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17화 (117/227)

제117화

# 동원훈련장 (5)

현재 시청자 수 240199만 명.

현수는 진이 빠진 것처럼 어깨가 축 쳐져 있는 너도캠핑, 혜련, 세정을 챙기며 산길을 걸어갔다.

촬영 중인 세정도 악귀에 잠시 쓰였던 탓인지 기운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라미로브의 직원이었고 현수의 매니저이자 촬영 스태프였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를 포기하지 않고 있을 뿐,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최대한 빨리 방송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왕벌보살의 경고가 맞았다.

군대나 학교에 있는 귀신들이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여러 귀신과 악귀들이 마구잡이로 빙의를 하고 다닐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세정을 비롯해 함께 하고 있는 고스트 크루 전원이 악귀, 귀신에게 한 번씩은 쓰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아직 방고리의 상태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선 그 역시 악귀에 쓰인 상태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수색법 훈련장에 있다고 하니까 그쪽으로 가면 돼요. 제가 이동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사아아아아아

산길 곳곳에 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아직도 사방에 귀신이 있는 것이었다.

현수는 두 눈으로 귀신들의 움직임을 계속 파악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마주한 수색법 훈련장.

낮은 둔덕이 마련되어 있고 한쪽에 간이 화장실과 가건물이 보였다.

“방고리 님! 여기 계신가요?”

현수가 물었다.

아무 응답이 없었다.

현수는 핸드폰을 들어 다시 방고리를 불러보았다.

“방고리 님 들리세요? 훈련장에 도착했어요.”

[그래요? 지금 그 가건물 앞에 있는데?]

“건물 앞에요? 아무도 없는데.”

현수가 가건물을 보며 대답했다.

[그래요? 지금 그 가건물 앞에 있는데?]

“네. 지금 보고 있는데 아무도 안 보여요.”

[그래요? 지금 그 가건물 앞에 있는데?]

“지금 어디-”

순간 현수는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래요? 지금 그 가건물 앞에 있는데?]

그룹콜 너머 방고리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단어와 말투는 물론 목소리 톤까지 완벽하게 똑같았다.

“설마.”

현수는 가건물 쪽으로 성큼 걸음을 옮겼다.

“현수 님?”

너도캠핑이 의아한 표정으로 현수를 불렀다.

현수는 대답하지 않고 훈련장 한쪽에 놓인 가건물 문을 열어보았다.

끼이이익

그러자 눈에 보인 것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책상과 의자.

그리고 훈련용으로 쓰였을 ‘평양담배’ 담뱃갑과 북한 과자 봉지들이었다.

방고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왜요?”

너도캠핑이 현수의 뒤에 따라와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현수가 혜련에게 고개를 돌렸다.

“혜련 님. 아까 방고리 님하고 잠깐 같이 있었죠?”

“네, 네.”

“그때 뭐 이상한 거 없었나요?”

“글쎄요. 워낙 정신없이 도망치던 중이었어서 잘 모르겠어요.”

혜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수가 세정을 보았다.

그녀가 방고리를 촬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도 잘…….”

세정 역시 어깨를 으쓱였다.

현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지금까지 일들을 곱씹어 보았다.

지금 그룹콜에서 보인 방고리의 상태로 봐선 그 역시 귀신에 쓰여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럼 언제 쓰였을까.

현수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와 마지막으로 대면했던 건 안보교육관이었다.

그때는 귀신에 쓰인 흔적이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안보교육관 천장에서 쏟아지는 악귀들로 인해 도망을 친 이후- 지금의 상황에까지 온 것이었다.

“설마 도망을 칠 때부터 방고리 님이 아니었나?”

현수가 중얼거렸다.

“그럼 심령카메라에 뭔가 조짐이 잡혔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세정이 구형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물었다.

- 아유 그때 화면이 하도 흔들려서 뭐 잘 안 보였음.

- 옷 색깔보고 혜련이나 방고리 구분했음.

- 너무 흔들려서 회색 연기나 흰색 연기 같은 거 잘 안 보였음여.

- 잘 안 보였음.

- 화면으로 식별 안 됐어요.

시청자들도 제대로 화면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방고리 님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 없으면 어디 있다는 거죠?”

“어디로 가야 해요?”

다들 발을 동동 구르며 물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다들 겁을 집어먹은 것이었다.

“안보교육관으로 다시 가보죠.”

현수가 지도를 보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다시 연병장이 나올 거예요. 계속 가죠.”

벌써 산을 크게 한 바퀴 돌고 있는 것이었다.

현수 일행은 최대한 걸음을 빠르게 옮겨 산길을 가로질렀다.

* * *

그렇게 다시 연병장과 통제실, 안보교육관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아까와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연병장의 잡초들 위에 어른거리고 있던 귀신들은 아까보다 곱절은 더 많은 수로 늘어나 있었고, 건물 옥상과 벽에는 악귀들이 매달려 뛰어놀고 있었다.

“음기가 강해서 한 번 들어온 귀신들이 나가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현수가 말했다.

- 원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에 귀신들이 많은데 군대 같은 경우엔 산속에 있고 국영으로 운영되다 보니 귀신이 더 많음.

- 국영으로 운영되는 거랑 귀신 많은 거랑 무슨 상관??

- 풍수지리를 따져가면서 매입한 땅이 아니잖음. 필요에 의해 사용되는 땅이지.

채팅이 올라오는 가운데, 귀신들의 시선이 현수 일행 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현수는 솔트샷건의 레버를 당겨 장전한 후 안보교육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보교육관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도망갔을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현수 일행은 손전등 불빛으로 조심스럽게 안을 비추며 기웃거렸다.

그 사이, 현수는 악귀들이 있나 눈으로 확인하며 EMF 탐지기를 켜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불빛은 다섯 개 모두 올라와 있었다.

“아까 이 안보교육관 천장 쪽에 악귀들이 쭉 포진해 있었거든요? 지금은 어떤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현수가 앞장서 들어가며 말했다.

그러자 세정은 천장 쪽으로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화아아아아아

천장에 빼곡하게 떠있는 악귀들의 형상이 심령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아까와 같은 상황인 것이었다.

그리고 안보교육관 맨 앞 방고리가 서있었다.

혜련과 너도캠핑은 방고리를 손전등으로 비춘 채 현수를 보았다.

“하아.”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시 방고리도 악귀에 쓰인 모습이었다.

그의 양쪽 어깨로 회색 아우라가 뿜어져 올라왔다.

“그냥 답답할까봐 말해주는데 말이야.”

수정이 현수의 뒤에 다가와 말을 이었다.

“여기 있는 악귀들은 ‘극악귀’야.”

“극악귀요?”

“원한을 가진 귀신이 성불하지 못하고 3년이 지나면 악귀가 되는데, 처음 악귀들은 그래도 자신이 무슨 원한을 가졌는지. 어떤 욕망이 있는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그 악귀들도 점점 ‘변질’이 돼. 자기가 뭐 때문에 여기 남았는지 망각하는 거지.”

“그러면-”

“파괴적인 본능만 남은 극악귀. 아마 허태훈도 극악귀일 거야. 다만 사람 몸속에 찰싹 붙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 저렇게 기괴한 모습들이 아닐 뿐이지.”

수정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 사이 너도캠핑은 안보교육관의 천장을 보며 부적 봉을 꽉 움켜쥐었다.

“아까 천장도 이랬던 거예요?”

이제 귀신을 보게 된 너도캠핑이 물었다.

“네. 얘네들이 쏟아져 내려왔고, 위험할 것 같아서 도망치라고 한 거죠.”

현수가 대답했다.

그 순간이었다.

천장에 있던 악귀들이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캬하하하하핫!”

이어 방고리도 씩 웃으면서 양팔을 벌렸다.

삐비비비빗- 툭

EMF 탐지기의 다섯 개 불빛도 점점 강해지다 푹 꺼져버리고 말았다.

심령현상이 너무 강해져서 아예 작동이 멈춰버린 것이었다.

“다들 모여요!”

현수가 소리쳤다.

그러자 일행들 모두 현수 주변으로 바싹 붙었다.

“누나. 멀리 떨어져요.”

현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정이 하늘로 날아 사라졌다.

캬아아아아악

사방에서 악귀들이 몰려들었다.

혜련은 이 광경을 보지 못하고 있었지만 먼지와 찬 바람이 휘몰아치는 통에 뭔가 급박한 상황이 닥쳐오고 있다는 것은 감지할 수 있었다.

찰칵

현수가 스프링텐션 수류탄을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바닥을 향해 수류탄을 세게 던졌다.

빠각-

수류탄에 충격이 가해지며 말린 팥 가루들이 사방으로 확 흩어졌다.

“우웁!”

갑작스러운 갈색 가루에 일행들 모두 놀라 코와 입을 막았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접근하던 악귀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멈춰섰다.

그 틈을 본 너도캠핑은 부적 봉을 강하게 휘둘렀다.

뻐억-

분명 생방송 카메라에는 허공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심령카메라에는 회색 형체를 후려치는 것으로 촬영되었다.

뿐만 아니라 타격감까지 전해지며, 피격된 악귀가 쭉 날아갔다.

- 심령카메라 화면 집중해서 보세요.

- 심령카메라 화면이 꿀잼임.

- 저것만 나오고 있으면 안 되나.

- 심령카메라 좀 크게 비춰주세요.

채팅을 본 세정이 심령카메라를 촬영카메라 앞에 조금 더 가까이 대주었다.

지금은 실제 화면보다 심령카메라 화면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더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팡 팡 팡 팡 팡

현수의 솔트샷건도 쉬지 않고 소금을 발사했다.

그 사이 혜련은 몸을 움츠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혜련은 아직도 귀신을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끼히힛 끼힛 끼힛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방고리의 허리가 기괴하게 뒤틀리더니 좀비 같은 걸음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현수는 그런 방고리를 향해 바로 솔트샷건을 쏘았다.

팡 팡 팡

소금이 방고리의 몸에 맞을 때마다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방고리 안에 깃든 악귀는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파장이 맞는 악귀가 붙은 모양이었다.

덥석

순식간에 달려온 방고리가 현수의 멱살을 잡았다.

“큭!”

현수는 달려오던 방고리의 관성을 이용해 그를 넘어뜨린 뒤 위에서 짓눌렀다.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려는 것이었다.

자가자가자가자가

하지만 방고리는 앞으로 고꾸라진 채로 뱀처럼 꾸물거리며 빠져나갔다.

팡 팡 팡

현수가 솔트샷건을 쏘며 쫓아갔지만 방고리는 바닥에 있는 먼지를 몸으로 닦으려는 것처럼 훑고 지나갔다.

“이게 진짜!”

약이 오른 현수가 온 다리에 힘을 꽉 준 뒤 확 달려 나갔다.

동시에 밀짚인형을 꺼내 들고 방고리의 등을 덮쳤다.

“캬하아아아악!”

방고리가 몸부림을 쳤다.

그의 입에서는 악취 나는 회색 액체가 질질 흘러나왔다.

엎드려 있는 통에 입에 팥을 물리기에도 힘들었다.

그 때문인지, 악귀의 힘을 죽이지 못해 밀짚인형으로 영혼이 건너가질 않았다.

“빌어먹을!”

현수는 스프링텐션 수류탄을 꺼내 방고리의 상의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주먹으로 옷 속의 수류탄을 가격했다.

빠각-

수류탄이 안에서 터지며 팥가루가 사방으로 확 퍼져갔다.

온몸에 팥가루가 묻은 방고리가 굉장히 격렬하게 몸부림을 쳤다.

“으악!”

결국 반동에 튕겨나간 현수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방고리는 허겁지겁 일어나더니 몸에 묻은 팥가루를 마구 털어내려 했다.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 꼭 불씨를 손에 쥔 사람 같았다.

그때, 방고리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의 바지에 밀집인형이 꽂혀 있던 것이었다.

방고리는 인형을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실신해 버리고 말았다.

“지, 지금이다!”

바깥으로 나가떨어졌던 현수가 몸을 던져 밀짚인형을 뽑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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