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33화 (133/227)

제133화

# 운정궁 귀신 (5)

폭발적인 시청자 수.

무려 70만 명에 다다르는 수치.

하지만 세정은 시청자 수를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바로 뒤에 쫓아오는 허태훈을 피해 도망가는 것이 급했기 때문이었다.

대근문을 지나 시작하는 운정궁.

현수 일행은 직도당과 안시문, 안도당, 악수문, 그리고 향로당을 거쳐 마지막 내부 문인 소근문과 천수당만을 남기고 있었다.

이곳만 지나간다면 운정궁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현수 일행은 소근문을 지나 천수당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천수당은 노비들이 머물던 곳으로 확실히 다른 곳보다 허름한 편이었다.

이곳에는 한 많은 귀신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는지 곳곳에 하얀 형체의 귀신들이 보였다.

현수 일행이 천수당에 진입하자마자 이들은 고개를 돌렸다.

‘젠장.’

현수는 귀신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 상황에서 귀신들과 실랑이까지 벌인다면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컸다.

귀신들은 현수 일행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순간, 강한 악귀의 기운을 느꼈는지 귀신들이 입을 쩌억 벌리며 일제히 사라졌다.

허태훈의 기운에 놀라 도망가는 것이었다.

“악귀의 기운이 얼마나 강하면 저런 귀신들까지 내쫓는 거야.”

현수는 인상을 썼다.

*

경찰차에서 내린 경찰 둘이 정차되어 있는 차량에 접근했다.

한 대는 현수의 차량이었고, 한 대는 허름한 관리인의 차량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피투성이의 관리인이 쓰러져 있었다.

경찰이 깜짝 놀라 다가가 경동맥을 확인해 보았다.

이미 맥박은 사라져 있는 상태였다.

“구조 요청해! 지원은 언제 와!”

“지금 오고 있답니다!”

경찰들이 서로를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X발. 허태훈, 이 X새끼. 너 이 분 지켜보고 있어.”

중년 경찰이 짧게 외치고는 대근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선배님! 선배님!”

젊은 경찰이 소리쳤지만 중년 경찰은 멈추지 않고 운정궁 안 깊숙이 들어갔다.

*

다다다

현수 일행이 운정궁의 뒷문으로 나가려 소근문 반대편으로 내달렸다.

어느새 허태훈은 미소를 잃지 않은 표정으로 천수당에 들어왔다.

“그냥 얌전히 있어라. 어?”

허태훈이 버럭 소리쳤다.

현수 일행은 수시로 뒤를 보며 뒷문에 도착했다.

작고 두꺼운 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현수와 화진이 문을 열려고 했지만 밖에서 잠겨 있는지 열리지 않았다.

덜컹 덜컹 덜컹

“제발 열려! 제발!”

화진이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하지만 요란하게 흔들릴 뿐 문은 열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사이 허태훈은 벌써 몇 걸음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나갈 길을 찾아요.”

현수가 짤막하게 말한 뒤 허태훈에게 달려들었다.

화진은 뒷문을 열 방법을 찾느라 이곳저곳을 더듬었고, 세정은 카메라로 현수를 촬영했다.

격렬한 몸싸움의 시작.

허태훈은 과도를 휘둘러댔고, 현수는 주짓수 기술을 걸기 위해 몸을 던졌다.

그만큼 아주 위험한 순간이 계속 연출이 되었다.

현수의 몸 앞으로 과도가 스치고 지나갔다.

현수는 몸을 틀어 피함과 동시에 허태훈을 눕혔다.

꽈당

하지만 허태훈은 굴하지 않고 현수에게 칼을 휘둘렀다.

촤악-

현수의 팔에 자상이 생겼다.

“큭!”

현수가 피를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허태훈은 벌떡 일어나 현수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허태훈이 그 자리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현수가 그를 눕히는 순간 가슴에 부적을 붙였던 것이다.

“이야아아아아아!”

허태훈이 절규하듯 소리치며 제 손으로 부적을 떼어냈다.

현수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제 아무리 강한 악귀라더라도 제 손으로 직접 부적을 뗄 수 있는 망자라니.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소금도, 팥도, 부적도, 잠깐의 시간을 버는 게 다네.”

현수가 중얼거렸다.

허태훈은 씩 미소를 지으면서 바닥에 떨어진 부적을 짓이겼다.

“이딴 거에 당할 것 같느냐.”

허태훈의 음성에는 살기가 잔뜩 어려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꼼짝 마!”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태훈이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돌렸다.

경찰이 허태훈에게 테이저건을 겨누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 허태훈!”

경찰이 도착한 것이었다.

탈출할 길을 찾던 화진과 세정은 반기는 표정으로 경찰을 보았다.

이제 살았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뭐야, 이건.”

하지만 정작 허태훈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상관 말고 꺼지면 다칠 일 없을 거야. 집에 가서 마누라랑 애들 봐야지. 안 그래?”

허태훈이 과도를 장난감처럼 휘두르며 물었다.

“칼 내려! 칼 내려!”

“키득.”

허태훈이 과대를 내려놓지 않자 경찰은 바로 테이저건을 쏘았다.

팟!

파지지지지지지-

전류가 흐르며 허태훈의 몸이 통나무처럼 굳으며 경련을 일으켰다.

이내 뒤로 쓰러지자 경찰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 순간이었다.

푹!

쓰러졌던 허태훈이 다가오던 경찰의 옆구리를 찌른 것이었다.

악귀에 쓰인 허태훈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약간 달랐다.

그 장면은 방송을 통해 그대로 송출이 되었다.

“컥!”

경찰이 옆으로 쓰러지자 허태훈은 몸에 걸려 있던 전기 침을 뽑아냈다.

“이 새끼가.”

그는 쓰러진 경찰을 무릎으로 짓누르며 칼로 계속 찔렀다.

참혹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세정은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 ......??????????

- ?????

- 지금 경찰 찌른 거임???

- 잘 안 보였는데????

- ?????????????????????

- ?????????????

스치듯 보인 장면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이 충격적인 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스윽

허태훈은 피투성이가 되어 천천히 일어났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사람 귀찮게 하네.”

그는 과도에 묻은 피를 날름 핥고는 현수를 보았다.

‘악귀다. 엄청난 악귀다.’

침착하고도 잔혹한 면에서 다른 악귀들과는 그 결이 달랐다.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다른 악귀들과 달리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철저히 계획하고 기다릴 줄 알며, 또 그걸 즐겼다.

한 마디로 극악무도한 면을 모두 갖춘 악귀였다.

“박현수. 이 인간은 너 때문에 죽은 거야. 알아?”

그는 쓰러진 경찰을 발로 툭툭 치며 말했다.

전형적인 ‘악당’들의 대사였다.

자신의 폭력성과 범죄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였다.

“네가 그냥 조용히 잡혀줬으면 이 경찰도 죽었을 리 없잖아. 안 그래?”

동시에 상대의 동의를 구하려고 하는 행위.

가스라이팅의 일종이기도 했다.

“사람들 더 피곤하게 하지 말고 와라.”

피투성이의 허태훈이 현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웨에엥 웨에엥-

삐-뽀- 삐-뽀-

그때 멀리서 경찰차와 구급차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경찰의 지원 병력과 구급대원들이 도착한 것이었다.

허태훈은 입을 씰룩이며 송곳니를 드러내고는 바로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이야압!”

현수가 다시 한 번 태클을 걸었다.

하지만 현수의 공격 패턴을 파악했는지 이번에는 허태훈도 넘어지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등을 과도로 내리 찍으려 하자 화진이 부적 봉을 휘둘렀다.

뻐억

허태훈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봉에 맞는 물리적 충격과 부적에 맞는 영적 충격이 동시에 전해지는 것이었다.

현수는 솔트샷건으로 비틀거리는 허태훈의 얼굴에 방아쇠를 당겼다.

푸핫-

소금이 얼굴에 맞자 허태훈이 얼굴을 감싸며 한 걸음 더 물러섰다.

현수는 배낭에서 밀집인형을 꺼내 부적을 붙인 뒤 던졌다.

키야아아앗-

허태훈의 눈과 코, 입, 귀에서 검은 액체가 수돗물처럼 뿜어져 나오더니 그 안의 악귀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밀짚인형으로 빨려 들어가려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경찰들이 리볼버를 앞세워 들고 천수당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물러서요! 물러서요!”

경찰들이 마구 소리치며 경련하는 허태훈에게 다가가려 했다.

“지금 접근하면 안 돼요!”

현수가 소리쳤다.

하지만 경찰들 눈에는 몸을 바르르 떠는 허태훈만 보일 뿐, 검은 액체나 악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지금 허태훈에게 수갑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물러서라니까요!”

그때 다른 경찰이 불쑥 달려와 현수를 끌어 당겼다.

그들 입장에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한 행위였겠지만 퇴마를 하는 입장에선 방해를 받는 것이었다.

철컥-

또 다른 경찰들이 달려와 허태훈을 뒤집고는 바로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 주변에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과도를 비롯한 주변 집기를 발로 치워 밀다 밀짚인형도 멀리 찼다.

사아아아아아

그의 몸 안에 빠져나오고 있던 악귀가 다시 허태훈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제, 젠장.”

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허태훈과 찰싹 달라붙어 일체가 된 악귀를 제거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물론 이 상황을 두고 경찰을 욕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조치는 너무도 상식적이기 때문이었다.

- 뭐냐 경찰!!!!!!!!!

- 아 발암.

- 뭐하는 거야.

허태훈의 몸에서 악귀가 빠져나가려던 것을 심령카메라로 확인하고 있던 시청자들은 격분하며 경찰들 욕을 했다.

“다들 진정하세요. 저 조치가 당연한 거예요. 상식적인 조치를 하신 거니까 욕하지 마세요.”

현수가 채팅을 보자마자 시청자들을 달래주었다.

그 사이, 허태훈은 경찰들에 이끌려 운정궁 밖으로 나갔다.

그러면서 현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씩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이 무척 소름끼쳤다.

그는 입모양으로 현수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보자. X발새끼야.

소리가 들린 것은 아니지만 그 입모양은 정확했다.

쿵 쿵

이내 그는 현수 일행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 * *

운정궁에서의 촬영된 영상은 약간의 제재조치가 진행되었다.

너무 폭력적인 장면, 혹은 경찰이 당하는 장면은 삭제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생방송으로 촬영된 실황 영상은 비공개 처리를 해야 했다.

대신 너무 폭력적인 장면을 삭제한 풀버전 영상이 추후에 업로드 되었고, 짧은 클립 영상과 쇼츠 영상이 추가로 등록되었다.

이번 촬영은 확실히 역대급 이슈가 되었다.

연쇄 살인범이었던 허태훈을 체포한 촬영이기 때문이었다.

현수는 장소가 공개되면 허태훈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해고등학교 때에도 그랬기 때문.

해외 촬영은 장소를 알아도 그가 움직일 수 없지만 국내는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히 문이 잠겨 있거나 지키는 사람이 있으면 그가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리라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들어와 현수를 위협했다.

실제로 다른 사람을 칼로 찌르고 들어올 것이라고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건 현수가 간과한 부분이었다.

어찌되었든 정말 다행이도 이번 사건에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이 관리인을 발견했을 때엔 맥박이 없는 상태였지만 신속한 응급조치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칼에 맞은 경찰 역시 중상이기는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이 일로 인해 현수에 대한 여론은 둘로 갈렸다.

‘귀신탐정’, ‘퇴마탐정’이라는 닉네임답게 활동을 잘하고 있다는 의견과, 무리하게 위험한 일을 벌여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의견이었다.

이런 여론에 대해 현수는 즉각 반응은 피하고 있었다.

그저 평소와 같이 방송을 진행해 나갈 뿐이었다.

현재 구독자 수는 160만 명.

허태훈 체포 이후 또 10만 명이 늘어난 것이었다.

이걸로 고스트 크루 중에서도 압도적인 구독자 수를 보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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