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16화 (116/227)

제116화

# 동원훈련장 (4)

현재 시청자 수 138012명.

현수가 다시 카메라에 잡히기 시작하며 시청자들이 복귀하고 있었다.

너도캠핑은 바로 카메라를 들어 현수와 세정을 촬영했다.

“세정 님! 매니저님!”

현수가 세정을 흔들었다.

하지만 세정은 반응이 없었다.

“119 불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너도캠핑이 현수를 촬영하며 물었다.

현수는 잠시 고민하다 세정의 눈동자를 확인해 보았다.

흰자위가 굉장히 붉게 충혈 되어 있는 것이 악귀에 쓰인 징조가 명확했다.

너도캠핑은 이 광경을 손전등 불빛으로 비추며 촬영했다.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요.”

현수는 바로 힙색에서 부적을 꺼내 세정에게 붙인 뒤 입에 팥을 물렸다.

“커걱!”

그러자 세정이 몸을 격렬하게 비틀기 시작했다.

현수는 그녀의 어깨를 세게 짓눌렀다.

[세정 님이 거기 계시다고요? 귀신 아니에요?]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 거예요?]

전화기에서는 방고리와 혜련의 목소리가 번갈아 들리고 있었다.

굉장히 다급한 목소리였다.

- ㅈㄴ혼란스럽다.

- 무슨 난리임???

- 상황 정리가 필요합니닼ㅋㅋㅋㅋㅋㅋ

- 갑자기 뭐가 튀어나오면서 다들 흩어졌는데 혜련하고 같이 있는 매니저 아님 지금 화면에 나오는 매니저 둘 중 하나가 귀신인 거임.

- 상황 정리점옄ㅋㅋㅋ

- 귀신임.

- 귀신이에요.

채팅을 치는 시청자들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사이 세정은 몸을 비틀며 거품을 입에 물었다.

“꺼거거거걱!”

팥과 거품이 뒤섞이며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현수는 눈을 질끈 감고 세정의 입을 틀어막았다.

손 틈으로 거품이 삐져나왔다.

너도캠핑은 이 끔찍한 광경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촬영했다.

몇 초 뒤, 세정의 발작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현수는 그녀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붉게 충혈 되었던 눈이 점점 돌아오고 있었다.

“현수 님?”

세정이 정신을 차렸는지 현수를 보자마자 입을 뗐다.

- 캡틴 매니저였음?????

- 매니저 왤캐 예쁨???

- ㅅㅂ100만 스트리머는 매니저도 미인이넼ㅋㅋ

- 매니저 왜하냐. 여캠하면 별풍으로 은하수를 놓겠는데.

시청자들은 세정의 외모에 더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너도캠핑은 채팅을 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현수가 묻자 세정은 몸을 일으키며 이마를 붙잡았다.

“모르겠어요. 촬영하는데 갑자기 악귀가 확 덤벼들었어요. 그러고 기억이 전혀 없는데.”

세정이 말했다.

[현수 님! 그분 귀신이에요! 세정 님 여기 계세요!]

그룹콜에서 혜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련 님! 혜련 님하고 TTP 방송국 덕분에 알게 됐죠!”

세정은 답답하다는 듯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여기 있는 세정이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었다.

[어? 네. 그렇죠? 어? 세정 님 어디 가셨지?]

혜련이 대답을 한 후 혼잣말을 했다.

[세정 님? 여기서 뭐 하세요? 세정 님? 세정 님?]

혜련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세정 님? 세- 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룹콜에서 혜련의 비명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또 한 번, 어두운 밤하늘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저쪽이에요!”

현수와 너도캠핑, 세정이 산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다시 세정이 촬영 카메라를 잡은 상태였다.

생방송 카메라에는 달려가는 현수와 너도캠핑의 뒷모습이 잡히고 있었다.

[방금 비명 뭐예요?]

“혜련 님 비명이에요!”

방고리가 그룹콜에서 묻자 너도캠핑이 대답해 주었다.

[혜련 님은요?]

“혜련 님! 응답하세요!”

방고리와 너도캠핑이 다급하게 전화기에 대고 혜련을 찾았다.

하지만 혜련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슨 상황이 생긴 것이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래!”

너도캠핑이 달려가며 중얼거렸다.

비명이 들려온 곳은 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었다.

훈련 코스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간 것이었다.

너도캠핑은 봉을 등에 매고 마체테를 꺼내더니 앞에 서서 수풀을 헤치기 시작했다.

촤악 촤악

그녀의 칼질에 채팅창은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 여윽시 상여잨ㅋㅋㅋㅋㅋ

- 걸크러시의 표본임.

- 매력 쩔어.

- 너도캠핑이랑 캠핑가고 싶다.

시청자들은 다급한 상황에서도 다른 시청자를 웃기려는 드립을 멈추지 않았다.

현수는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별 의식하지 않았다.

- 그런데 저렇게 마체테로 길을 터야 하는 곳으로 혜련이 갔을까?

- 음. 저 길이 맞음????

시청자들이 물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분명 비명이 이 방향에서 들려왔거든요. 일단 돌아가기보다는 가로질러 가는 것이 빠를 것 같습니다.”

현수는 꼬불꼬불한 훈련 코스의 지도를 생방송 카메라에 보여주며 대답했다.

[현수 님. 대체 어디에요. 이거 점점 불안해지는데.]

방고리가 말했다.

현수는 바싹 마르는 입술을 엄지로 문대며 생각에 잠겼다.

촤악 촤악

빠르게 길을 만들고 있는 너도캠핑.

그리고 실종된 혜련.

악귀에 쓰였던 세정.

낙오 된 방고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허태훈이라도 등장하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소리를 지르면 악귀들이 몰려올 텐데.’

현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정이 현수와 너도캠핑을 빤히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 후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를 내면서 찾읍시다. 악귀들이 쫓아오긴 할 텐데, 일단 우리가 빨리 뭉치는 게 먼저일 것 같아요.”

현수가 말했다.

[알았어요! 현수 님! 현수 님!]

방고리가 대답하자마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어 산속 어디선가 방고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수 님! 현수 님!”

외침이 들리자마자 현수는 대략적인 방향을 확인해 보았다.

“저 쪽 방향이면- 이 코스로 쭉 타고 갔을 때-”

현수가 중얼거리면서 지도를 확인했다.

대략적인 거리와 위치가 파악되었다.

“방고리 님. 거기서 움직이지 말고 계세요. 제가 말씀드릴 때 소리 질러 주시고. 주변에 훈련장이 있나 찾아보세요.”

[알겠어요!]

현수의 말에 방고리가 즉답했다.

그 사이, 너도캠핑이 수풀로 막혀 있던 길을 뚫었다.

“됐어요!”

현수 일행이 바로 산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 * *

산으로 들어가고 몇 분 후.

현수와 너도캠핑 앞에는 비석이 없는 봉분이 하나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 앞에 혜련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현수는 봉분 위에 아까 보았던 소녀 악귀가 앉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가부좌를 하고 앉은 혜련의 어깨 위로 머리를 축 늘어뜨린 여자 귀신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혜련 님?”

너도캠핑이 나지막이 불렀다.

그러자 소녀 악귀와 여자 귀신이 고개를 돌렸다.

둘을 직접 보지 못하는 너도캠핑은 천천히 혜련에게 다가갔다.

“다가가지 마요!”

현수가 짤막하게 외쳤다.

그러자 너도캠핑이 멈칫했다.

“뭔가 있어요.”

세정이 심령카메라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도캠핑은 미간을 찌푸린 채 돌아와 심령카메라 화면을 보았다.

봉분과 혜련의 앞뒤로 회색과 하얀색 형체가 어른거리는 것이 확인되었다.

“뭐죠?”

너도캠핑이 물었다.

“혜련 님. 정신 차리세요.”

현수가 말했다.

그러자 혜련이 현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흰자위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귀신에 쓰여 있는 것이었다.

현수는 그 눈을 보자마자 바로 솔트샷건을 쏘았다.

팡!

샷건에 맞은 혜련이 뒤로 쭉 밀려났다.

동시에 혜련의 몸에 있던 귀신이 튕겨 나갔다.

화아아아아악

봉분 위에 있던 소녀 악귀도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현수가 재빨리 밀짚인형을 들어 던지려 하자 악귀는 땅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어디 갔지?”

현수가 중얼거리는 순간, 바닥에서 악귀가 튀어나와 너도캠핑의 몸 속에 들어갔다.

너도캠핑의 눈은 아주 빠르게 충혈 되었다.

현수는 바로 너도캠핑을 향해 솔트샷건을 쏘았다.

촤아아악

회색 소녀 악귀가 너도캠핑의 몸에서 반쯤 튀어나왔다.

마치 치즈가 늘어지는 것처럼 기괴한 형상으로 나왔다가 다시 너도캠핑의 몸 속으로 쏙 들어갔다.

“파장이 맞았어!”

수정이 말했다.

현수는 바로 달려들어 너도캠핑을 확 밀어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바로 주짓수 기술로 제압한 뒤 입에 팥을 욱여넣었다.

“커거거걱 커걱!”

너도캠핑이 신음을 흘렸다.

현수는 꺼내 들었던 밀짚인형을 너도캠핑의 옆에 놓았다.

그러자 너도캠핑의 머리에서 소녀 악귀의 머리가 스멀스멀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

“넘어가라! 넘어가!”

현수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도캠핑의 머리에서 뽑혀 나오는 소녀 악귀는 밀짚인형으로 전이가 되었다.

부들부들부들

소녀 악귀가 들어가자 밀짚인형이 바닥에서 빠르게 진동했다.

현수는 인형에 부적을 하나 더 붙였다.

드드드드드드

밀짚인형은 미친 듯이 떨리며 도망을 치려는 듯 현수에게서 멀어졌다.

바닥에 있던 나뭇가지를 집어들고는 몸을 던져 밀짚인형을 내리 찍었다.

쿠욱

나뭇가지에 관통당한 채 땅에 박혀버린 밀짚인형.

굉장히 흉물스럽게 짓이겨진 인형에서 회색 아지랑이가 은은하게 피어났다.

소녀 악귀가 소멸된 것이었다.

현수는 인상을 쓰며 주변을 보았다.

사아아아아아

사방에서 귀신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전투에 귀신들이 반응한 것이었다.

“주변에 이게 다 뭐에요?”

정신을 차린 너도캠핑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귀신들을 보았다.

이상해진 그녀의 시선에 현수도 가만히 서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쪽은 누구예요?”

너도캠핑이 수정을 보며 물었다.

“내가 보여?”

수정이 묻자 너도캠핑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장이 맞는 악귀에 쓰였다가 빠지면서 ‘영안’에 눈 뜬 것이었다.

사아아아아

하지만 귀신들이 몰려오고 있는 지금.

가만히 앉아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현수는 혜련을 일으켜 부축한 뒤 너도캠핑, 세정과 함께 현장을 떠났다.

* * *

너도캠핑은 심란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과 주변 풍경, 그리고 수정을 번갈아 보았다.

“나도 이제 귀신을 보게 된 거예요?”

너도캠핑이 현수를 보며 물었다.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네요.”

현수의 대답에 너도캠핑은 수정을 빤히 보았다.

“이제 날 보는 사람이 하나 더 늘었네.”

수정은 세정과 현수를 슥 둘러보고는 말했다.

“그, 그럼 뭐 어떻게 되는 거죠? 저는?”

너도캠핑이 물었다.

“뭐 어떻게 되는 건 없어요. 그냥 평소랑 똑같아요. 그저 죽은 자가 보일 뿐이죠. 단, 귀신들은 자길 알아본다는 걸 알면 캠핑 님 주변에 더 맴돌 수 있어요. 그 점은 참고하시고요.”

“아아.”

“놀라실 일이 많을 거예요. 그것도 각오는 하셔야 해요.”

현수는 흐트러졌던 장비들을 다시 정리하며 대답해 주었다.

너도캠핑은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진 마. 우리도 다 너희랑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수정이 너도캠핑 옆에서 말했다.

하지만 너도캠핑은 충격 때문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방고리 님. 소리 들리세요?”

현수가 핸드폰을 들고 물었다.

[어어- 네, 들립니다.]

“아직 무선 마이크 신호가 안 잡혀요. 멀리 계신 것 같은데 현재 위치 확인되시나요?”

[음. 아. 저기 수색법 훈련장이 보여요. 창고 같은 건물이 하나 있네요. 훈련용으로 만든 가건물이에요.]

방고리의 응답이 이어졌다.

현수가 곧장 지도를 확인해 보았다.

“수색법. 수색법. 여기네요.”

현수가 현재 방고리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에 성공했다.

“위치 확인됐어요. 지금 그쪽으로 갈게요.”

[혼자 있을라니 너무 무섭네요. 빨리 와주세요.]

“알겠습니다.”

현수는 이동하자는 손짓을 했다.

하지만 너도캠핑과 혜련은 아직 정신이 없는지 제 자리에 앉은 채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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