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62화 (162/227)

제162화

# 의정부 신시가지 (6)

쾅!

오 형사를 필두로 경찰들이 방고리 양수찬의 집을 급습했다.

방송 스튜디오와 주방, 거실과 옷방.

스튜디오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온통 쓰레기 천지였다.

심지어 음식물쓰레기뿐만 아니라 각종 배설물들까지 곳곳에 널려 있었다.

아예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욱!”

굉장한 악취에 오 형사는 코를 틀어막았다.

수많은 변사체와 범죄 현장, 고독사 현장을 직접 봤던 오 형사는 이것들이 아주 오래된 것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양수찬이 라미로브의 스트리머들과 미국 출장을 다녀온 이후부터 이렇게 된 것이었다.

악귀가 들면서 생활 패턴 자체가 헝클어지기 시작했었던 것.

가장 중요한 방고리 양수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공개수배 때려.”

오 형사가 옆에 있던 후배 형사에게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각종 언론을 통해 방고리 양수찬의 공개수배가 시작되었다.

현상수배지가 곳곳에 부착되었고, 뉴스에서는 주기적으로 양수찬의 사진과 인적사항이 노출되었다.

시신 유기에 연쇄살인까지.

‘최근 10년간 보지 못한 흉악범’이라는 프레임이 쓰인 것이었다.

이에 라미로브 역시 신속하게 대응했다.

그의 매니저를 통해 방고리의 채널이 순식간에 폐쇄되었다.

댓글들도 마찬가지였다.

- 헐???? 방고리가 연쇄살인범??????

- 샷건을 많이 치긴 했어도 사람 죽일 얼굴은 아니었는데.

- 역시 인방하는 인간들은 믿을 게 안 되는구나.

- 스트리머들 인성 ㅉㅉ...

- 저딴 인간한테 후원하고 파워챗 쐈던 인간들은 뭐냐????

- 방고리 아닐 수도 있는 거 아님????

- └잠적했다잖음. 떳떳하면 왜 도망가.

방고리를 옹호하는 사람보다는 욕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이 기사들을 보던 화진이 현수를 보았다.

“어떡하실 생각이에요?”

원래 계획은 방고리가 체포되고 언론에 공개된 이후 영상을 푸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언론에 공개부터 된 상황이었다.

가만히 고민하던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공개하죠.”

현수가 태환을 보았다.

태환은 스튜디오 구석에서 노트북으로 촬영 영상들을 편집하고 있었다.

“두 시간 정도 있으면 편집 끝나요.”

밤새 편집을 하던 태환이 손으로 OK사인을 보내며 말했다.

“편집 끝내면 한 번 확인해보고 바로 올리자. 영상은 몇 개 쯤 나올 거 같아?”

“다큐멘터리처럼 편집한 걸로- 15분에서 20분씩 3편정도요.”

“그럼 오늘 하나 업로드하고 내일, 그리고 내일 모레 연재형식으로 오픈하고 주말에 통합본으로 올려.”

“네. 알겠습니다.”

“경찰한테 자료 받은 부분은 잘 편집하고. 오 형사님한테 누가 되지 않게.”

“물론입죠.”

“우리가 경찰한테 제보해준 건 들어가도 되고.”

“아유. 그럼요. 잘 하겠습니다.”

태환은 잔소리하지 말라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 * *

[의정부 신시가지 살인사건의 범인! 방고리 양수찬을 쫓다.]

영상이 업로드 되자마자 태환은 썸네일을 제작해 붙였다.

방송을 하고 있는 방고리의 모습과 살인 현장을 암시하는 아스팔트 사진의 합성이었다.

그리고 어그로를 끌 수 있을 만한 타이틀을 썸네일에 포함시켰다.

- 악귀에 쓰인 살인!

- 방고리는 어디에.

영상이 공개 되는 그 순간, 엄청난 센세이션이 불었다.

어쩌면 방고리가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부랴부랴 촬영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올 수 있지만 그러기엔 영상 속 등장하는 모든 시계와 달력이, 며칠 전 기준으로 노출이 되고 있었다.

1부 영상은 방고리가 악귀에 어떻게 쓰이고 또 어디서 범죄를 벌이고 있는지에 대해 정리하는 장면을 주로 보여주었다.

2부 영상은 사건 현장을 직접 돌면서 흔적을 찾고 귀신들과 대화를 하는 장면으로.

3부는 마지막 실종자인 이승아를 찾아내는 것부터 신발과 옥상 단서들을 찾는 장면으로 구성이 되었다.

- 대박이다. 진짜.

- 영안으로 사람을 찾을 수도 있는 건가.

- 어떻게 된 거임? 그럼 방고리가 미국에서 감염된 거야?????

- 와 진짜 쌉소름이다.

- 지금 방고리 채널 영상 다 비공개 처리됨.

- 그래서 잡았다는 거임, 못 잡았다는 거임?

순식간에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다.

이 영상을 바탕으로 하는 기사들도 쉬지 않고 송출되었다.

그럴수록 영상 조회 수는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국내 네티즌들이 주로 유입이 되어서 론 프리저브 정신병원 영상보다는 그 상승세가 낮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내에서는 알고리즘 상위권에 안착할 수 있었다.

무려 업로드한 지 하루만에 100만 명 달성.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세정과 김창수 과장에게 번갈아 전화가 왔다.

[이런 게 있으면 미리 말씀해 주셔야죠!]

김창수 과장이 흥분한 목소리로 다그쳤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고스트 크루의 방고리인 만큼 보안이 중요했습니다.”

[아무리 보안이 중요하다고 해도 우리는 ‘같은 편’ 아닙니까?]

“네, 네. 다음부터는 참고할게요.”

현수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아마 김창수 과장은 전화를 끊으면서도 썩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세정에게 온 연락에선 극찬이 이어졌다.

[그 촬영한 친구가 저희 채팅창 관리하던 태환 군 맞죠? 우와. 촬영 잘하네요! 전에 같이 했다고 하시더니!]

“네, 네.”

[거기다 이런 소스를. 방고리 님 일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조회 수는 엄청 잘 나오겠어요.]

세정이 말했다.

현수는 뿌듯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아직 체포되지 않은 방고리와 완벽하게 대척점에 선 것이었다.

그만큼 현수, 화진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후 연재된 2부와 3부의 영상 조회 수도 단 하루 만에 80만 명, 50만 명을 기록했다.

이건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통상적으로 소설이든 영화든, 뭔가 이어지는 연쇄 콘텐츠가 진행이 될 때에는 주로 50%의 스코어만 내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A라는 영화의 1탄이 1000만 관객을 기록했다면 2탄은 500만, 3탄은 250만 관객- 이런 식으로 숫자가 감소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그렇게 콘텐츠 이용자가 감소할 것을 염두에 두고 시리즈물을 제작해야 했다.

하지만 첫 날 100만 명 조회 수를 기록한 1부 영상에 비해, 첫 날 80만 조회 수를 기록한 2부 영상.

이는 확실히 시리즈 영상을 이어가며 적절한 부분에서 절단을 했고,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튿날이 되었을 땐 1부 영상이 200만 조회 수. 2부 영상은 15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3일 차가 되었을 땐 1부 영상이 400만 조회 수, 2부 영상이 280만 조회 수. 그리고 3부 영상이 21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숫자는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올라갔다.

엄청난 이슈가 아닐 수 없었다.

- 혹시 조회 수 빨아먹으려고 고스트 크루끼리 짜고 치는 거 아님?????

- └경찰하고 신문사하고 다 끼고????

- └정상생활 가능하심?

- 그래서 방고리는 어디 있다는 거임?

- 하날하날 죽은 걸로 조회 수 빨더니 이번엔 방고리로 조회 수 빠네. ㅅㅂ 모기옄ㅋㅋㅋㅋ

- └하날하날은 사고였고 방고리는 범죄를 저질러서 잡는 거 아님??? 캡틴님이 조회 수 빨든 안 빨든 얼른 잡아서 안심했으면 좋겠는데 왜 그럼?

- └2222

- └프로 불편러 납셨네. ㅅㅂ

- 영상은 그냥 재미로만 좀 봐라.

- 사람이 죽고 사는데 무슨 재미를 찾고 앉았음. 님 싸패임????

오르는 조회 수와 엄청난 이슈몰이에 비례하게 악플들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하지만 현수는 이 모든 걸 그대로 두었다.

“형님. 이거 악플러들 고소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너무 심한 악플은 고소해야 할 것 같은데.”

태환의 말에 현수가 손사래를 쳤다.

“안 그래도 고스트 크루에서 하날하날이 죽고 떡상, 방고리 범죄 폭로로 또 한 번 떡상. 뭐,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벌어진 일들이긴 하지만 이런 와중에 악플러들까지 고소하는 건 좀 그렇지.”

현수가 말했다.

태환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악플들 싹 다 PDF로 캡처 떠놔.”

현수가 덧붙였다.

“넵!”

그러자 태환은 신이 난 듯 빠르게 캡처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실시간으로 계속 올라오는 터라 작업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었다.

* * *

그날 밤.

오 형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퇴마 의뢰 메일과 다음 흉가 체험 리스트를 정리하던 현수가 전화를 받았다.

“네, 형사님.”

[지금 바쁘세요?]

“아뇨. 말씀하세요.”

[양수찬이요. 네 시간 전에 서울 강남 터미널에서 속초행 버스를 탄 게 확인됐어요.]

“속초요?”

일단 서울을 떠났다는 이야기였다.

[네. 이놈.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일단 속초 경찰하고 공조해서 놈을 체포할 생각입니다.]

“네.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전화드렸는데요.]

“네? 혹시 다른 피해자가 나왔나요?”

[아뇨. 다름이 아니고- 그-]

“네, 네.”

[아무래도 양수찬이 박현수 씨를 노릴 것 같습니다.]

“아아. 저를요.”

[네. 복수의 대상으로 박현수 씨를 노릴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양수찬의 집에서 현수 씨의 방송 스케줄과 개인 일정을 메모해 둔 쪽지를 발견했어요. 여기서 현수 씨를 감시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유. 그래요?”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어찌 되었든 방고리의 최종 목표는 현수기 때문이었다.

[제가 강력계 형사만 10년 했는데요. 이놈 이거. 진짜 쌩 미친놈입니다. 조심하셔야 해요. 일단 현수 씨를 보호할 병력을 배치해 두겠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현수가 답을 하고 전화를 마무리했다.

‘쌩 미친놈.’

엄밀히 따지면 방고리가 미친놈이 아니라, 그 안에 든 악귀가 미친놈이었다.

대체 그 안의 악귀는 살아생전에 어떤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지독한 악귀가 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상황들을 살펴보면 한 구역을 버티고 있던 지박령과 귀신, 심지어 악귀들조차도 허태훈을 발견하면 부랴부랴 도망을 갔었다.

이런 걸 보면 그 안에 있던 그 악귀의 기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런 악귀가 현수의 목을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뭐래요?”

화진이 커피를 한 잔 타 현수의 옆에 놓으며 물었다.

“방고리가 속초로 도망쳤다고 하네요. 그런데 놈이 절 노릴 거라고 조심하라고.”

“아아. 허태훈 때랑 비슷한 상황이 됐네요. 더 심해진 건가.”

“더 심해질 것 같아요. 방고리는 덩치도 좋고 힘도 세니 당연히 악귀도 더 큰 물리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현수가 수정을 보며 물었다.

“그러겠지.”

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방송을 진행할 때 장소 공개나 시간 같은 부분들. 어떻게 공지할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네요.”

현수가 한숨을 살짝 내쉬며 말했다.

그리고는 바로 세정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허태훈과 박효종에게 쫓길 때도 세정과 함께 했던 만큼, 그녀도 알고 있어야 할 사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고리는 현수와 함께하는 일행들과 스태프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현수를 위협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벌일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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