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21화 (121/227)

제121화

# 담로 캠핑장 (3)

현재 시청자 81810명.

주말에 방송을 했을 때보다 동시간 대비 시청자 수가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10만 명에 가까운 수는 결코 나쁜 성적이 아니었다.

그 많은 시청자가 보는 가운데, 어린 여자아이가 총총 뛰어다니는 장면이 송출되었다.

낚시를 할 수 있도록 나무로 꾸며 놓은 작은 단상 위의 여자아이는 마치 고무줄 놀이를 하는 것처럼 방방 뛰었다.

“얘야! 위험하다!”

캠핑장 사장인 남자가 소리쳤다.

하지만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뛰고 있었다.

현수는 그런 아이를 유심히 보았다.

구체 형태로 떠 있던 악귀가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소름끼치는 것은, 아이가 뛰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키가 큰 악귀가 아이의 양쪽 어깨를 잡고 들었다 놨다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신난다! 신나!”

아이가 해맑게 소리쳤다.

“저대로 두면 위험한 거 아니에요?”

화진이 금방이라도 쫓아갈 기세로 말했다.

“위험하죠.”

현수가 솔트샷건을 꺼내며 말했다.

화진도 바로 부적 봉을 꺼내 양손에 쥐었다.

“뭐, 뭣들 하시려고요?”

그 광경을 본 남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현수의 방송을 접한 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지금 저 아이한테 악귀가 쓰여 있습니다. 악귀를 퇴치할 겁니다.”

현수가 말했다.

그러자 세정이 촬영 중인 카메라 화면과 심령카메라 화면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이건 뭐 말도 안 되는!”

남자는 심령카메라에 포착된 회색 형체를 보고도 귀신을 믿지 않았다.

어쩌면 굉장히 상식적인 반응이기도 했다.

- 어째 저 아저씨 발암 냄새가 술술 난다.

- ㅇㅈㅋㅋㅋㅋㅋㅋㅋ

- 아저씨 귀신 있어요.

- 눈으로 보고도 안 믿네.

- 귀신 안 믿을 거면 방해나 말라지.

사장의 눈에는 현수와 화진이 아이를 공격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이봐요!”

사장이 현수의 어깨를 잡아 당겼다.

“아이를 해치려는 게 아니라니까요?”

“애 부모가 알아서 하게 둬야죠!”

“그러다 큰일 나요!”

화진이 불쑥 끼어들어 사장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 순간이었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악귀가 현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우.”

순간 강한 한기가 몰아쳤다.

사장 역시 오싹한 한기를 느꼈는지 화진과 싸울 듯 눈을 부라리다 소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끼히히히힛

악귀가 시커먼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안 돼!”

현수는 악귀가 뭘 하려는지 대번에 눈치 챌 수 있었다.

풍덩-

채 말릴 새도 없이 악귀는 여자아이를 저수지에 밀어버렸다.

“우이씨!”

화진은 전혀 고민하지 않고 저수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캬아아아아앗!

그 사이 악귀는 현수를 향해 날아왔다.

찰칵 팡!

현수가 솔트샷건을 쏘았다.

그러자 악귀가 재빨리 방향을 틀어 소금을 피했다.

“사장님! 위험해요!”

악귀는 바로 사장 쪽을 향해 달려갔다.

“에?”

사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현수를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악귀가 사장의 몸에 쑥 들어가 버렸다.

현수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사장의 배에 솔트샷건을 쏘았다.

팡!

소금이 확 흩뿌려지며 사장이 뒤로 날아갔다.

첨벙 첨벙

그때 저수지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젠장.”

현수가 다급하게 저수지를 보았다.

저수지의 회색 연기들이 화진 쪽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화진은 기절한 여자아이를 한 손에 안은 채 다시 뭍으로 나오려 발버둥 쳤다.

하지만 뭔가에 붙잡힌 것처럼 제자리에서 물장구만 치고 있었다.

이내 코와 입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화진은 더욱 격렬하게 물장구를 쳤다.

동시에 점점 기운도 빠져가고 있었다.

“빨리 구해야 하는데!”

현수가 다시 사장을 보았다.

악귀에 쓰인 사장은 바닥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파장이 맞지 않는지 사장의 몸에서 악귀가 기어 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사람 몸속에 숨으려고 했는데 잘 안 되는 모양이야.”

수정이 말했다.

현수는 몸부림치는 사장의 몸 위에 올라탄 뒤 바로 부적을 붙이고 팥을 물렸다.

그러자 요란하게 경련을 일으키던 사장이 조금씩 얌전해졌다.

첨벙 첨벙

그 사이, 물소리도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화진의 체력이 거의 다 소진된 듯했다.

“캠핑님!”

현수가 저수지로 달려갔다.

화진이 몸부림치던 곳에는 약간의 물거품만이 남아 있었다.

화진 역시 물에 가라앉고 있는 것이었다.

“캡틴님!”

세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현수는 바로 배낭과 힙색을 던져두고는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 이거 실제 상황임??

- 오오오오 박현수 상남잨ㅋㅋㅋ

- 무슨 실제상황임. 다 짜고 치는 거지.

- 실제 상황 맞아요

- 연출입니다.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던 채팅창의 시청자들도 꽤 놀란 기색이었다.

사람이 다친 장면이 몇 번 나오긴 했어도 저렇게 물에 빠져 위험한 순간이 생방송으로 송출이 된 적은 없기 때문이었다.

물속에 들어간 현수는 굉장히 소름끼치는 장면을 보았다.

정체모를 긴 머리카락이 화진과 소녀의 발목을 휘감고 아래로 당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현수는 손전등으로 머리카락을 따라 비춰보았다.

그러자 귀신들의 모습이 보였다.

귀신들은 저수지 바닥에 꼿꼿이 선 채 긴 머리카락을 나풀거리고 있었다.

그 머리카락들 중 일부가 화진과 소녀의 발목을 칭칭 감은 것이었다.

굉장히 기괴하고 소름끼치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현수는 온몸의 근육이 터질 정도로 열심히 수영을 해 화진의 손을 잡았다.

정신을 막 잃어가던 화진은 현수의 손을 잡자마자 번뜩 눈을 떴다.

그러고는 기절한 소녀를 품에 안은 채 다시 다리를 허우적거려 보았다.

하지만 칭칭 감겨 있는 머리카락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해!’

시간을 끌 수 없었다.

화진의 체력은 확실히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이게 효과가 있으려나.’

현수는 품에서 스프링텐션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소금보다는 팥가루가 물에서 덜 녹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친 것이었다.

뻑-

현수가 주먹으로 수류탄을 가격했다.

그러자 안에서 갈색 팥가루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팥가루가 화진과 소녀 주변으로 확산되었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선명하게 퍼지는 것을 포착할 수 있었다.

스으으으

화진과 소녀의 발목을 감싸고 있던 머리카락이 풀어지는 것이 보였다.

현수는 바로 화진을 붙잡고 수면으로 올라갔다.

*

생방송 화면에서는 칠흑 같은 저수지와 어둠, 특정 부위만 밝게 해주는 손전등 불빛, 그리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물거품만 송출되고 있었다.

굉장히 긴장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뭐임???

-박현수 죽은 거 아님??

-물에 들어간 후 못 나오고 있음.

-너도캠핑님 구하러 들어갔는데 못 나옴.

-둘이 합방함???

-둘이 사귀는 듯ㅋㅋㅋㅋ

-누가 119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님?

시청자들의 채팅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 순간이었다.

“푸핫!”

물속으로 현수가 튀어 올라왔다.

“현수님!”

세정이 깜짝 놀라며 카메라를 내려놓고 현수를 붙잡았다.

이어 현수가 안고 있는 화진과, 그녀가 안고 있는 소녀까지 모두 뭍으로 올라왔다.

“헉. 헉. 헉.”

현수가 숨을 몰아쉬며 소녀와 화진을 살폈다.

“콜록 콜록 콜록.”

화진도 바로 정신이 드는 듯 격렬하게 기침을 했다.

하지만 소녀는 뭍으로 올라온 뒤에도 반응이 없었다.

“예슬아!”

그때 길목에서 한 부부가 허겁지겁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이의 부모님 듯 했다.

“CPR! CPR!”

정신이 든 화진이 소녀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다.

그 급박한 상황은 생방송을 타고 10만 명의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소녀는 호흡을 되찾았고, 몇 분 뒤 구급차가 도착했다.

시청자 중 누군가 신고를 해준 모양이었다.

신고를 받은 119에서는 현수의 핸드폰 위치를 추적했고, 이곳으로 바로 출동을 할 수 있었다.

* * *

사이렌이 야간 산에 울려 퍼지고 구급차가 드나들자 캠핑장을 이용하던 사람들 모두 놀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저수지 근처로 구경꾼들도 모여들었다.

모두 캠핑장을 이용 중이던 손님들이었다.

캠핑장 사장의 아내는 실신한 사장을 추슬렀고, 아이의 부모는 구급대원과 상담을 하고 있었다.

아이는 의식을 찾았는지 담요를 덮은 채 이동식 들것에 얹혀 있었다.

현수와 화진도 구급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세정의 앞으로 돌아왔다.

방송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 진짜 영화 마지막 장면 같넼ㅋㅋㅋㅋㅋ 현장에 도착한 119대원들과 무사히 구조된 사람들ㅋㅋㅋㅋㅋㅋ

- 맞앜ㅋㅋㅋ

- 어디선가 본 듯한 결말????

시청자들이 키득거리며 채팅을 쳤다.

“상황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만 몇 가지 신기한 사실이 밝혀졌네요.”

현수가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며 카메라를 보았다.

그리고 이어진 현수의 말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첫 번째로 사장의 거짓말이었다.

이곳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물귀신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을 인수하기 전, 여러 사람들이 이 저수지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걸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귀신에 대해 믿지 않는 것은 물론, 이곳을 인수한 입장에서 재수 없는 이야기라 묵인한 것이었다.

대신 어두워지면 물가에 가지 않도록 경고판을 세우고 철저하게 관리만 하려 했다.

사실 사장 때문에 사람이 죽었던 것도 아니고, 시신을 유기한 것도 아니기에 그의 잘못은 하나도 없었다.

사장으로서 할 수 있는 조치를 그저 취했을 뿐이었다.

두 번째로는 악귀의 속삭임을 듣고 물가로 향했던 예슬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예슬이가 없어지는 동안에도 두 부부가 전혀 몰랐던 이유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아이는 선천적으로 다리를 쓸 수 없는 불구라는 것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다리를 쓰지 못해 반드시 휠체어를 이용해야 했다.

그러기에 텐트에 들어가 잠든 아이를 보고 밖에서 산책을 하고 식사를 해먹었던 것이었다.

아이가 두 발로 걸어 나가 뛰어놀 것이라고는 추호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 소오오오오오오름

- ㄹㅇ??????????????????????

- 헐.....

- 그럼 악귀가 그 애를 붙잡고 일으켜서 걷게 한 거네. 물에 빠트릴라고.

- 심보가 진짜 고약한 놈이네.

- ......무서워...ㅠㅠㅠㅠㅠ

시청자들의 채팅이 이어졌다.

“그러면 방송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즐거운 밤 보내세요!”

모든 상황을 전달한 현수는 손을 흔들며 마무리 인사를 했다.

세정이 방송 종료를 한 뒤 OK사인을 보냈다.

“후아. 꼴이 말이 아니네요.”

현수가 화진을 보며 말했다.

둘 모두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러게요. 물에 들어가는 건 예상 못했는데.”

화진이 묵직해진 옷을 쭉쭉 짜며 대답했다.

“일단 텐트로 돌아가죠.”

현수와 화진, 세정은 각자 장비를 챙겨 가지고 텐트로 돌아갔다.

사아아아아아

그때 물에서 사라졌던 회색 연기가 은은하게 퍼지더니 긴 머리를 한 악귀가 수면 위로 스리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걸어 올라가는 현수의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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