

그가 몸을 살짝 돌리며 말했다.

현수 일행은 서로를 한 번 본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내부는 더욱 기괴했다.

방은커녕 화장실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내부에 한쪽 벽에 컴퓨터가 한 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고가의 카메라 장비도 보였다.

“여기는 내 workroom입니다.”

그가 컴퓨터와 카메라를 가리켰다.

“당신이 화이트 맨션인가요?”

화진이 어설픈 영어로 물었다.

그러자 화이트 맨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 세계의 백룸을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백룸의 입구를 찾아내는 데에 성공했지.”

화이트 맨션이 씩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세정과 태환에게 말했다.

“생방송을 시작하자고. 나는 전 세계에 있는 모두에게 백룸을 공개하고 싶다.”

그의 말에 세정이 현수를 보았다.

어떻게 할지 결정해달라는 소리였다.

현수는 시계를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이르긴 하지만 괜찮을 것 같아. 시작하자.”

현수의 말에 세정과 태환이 바로 카메라를 세팅했다.

* * *

잠시 뒤 방송이 시작되자 시청자들이 물밀 듯 들어왔다.

현수와 화진은 가운데 화이트 맨션을 세워놓고 바로 인사를 했다.

화이트 맨션은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이 착용하는 것 같은 가면을 쓴 모습이었다.

자신의 얼굴은 공개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 가운데 누구임???

- 누구에요???

- 한국 아닌 것 같은데.

방송에 들어온 시청자들은 역시나 화이트 맨션에게 바로 반응을 했다.

“네! 저희는 캐나다에 있는 마샬 마을에 와있고요. 이 분은 저희에게 ‘백룸’에 대한 취재 요청을 보내주신 닉네임 ‘화이트 맨션’님이십니다.”

현수가 두 팔로 화이트 맨션을 소개하자 그가 멋들어지게 손짓을 해보였다.

하지만 삐쩍 마른 몸 때문에 그리 멋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 헐?????????????????????????? 화이트 맨션하고 만났다고??

- 찐임???

- 찐 화이트 맨션임???

- 그게 누구임??

- 화이트 맨션 모름??? 백룸 영상 올리는 사람으로 유명한데.

- 듣보 아님??

- 저쪽 세계에선 유명인임.

시청자들 중에서도 화이트 맨션을 아는 사람은 제법 되는 듯했다.

화이트 맨션은 말을 아끼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저희는 화이트 맨션 님의 초대를 받아 여기까지 왔고요. 백룸에 대해 취재를 해볼 건데요. 백룸의 입구 위치를 발견하셨다고요?”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화이트 맨션은 현수가 무슨 말을 했는지 고민하는 듯 잠시 심각하게 서있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백룸은 어디에 있나요?”

현수가 물었다.

화이트 맨션은 씩 미소를 짓더니 바로 발밑을 가리켰다.

“here.”

그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여기라고요?”

화진이 되물었다.

“내가 발견한 백룸 입구 위에 이 건물을 세운 것입니다.”

화이트 맨션이 양팔을 벌리고 말했다.

현수 일행은 의아한 표정으로 건물 내부를 다시 보았다.

“으음.”

현수가 고개를 갸웃하자 화이트 맨션은 몇 걸음 옮겨 실내 정 중앙에 ‘떡’하니 섰다.

그러고는 바닥에 놓여 있던 쇠사슬을 잡고 세게 당겼다.

구르르르릉

그러자 쇠사슬과 연결되어 있던 뚜껑이 옆으로 들리면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계단 역시 무척 하얗게 칠해져 있었다.

화이트 맨션은 내려가 보라는 손짓을 했다.

“따라오시죠.”

현수가 카메라에 대고 손짓을 한 후 걸음을 옮겼다.

계단 아래에서 강한 한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귀신이나 악귀가 보이지는 않았다.

언뜻 지하에서 올라오는 찬 공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은 짧았다.

기껏 해봐야 한 층 정도 내려가는 깊이였다.

따라 들어온 화이트 맨션이 지하의 문을 열자 그의 영상에서 보았던 그 공간이 펼쳐졌다.

노란색 바닥과 천장.

일정한 패턴의 벽지.

규칙적인 거리마다 설치되어 있는 형광등.

“와우.”

현수 일행은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가며 감탄했다.

지상에 비해 엄청나게 넓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괴담이 있을 정도의 공간이라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지하 건축물처럼 보였다.

“여기가 백룸인가요?”

현수가 뒤에 있는 화이트 맨션을 돌아보는 순간 문이 ‘쾅’ 닫혔다.

“엇!”

현수가 바로 닫힌 문을 두드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화이트 맨션이 일행들을 안에 들여보낸 뒤 문을 잠가버린 것이었다.

“뭐야! 뭐에요!”

태환도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래요.”

화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세정도 현수와 화진, 태환, 그리고 주변 백룸의 풍경을 빠르게 촬영했다.

- 헐????

- 뒤통수 친 거임?

- 백룸에 갇힌 거 같음.

- 캡틴님 백룸에 갇힘.

- 그냥 나가면 되는 거 아님??

- ㅋㅋㅋㅋㅋㅋㅋ뻘짓하지 말고 나가요.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다행히 인터넷 전파는 잘 잡히고 있었다.

화진이 문고리 앞에 쪼그려 앉아 문을 따려 했다.

하지만 몇 분 동안 씨름을 해도 문이 열릴 기미조차 없었다.

“여기 말고 출구가 없을까요?”

현수가 묻자 화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백룸이 괴담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지하면 다른 출구가 없을 가능성이 크죠.”

화진이 대답했다.

“911에 전화해서 여기 위치를 이야기 해줘야겠어요.”

현수가 핸드폰을 들어 911에 전화를 했다.

그러고는 어눌한 영어로 이곳의 위치를 말해주었다.

그러자 상대는 무어라 영어로 말을 했다.

옆에서 수정이 통역을 해준 것은, 이제 곧 출동을 한다는 말이었다.

“미치겠네. 이게 무슨 일이야.”

화진은 이마를 붙잡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사이, 현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EMF 탐지기를 꺼내들어 보았다.

그러자 공교롭게도, 다섯 개 LED 불빛이 모두 깜빡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강력한 전자기파.

강력한 심령 현상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었다.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귀신은 없었지만 분명 뭔가 이상한 기운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휴.”

현수가 한숨을 내쉬며 방송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송출은 원활하게 잘 되고 있는 상황.

생방송 시청자 수는 어느덧 10만 명을 넘기고 있었다.

- 10000원 파워챗

- 백룸에서 방탈출 게임 하는 거임?ㅋㅋㅋㅋㅋ

- 1000원 파워챗

- 백룸에 갇히면 못 나옵니다.

- 5000원 파워챗

- 저 문만 열리면 나갈 수 있는 거잖아.

- 5000원 파워챗

- 일단 방송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냥 평범한 건축물임. 니키백과에 나온 것처럼 뭐 다른 세계와의 중간통로, 요딴 거면 방송이 터지겠음???

후원도 엄청나게 잦은 빈도수로 들어왔다.

그때 채팅이 하나 눈에 띄었다.

- 10000원 파워챗

- 지금 방고리로 추정되는 방송 하나 켜졌음. ‘캡틴 퇴마’ 검색하면 나옴.

후원과 함께 들어온 채팅.

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으로 너튜브에 접속했다.

그리고 ‘캡틴 퇴마’를 검색하자 여러 영상들이 뜨는 가운데, 현재 현수가 방송 중인 생방송 이외에 또 다른 생방송 하나가 조회되었다.

[귀신 잡는 캡틴 퇴마를 잡는 방송. 꿀잼 보장. 좋아요, 구독 따위 꺼져.]

무척 이상한 제목이었다.

현수가 영상에 접속해 보았다.

그러자 1인칭 시점처럼 보이는 카메라 화면이 흔들거리며 어딘가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현수는 영상을 유심히 보았다.

[여기? 여기 맞죠?]

화면 속에는 하얀 단층 건물이 크게 담겨 들어왔다.

바로 ‘화이트 맨션’의 건물이었다.

[여기에 박현수가 있다고? 그렇다는 거죠?]

얼굴이 나오지 않는 대신, 방고리 특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방고리가 이곳까지 쫓아온 것이었다.

그것도 생방송을 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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