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화
# 샹보르 르브레 성 (2)
현재 시청자 381919명.
방송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40만 명에 다다르는 시청자를 모집했다.
프랑스에서 촬영을 해서인지 유럽 지역의 네티즌들의 알고리즘에도 잡힌 것이었다.
폴란드에서 촬영을 할 때보다도 더 많이 잡힌 것이 분명했다.
폴란드보다 프랑스 근처에 너튜브 이용자들이 훨씬 많기 때문일 것이었다.
“저 해골 뭐야!”
방고리가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시신이 이상한데요?”
화진이 손전등으로 비추며 유심히 보았다.
시신 곳곳에 거뭇거뭇한 것이 마치 곰팡이가 슨 것 같았다.
“오랜 시간 여기 있었으니 어떤 식으로든 변색이 일어났겠죠.”
현수는 나지막이 말했다.
그때 하얀 연기가 주변에 감도는 것을 보았다.
그러고는 성의 저택 현관문으로 슥 날아갔다.
심령카메라에도 그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 어어어어 날아간다!!!!
- 날아간다 날아갘ㅋㅋㅋㅋ
- 개신깈ㅋㅋㅋㅋㅋㅋㅋ
- 아직도 조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음???
- 조작 아님ㅋㅋㅋㅋㅋ
- 프랑스에서 저거 조작 어케 함ㅋㅋㅋㅋ
- 하려고 하면 어떻게든 못하겠음?
- 지겹다 분탕질 제발 좀 그만. 캡틴님이 무슨 국제적인 프리패스 스타도 아니고 폴란드 일본 프랑스에서 저런 장면 연출할 기믹을 설치한다고????? 말들이 되는 소리를 좀.
현수는 뒤로 물러서며 일행들에게 저택 현관문 쪽을 가리켰다.
그들 모두 귀신이 그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이동해 보겠습니다.”
현수가 앞장서서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
“이곳도 위즈소카 수용소처럼 끔찍한 일이 자행됐던 걸까요?”
화진이 현수 옆에 와 물었다.
이동 중, 오디오가 비지 않게 하기 위한 그녀의 센스였다.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 같긴 한데 뭔가 느낌이 수용소 때와는 달라요.”
현수가 앞마당과 성 곳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곳곳에 하얀 아지랑이들이 피어나고 있는 것이 확실히 귀신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회색 악귀의 모습은 뚜렷하게 포착 되고 있지 않았다.
그건 그만큼 ‘화가 난 귀신’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 보시듯이 악귀의 ‘색’은 잘 보이지 않죠? 일단 지켜봐야겠지만 그렇게 크게 화가 난 악귀는 없는 것 같습니다.”
현수는 세정의 카메라를 수시로 돌아보며 말했다.
-1000원 파워챗
-그럼 오늘 좀 들 놀라는 건가??
그때 누군가 채팅을 올렸다.
세정이 채팅을 전달해주자 현수가 손사래를 쳤다.
“그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귀신들은 우리를 놀래키려고 의도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그저 그들이 있는 것에 우리가 놀라는 것뿐이지. 아마 점프스케어는 비슷하게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수가 대답해주었다.
그 사이 일행들은 성 주택의 현관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현관문 고리에는 커다란 자물쇠와 쇠사슬이 걸려 있었다.
넝쿨과 녹으로 뒤엉켜 있었지만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었다.
세정의 카메라는 그 자물쇠를 클로즈업 해 보여주었다.
“이 정도면 열쇠가 있어도 못 열겠는데요?”
방고리가 현수를 보며 물었다.
“이곳 관리인과는 어떻게 얘기 된 거예요?”
현수가 세정을 보며 물었다.
“이곳에서 촬영을 해도 되는데 화재를 일으키거나 기물을 파손하지 말라고만 전달받았어요. 잠금장치에 대해서 물어봤을 땐 그런 거 없을 거라고 했는데.”
세정이 대답했다.
현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자물쇠를 들어 보았다.
수 kg은 되는 육중한 무게였다.
“이거 부수려면 몇 시간은 걸리겠는데요. 전기톱이 있지 않는 이상엔.”
화진이 자물쇠를 보며 힙색을 뒤적이다 도구를 꺼내 따려 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자물쇠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굉장히 오래된 모델인데다가 안까지 녹이 슬어 있어서 이런 도구로는 택도 없겠네요.”
화진이 자신의 손에 들린 툴킷을 보여주며 말했다.
“기물을 파손하지 말라고 하니 다른 곳으로 가봐야 할 것 같은데요.”
현수가 뒤로 물러서며 두리번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건물 옆쪽으로 아까 보았던 목 잘린 기사 귀신이 서있었다.
분명 현관문 앞에 있던 귀신과 같은 귀신이었다.
“다들 저기 좀 보시겠어요?”
현수의 말에 일행과 심령카메라 모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헉!”
“뭐야!”
방고리와 화진이 놀라 중얼거렸다.
- 선명하다.
- 뭐지. 키가 큰 거 같은데.
- 흐릿해서 잘 안 보임.
심령카메라로는 하얀 실루엣 정도로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목이 잘려 있는 터라 사람의 형체라고 바로 판단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저쪽으로 가보죠.”
현수가 말했다.
“함정은 아닐까요?”
“그런 느낌은 아니에요.”
현수 일행은 대화를 나누며 그 귀신이 서있는 곳으로 이동해 보았다.
그러자 돌로 된 작은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인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틈 아래로 계단이 보였다.
아래로 내려가는 곳이었다.
현수와 화진, 방고리의 손전등이 계단 아래를 비춰보았다.
뱅글뱅글 원형으로 된 계단인지 각도가 꺾여 보이지 않았다.
“가, 가봐야겠죠?”
방고리가 찝찝하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현수가 EMF 탐지기를 확인해 보았다.
불빛이 3개 정도 깜빡이고 있었다.
심령현상이 없지는 않지만 뚜렷하다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따라가 보죠.”
현수가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일행들 모두 그 뒤를 따랐다.
뚜벅 뚜벅 뚜벅
일행 모두 말없이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주변 풍경을 촬영할 것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막힐 정도로 좁은 복도와 벽, 낮은 천장, 앞 사람의 등만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더욱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없던 폐소공포증까지 생기겠어요.”
방고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때, 맨 앞에 있던 현수는 공기가 약간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좁은 복도의 계단이 끝난 것이었다.
“후.”
현수가 내려와 손전등으로 주변을 쭉 비췄다.
이어 방고리와 화진, 세정, 다른 스태프들 모두 도착했다.
“여기 뭐야. 카타콤이야?”
화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내려온 곳은 거대한 공동묘지인 것 같았다.
벽을 파내 만든 듯한 수많은 칸막이 안에는 백골 시신들이 가지런히 뉘여 있었다.
그리고 바닥 곳곳에는 사람의 뼈로 보이는 부위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구석에는 고급스러운 문양이 새겨진 관들도 많이 보였다.
“사람들을 집단 매장했던 흔적 같은데.”
현수가 중얼거렸다.
“집단 매장은 매장인데 이렇게 벽을 파내서 시신을 안치시킬 거면 꽤 귀족들이었던 것 아니에요?”
화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사아아아아아아
그때 방 벽면과 천장으로 하얀 연기들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귀신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었다.
“우와. 요란들 하다.”
수정도 따라와 이곳의 벽면을 슥 훑어보았다.
“여기는 사람의 흔적이 오랫동안 끊겨 있던 것 같은데요?”
“이 길을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화진과 방고리가 주변을 수색하며 대화를 나눴다.
한기가 점점 강해져 입김이 새어 나오는 정도가 되었다.
현수는 해골들을 살펴보다, 그들이 누운 곳에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불어로 적힌 듯했다.
“죽어서는 고통이 없기를.”
수정이 불어를 읽어주었다.
“누군가 평화를 빌어준 것처럼 보이긴 하네요.”
“그런 것 같아. 그런데 왜 이렇게 주변에 귀신이 많지?”
수정이 주변을 보며 중얼거렸다.
“여기 격실이 있어요.”
화진이 구석에 있는 석문을 가리켰다.
일행들이 다가가 석문을 세게 밀어보았다.
구르르르르르
석문이 옆으로 열리자 세 개의 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까지 있던 방 안의 관들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운 디자인이었다.
“이거 무슨 냄새죠? 처음 맡는 냄새인데.”
“아마 오랫동안 밀폐되어 있어서 나는 냄새일 거예요.”
현수는 관으로 다가가 뚜껑을 보았다.
십자가 문양과 함께 라틴어가 적혀 있었다.
“단순 기도문이야. 장례기도.”
수정이 라틴어를 보고 중얼거렸다.
역시 귀신이 되면 세상의 모든 언어를 통달하는 것이 맞는 모양이었다.
라틴어까지 할 줄 알다니, 현수는 새삼 수정의 존재가 든든했다.
“여기서는 뭐 건질 게 없는 것 같은데.”
관뚜껑을 살피던 현수의 뒤에서 방고리가 말했다.
확실히 이 지하 토굴과 격실에서는 관과 시신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곳에서 이어지는 다른 길이 있을 것 같긴 한데요.”
목 잘린 기사가 이곳으로 안내를 해주었다면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현수는 격실에서 나와 일행들과 내부를 더 꼼꼼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한참을 뒤져봐도 또 다른 통로는 발견하지 못했다.
“후! 다시 나가서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하려나요?”
방고리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볼멘소리를 했다.
“다시 한 번 격실을 살펴보고요.”
현수는 주변의 한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길이 맞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현수 일행이 다시 격실로 들어섰을 때, 모두 소름끼치게 놀라고 말았다.
가지런히 놓여 있던 관들이 모두 뒤엉켜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 들어가 헤집지도, 소음이 들리지도 않았다.
격실에 있다가 나온 뒤, 몇 십 분 만에 다시 들어간 것이 전부였다.
- ???????????????????????????????????????
- ??????????????????무슨 상황임?????
- 와.
- 무슨 소리 안 들렸는데???
- 저거 관들 왜 저럼?
- ㅋㅋㅋㅋㅋㅋㅋㅋ뭐얔ㅋㅋㅋㅋㅋ
- 무슨 상황이야?????
시청자들도 모두 놀란 분위기였다.
심지어 관 하나는 뚜껑이 부서져 안의 시신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일부 스태프와 방고리는 징그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반면 현수와 화진은 관 안의 시신으로 슬며시 다가가 불빛을 비춰보았다.
미라처럼 비쩍 말라버린 시신이 드러났다.
갈색으로 쪼글쪼글하게 말라있었지만 곳곳에 검은 반점들이 크게 도드라진 것이 보였다.
“흑사병?”
검은 반점을 본 화진이 중얼거렸다.
“네?”
“흑사병이 아닐까 싶은데요? 시신이 부패한 거나 미라를 처음 봐서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검은 반점이 올라오는 건 흑사병 증상 같아서요.”
“어어.”
그럴듯한 추리였다.
물론 일행 중 누구도 의학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 확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잠깐만요. 여기 또 길이 있는데요?”
방고리가 격실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관이 있을 때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던 통로였다.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좁은 통로는 또 지하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
똑 똑 똑-
안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현수는 일행들을 한 번씩 훑어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 보죠.”
현수가 앞장서서 안으로 내려가 보기 시작했다.
이어 화진과 방고리도 그 뒤를 따랐다.
*
작은 통로를 통해 내려온 곳은 지하 감옥이었다.
이곳은 방금 전 들어갔던 방과 격실보다 더 넓은 공간이었다.
칸막이와 철창들이 가득했고 곳곳에 들통과 수레가 놓여 있었다.
정말 중세시대 유럽 배경의 영화 속에서 보았던 감옥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이곳에서 아까 그 무덤은 비밀통로로 이어져 있는 곳인가 봐요.”
화진이 방금 나온 통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에서 건물 밖으로 나가는 비밀통로인 거죠. 중간에 무덤도 있고. 그 무덤에 있는 시신들은 이 성의 주인이거나 관련 귀족들이었을 거고.”
한마디로 현수 일행은 건물 외부에서 비밀통로를 통해 지하 감옥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문제는 왜 비밀통로가 있는가.
그리고 지하 감옥에는 ‘정체모를 귀신’들이 이렇게 많은가- 였다.
현수 일행은 지하 감옥에 가득 들어찬 귀신들을 보며 오싹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