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39화 (139/227)
  • 제139화

    # 구마와 부마 (2)

    [수재 슈퍼마켓]

    현수와 화진은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고 있었다.

    그 사이 세정은 슈퍼마켓 사장 부부와 촬영에 대해 허가를 받고 있었다.

    몇 분 뒤, 촬영 허락을 맡은 세정이 밖으로 나왔다.

    “촬영해도 된다고 합니다.”

    세정의 말에 현수와 화진이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네. 지금 나와 있는 곳은 한평화 신부님이 말씀하신 슈퍼마켓인데요. 이곳 사장님의 따님께서 구마의식을 받으셨다는 거죠?”

    “네, 맞습니다.”

    현수와 화진이 서로 멘트를 주고받으며 슈퍼마켓을 가리켰다.

    전형적인 시골의 슈퍼마켓 분위기였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고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부마자 현아의 부모님인 중년 부부가 현수와 화진을 보자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인터넷 방송 문화가 무척 생소한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너도캠핑 조화진입니다.”

    “여기 따님이신 ‘이현아’ 양이 한평화 신부님께 구마의식을 받은 그 학생 맞죠?”

    현수와 화진이 번갈아 물었다.

    “네, 네.”

    부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평화 신부님께서 촬영을 허락해 주셨다는 것도 들으셨죠?”

    “네. 들었습니다. 신부님께서 허가하신 거면 저희도 응해야죠.”

    중년 여성이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대답했다.

    현수는 새삼 한평화 신부부터 만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지금 따님은 어디 계십니까?”

    “학교 갔다 와서 지금 방에 있을 거예요.”

    중년 여성이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슈퍼마켓 뒷문으로 나갔다.

    그러자 작은 마당이 드러났고, 시골 주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 풍족하진 않지만 가난한 집안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단히 말씀해주시겠어요?”

    “음. 구마의식을 받기 한 달 전쯤인가. 그때부터 우리 애가 이상해지더라고요. 십자가를 다 거꾸로 매달아 놓지 않나, 이상한 말을 하지 않나. 심지어는 하루 종일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더라고요.”

    “네, 네.”

    한평화 신부가 했던 이야기와 상통하는 것이었다.

    그 사이, 일행이 마당 한가운데 서자 중년 여성이 말했다.

    “현아야. 손님 오셨다.”

    그녀의 말에 ‘현아’라는 아이가 방문을 열었다.

    “어? 박현수?”

    현아는 현수를 보자마자 바로 알아본 모양이었다.

    “캡틴 퇴마 박현수 맞죠! 저 캡처에요! 캡처!”

    현아는 맨발로 마당으로 뛰어나왔다.

    “아, 안녕하세요.”

    예상치 못한 격한 반응에 현수가 머리를 긁적였다.

    “생방 알림 떴는데 숙제 때문에 안 보고 있었더니. 우리 동네 촬영 중이었던 거예요? 우와. 대박.”

    현아는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네, 네. 한평화 신부님 인터뷰 하고 여기 방문했어요.”

    현수의 말에 현아는 씩 미소를 지었다.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비쩍 마른 것이 마치 해골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낯빛이 약간 회색이었다.

    ‘팔에 난 자상.’

    자해를 한 건지 팔에는 손톱과 칼자국이 나 있었다.

    “저 싸인 하나만 해주시면 안 돼요? 아니! 두 장! 두 장!”

    하지만 현아는 무척 밝아 보였다.

    “얼마든지 해줄게요.”

    현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꺄악! 감사합니다!”

    현아가 제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이제 아프지 않아요?”

    화진이 조심스레 물었다.

    “네. 신부님께서 잘 해주셔서 하나도 안 아파요.”

    현아는 두 팔을 크게 휘저으며 대답했다.

    문득, 현수는 이상한 것을 느꼈다.

    물론 10대 소녀고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기는 하지만 하는 행동이나 말투가 초등학생 같은 느낌이었다.

    위화감.

    괜스레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이 집을 포함해 소녀에게서 귀신의 기운도, 악귀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현수가 화진을 보았다.

    세정도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심령카메라로 집을 슥 둘러보았다.

    하지만 심령카메라에도 특별한 건 잡히지 않았다.

    “숨었어.”

    그때 수정이 현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현수는 이곳에 있는 부부나 현아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수정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전에 본 적 있지? 사람 몸속 깊숙이 숨었어. 악귀가.”

    수정이 다시 한번 말했다.

    현수는 현아를 뚫어져라 보았다.

    “왜요? 옆에서 귀신이 뭐라고 해요?”

    현아가 해맑게 물었다.

    순간 현수와 화진, 수정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악귀나 귀신에 쓰인 사람이라면 수정을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전에 방송 보니까 캡틴님 옆에 귀신 하나 딱 달라붙어 다닌다고 하셨어서.”

    현아가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현수가 방송에서 수정의 이야기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만약 저 아이가 수정을 볼 수 있다면 악귀에 쓰인 게 맞다.’

    수정은 둘을 가만히 지켜보다 손을 번쩍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현아의 눈동자가 순간 ‘움찔’한 것이었다.

    분명 수정을 눈으로 보는 것이 분명했다.

    철컥

    현수는 품에서 솔트샷건을 꺼내 바로 현아에게 쏘았다.

    팡!

    강한 공기압과 함께 소금이 앞으로 확 뿜어졌다.

    촤악

    소금에 맞은 현아가 뒤로 쭉 날아갔다.

    그저 소금일 뿐인데도, 10대 소녀의 몸이 뒤로 밀려난 것이었다.

    악귀가 몸 안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현아야!”

    중년 부부가 소리쳤다.

    “신부님의 구마의식을 피해 몸속 깊숙이 숨었구나.”

    현수가 솔트샷건의 펌프를 당기며 말했다.

    “키힛. 역시 눈치가 빠르네.”

    현아의 눈이 붉게 충혈 되기 시작하며 괴상한 음성으로 말했다.

    마치 세 명의 목소리가 뒤엉켜 있는 듯한 소리였다.

    “키히히힛!”

    현아는 마치 짐승처럼 네 발로 일어서고는 고개를 기괴하게 비틀었다.

    “저, 저, 저 눈이었어요!”

    중년 부부가 소리쳤다.

    “키힛!”

    현아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기괴하게 웃더니 앞으로 확 튀어나갔다.

    “꺅!”

    갑작스런 돌진에 화진과 중년 부부가 옆으로 물러섰다.

    파바바바밧

    현아는 네 발로 튀어 슈퍼마켓으로 들어갔다.

    와장창- 쿠당탕-

    그러고는 슈퍼마켓의 온갖 집기들을 몸으로 부수며 출구로 도망갔다.

    “놓치면 안 돼요!”

    현수가 따라 나가며 소리쳤다.

    이어 화진과 세정도 아수라장이 된 슈퍼마켓을 지나 현아의 뒤를 쫓았다.

    *

    - 대낮에 추격씬.

    - 낮도 쫄깃하네.

    - 방금 뭐예요? 저 애가 악귀??

    - 저 애가 악귀인 것 같아요.

    - 악마가 애 안에 들어있음. 구마의식을 받아서 해결이 된 줄 알았는데 악마가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나 봄.

    - 헐 대박.

    - 낮에 방송 켠 거 보면 이렇게 될 건 예상 못한 거 같은뎈ㅋㅋㅋㅋ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동시에 시청자 수도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5천 명에서 1만 명 내외던 시청자가 3만 명 이상으로 올라간 것이었다.

    “저기!”

    슈퍼마켓 앞으로 나온 화진이 한 쪽 시골길을 가리켰다.

    네 발로 뛰고 있는 현아의 뒷모습이 보였다.

    “쫓아가요!”

    현수와 화진, 세정이 현아의 뒤를 쫓았다.

    그 순간이었다.

    정면으로 용달차가 접근했다.

    그러자 현아는 풀쩍 뛰어 머리로 앞 유리창을 깨버렸다.

    콰창-

    현아는 얼굴에 차창 조각이 박힌 채 운전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으어어-!”

    운전자가 놀라 후진 기어를 넣었다.

    부우우우우웅

    용달차가 뒤로 확 빠지자 현아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만큼 현수 일행과의 거리는 좁혀졌다.

    현수가 솔트샷건을 연달아 쏘았다.

    그러자 현아는 짐승처럼 현수를 휙 돌아보고는 다시 앞으로 뛰쳐나갔다.

    달리는 속도만으로는 현아를 앞지를 방법이 없었다.

    현수는 뒤에 쫓아오는 화진에게 수신호를 보낸 후 더욱 속도를 올렸다.

    화진은 현수의 싸인을 이해하고는 바로 틀어 골목으로 들어갔다.

    우회해서 현아를 포위하려는 것이었다.

    타닷 타닷- 타다다닷

    현아는 담장과 울타리, 슬레이트 지붕을 풀쩍 풀쩍 넘어 다니며 흡사 ‘원숭이’처럼 달려 나갔다.

    파쿠르를 하는 것이 마치 장애물이 없는 것 같았다.

    ‘젠장.’

    현수는 점점 체력이 다 되어 오는 걸 느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현수는 달려가며 스프링 텐션 수류탄을 꺼내 힘껏 던졌다.

    빠각-

    플라스틱 깨지는 소리와 함께 현아 바로 옆에서 팥가루가 터졌다.

    “끼힛!”

    깜짝 놀란 현아가 옆 골목으로 뛰어 들어갔다.

    현수도 골목을 따라 들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뻐어어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현아가 현수의 앞으로 굴러왔다.

    현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현아의 몸을 짓눌렀다.

    “나이스샷! 헉 헉.”

    앞에는 부적 봉을 든 화진이 서있었다.

    우회로로 현아가 갈 길목에 먼저 도착해 있다가 보자마자 제압한 것이었다.

    현수는 가방에서 밀짚인형을 꺼낸 뒤 부적을 붙였다.

    그러고는 현아의 몸에도 부적을 떡 붙였다.

    “키야아아아아악!”

    현아는 목이 쉬어 터질 것처럼 괴상한 비명을 질러댔다.

    동시에 입 안에서 검은 액체가 부글거리며 차오르기 시작했다.

    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 광경을 보았다.

    “으.”

    세정도 그 모습을 그대로 촬영하고 있었다.

    일반 카메라로는 그저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소녀의 모습만 보였지만 심령카메라로는 회색 연기에 휩싸인 채 진 회색 액체를 입에서 뿜어내고 있는 악귀의 모습이 담겼다.

    “커걱! 커걱!”

    현아는 괴로운 듯 헛구역질을 했다.

    몸속에 있던 ‘악귀 덩어리’가 뽑혀 나오는 것이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악귀들을 몸에서 뽑아내 봤지만 이렇게 기이하게 반응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꺼거거거걱-”

    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때, 현아의 부모가 이 광경을 보고 달려왔다.

    “현아야!”

    이들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광경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악귀나 귀신을 볼 수 없는 이들에겐 현수가 경련을 일으키는 딸의 몸 위에 올라타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이었다.

    “잠시만요!”

    세정이 심령카메라 화면을 보여주며 부부를 세웠다.

    그러자 달려오던 부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 지금 저게 무슨-”

    부부도 처음 본 악귀의 형체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제 그만 거기서 나오시지!”

    현수가 소리쳤다.

    그러자 현아의 입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던 검은 액체에서 사람의 얼굴 형체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나가면 너한테 들어갈까? 끼히히히힛!”

    악귀가 현수에게 직접 말하는 것이었다.

    다른 악귀들과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들어올 수 있으면 한 번 해보시든가!”

    현수는 무릎으로 현아의 목을 눌러 제압한 채 부적을 꺼내 손에 감았다.

    그러고는 현아의 입에 있는 검은 액체를 한 움큼 쥐어 뽑아냈다.

    촤라라라라락

    그러자 걸쭉하고 검은 덩어리가 현수의 손에 의해 뽑혀 나왔다.

    동시에 경련을 일으키던 현아의 사지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실신한 것이었다.

    그 사이 현수는 검은 덩어리를 밀짚인형 안에 욱여넣었다.

    드드드드드드

    그러자 밀짚인형이 핸드폰 진동처럼 빠르고 격렬하게 떨렸다.

    현수는 손에 감았던 부적을 밀짚인형에 덧붙인 후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그러고는 바로 인형에 불을 질러버렸다.

    화르르르륵

    인형에 불이 붙으며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안에 갇힌 악귀가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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