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40화 (140/227)

제140화

# 퇴마 의뢰 (1)

허름한 담벼락이 쭉 이어져 있는 시골길.

양쪽으로 잡초들이 늘어서 있는 시멘트 길 가운데 현아가 기절해 있었다.

그 옆으로 현수와 세정, 화진이, 그 뒤로 현아의 부모가 서있었다.

그리고 현수 앞에는 밀짚인형이 불타 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갑자기 불에 태울 생각을 다 했대?”

수정이 현수의 옆에서 물었다.

“사람이 죽으면 유품들을 태우고 하잖아요. 그냥 문득 그 생각이 들었어요. 워낙 상황이 급박하다보니.”

현수가 수정과 현아 부모를 번갈아보며 대답했다.

“혀, 혀, 현아야!”

중년 부부가 현아에게 달려가 몸을 추슬러 주었다.

그러자 현아는 조금씩 정신이 드는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기적적이게도 얼굴에 맴돌고 있던 회색빛이 사라져 있었다.

- 와. 얼굴빛이 돌아왔어.

- 진짜 신기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퇴마를 하긴 하나 봐.ㅋㅋㅋㅋㅋㅋㅋ

- 신기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10000원 파워챗

- 찐 퇴마 인증.

- 5000원 파워챗

- 수고하셨어요!

- 와 멋있닼ㅋㅋㅋ

- ㄹㅇㅋㅋㅋㅋ

- 신기하다.

- 어지간한 무당들이 난리치는 것보다 훨씬 낫다.

- 저렇게 실시간으로 낯빛이 바뀌는 건 영화에서만 봤음.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심령카메라로 귀신과 악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슈가 되었던 것보다 사람의 낯빛이 순식간에 변하는 것이 더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방송에서 실시간으로 얼굴색이 변하는 건 조작하기 정말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해서 현수 방송의 조작 의심은 또 한 층 꺾여 들어갔다.

* * *

중요한 건 이때부터 현수 방송의 성격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는 특정 지역을 선정해 그곳의 귀신, 혹은 악귀를 찾아내고 필요하면 퇴마를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부마자 현아의 퇴마가 생방송으로 송출되자 현수에게 수많은 의뢰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엄마를 때리는 아빠가 악마에 쓰인 것 같아요. 퇴마해주세요.

캡틴님. 퇴마 의뢰합니다.

학교에 저 괴롭히는 승선이 좀 퇴마해 주세요.

.

.

.

댓글과 고글 메일로 엄청나게 많은 의뢰가 들어왔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는 것에 더해 의뢰가 들어온 퇴마를 하러 가는 콘텐츠까지 추가가 된 것이었다.

하지만 방송의 시청 연령대가 초등학생이나 10대까지 있는 만큼 말도 안 되는 의뢰도 많이 들어왔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악마나 마귀로 몰며 퇴마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현수와 세정에게 있어서는 이런 의뢰를 걸러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현수는 한 가지 조치를 취했다.

공식적으로 퇴마 의뢰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G메일을 하나 개설한 뒤 퇴마 의뢰를 받기 시작했다.

대신 몇 가지 항목을 내걸었다.

1. 퇴마 의뢰는 아래 양식에 맞춰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이름 :

연락처 :

의뢰 내용 :

2. 퇴마 콘텐츠 촬영 대상으로 선정이 될 경우 얼굴 및 실명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단, 연락처 및 주소는 철저히 비공개 처리) 3. 퇴마 비용은 일절 받지 않으나 영상에 대한 수익은 전적으로 캡틴 퇴마 채널에서 수렴합니다.

4. 퇴마를 진행하며 발생되는 법적 분쟁에 대해서는 의뢰인이 전적으로 책임을 집니다. (단, 캡틴 퇴마 채널 관계자의 잘못이 명백한 경우 예외) 5. 의뢰 메일을 보내주는 것 자체는 위 사항들에 대해 모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6. 위 항목들에 대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퇴마 콘텐츠 촬영은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 항목들을 걸어두고 있자 장난식으로 의뢰 메일을 보내는 케이스는 대폭 줄어들었다.

또한 신분을 밝혀야 할 수도 있는 만큼 개인적인 감정으로 퇴마 의뢰를 하려는 사람들의 수도 줄일 수 있었다.

결국 자신의 신분 노출을 감수하더라도 퇴마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메일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현수는 화진과 함께 캠핑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흉가 체험, 그리고 퇴마 의뢰를 동시에 촬영했다.

그만큼 현수의 일상은 더욱 바빠졌다.

하지만 수익면에서는 엄청나게 큰 이익이었다.

누군가의 사연을 듣고, 현장에 가서, 퇴마를 하는 흐름이었다.

이건 약간 비슷한 흐름으로 계속 흘러가던 공포 콘텐츠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다.

* * *

운전하고 있는 현수.

조수석에 앉은 세정.

뒷좌석에 앉은 화진과 수정.

조수석에 앉은 세정이 카메라를 켰다.

그러자 바로 생방송이 시작이 되었다.

운전하고 있는 현수의 옆모습이 생방송에 송출되면서 현장감이 더해졌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현수가 운전을 하며 인사를 했다.

- 오늘은 어디 가용????

- 오늘 퇴마 의뢰 하러 가는 날 아님???

- 맞음.

- 새 콘텐츠 1화임.

- 굳굳굳굳굳

- 1화 개꿀ㅋㅋㅋㅋㅋㅋㅋ

세정은 채팅창을 확인하며 계속 진행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오늘은 의뢰를 받아서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는데요. 사연 읽어주시죠.”

현수가 엄지로 뒷좌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세정의 카메라가 뒷좌석의 화진에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너도캠핑 조화진입니다. 사연 읽어드리겠습니다.”

화진이 핸드폰을 들어 사연을 읽기 시작했다.

이름 : 하성태

연락처 : 010-****-****

의뢰 내용 :

안녕하세요. 캡틴님.

게임방송 때부터 지켜봐 온 캡처 중 한 명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저희 엄마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

.

.

“이 분의 모친께서 기행을 하기 시작하신 건 반 년 쯤 되셨대요. 모든 음식을 생식으로 드시기 시작하신 건데요. 음. 처음에는 치매 증상이라고 생각해서 병원을 다니셨다네요.”

화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 생식?????

- 고기도 생으로 먹는 건가???

- 으으으으으

- 치매 증상 중 그런 게 있나??

- 규정화 된 증상은 없지 않음? 기억을 못하는 거니까 고기를 익혀 먹어야 한다는 기억이 없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시청자들도 여러 의견을 내밀었다.

“직접 만나 뵙지 않으면 무어라 딱 정해서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화진이 덧붙였다.

“제가 퇴마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이 밑에 있습니다.”

현수가 룸미러로 화진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화진이 조금 더 읽어 내려갔다.

.

.

.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중국어나 일본어를 막 하시기 시작하시더라고요.

생전 외국어라고는 전혀 못하시는 분이었는데 너무 능숙하게 하시니까 무섭더라고요.

통역 어플로 돌려보니까 무슨 과학 이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거더라고요.

통역이 돼도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퇴마가 필요한 상황 맞죠?

끝까지 읽은 화진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외국어를 갑자기 능숙하게 구사하는 건 귀신에 쓰여서 그럴 가능성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직접 찾아뵙기로 한 겁니다.”

현수가 말했다.

- 오. 재밌겠닼ㅋㅋㅋㅋㅋㅋㅋ

- 우리야 재밌지, 그쪽은 얼마나 속 터지는 일이겠음.

사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 시청자들도 한층 더 몰입이 되는 듯했다.

그 사이, 의뢰인이 있는 동네까지 접근한 현수는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며 주차를 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자 의뢰인인 하성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일행과 하성태가 인사를 나누었다.

간단한 인터뷰 후, 하성태의 안내를 받아 집으로 향했다.

하성태의 집은 평범한 단독주택이었다.

초록색으로 페인팅 된 허름한 대문을 지나자 작은 마당이 나왔다.

마당에는 오래된 장독대와 빈 화분들이 놓여 있었다.

전형적인 시골 마당의 느낌이었다.

그곳을 지나 현관문 앞에 서자 하성태는 긴장한 듯 심호흡을 했다.

잘각 잘각 잘각

현관문에는 여러 개의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다.

“엄마가 자꾸 밖에 나가려고 하셔서 밖에서만 자물쇠를 많이 달아놨어요.”

하성태는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든 잠금장치가 풀리기를 기다렸다.

달각

이내 문이 열리고 낯선 집 냄새가 확 풍겼다.

그리고 바닥에 널린 음식들을 보았다.

냉동실에서 꺼낸 듯한 생선부터 과자와 라면, 밥이 거실과 부엌 바닥 곳곳에 널려 있었다.

“엄마. 저 왔어요.”

하성태가 앞장서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수는 카메라에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안으로 이동했다.

우걱 우걱 우걱

부엌에 접근하자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하성태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부엌 쪽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계시네요.”

하성태의 두 어깨가 축 늘어졌다.

기운이 빠지는 모양이었다.

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부엌 앞에 섰다.

그리고 이어 화진과 세정이 현수의 뒤에 섰다.

그러자 보인 광경은 상당히 끔찍했다.

하성태의 모친이 열린 냉장고 앞에 앉아 생고기를 씹어 먹고 있는 것이었다.

“아.”

현수와 화진은 모친의 몸 주변에 회색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있는 걸 보았다.

세정의 앞에 거치되어 있는 심령카메라도 회색을 포착해냈다.

- 악귀다.

- 바로 보이네.

- 악귀 포착했네요.

시청자들에게도 악귀의 모습이 보인 것이다.

현수가 솔트샷건을 장전한 후 밀짚인형을 꺼냈다.

밀짚인형에 붙은 부적에 모친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너희들 뭐야!”

모친이 소리쳤다.

“그 안에서 어서 나오시지.”

현수가 솔트샷건을 겨누며 말했다.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네. 나가긴 뭘 나가!”

모친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팡!

현수가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소금뭉치가 앞으로 쭉 뻗어나갔다.

촤아아아악

모친은 스프링처럼 몸을 날려 피했다.

그러고는 커다란 베란다 창문을 향해 달렸다.

여차하면 몸으로 창문을 깨고 나갈 심산인 듯했다.

현수는 이를 악물고 창문 옆쪽에 스프링텐션 수류탄을 던졌다.

빠각-

베란다 창틀에 수류탄이 맞으며 팥가루가 확 퍼졌다.

동시에 모친 역시 옆으로 쭉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와장창-

벽에 걸려 있던 액자들이 쏟아졌다.

꽈당-

모친은 유리 파편과 쓰러진 가구들에 뒤엉켜 쓰러졌다.

현수는 모친을 무릎으로 짓누르며 밀짚인형을 들이밀었다.

“私から離れて! 坏人!”

모친은 일본어와 중국어로 마구 소리쳤다.

빠악-

그때 바닥에 떨어져 있던 냉동고등어를 집어 든 모친이 현수의 머리를 후려쳤다.

“으악!”

현수가 옆으로 쓰러지자 모친이 벌떡 일어났다.

쿡!

그때 화진의 부적 봉이 모친의 복부를 찔렀다.

“키야아아악!”

모친이 괴로운 듯 비명을 질렀다.

덜컹 덜컹 덜컹

집에 있는 모든 찬장 문이 요란하게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그 사이 현수가 다시 일어나 모친의 몸을 벽으로 밀었다.

우당탕탕-

장식장이 부서지며 수석과 장식품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모친은 더욱 격렬하게 몸부림을 쳤다.

그럴 때마다 집안 가구들은 하나둘 더 부서져 나갔다.

현수는 부적을 모친의 머리에 붙였다.

“꺼거거걱!”

그러자 모친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입에서 거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안에서 나와라! 어? 그만 좀 나와라!”

현수가 이를 악물고 부적을 더 붙였다.

그러고는 밀짚인형을 그녀의 머리맡에 두었다.

쩌어어어어억

입에 잔뜩 물린 거품 사이에서 검은 액체가 뽀글뽀글 올라오기 시작했다.

순간 현아를 떠올린 현수는 그때처럼 손에 부적을 감은 뒤 모친의 입속에 손을 넣어 검은 액체를 뽑아냈다.

쩌어어어억-

그러자 마치 치즈조각처럼, 검은 무언가가 쭉 늘어지듯 올라왔다.

그 모습은 하성태도 심령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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