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30화 (130/227)

제130화

# 운정군 귀신 (2)

토요일 저녁.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운정궁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현수와 화진, 세정, 수정은 서로 ‘회의’를 진행했다.

“저기 사진이 고글 어스에 위성사진으로도 나오더라고요.”

화진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여주었다.

“우와. 되게 크네요?”

현수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총 네 개의 건물과 네 개의 문이 있어요.”

화진은 인터넷의 정보를 바탕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가장 큰 문인 ‘대근문’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직도당’이라는 건물이 있었다.

이 건물은 운정궁 안에서도 공적인 업무를 보던 곳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당시 이 근처 관아의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옆으로 ‘안시문’을 지나면 ‘안도당’이 있었다.

이곳은 가장 운정궁에서도 가장 큰 건물로 거주자들이 실생활을 하던 곳이었다.

그리고 또 그 옆으로 ‘악수문’을 지나면 ‘향로당’이 있었다.

이곳은 외부인들, 혹은 거주자들의 행사나 연회가 있을 때 쓰였던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소근문’을 지나 ‘천수당’이 있었다.

이곳은 노비나 마부들이 머물던 곳이었다.

이야기를 듣던 세정이 말했다.

“그쪽 관리실 쪽에는 연락해뒀어요. 촬영을 흔쾌히 허락을 해주더라고요.”

세정의 말에 수정이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뭐. 박현수 일하러 가는 걸 허락 받은 거니까 길게 할 말은 없다만, 이거 방송 나가면 저기 사람들 몰려가는 거 아니야? 유적 관리를 특이하게 하네.”

그녀의 말에 세정이 대답했다.

“아. 그거에 대해서도 물어보니까 그쪽에서는 여기를 많이 알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역사적 가치가 충분한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다고요. 어차피 사유지라 출입은 통제될 텐데요, 뭐.”

“그래?”

수정은 더 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돌렸다.

“오. 저기네요.”

운전을 하던 현수가 앞을 가리켰다.

드문드문 가로등이 쭉 늘어선 시골길 옆에 나무로 이정표가 걸려 있었다.

현수의 차는 이정표를 지나 어두운 산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몇 십 분을 더 안으로 들어가자 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 되어 보이는 펜스에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경고]

이곳을 사유지이므로 무단출입 시 형사 고발조치 됩니다.

페인트로 투박하게 경고문이 쓰여 있었다.

현수는 세정에게 바로 손짓을 했다.

“여기에서부터 촬영하자고요?”

그녀의 질문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10분 후면 이곳 관리인 분이 오시기로 했으니까 지금부터 촬영하죠. 여기 들어오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같이 하고.”

현수가 표지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모두가 바로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잠깐. 그런데 그러면 여기 장소를 공개해야 하는 거잖아요. 허태훈 괜찮아요?”

장비를 챙기던 화진이 멈칫하고 물었다.

“어쩔 수 없죠. 김창수 과장님하고 이야기 나눈 것도 있고.”

현수 입장에서는 부득이하게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연이은 해외출장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외 시청자들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한국적인 퇴마 현장’이 필요했고, 거기에 운정궁이 뽑힌 것이기 때문이었다.

*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너도캠핑 조화진입니다.”

현수와 화진이 출입금지 표지판 앞에 서서 인사를 했다.

세정은 이 둘의 화면이 잘 나오도록 조명을 올렸다.

- 안녕하세요!

- 오늘도 너도캠핑이랑 합방이구나!

- 진짜 둘이 뭐 있나.

- 야방 끝나면 둘이 뭐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캠핑님 만약 억지로 끌려 다니고 있는 거면 다음 방송 때 당근을 흔들어 주세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도 빠르게 유입되었다.

“이곳은 남양주에 있는 ‘운정궁’이라는 곳입니다. 혹시 이곳에 대해 아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현수의 질문에 시청자들은 모른다는 채팅을 연이어 올렸다.

아무래도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곳이기 때문일 것이었다.

심지어 관광지로도 개발되지 않았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는 조선 왕족 중 한 명이 터를 잡고 살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현재 방치되어 있고, 사유지라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어 있고요.”

“그럼 오늘 저희는 여기를 어떻게 촬영하죠?”

“이곳 관리인 분께서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조금 있으면 관리인 분께서 오실 텐데요.”

현수와 화진은 마치 예능프로그램의 MC처럼 능수능란하게 멘트를 주고받았다.

그때 헤드라이트 불빛이 훅 비치더니 차 한 대가 멈춰섰다.

그곳에는 모자를 쓴 노인이 타고 있었다.

노인은 촬영 중인 현수 일행을 보자 차에서 내려 다가왔다.

“박현수 씨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혹시 카메라- 괜찮으신지.”

“네. 상관없습니다.”

몇 마디 말소리와 함께 노인이 앵글 안에 들어왔다.

현수와 화진은 노인과 번갈아 악수를 나눴다.

“어떻게 저희 촬영에 도움을 주실 결정을 하게 됐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현수의 질문에 관리인은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 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캡틴님 진짜 프로 방송인 다 됐닼ㅋㅋㅋㅋㅋㅋ

- 사회 왤캐 잘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색한데 잘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리인의 답변이 끝나자 현수는 바로 진행을 이어갔다.

“관리인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리고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안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여기는 사유지라 절대 오시면 안 됩니다. 저희는 여기 책임자 분 입회하에 들어간다는 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신신당부했다.

“열게요.”

관리인이 펜스에 있는 자물쇠를 열고 문을 열었다.

끼이이잉-

쇳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방송 중에 누군가 또 올 수도 있으니 문을 잠가두시기 바랍니다.”

현수의 말에 관리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유. 그러다 급하게 나가야 하는 상황이면 어떡하려고. 그냥 열어둘게요. 내가 요 앞에 지키고 있을 테니 걱정들 말라고.”

관리인이 말했다.

현수는 덜컥 겁이 났다.

만약 허태훈이 온다면 관리인도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그때 관리인이 품에서 가스총을 꺼내보였다.

“내 걱정은 말더라고.”

“그래도-”

“에헤이. 평생 여길 지키고 있는데 뭐가 그리 걱정이야. 들어가 보라니까.”

관리인이 현수의 등을 떠밀었다.

“가죠.”

화진은 관리인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현수의 옷을 잡아끌었다.

현수와 화진, 세정은 그렇게 운정궁 안으로 들어갔다.

[대근문]

한자로 쓰인 현판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흙으로 된 마당과 디딤돌.

고풍스러운 한옥.

하지만 오랫동안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아 곳곳에 먼지와 흙이 쌓여 있었다.

창호는 부서지고 찢어져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기둥도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갈라져 있는 상태였다.

“이 문이 운정궁에서 가장 큰 문입니다. 여기를 지나 들어가면 직도당이 있습니다. 주로 공적인 일을 많이 했던 곳이래요.”

현수가 마치 관광 가이드처럼 문을 지나며 이곳저곳을 가리켰다.

사아아아아

언제나 그렇듯 한 줄기 한기가 현수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어디에도 귀신, 악귀의 기운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 느꼈죠?”

현수가 화진을 보며 물었다.

화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한기가 느껴졌거든요? 귀신이 근처에 있을 때 느껴지는 바로 그 한기인데요. 지금 어디에도 귀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수가 직도당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세정은 현수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담장과 건물을 촬영했다.

심령카메라에도 아무것도 담기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기운이 느껴진다는 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거죠?”

“네. 맞아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EMF 탐지기를 꺼냈다.

불빛 3개에서 4개.

근처에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였다.

“각 문에 고스트돌을 하나씩 두겠습니다.”

현수는 배낭에서 고스트돌을 꺼내 카메라에 보여준 뒤 대근문 앞에 놓았다.

“만약 귀신이 여길 지나가면 이게 울릴 거예요.”

현수의 말에 화진이 물었다.

“그런데 귀신은 담장이나 벽을 뚫고 움직이지 않나요? 하늘도 날아다니고.”

“네. 그렇기는 한데 우리 조상님들은 집의 대문을 지을 때, 거기로 귀신이 드나든다고 생각을 하셨어요. 혹시 보신 적 있으시려나요. 절 같은데 가면 있는 문에 사천왕.”

“아. 알아요.”

“그뿐만 아니라 문에 처용 그림을 그려놓거나 하는 것들도 다 귀신이 대문을 통해 드나든다고 생각해서였죠.”

“음. 그 풍습은 알겠어요.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인 거죠?”

“귀신은 자신이 살아생전에 했던 버릇을 버리지 못해요. 그런 풍습 속에서 살고 있던 분들의 귀신이라면, 그 분들도 대문으로 드나들겠죠?”

현수가 수정을 보며 말했다.

수정은 괜스레 휘파람을 불며 돌아섰다.

“이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현수가 앞장서 들어가며 말했다.

끼걱- 끼걱-

부서진 창호 문을 피해 안으로 들어가자 나무 부대끼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이 많이 약한 것 같아요. 다들 조심해주세요.”

현수의 말이 끝나자 화진과 세정이 조심스레 발을 디뎠다.

끼거억-

더욱 소리가 크게 들렸다.

현수 일행은 좁은 복도를 걸어갔다.

현수는 새삼 기분이 이상했다.

사극에서나 보던 그런 건물을 이 밤중에 걷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물론 사극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지저분한 상태였지만.

끼이이익

눈에 보이는 문 하나를 열어보았다.

서고로 보이는 방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새하얀 거미줄과 먼지, 그리고 굉장히 오래된 책상만 보였다.

“아마 여기 있던 자료나 서류들은 다 챙겼겠죠.”

현수가 마이크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콰직!

그때 화진이 디뎠던 나무가 부서지며 화진의 발이 쑥 빠졌다.

“어머!”

그녀가 비틀거리자 현수가 재빨리 그녀를 잡아주었다.

“미안해요. 어우.”

화진이 발을 빼고 깨진 바닥을 보았다.

“으헉!”

순간 현수와 화진은 너무 놀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깨진 마룻바닥 아래로 귀신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분명 원래대로라면 흙바닥, 혹은 어두운 그림자만 보여야 했지만 귀신의 얼굴이 또렷이 나타나 있었다.

놀란 둘을 본 세정이 바로 깨진 바닥 아래를 촬영했다.

귀신의 이목구비 중 눈과 코, 입의 절반이 훤히 보였다.

그리고 그건 심령카메라로도 어느 정도 확인이 되는 수준이었다.

“지금 한쪽 눈과 코, 그리고 입 절반 정도가 보이는 귀신이에요. 이 구멍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것처럼요.”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 아. 캡틴님 말 듣고 저거 보니 형체 구분이 된다.

- 2222222222222맞음

- 아아 눈 한쪽

- 문틈으로 눈만 빼꼼 내밀고 보는 그런 느낌인가.

- 나 보고 있는 것 같아......

- 카메라 좀 돌려주세요. 극혐이다.

- 또 보여주면 뇌절이다.

르브레 성에서 악귀를 정확히 촬영한 이후, 이제 귀신의 형체가 촬영되면 시청자들은 전보다 더 소름끼쳐 했다.

어쩌면 현수가 퇴마 방송을 시작하며 노렸던 것 중 하나일 것이었다.

“쪼, 쫓아내야 하나?”

화진이 중얼거리자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아직도 우리를 지켜보는 수준인 것 같아요. 악귀도 아닌 것 같고요.”

그 순간이었다.

끼히히히힛-

고스트돌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또 다른 귀신이 대근문을 통과한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