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47화 (147/227)

제147화

# 론 프리저브 정신병원 (4)

와장창-

유리조각이 바닥에 쏟아졌다.

이어 브렛은 창틀에 남은 유리 조각을 개머리판으로 싹 긁어냈다.

“이제 문이 열렸습니다.”

브렛의 말을 제이슨이 통역해 주었다.

그러자 현수가 다가갔다.

“야생동물로 저희를 지켜주시는 건 너무 감사드리지만 이렇게 소리를 내는 건 좋지 않아요. 귀신들을 자극하는 거예요.”

현수가 말했다.

영어로 전달받은 브렛이 피식 코웃음을 쳤다.

“아직도 귀신이 있다고 그래 믿고 있는 거요?”

브렛은 제이슨에게 똑같이 통역하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귀신이 있든 없든, 믿든 믿지 않든 이렇게 시설물을 파괴하는 건 안 된다고요.”

현수가 깨진 유리창을 가리키며 살짝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브렛이 윗입술을 씰룩였다.

“탄환만 넉넉했으면 잠긴 문은 다 총으로 부수면서 열었을 겁니다.”

그는 자신의 샷건을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그쪽은 장난감 총이라 그게 안 되겠지만.”

장난감처럼 생긴 솔트샷건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그때 제이슨이 둘 사이에 끼어 들어와 현수를 말렸다.

“현수 님. 조금만 참아요. 워낙 답답한 걸 못 참는 성격이라 그래요.”

제이슨이 말리는 사이에도 브렛은 답답하다는 듯 양팔을 들며 특유의 몸짓을 해댔다.

현수는 더 따져봐야 무의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넘어갑시다.”

현수가 먼저 돌아서 관리사무소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일행들 모두 하나 둘 안으로 넘어 들어갔다.

관리사무소에는 출입자를 관리한 듯한 서류와 오래된 전신기.

그리고 병원 관계자들의 흑백 증명사진이 바둑판처럼 빼곡하게 벽에 걸려 있었다.

그 중에는 병원 창립자인 론 프리저브의 사진도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스티브 프리저브의 사진 역시 있다는 점이었다.

바로 오두막에서 발견한 사진 속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현수가 세정에게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세정이 사진들을 쭉 촬영하자 현수가 말했다.

“지금 여기 창립자 론 프리저브의 사진이 있고, 그 아래 스티브 프리저브의 사진이 있죠. 외모나 연령대로 봐서는 손자 쯤 되는 것 같습니다. 스티브 프리저브는 아까 저희가 들렀던 오두막집에서 방고리님이 찾았던 그 사진 기억하죠? 바로 그 주인공이요.”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좁은 관리사무소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현수의 얼굴이 무척 크게 잡혔다.

하지만 그것이 더 긴박감을 더해주었다.

“여기 지도가 있어요.”

방고리가 한쪽 벽에 걸린 커다란 액자를 가리켰다.

일행들이 다가가 지도를 보았다.

창고 건물과 설비 건물. 그리고 본관이 있었다.

본관에는 치료실과 상담실, 입원실들이 모두 집결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 높이도 지상 5층에 지하 1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당시 병원 건물로는 상당히 큰 규모가 아닐 수 없었다.

옆에서 지도의 각 지점에는 영어로 메모가 되어 있었다.

그걸 보던 제이슨이 말했다.

“여기 전기시설은 자가발전이었나 봐요.”

“정말요?”

“네. 메모 보니까 전기가 약해질 경우 자가발전기의 연료를 확인하라는 메모가 적혀 있어요.”

“자가발전이면, 지금도 구동이 되지 않을까요?”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 같긴 한데. 일단 한 번 이동해보죠. 전기가 들어와 주면 수색하는 데에 훨씬 유리할 테니까.”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넘어가자고요.”

현수가 대문 안쪽 출입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브렛은 기다렸다는 듯 현관문을 돌려보았다.

역시나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현수를 슥 한 번 돌아보더니 아까처럼, 개머리판으로 반대쪽 유리창을 깨버렸다.

와장창-

유리조각이 쏟아졌다.

그는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현수는 한 마디 하려다가 꾹 참고 일행들과 함께 깨진 창문을 건넜다.

* * *

론 프리저브 정신병원의 앞마당은 겉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광대했다.

중앙에는 굉장히 화려한 분수대가 자리하고 있었고, 정원사가 신경 써서 다듬었을 정원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곳곳에는 앤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조각품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갈림길마다 작게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엄청나게 크네요. 이렇게 큰 데에서 촬영하기는 또 처음인데.”

현수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일행들 모두 신기한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

“이쪽 방향이 설비동이네요. 이야기 된 대로 먼저 설비동부터 가보겠습니다.”

현수는 옆으로 난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길 곳곳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등이 세워져 있었다.

이 중 몇 개나 작동이 될지는 모르지만 켜진다면 꽤 멋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낼 것 같았다.

‘정신병원 앞마당’만 아니라면 테마파크에 온 분위기도 낼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왜 정신병원은 공포의 공간? 공포스러운 느낌으로 자리 잡게 된 걸까요?”

오디오가 살짝 비자 화진이 물었다.

“음. 그거에 대해서 따로 검색을 해보지는 않았는데요. 생각을 해봤을 때 약간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 아닐까요?”

“인식이요?”

“옛날 사람들은 장애가 있거나 정신 관련된 병이 생기면 터부시하고 또 환자를 악마에 쓰였다고 치부하기도 했잖아요.”

“아. 네, 그런 이야기 들어봤어요.”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을 생각하면 확실히 그런 오해를 했을 법 하기는 해요. 신체적인 장애야 둘째치고라도 정신적인 장애는- 보면 분노조절장애라든가 해리성 성격 장애, 경계선 성격 장애 등등.”

“아아.”

“가령 예를 들어서 다중인격이라고 쳐봐요. 당사자는 정말 힘들겠지만 의학 지식이 없는 옛날 사람들이 보기엔 어때 보였겠어요. 안에 악마가 들었다고 생각할 법도 하죠.”

“아하. 그래서.”

“물론 제 추측이에요. 그리고 워낙 폐쇄적이잖아요. 이렇게 갇혀 있는 이미지가 강하니까.”

현수는 높게 쳐진 담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화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건 약간은 음모론이고 약간은 실제로 밝혀진 사실이기도 한데. 근대 이후로 현대에 들어서면서 정신병원에서 인체 실험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가 있죠.”

“인체 실험이요?”

“네.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의 의학적 탐닉 때문에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가 있다고 들었어요.”

“왜, 왜 그런 거죠? 정신질환에 대한 개념이 어느 정도는 정립되기 시작했을 때 아닌가요?”

“불법 실험을 해도 증거가 없잖아요.”

“네?”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의 증언을 믿어줄 경찰, 판사는 많지 않을 테니까요.”

“아.”

“물론 이것도 제 추측입니다.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

현수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순간 그는 위즈소카 수용소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수용소 내에서 간수와 포로들 사이에서 벌어진 불법 실험과 학살. 그리고 복수.

이곳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했던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가 설비동이네요.”

제이슨이 앞을 가리켰다.

시커먼 어둠 속에서 건물의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 되게 높네요.”

건물의 모습이 드러나자 이 설비동 건물이 본관보다 높다는 걸을 알 수 있었다.

꼭대기에는 시계탑이 있었고, 시계탑 지붕 위로 전파 송수신용 안테나가 달려 있었다.

현수 일행은 건물을 올려다보며 손전등으로 이곳저곳을 비춰보았다.

붉은 벽돌로 높게 지어진 건물은 본관에 비해선 다소 허름한 느낌이었다.

지을 때 ‘미’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모양이었다.

“또 잠긴 건가?”

방고리가 설비동 앞 정문을 비췄다.

이곳 역시 자물쇠가 굳게 걸려 있었다.

“제가 한 번 확인해 볼게요.”

혹시나 여기 자물쇠는 딸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화진이 앞장서서 설비동 정문으로 향했다.

그 순간이었다.

쿵-

위에서 무언가 화진 앞에 떨어졌다.

“꺄악!”

화진이 놀라 뒤로 넘어졌다.

“뭐, 뭐야!”

일행 모두 소스라치게 놀라며 화진을 챙겼다.

내내 당당하던 브렛도 놀랐는지 총구를 들어 위를 겨누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였어요?”

하날하날이 발을 동동 구르며 물었다.

현수가 화진을 부축하며 떨어진 것을 비춰보았다.

그러자 잘린 곰의 머리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 위에서 던진 것 같았다.

“누가 이런 짓을! X발!”

방고리가 욕을 중얼거렸다.

“잠깐.”

현수가 곰의 머리를 유심히 보았다.

턱에 총상이 나 있고 정수리 부분이 크게 뚫려 있었다.

“이거, 우리가 오면서 잡았던 곰 아니에요?”

현수가 묻자 브렛이 총구로 곰의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 보았다.

여러 각도에서 확인한 브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잡은 놈이 맞는 것 같아요.”

그의 대답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분명 곰을 잡고 오는 동안 누구도 마주치지 않았는데 그 곰의 머리가 먼저 이곳에 와있는 것이었다.

“이,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예요?”

하날하날이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그녀가 가장 크게 놀란 모양이었다.

그 사이 브렛은 잘린 단면을 확인해 보았다.

깔끔하게 잘린 것이 아닌, 여러 자상과 창상이 지저분하게 나있었다.

이건 칼로 썬 것이 아니라 도끼로 여러 번 내리쳐서 자른 것이라는 의미였다.

“도끼. 도끼질이에요.”

브렛의 말에 현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오두막에서 발견했던 ‘빈 도끼’를 떠오른 것이었다.

박효종이든 누구든 도끼를 가져갔던 사람이 이 짓을 했다는 이야기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그냥 나가면 안 돼요?”

하날하날이 물었다.

현수는 하날하날이 이 촬영에 함께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때 하날하날을 따라온 스태프가 불쑥 끼어들었다.

“안 돼요. 안 그래도 지금 구독자랑 조회 수가 안 늘어서 여기 꼭 참여하라고, 과장님이 그러신 거잖아요. 지금 여기서 돌아가면 스코어에 도움이 안 돼요.”

그의 말에 하날하날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나 자신의 편을 들어주었던 매니저 현아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아아.”

정작 하날하날도 스태프의 말에 반박을 못하고 있었다.

그때 제이슨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끼어들었다.

“어차피 지금 돌아가지 못해요. 어떻게 해서든 내일 아침까지는 버텨야 해요. 이 밤에 저 숲을 다시 돌아가는 건 굉장히 위험해요.”

그가 말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만장일치로 돌아가기로 한다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돌아갈 수 있었다.

진짜 문제.

‘고스트 크루’라고는 하지만 결국 이곳에 모인 모두는 조회 수와 구독자 상승, 자극적인 콘텐츠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여기서 물러선다면 미국 출장까지 온 목적이 아예 상실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또한 라미로브 측과의 관계가 안 좋아지는 것은 물론 자극적인 콘텐츠, 그리고 인지도 상승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 뻔했다.

그러기에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서 만장일치가 나올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돌아가길 바라는 사람들과 팀을 나눌 수도 없었다.

이곳에서 통화가 가능한 위성전화기는 오직 한 대.

팀을 나눴다가 자칫 이 거대한 숲과 거대한 폐 정신병원에서 미아가 되거나 위험에 빠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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