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59화 (159/227)

제159화

# 의정부 신시가지 (3)

태환의 카메라가 ‘현수의 수사본부’ 내부를 슥 돌며 촬영을 했다.

태환은 머릿속으로 자신이 봤던 형사물 영화들의 카메라 앵글을 생각하며 나름대로 구도를 잡아보는 것이었다.

지도에 표시된 붉은 점들과 화이트보드에 적힌 온갖 메모들.

그리고 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간과 방고리 휴방 시간이 적힌 달력.

회의를 하고 있는 현수와 화진의 모습까지.

부드럽게 돌아가며 촬영이 되는 모습에서 태환은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심령카메라를 통해 수정의 모습도 어렴풋이 포착됐다.

그렇게 의정부 신시가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연쇄살인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고 며칠이 지났다.

벽에는 점점 더 빼곡하게 자료가 쌓여갔다.

경찰 내부에서 나온 자료라는 걸 감추기 위해, 태환은 카메라 앵글을 조심스럽게 돌려가며 촬영했다.

나름대로 촬영 노하우가 쌓여가고 있는 것이었다.

“경찰들이 계속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는 자꾸 전과자들만 들쑤시고 있어서인 것 같죠?”

현수가 물었다.

화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안에 들은 악귀는 감옥에 여러 번 다녀왔겠지만 방고리 양수찬은 감옥 문턱에도 안 가봤을 테니 당연히 수사 범위에 포함이 안 되겠죠. 그렇다고 양수찬이라고 특정할만한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니고.”

“오 형사님은 우리가 방고리를 추적한다는 걸 아는데, 경찰 쪽에서는 움직임이 없대요?”

화진이 물었다.

현수는 태환에게 가위표 수신호를 보낸 후 대답했다.

“단서가 없으니까요.”

현수가 태환에게 보낸 수신호는 ‘오 형사’나 ‘경찰’ 대사가 나온 건 편집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태환은 수신호를 알아듣고 마이크를 톡톡 두드려 편집점을 체크해 두었다.

“어떻게 하면 방고리를 좀 추적할 수 있을까요. 단서를 찾아야 하는데.”

화진이 피해자들의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수집된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피해자들에게 공통된 ‘표식’이 있어요.”

현수가 모니터를 보며 말을 이었다.

“손톱.”

“손톱이요?”

“보니까 새끼손가락 손톱을 하나씩 뽑아갔어요.”

“아, 정말이네. 으으.”

화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연쇄살인범들은 잡히지 않기를 바라면서 자기를 나타내고자 하는 모순된 심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죠. 그래서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남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고.”

“맞아요. 그런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요.”

“아니면 특정 무언가에 집착하는 경향도 있고.”

“네, 네.”

“남자 피해자든, 여자 피해자든, 손톱을 뽑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경찰 쪽에서는 지금 발생하는 살인사건들의 범인이 한 명일 거라고 좁히고 있는 거고-”

현수가 태환에게 수신호를 보내며 말을 이었다.

편집점을 잡아주는 것이었다.

“-범인이 피해자의 손톱을 뽑아간 걸 언론에 내지 않는 이유는 모방범죄가 발생하면 수사에 난항을 일으키기 때문일 거예요.”

“아! 정말 그렇겠네요. 경찰이 범인의 시그니처를 찾아놨는데 모방범죄가 발생하면 진짜 범인이 한 살인과 모방범이 따라한 살인이 구분되지 않을 테니까!”

“경찰이 공개수사로 전환하고선 이런 걸 언론에 내지 않는 건 나름 이유가 있는 거죠.”

현수가 턱을 매만지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건 현장으로 가보죠. 이제 슬슬 현장을 뛸 때가 된 것 같아요.”

현수의 말에 일행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 * *

의정부역 앞 영화관 뒷골목.

시기상으로 가장 먼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곳이었다.

현수와 화진, 그리고 태환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며 주변을 살폈다.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곳.

곳곳에 쓰레기들이 떨어져 있고 정체 모를 물이 고여 있기도 했다.

현수는 골목을 가로질러 걸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구석구석을 살폈다.

“저기인가 보네요.”

화진이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전봇대와 온갖 폐기물들이 쌓여 있었고, 그 옆에 하얀색 실선으로 사람의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시신이 발견된 지 시일이 지나서인지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였다.

“어우. 여기 진짜 으슥하네요.”

태환이 주변을 촬영하며 말했다.

확실히 음기가 강한 것이 귀신이 좋아할 만한 곳이긴 했다.

현수는 곳곳에 있는 귀신의 흔적을 확인해 보았다.

울타리와 건물 벽, 그리고 전봇대 위에서 귀신의 흔적이 포착되었다.

하지만 죽은 영혼이 있을 뿐, 사람의 형체가 되어 나타나지는 않는 수준이었다.

“CCTV도 없네요. 이런 골목에. 아직도 이런 길목이 있다니.”

화진은 전봇대와 건물 옥상 쪽을 슥 살피며 물었다.

“치밀해요.”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실선에 다가가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실선 위로 하얀 형체가 그라데이션처럼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내 사람의 형체를 모두 갖춘 귀신은 쪼그려 앉아 서글프게 울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현수와 화진, 태환이 놀라 뒤로 물러섰다.

흑- 흑 흑-

그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태환은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나 둘러보았다.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현수는 귀신 앞에 쪼그려 앉아 물어보았다.

“이번에 사망한 분 맞으시죠? 괴한한테.”

현수의 질문에 귀신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무어라 말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현수가 고개를 갸웃하자 수정이 말했다.

“귀신이 된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산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말을 하질 못하네. 내가 통역을 해주면-”

그녀가 말하고 있는데 태환이 불쑥 끼어들었다.

“고스트사운드! 그거 오랜만에 돌려보죠!”

태환이 말했다.

확실히 현수를 비롯한 고스트 크루 내에 영안을 가지게 되는 사람이 많아지며 고스트사운드의 활용 빈도는 확연히 줄어들어 있었다.

현수는 방송 화면상으로도 그게 더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스트사운드 설치하겠습니다.”

현수가 수정에게 미안하다는 눈짓을 보낸 후 고스트사운드를 꺼내 설치했다.

“쓸데없이 이게 뭐 하는 짓이람. 참나.”

수정은 한심하다는 듯 팔짱을 끼고 뒤로 물러섰다.

설치가 완료되자 현수가 다시 물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의정부 신시가지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맞으신가요?”

그 질문에 귀신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긍정을 의미하는 귀신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맞아! 이게 맞다는 소리였죠!”

태환이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자 화진이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 범인이 이 사람인가요?”

현수가 방고리 양수찬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귀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아아아아앙-

고스트사운드에서도 부정을 의미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에요?”

현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아오. 답답해.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던 데다가 뒤에서 갑자기 공격해서 얼굴을 못 봤대!”

가만히 듣고 있던 수정이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고스트사운드에서 ‘구르르르릉-’하는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혹시 범인을 특정할 만한 특징이라든가 그런 게 있었나요?”

현수가 물었다.

귀신은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고는 비디오 되감기를 하는 것처럼 뒷걸음질로 골목 끝으로 향했다.

기괴한 움직임에 현수 일행은 놀란 표정으로 귀신을 지켜보았다.

귀신은 골목 끝에서부터 전봇대까지 천천히 걸어왔다.

그러던 중, 입이 막힌 듯 고개를 뒤로 확 젖히더니 이내 옆구리와 복부를 비틀었다.

그러고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스으윽 스으윽

누군가 머리카락을 쥐고 끌고 가는 듯, 바닥에 쓰러진 귀신은 전봇대까지 끌려갔다.

이어 한 손이 들리더니 새끼손가락 손톱이 뽑히는 모습이 보였다.

범인의 모습이 형상화되지는 않았다.

마치 마임을 하는 것처럼 귀신 혼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살해당했을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네요.”

현수가 화진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심령카메라에도 담겼다.

다만 하얀 형체가 골목에서부터 다가오다 바닥에 쓰러지더니 전봇대로 이동하는 모습으로, 둥그스름하게 표현이 될 뿐이었다.

“뒤에서 껴안은 다음 입을 막고 칼로 가슴과 배를 찌른 것 같죠?”

현수의 질문에 화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정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쁜 자식.”

악귀에 대한 분노가 점점 더 차오르는 것이었다.

아마 자신이 살해당했을 때의 그 순간이 떠오른 것 같았다.

화아아악

순간 귀신의 두 손이 현수의 손을 붙잡았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한기가 손을 타고 전해졌다.

“신주영. 내 이름은 신주영.”

그녀가 하는 말이 현수의 머릿속에 들려왔다.

‘신주영?’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뉴스에 보도 되었던 바로 그 피해자 이름이었다.

“그놈을 꼭 잡아주세요. 꼭이요. 꼭!”

그녀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현수의 머릿속에 똑똑히, 그 음성이 전해져 들어왔다.

* * *

이후에도 보도된 사건 현장을 다니며 현장에 남아 있는 귀신들과 대화를 나눠보았다.

귀신과의 대화에서도 방고리 양수찬이 범인이라는 것을 특정할 수는 없었다.

그저 남성이고, 상당히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뒤에서 접근해 입을 막은 뒤 심장과 복부, 옆구리를 찔러 순식간에 제압했다는 것.

이어 죽어가는 사람을 구석으로 끌고 간 뒤 손톱을 뽑았다는 것.

이 수법은 피해자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관계되지 않고 모두 똑같이 진행되었다.

의정부역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 수첩에 메모를 하던 현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누구 한 명이라도 방고리 얼굴을 봤을 줄 알았는데. 하나같이 얼굴을 못 보다니.”

현수는 수첩에 적힌 피해자들의 이름과 피해 발생 시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게요. 진짜 ‘살인귀’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네요.”

화진도 신기한 듯 말했다.

“이대로 이렇게 진척이 없어서야 뭐 영상 완성이 될까 싶은데요?”

태환은 카메라와 현수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그것도 그건데- 나 진짜 미치겠는 게-”

현수가 고개를 들고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가 만난 살인 피해자 귀신들이 죄다 나한테 붙으면 나보고 뭐 어떡하라고.”

현수의 뒤에는 신주영을 비롯해 방금까지 만나고 온 연쇄살인 피해자들의 귀신들이 우르르 몰려와 있었다.

오 형사가 현수에게 넘겨준 피해자들이었다.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들은 억울하게 살해를 당해서인지 모두 살해당할 당시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온몸에 피칠갑이 된 채 현수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보기에도 무서울뿐더러, 우는 소리가 계속 머릿속에 들리는 통에 괴로울 지경이었다.

아마 같은 악귀에 살해당한 수정이 현수 옆에 붙어있는 걸 보고 따라다니는 모양이었다.

“저것도 저거대로 엄청 괴롭긴 하겠네요.”

화진이 입을 삐쭉 내밀고 중얼거렸다.

“아무튼. 집중하자고요.”

현수가 수첩의 메모를 빤히 보았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게요. 오 형사님이 저희한테 준 자료들을 바탕으로 조사를 해보면 같은 수법으로 살해된 피해자. 즉, 방고리 양수찬이 살해한 걸로 추정되는 첫 번째 피해자가 신주영 씨란 말이죠.”

현수는 수첩에 추가 메모를 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뉴스 보도를 보면 한 명이 더 있어요.”

현수의 말에 태환이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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