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29화 (129/227)

제129화

# 운정궁 귀신 (1)

다급하게 비상계단으로 돌아온 일행은 다시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조금만 올라가면 관이 있었던 그 격실에 도착할 것이었다.

“어?”

맨 앞에 있던 현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앞을 두드렸다.

분명 현수 일행이 지나갔던 틈이 막혀 있는 것이었다.

“왜요?”

뒤에서 화진이 물었다.

“막혀 있어요.”

현수가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화진이 성큼 앞으로 달려와 앞의 벽을 만져보았다.

격실에 놓여 있던 관과 같은 재질이었다.

화진은 눈을 크게 뜨고 현수를 보았다.

“이거. 관이에요.”

“그 혼자 움직이던 관이요?”

화진의 말에 방고리가 놀라 물었다.

“어떻게든 길을 터야죠.”

현수가 체중을 실어 관을 밀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그때 계단 아래쪽에서 시큼하고 불쾌한 냄새와 함께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현수는 악귀가 금방 쫓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힘을 주었다.

“큭.”

방고리도 앞으로 다가와 현수와 함께 관을 밀었다.

모두가 함께 도와주면 좋았겠지만 성인 한 명도 가까스로 서 있는 좁은 계단이라 힘을 모을 수 없었다.

구릉-

그때 관이 살짝 밀려났다.

“지금이에요!”

현수가 소리쳤다.

그러자 방고리가 기합을 내지르며 온 힘을 다했다.

구르르르르-

관이 밀려나더니 이내 격실의 풍경이 나타났다.

현수 일행은 바로 격실로 뛰어 올라왔다.

이내 일행은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격실 내에 있던 관들의 위치가 또 한 번 바뀌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관 속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해골이 격실 출입문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마치 실로 연결한 것처럼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현수는 하얀 형체가 해골의 어깨를 붙잡아 세우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심령카메라도 그 모습을 어렴풋이 포착해냈다.

- 저거 실화냐고......

- 실화입니다...생방입니다...

- 저기 어디에요???

- 프랑스 르브레 성이래요.

악귀가 촬영된 후, 시청자들도 전체적으로 심령카메라의 성능을 믿는 분위기였다.

현수는 악귀가 아닌 귀신이었지만 바로 솔트샷건을 쏘았다.

그러자 하얀 형체가 사라지며 해골이 바닥에 툭 쓰러졌다.

“나가요!”

현수가 말하자 일행들이 곧장 격실 출입문으로 나갔다.

그러자 더욱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지하 무덤에 가득하던 해골들이 모두 일어나 서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공간은 하얀 연기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 시신의 귀신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이었다.

“이거 진짜 유용하게 쓰네.”

현수는 스프링텐션 수류탄을 꺼내 해골들 사이로 굴려 넣었다.

빠각-

플라스틱 깨지는 소리와 함께 팥가루가 실내에 확 들어찼다.

그러자 서있던 해골들이 일제히 쓰러졌다.

현수 일행은 그 틈을 타 들어왔던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

다시 저택 밖으로 달려 나온 현수 일행은 분수대가 있는 앞마당에서 귀신들이 포진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중세시대 백성들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들 모두 슬픈 표정으로 현수 일행을 바라보았다.

“계속 이동해요.”

방고리와 화진이 그들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자 현수가 그들의 옷자락을 붙잡아 당기며 말했다.

그렇게 마무리 된 프랑스 르브레 성에서의 촬영.

다음날.

후기 방송을 위한 추가 촬영이 진행되었다.

이때는 생방송이 아니라 녹화 방송으로 긴급 기획이 되었다.

현수가 구한 고문서의 내용을 추적하고 이걸 프랑스 당국에 기부하는 과정을 담기 위해서였다.

현수가 가져온 고문서는 15세기 무렵 쓰인 것으로 추정이 되었다.

근처에 있던 성당에 방문했던 사람들의 방명록으로 이 일대 주민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건 하나의 살생부로 변질이 되어 버렸다.

마을에 흑사병이 돌면서 르브레 성의 성주인 자비에르는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받았다며 마을 사람들을 성으로 불러 모았다.

혹시나 부름에 불응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성당에서 이 명부를 가져와 방문자들을 체크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그렇게 자비에르는 사탄 숭배 때문에 흑사병에 걸린 것이라며 사람들을 붙잡아 가두고 고문을 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저항하는 사람은 현장에서 직접 죽이기도 했다.

허나 자비에르의 성에서 근무 중인 기사들 역시도 이 마을 출신들이었다.

이들이 쉽게 움직여 주지 않자 자비에르는 이들까지 악마 숭배자라고 몰아붙여 목을 베고 화형을 시켰다.

그렇게 르브레 성 주변은 화염과 연기, 비명이 끊이지 않는 ‘지옥도’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결국 그의 폭력에 견디지 못한 마을 백성들이 소요를 일으켰고 르브레 성을 공격해 그 안에 있던 모든 가문 사람을 죽이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발견된 놀라운 사실.

자비에르 가문의 막내아들도 흑사병에 걸려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비에르 가문의 이기적인 행동에 격분하며 성에 있던 가문 사람들의 초상화를 모두 훼손시키기에 이르렀다.

지하 감옥에 있던 악귀들은 그곳에서 고문을 받다 죽은 마을 사람들.

그리고 1층에서 3층을 오가며 나타났던 흑사병 의사 악귀는 그들을 잡아 죽인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흑사병 의사 악귀는 지하로 쫓아오지 못했고, 지하 감옥의 악귀들은 1층으로 올라오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현수는 그 안에서 발생했던 모든 일들이 이해되었다.

씁슬한 과거가 아닐 수 없었다.

현수와 화진, 방고리는 획득한 고문서를 프랑스 당국에 정중하게 전달했다.

* * *

이렇게 촬영된 영상은 편집이 되어 후기 방송 대신 업로드 되었다.

후기 방송으로 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는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내용은 또 한 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에 숨겨져 있던 역사를 찾아내 세상에 알렸다는 ‘공’을 인정받은 것이었다.

위조스카 수용소에 이어 노로이노무라, 그리고 르브레 성까지.

‘죽은 자’를 통해 숨겨진 역사를 파헤친다는 것 자체에 사람들은 큰 매력을 느꼈다.

영상에서 귀신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결과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던 역사를 찾아내는 것 자체는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한국으로 복귀한 후, 생방송에 대한 요약 편집 영상과 쇼츠 영상들까지 업로드 되자 조회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수가 예상했듯, 다른 문화의 퇴마 장면이 단기적으로는 신선하고 재밌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요약 편집 영상이 더욱 주목 받는 것이었다.

물론 요약 편집 영상과 쇼츠 영상에는 프랑스와 스페인, 영어, 일본어 자막이 추가되어 업로드가 되었기 때문에 더 폭발적인 이목을 끈 것도 있었다.

외국인들의 유입량이 기존보다도 10배 이상 많아진 것이었다.

복귀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김창수 과장은 현수와 화진을 바로 호출했다.

현수는 본능적으로 다른 해외 출장을 잡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현수는 다만 한두 달이라도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실에 들어가 앉자마자 김창수 과장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다음 해외 출장을 기획하면 어떨까 싶어서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그의 말에 화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도 맞는데요. 그래도 좀 쉬었다 움직여야지, 너무 연달아 촬영하면 안 좋을 것 같아요. 시청자들도 지루해할 테고.”

현수도 화진의 눈치를 본 뒤 대답했다.

그러자 김창수 과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르브레 성 예상 매출이 자그마치 12억 원이에요. 12억 원. 후원 정산에 광고비 예상 수익까지요. 그것도 너튜브에 줄 수수료 떼고!”

“많긴 많네요.”

라미로브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매출을 더 뽑아내고 싶을 금액이긴 했다.

“시청자들도 바로 다른 해외 분위기의 퇴마를 보고 싶어 할 겁니다.”

“너무 연달아서 하면 금방 소모가 되어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창수 과장의 말에 현수가 바로 반박했다.

“저도 현수님하고 같은 생각이에요. 하나 조회 수가 잘 나온다고 계속 그 콘텐츠만 찍는 건 초보 스트리머나 하는 실수죠. 그걸 아시니까 현수님 채널에도 ‘수요일의 괴담’ 같은 서브 콘텐츠를 편성한 것 아닌가요?”

화진은 현수보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거들었다.

“크흠.”

김창수 과장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외국인 시청자들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 뭔가 조금 더 어필을 한다손 치면- 차라리 우리나라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흉가에 방문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우리나라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흉가요?”

김창수 과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 * *

고스트 크루가 모여 있는 단톡방에 한옥 사진이 올라왔다.

과대와 화진을 제외한 멤버들 모두 궁금하다는 물음표를 띄워 올렸다.

현수는 화진과 함께 이곳에 대한 설명을 쓰기 시작했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운정궁’.

조선 초인 15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이 되고, 태조 이성계와 먼 친척인 ‘황지군 이중진’이 지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후로 이중진의 후손들이 대대로 운정궁을 중심으로 터를 잡고 살았다는 기록이 있었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탔다가 정유재란 이후 복원되었으나 병자호란 때 다시 불타 소실되었다가 철종에 이르러 이중진의 후손이 그곳에 운정궁을 다시 건립을 하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돌았던 모양이었다.

여러 야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조선시대 양반의 옷을 입은 귀신들이 이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단순한 풍문일 수도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일본군들이 이곳을 숙소로 쓰려 했으나 귀신 때문에 실패했다는 기록도 있고,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들이 이곳을 지나던 중 귀신을 보고 혼비백산 해 행군 경로를 바꿨다는 설도 돌았다.

일부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공포체험을 하겠다며 이곳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문제는 방문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살을 했다는 것.

아니면 의문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하지만 이 부분은 확인되지 않은 낭설에 불과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와전이 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한국전쟁 때의 기록 이후, 이곳에 누군가 방문했다는 공식 기록이 전무하기 때문.

심지어 광복 이후부터 관리자에 의해 출입이 통제 되어 있는 사유지였다.

이런 곳에 사람이 들어갔다가 자살, 혹은 사고사가 발생했다면 언론에 보도가 되었을 것이었다.

그저 ‘그렇다더라~’하는 소문만 무성할 따름이었다.

설명을 써 올리자 크루의 답변이 올라왔다.

- 저는 배그 국내 대회 예선전 나가야 해서 방송 일정이 있어욤.

- 저도 합방이 있어요.

방고리와 하날하날이 번갈아가며 답을 올렸다.

그리고 역시나 과대는 답을 하지 않았다.

- 저는 다음에 합류할게요. 아 참. 이번에 우재석 오빠가 현수님하고 방송 하나 같이 했음 좋겠다고 하던데. 이거 촬영 끝나면 연락주세요.

혜련의 답도 올라왔다.

“우와. 우재석하고 방송?”

화진이 현수를 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그때 야담이 미끄러지고 나서 언제 같이 한 번 하자고 하더니. 그 건인가 봐요.”

“우와. 진짜 대단하네요.”

“음. 아무튼 보니까 우리 크루 중에는 같이 갈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화진님 괜찮으시겠어요?”

현수가 화진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화진이 미소를 지었다.

“현수님이야말로 저 없이 괜찮으시겠어요? 이제?”

그녀의 당당함에 현수도 미소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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