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49화 (149/227)

제149화

# 론 프리저브 정신병원 (6)

현수는 말없이 세정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세정은 카메라를 벤치 쪽으로 돌렸다.

촬영 카메라에는 빈 벤치가, 심령카메라에는 하얀 형상이 동시에 포착되었다.

“저기 귀신이 있습니다. 악귀는 아닌 것 같고요. 옷차림을 봐서는 이곳에 있던 환자 같습니다.”

현수가 말했다.

그러자 일행들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가 있다는 거지?”

브렛과 제이슨은 고개를 갸웃하며 세정의 심령카메라를 확인해 보았다.

확연하게 드러나는 하얀 형상에 브렛은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저 귀신은 악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 같지도 않고요. 그냥 저 자리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방해하지 말고 뒤로 빠지죠.”

현수가 말했다.

일행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뒷걸음질을 쳤다.

투웅 투웅 투웅 퉁 퉁-

그때, 바람이 빠지고 삭은 공 하나가 튕겨 왔다.

바람이 빠져 몇 번 튕기지 못했지만 단단해 보이는 것이 농구공인 모양이었다.

뒤를 돌려던 현수의 발에 닿은 공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현수가 고개를 갸웃하며 주변을 보았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귀신들이 더 보였다.

농구대 앞으로 같은 옷을 입은 대머리 남자들이 멀뚱멀뚱 서서 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수는 그들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공을 농구장 쪽으로 툭 차주었다.

사아아아아

동시에 남자들이 사라졌다.

“뭐죠?”

방고리가 물었다.

현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던 길 갑시다.”

이들을 굳이 더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공을 굴렸다는 건, 이곳에 있는 귀신들이 현수 일행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했다.

현수는 일행들에게 눈짓을 보낸 후 본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괜스레 재수 없네.”

브렛은 아무것도 안 보이는 농구장을 보며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 * *

본관 문은 나무로 되어 있었지만 무척 견고해 보였다.

멋들어진 독수리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고 문고리 역시 앤틱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정신병원이라기보다는 ‘궁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여기도 잠겨 있겠지.”

브렛이 총을 장전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때 현수가 문고리를 잡고 돌리자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끼기기깅-

녹은 슬어 있었는지 요란한 소리가 났다.

“어? 열려 있어요?”

제이슨이 묻는 사이, 현수가 문을 힘껏 열었다.

끼이이이잉-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나무 문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며 문이 활짝 열렸다.

본관 내부도 대부분 전구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물론 다른 곳처럼 오래돼서 작동하지 않거나 파손된 전등도 존재했다.

그리고 나무와 대리석 등으로 구성된 장식들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정신병원임을 알려주듯 곳곳에 철창이 있는 것이었다.

정문을 열고 들어서면 양옆으로 쭉 복도가 나있는데, 그쪽으로는 여러 처부 및 행정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문에서 사무실까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것이었다.

반면 안쪽 홀에서부터 계단까지는 녹슨 철조망으로 막혀 있었다.

직원들이 일하는 행정공간과 환자들의 공간을 철저히 분리시켜놓은 것이었다.

철컹 철컹

제이슨이 철창문을 잡고 살짝 흔들어 보았다.

잠겨 있는지 살짝만 흔들릴 뿐 열리지 않았다.

“철창도 섬뜩하네요.”

화진은 철장 너머 홀과 계단을 보았다.

계단에도 철창과 철창문이 있었다.

외부에서 봤을 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정신병원 특유의 폐쇄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었다.

“사무실부터 들러볼까요?”

현수가 옆쪽 처부 복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행들은 현수를 따라 바로 복도로 들어섰다.

사무실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다만 오래된 만큼 먼지가 많이 쌓여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서류들과 사무용품들도 모두 그 자리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이곳이 폐쇄 될 때 서류와 개인 용품을 그대로 둔 것 같았다.

“아.”

그 중에는 흑백 가족사진도 보였다.

현수는 앤틱한 디자인의 탁상 액자를 들어 보았다.

“뭐에요?”

세정이 다가와 현수가 보는 것을 촬영했다.

영화나 게임 속에서 보았던 흑백 사진.

전형적인 20세기 초반 소녀와 소년, 여성과 남자의 옷차림이었다.

“여기에는 별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은데요.”

방고리가 손전등을 들고 사무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말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복도를 나와 팻말을 보았다.

General Affairs Team.

Accounting Dept.

Personnel Section.

Purchasing Dept.

Executive Dept.

.

.

.

영어로 된 팻말들이 문 앞에 걸려 있었다.

현수와 일행들은 이 부서 사무실들을 수색하면서 그렇다할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때, 하날하날이 비명을 질렀다.

“꺄악!”

그녀의 비명에 모두가 화들짝 놀라 그녀에게 달려갔다.

하날하날은 사무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뭐예요!”

방고리가 흥분해 물어보자 하날하날은 얼굴을 가린 채 한 책상을 가리켰다.

모두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바로 오두막집에서 보았던 바로 그 인형이었던 것이다.

먼지 쌓인 오두막집에서도 가득 쌓인 먼지에 깨끗한 귀신이 놓여 있었다.

악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바로 그 인형.

그 오두막집 인형이 이곳에 온 것인지, 누군가 옮겨 놓은 것인지, 또 다른 인형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똑같은 모습의 인형이었다.

심지어 먼지조차 묻어 있지 않은 것이 새 것 같았다.

당연히 인형의 디자인은 19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듯, 조약한 모습이었다.

“이, 이,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예요!”

하날하날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이런 반응은 확실히 시청자들의 이목을 이끌기에 무척 좋았다.

그러고 보면 고스트 크루의 멤버 구성은 제법 잘 짜여 있었다.

리더이자 현 상황에 대해 가장 많은 이해를 하고 있는 현수.

그리고 현수를 옆에서 서포트하는 화진.

약간 분위기메이커면서 실없는 드립을 치는 방고리.

쉽게 겁에 질리는 초절정 미녀 하날하날.

굉장한 인지도를 지녔지만 콧대가 높고 아웃사이더 경향이 강한 과대.

그리고 연예인이면서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하려는 혜련.

그 중 특히 자주 뭉치는 현수와 화진, 방고리, 하날하날은 그 성향이 뚜렷해 카메라 안에 각자의 특성이 잘 잡혔다.

정말 공포 영화에 등장하는 각 등장인물들의 포지션 같은 느낌이었다.

하날하날의 질문에 현수는 무어라 뚜렷이 대답할 수 없었다.

현수조차 이 인형이 어떤 것인지 확답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점은 이 인형에서도 악귀의 흔적이 서려 있다는 점.

회색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었다.

“에잇. 재수 없게.”

그때 브렛이 총구로 인형을 툭 쳐서 밀쳤다.

그러자 현수가 브렛을 확 막아섰다.

“이렇게 물건들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됩니다. 당신이 책임질 거예요?”

현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제이슨이 통역을 해주었다.

“책임? 무슨 책임. 저건 그냥 인형일 뿐이야. 더럽게 재수 없게 생긴.”

브렛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제이슨은 통역을 해준 뒤 현수의 눈치를 보았다.

현수는 입을 씰룩이며 인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잔뜩 서려 있던 악귀의 기운이 사라져 있었다.

“자, 자. 다투지들 마시고. 각자 살아온 풍습이 달라서 그런 거니 좋게 좋게 넘어갑시다.”

제이슨은 현수에게 다가와 등을 토닥였다.

그러던 중, 화진이 말했다.

“저기, 열쇠 꾸러미가 있네요.”

그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가리킨 벽에는 커다란 고리에 수십 개의 열쇠가 달려 있는 꾸러미가 걸려 있었다.

“수십 개는 될 것 같은데요?”

화진이 열쇠를 조심히 들어 보았다.

열쇠에는 AA부터 AB, AC- 이런 식으로 라벨이 쭉 붙어 있었다.

“내부를 다닐 때 사용하는 철창들 표시일 것 같은데.”

방고리가 라벨을 보며 말했다.

“일단 그 열쇠는 챙기죠.”

현수는 브렛을 뒤로 하고 앞장서서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일행 모두가 사무실을 나가자 방에 혼자 남은 브렛은 혼자 욕을 중얼거리다 걸음을 옮겼다.

* * *

아까 들어왔던 정문과 가장 가까운 철창문.

이곳 환자들이 출구를 향해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던 마지막 문인 셈이었다.

이 정도 보안이라면, 이곳에 올 때 보였던 운동장에서 운동을 할 경우에도 상당히 경비가 삼엄했을 것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현수는 화진에게서 열쇠꾸러미를 받은 뒤 문의 열쇠구멍을 유심히 보았다.

구멍 위에는 AA라는 알파벳이 적혀 있었다.

“AA. 라벨.”

현수는 AA라벨이 붙은 열쇠를 구멍에 넣었다.

가라랑-

안에서 무언가 걸린 듯 거친 느낌이 들었지만 열쇠는 끝까지 안으로 들어갔다.

철컹

그리고 돌리자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열쇠가 먹혔어요.”

현수의 말에 화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내에 있던 시설이라 그래도 덜 망가졌나보네요.”

화진이 대답했다.

현수가 열쇠를 뽑고 살짝 밀자 철창이 열렸다.

끼이이이잉-

홀 전체에 소리가 울렸다.

현수 일행은 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괜히 공기가 달라지는 것 같네.”

방고리가 혼잣말을 했다.

일행은 대꾸하지 않고 홀 안으로 슥 들어갔다.

1층에서는 더 갈 곳이 없었다.

1층은 관리인들의 행정 업무를 보던 것과 환자를 감시, 감독하는 부서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었다.

가장 중앙에 있는 계단으로 다가가자 지하로 가는 계단과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뉘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이 계단 앞에도 철창이 처져 있었다.

올라가는 계단에는 AB.

내려가는 계단에는 AC 라벨이 붙어 있었다.

“아래에는 의료시설이 있는 것 같아요. 수술실하고 시체 안치소가 있다는 안내가 쓰여 있네요.”

제이슨이 계단 옆에서 안내 팻말을 보며 말했다.

“시체 안치소. 말만 들어도 재수 없는데.”

하날하날이 몸을 움츠린 채 중얼거렸다.

“만약 이곳에 뭔가가 있다면 지하가 가장 위험하겠네요. 위부터 가보죠.”

현수가 AB 열쇠를 찾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촬영을 하는 김에 분량을 뽑을 것도 생각하는 것이었다.

철컹- 퉁- 끼이잉-

문이 열렸다.

현수 일행은 바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몸을 실었다.

2층 입구에도 철창이 있었다.

현수는 철창문에 적힌 알파벳대로 열쇠를 찾아 열고 진입했다.

2층에는 간호사실과 함께 양옆으로 입원실들이 쭉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상담실도 있었다.

깜빡- 깜빡-

복도 전등 중 일부는 계속 깜빡이고 있었다.

현수 일행은 손전등을 끄지 않은 채 복도를 가로질러 걸었다.

입원실 문은 나무로 되어 있었고,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작게 창문이 나있었다.

흡사 군대 생활관 문 같은 느낌이었다.

현수 일행은 지나가면서 창문 쪽으로 손전등을 슥 비추며 안을 보았다.

손전등이 없어도 물건이 식별될 만큼 밝은 편이었지만 오래된 전등인 만큼 불빛이 눈에 맞지 않았다.

더구나 카메라 역시 근 100년 전 전등 불빛을 선명하고 온전하게 담아내지는 못했다.

그렇게 몇 개 입원실을 지나가던 현수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닫힌 입원실 창문으로 안을 슥 비춰보았다.

안에서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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