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14화 (114/227)

제114화

# 동원훈련장 (2)

현재 시청자 수 51231명.

굉장히 빠른 속도로 5만 명에 도달해 있었다.

그리고 군대 동원훈련장인 만큼 많은 예비역들이 흥분해 썰을 풀어 내렸다.

- 근데 훈련장이면 훈련장이지, 동원훈련장은 뭐임???

미필이나 여성으로 보이는 시청자가 질문을 올렸다.

이를 본 현수가 대답했다.

“동원훈련장은 군대를 전역한 예비역들을 2박3일 모집해 훈련을 하는 거예요. 하루씩 하는 향방 작계 훈련하고는 차이가 있죠. 보통 예비역 4년차까지 대상인가요? 학생 예비군 빼고.”

현수가 방고리를 보며 물었다.

“6년차 아니에요? 5년차인가.”

“글쎄요. 헷갈리네요.”

현수와 방고리가 이야기하는 사이, 너도캠핑과 혜련은 잡초들이 미묘하게 흔들리는 것을 포착했다.

특이한 점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흔들리는 것이 아닌, 불규칙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저기, 다들 군대 이야기 좀 그만하고 저기 좀 보실래요?”

너도캠핑이 잡초를 가리켰다.

현수가 고개를 돌려보자, 평상복을 입은 남자 귀신이 잡초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언뜻 한국무용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정확한 정체는 파악할 수 없었다.

“악귀도 있는 거죠?”

혜련이 심령카메라 화면을 보며 물었다.

“네. 곳곳에 악귀도 있는데 조금-”

현수는 잡초 주변에 있는 귀신들을 유심히 보았다.

하얀 아우라를 내뿜는 귀신들은 사람 형체로 형성이 되어 있었고, 회색 아우라를 내뿜는 악귀들은 구체 형태로 둥둥 떠 있었다.

악귀기는 하지만 현수 일행에게 해코지를 할 의지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현수는 그들을 유심히 살피며 연병장을 가로질렀다.

[일하면서 싸우자! 대한민국 예비군!]

철제 구조물에 페인팅 된 선전 문구가 을씨년스럽게 세워져 있었다.

손전등 불빛이 슥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날벌레들과 함께 보이는 녹들은 공포스러움을 더욱 자아냈다.

“저기 훈련장 지도가 있기는 한데, 보다 확실한 정보를 위해서 통제실부터 가보도록 할게요.”

현수는 연병장 끝에 있는 사열대와 그 뒤로 있는 단층짜리 작은 건물을 가리켰다.

투박하게 시멘트로 세워 올린 듯한 건물의 외벽은 넝쿨이 무성하게 올라와 있었다.

현수는 걸어가면서 EMF 탐지기를 켜보았다.

LED 불빛이 한 칸씩 차올랐다.

“이곳에 음기가 굉장히 강해요.”

현수가 말했다.

그때 채팅이 하나 올라왔다.

왕벌보살TV 닉네임의 채팅이었다.

- 군부대 귀신은 각별히 조심하는 게 좋아~

왕벌보살의 채팅이 올라오자 세정이 현수를 불렀다.

“어어? 왕벌보살님께서 글을 남겨주셨네요?”

현수는 의외의 인물에 놀라 물었다.

- 방송 잘 보고 있어~

그녀는 제법 살갑게 채팅을 올렸다.

우재석과 함께 하는 촬영에서의 거만했던 태도와는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것 때문에 이미지 관리를 하는 모양이었다.

“왕벌보살님, 방문 감사드립니다.”

현수는 짤막하게 말한 뒤 다시 통제실 쪽으로 다가갔다.

“문이 잠겨 있어요.”

방고리가 문고리를 돌려보며 말했다.

“제가 딸 수 없는 문이에요.”

너도캠핑이 잠금장치를 확인해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현수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선 다음 체중을 실어 문을 걷어찼다.

콰직!

문고리가 부서지며 문이 확 열렸다.

“후!”

먼지가 토하듯 뿜어져 올라왔다.

“콜록. 콜록.”

일행 모두 먼지에 손사래를 쳤다.

- 이런 데 다닐 때 되게 조심하더니 이제 와일드하게 가넼ㅋㅋㅋㅋㅋㅋ

- 최근 몇 번 시달린 거 봐서는 빡쳐 있을 듯도 함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오오오오오오오오오

- 쌍남자네!!ㅋㅋㅋㅋ

채팅에서 사람들은 재미를 느낀 듯 ㅋㅋㅋ를 연발했다.

하지만 현수는 알고 있었다.

흉가 체험을 할 때 이렇게 물건을 파손하거나 설비를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는 것을.

귀신이 들려 있기 때문도 있지만 오래 방치되었던 만큼 안전 문제도 있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채팅으로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 자기 집 아니라고 저렇게 함부로 대하면 되나.

- 좀 개념이 없어진 듯?

그러자 현수는 바로 해명을 했다.

“이런 곳에서 설비나 아이템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는 사실은 아는데요. 방송을 진행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양해 부탁드릴게요.”

군사 시설이었던 만큼 문이 잠겨 있는 곳이 많을 터인데, 잠겨 있다고 모두 포기하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을 것 같았다.

현수는 마이크에 대고 말한 뒤 바로 통제실 안으로 들어갔다.

*

“와우.”

내부는 80년대 군부대 처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지만 손으로 그린 듯한 훈련장 개요도와 그 위에 쓰인 붉은 붓글씨.

찢어진 소파와 싸구려 철제 의자.

어렸을 적 교무실에서나 보았던 철제 책상.

녹과 곰팡이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삐빗-

현수의 EMF 탐지기는 순식간에 불빛 4개까지 치솟았다.

그걸 본 너도캠핑은 긴장한 듯 슥 주변을 살폈다.

“아 무서워.”

방고리도 등골이 오싹한 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현수는 그런 방고리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슥 둘러보았다.

한쪽 벽면에 귀신의 그림자가 만들어져 있었다.

언뜻 보면 그냥 스쳐 지나갈 정도로 흐릿한 형태였다.

현수는 세정에게 그 벽을 촬영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세정이 그쪽으로 촬영 카메라를 돌렸다.

앞에 설치된 심령카메라로 벽면의 귀신 형상이 고스란히 잡혔다.

흐릿한 불빛 앞에 서서 생긴 실루엣 같은 형상이었다.

“지금 저 벽면 쪽에 귀신이 서 있는 게 보이시나요?”

현수의 말에 시청자들은 신기함을 금치 못했다.

하나의 벽을 촬영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없이 곰팡이 핀 벽과 귀신의 실루엣이 있는 벽이 동시에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 주작이든 뭐든 역시 볼 때마다 신기하긴 해.

- 맞앜ㅋㅋㅋㅋㅋㅋ그래서 캡틴 영상을 못 끊음ㅋㅋㅋㅋ

스윽

그때 귀신의 실루엣이 움직였다.

현수가 움찔하자 방고리와 너도캠핑, 혜련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다른 쪽 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모두가 화들짝 놀라 돌아보자, 서랍장 위에 있던 잡동사니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사아아아아아

주변으로 하얀 연기들이 맴돌기 시작했다.

“귀신들이 우리를 인지했어요.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하네요.”

현수가 말했다.

“일단 저거 찍어두죠.”

너도캠핑이 말하자 방고리가 스마트폰을 들어 훈련장 개요도를 찍었다.

그 사이 현수는 책상 위의 종이들을 보았다.

이곳에 중요한 서류들이 남겨져 있을 리는 없었다.

“관리대장이네요.”

현수는 종이들을 들춰보며 중얼거렸다.

이곳을 관리했던 군인들의 방문일지였다.

“1986년 11월까지 관리가 됐던 듯하네요.”

현수는 날짜와 서명을 확인하고는 돌아섰다.

이 통제실에서는 무언가 더 확인할 것이 없어보였다.

“나가죠.”

현수가 앞장서 통제실 밖으로 나갔다.

그때, 멀리 보이는 산길 입구에 한 소녀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똑단발에 검은 치마를 입은 소녀.

그 소녀는 산길 옆 [훈련코스] 팻말 앞에 서서 현수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와 달리 그녀 주변에는 회색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뭘 봐요?”

혜련이 다가와 물었다.

현수는 대답대신 팻말 방향을 가리켰다.

동시에 세정의 카메라가 그곳을 비췄다.

- 악귀다.

- 회색이네요.

- 악귀입니다.

심령카메라 화면을 본 시청자들이 말했다.

소녀 악귀는 현수를 향해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돌아서 산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저 악귀는 어떤 모습이죠?”

혜련이 물었다.

“소녀네요. 검은 치마에 살구색 상의를 입고 있어요. 셔츠 같기도 하고.”

현수가 나지막이 말했다.

심령카메라에는 팻말 앞에 회색 연기가 산속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보이고 있었다.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는데 바로 쫓아가지는 않겠습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한 후 통제실 건물을 슥 둘러보았다.

통제실 옆으로 자재창고가 자리하고 있었다.

손전등 불빛이 창문 안으로 비춰 들어가며 내부가 언뜻 보였다.

안에는 삽과 곡괭이, 서까래 같은 도구들이 지저분하게 쌓여 있었다.

이곳에는 특별히 관찰할 것이 없어보였다.

일행은 계속 걸음을 옮겨 안보교육관으로 이동했다.

안보교육관은 사실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었다.

통제실과 자재창고가 있는 시멘트 건물보다는 높고 넓었지만 일반적인 군 시설이라고 보기엔 작았다.

심지어 합판으로 짜인 듯한 외벽과 슬레이트 지붕이 무척 조약했다.

창문도 2m도 넘는 높이에 달려 있는 기이한 구조였다.

현수는 저렇게 높은 곳에 위치한 창문을 볼 때마다, 귀신이 얼굴을 내밀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역시 여기도 잠겨 있네요.”

방고리가 문고리를 돌리며 말했다.

“답답하네.”

너도캠핑은 고개를 가로젓더니 힙색에서 도구를 꺼내 금세 문을 따버렸다.

끼이이이잉-

녹슨 문 열리는 소리가 안보교육장 전체에 메아리쳤다.

“아 군대에서 이 소리 진짜 싫어했는데.”

방고리가 웃으면서 말했다.

“무슨 소리요?”

너도캠핑이 물었다.

“이상하게 어딜 가든 안보교육장은 이렇게 소리가 울려요. 문 열릴 때, 닫힐 때, 안으로 들어갈 때.”

방고리는 양팔을 벌리고 걸어가며 답했다.

그는 예전 군 생활 생각이 났는지 자꾸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뚜벅 뚜벅 뚜벅

저벅 저벅

확실히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걸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여기도 뭐가 없는데요. 음. 생각보다 그림이 안 나오네.”

방고리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너도캠핑과 혜련도 긴장이 조금 풀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현수는 이상하리만치 점점 강해지는 한기에 등골이 서늘했다.

그러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헉.”

순간 현수는 숨이 멎는 듯했다.

안보교육관 천장에는 현수가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

수십 명의 악귀들이 천장에 떠 있는 것이었다.

이들은 지면과 수평으로 엎드린 채 공중에 떠서 현수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복장과 성별, 나이는 제각각이었지만 하나같이 회색 피부에 사백안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천장에 뭐 있어요?”

방고리와 너도캠핑, 혜련이 천장을 보았다.

하지만 세정 역시 겁에 질린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귀신을 보는 그녀는 악귀의 형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시청자들도 심령카메라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악귀의 위치를 파악했다.

“모두 조용하고, 천천히 물러나요.”

현수가 속삭이듯 말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일행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따랐다.

현수는 일행들을 안보교육관 출구 쪽으로 안내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의 눈은 악귀를 똑바로 응시했다.

갑자기 덤벼들 때를 대비하려는 것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출구로 나가던 너도캠핑의 부적 봉이 문에 살짝 부딪쳤다.

그 소리가 안보교육관 전체에 울렸다.

부적이 붙은 봉이 철과 부딪쳐 나는 소리에 악귀들은 불쾌했는지 눈을 시뻘겋게 변형시켰다.

그러고는 일제히 입을 쩌어어억 벌렸다.

동시에 걸쭉하고 검은 액체가 주르륵 떨어지기 시작했다.

호장리 폐 수영장 샤워실과 화장실에서 보았던 바로 그 액체였다.

심지어 액체에서 풍기는 악취 역시 그때 그것이었다.

“이게 무슨 냄새지?”

방고리가 중얼거렸다.

“뛰어요.”

현수가 짧고 강렬하게 말했다.

그 순간이었다.

콰장창창창-

안보교육관의 모든 창문들이 일제히 깨지더니 악귀들이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놈들의 입에서 주륵 흘러내리고 있던 검은 액체들 역시 바닥에 쏟아지며 바닥이 금세 검게 물들었다.

“꺄악!”

너도캠핑과 혜련, 방고리가 비명을 지르며 재빨리 출구 밖으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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