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화
# 공포 예능 야담 (5)
현재 시청자 수 159명.
새벽 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 공지 없이 갑자기 켠 생방송인 것 치고는 제법 많은 유입량이었다.
이어 1분, 2분이 지나자 천 명이 넘게 급상승했다.
위즈소카와 센노쿠라 노로이노무라 촬영 이후 늘어난 해외 시청자들의 유입이었다.
하지만 자막도 없고 한국 내 촬영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는 금세 다시 빠졌다.
그래도 500명과 천명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수준이었다.
저벅 저벅.
현수는 인기척이 느껴진 수풀 쪽으로 다가갔다.
- 뭐에요???
- 뭐지??
“짐승일 수도 있고 귀신일 수도 있죠. 사람일 수도 있고요.”
현수가 수풀로 다가가며 말했다.
부스럭 부스럭
수풀이 다시 움직이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현수는 세정을 한번 돌아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현수의 눈에는 귀신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촬영 카메라에 함께 설치된 심령카메라로도 어두운 산길과 흔들리는 수풀만 찍힐 뿐, 귀신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심령카메라 화면은 자동으로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스스스스
현수가 수풀을 옆으로 천천히 젖혀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우왓!”
현수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젖힌 수풀 사이로 안경을 쓴 우재석, 혜련과 마주친 것이었다.
“아악! 현수 씨?”
우재석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현수는 우재석과 혜련을 번갈아 보았다.
- 와!!! 찐 우재석이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국민MC를 여기서 보넼ㅋㅋㅋㅋㅋㅋㅋㅋ
- 헐 대박 대박 대박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늘 라이브 다른 면에서 꿀잼이넼ㅋㅋㅋㅋㅋㅋ
- 우리 선택받은 자임ㅋㅋㅋ
“우재석 님? 혜련 님?”
현수가 둘을 번갈아 보다 문득 악귀가 변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우리가 진행하던 프로그램 이름이 뭐죠?”
현수가 우재석을 보며 물었다.
“야담? 그거 말씀하시는 거예요?”
우재석의 대답을 들은 현수가 혜련에게 물었다.
“혜련님. 저희 처음 같이 촬영했던 곳이 어디죠?”
“위즈소카 수용소요.”
혜련의 대답까지 듣고 나서야 현수가 안심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건 왜 물어보시는 거죠?”
“악귀가 산 사람 모습으로 변한 걸 수도 있거든요.”
우재석의 질문에 현수가 대답했다.
“그래요?”
우재석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죄송한데요. 저희 지금 생방송 중인데 나오셔도 상관없나요?”
세정이 우재석을 보고 물었다.
그러자 우재석은 어깨를 으쓱였다.
“저는 상관이 없습니다만 황PD님이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어찌되었든 지금은 ‘야담’의 촬영 현장이기 때문이었다.
- 이미 방송 켰음ㅋㅋㅋㅋㅋ
- 빼박 빼박
- 괜찮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ㅋㅋㅋㅋ
- 방송 알람에 짜증났는데 포상을 주시넼ㅋㅋㅋ
시청자들은 우재석의 등장을 무척 반기는 분위기였다.
“저희는 촬영 장소로 다시 가보려고 하는데요. 같이 가보시죠?”
현수가 물었다.
우재석과 혜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폴란드 위즈소카에서 함께 하셨댔죠?”
우재석이 혜련을 보며 물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우재석은 신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때도 이런 상황이 있었나요?”
“그때는 조금 더 위험했-다고 봐야겠죠? 사람들이 실종되기도 하고 다쳤으니까요.”
“거기선 무슨 귀신이 있던 건가요?”
“수용소에서 죽은 사람들과 간수들 귀신들이 뒤엉켜 있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원한을 품고 악귀가 되었달까요.”
현수가 끼어들어 대답했다.
“정말 신기하네요.”
우재석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멘트를 해나갔다.
- ㅋㅋㅋㅋㅋㅋㅋㅋ확실히 우재석이 있으니까 오디오가 쉴 틈이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
- 다른 의미로 존재감이 쩐닼ㅋㅋㅋㅋ
- 긴장되고 무서워야 하는데 뭔가 유쾌한 느낌임ㅋㅋㅋ
- 신박하닼ㅋㅋㅋㅋ
여러 채팅이 올라오는 가운데, 드디어 나무들 사이로 촬영현장이었던 흉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행들이 천천히 다가가자 흉가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
마치 이가 갈린 톱니바퀴가 빠르게 돌아가는 듯한 소리였다.
“촬영 장비 중에 저런 소리가 날 게 있나요?”
혜련이 우재석을 보며 물었다.
- 아 우재석 버프도 사라졌다.
-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 저 소리 뭐임???
- 소리소리소리소리소리소리소리
- 소리 잘 들어봐요.
- 불길한디
채팅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현수와 세정, 그리고 우재석과 혜련이 살금살금 흉가 앞으로 다가갔다.
화아아아악
그 순간이었다.
회색 아우라가 흉가의 출입문 쪽에서 강하게 휘몰아치더니 이내 안에서 무언가가 냅다 뛰쳐나왔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얼굴이 시커먼 누군가 팔을 앞으로 쭉 뻗친 채 달려들었다.
“위험해요!”
우재석이 혜련과 세정의 옷자락을 붙잡고 옆으로 몸을 던졌다.
현수 역시 잽싸게 몸을 날렸다.
우재석이 볼 수 있었다는 건 최소한 ‘육신’은 산 사람의 것이라는 의미였다.
끼기기기기기긱
달려 나온 사람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현수 일행을 지나치더니 걸음을 멈췄다.
뜨드드드드드드
이어 이빨을 굉장히 빠르게 부딪치며 현수를 돌아보았다.
사아아아아
그의 두 어깨 위에선 회색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악귀에게 쓰였다!’
현수가 우재석을 보았다.
“황PD님?”
우재석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황PD님이라고요?”
현수와 세정도 놀라 검은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분명 혈색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지만 확실히 황PD의 얼굴이었다.
“PD님!”
혜련이 소리쳤다.
드드드드
황PD의 턱은 기계처럼 빠르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눈의 흰자는 피가 가득 들어차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팡!
현수가 솔트샷건을 쏘았다.
탓
그러자 황PD는 1m 이상 높이 뛰어오르더니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흉가의 지붕 위로 성큼 올랐다.
팡! 팡! 팡!
현수가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황PD는 솔트샷건의 짧은 사거리를 아는 듯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빈틈을 노렸다.
‘한두 번 당해본 게 아니다 이거지?’
현수를 계속 쫓아다니는 ‘사백안의 악귀’는 이미 현수의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을 터였다.
“우재석 씨!”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일행 모두가 돌아보자 현장에 있던 게스트 중 한 명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있었다.
“다가오지 마세요!”
현수가 외쳤다.
하지만 회색 형체가 날아와 게스트의 몸에 숙 들어가 버렸다.
쿵-
흉가 지붕 위에 있던 황PD가 땅에 떨어졌다.
목숨이 위험하거나 크게 다칠 정도는 아닌 듯 보였다.
“캬아아아아아!”
악귀에 쓰인 게스트가 몸을 괴상하게 뒤틀면서 달려들었다.
흡사 좀비영화에 나오는 좀비들처럼 보였다.
팡 팡! 퍽- 퍽-
솔트샷건에 담아둔 소금이 다 떨어졌다.
악귀는 좌우로 몸을 던지며 소금을 피하다 이내 현수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큭!”
현수는 본능적으로 힙색에 있던 팥을 한 움큼 집고는 확 뿌려버렸다.
타다다닷
팥이 달려오던 게스트의 얼굴에 확 튀었다.
그러자 게스트의 목이 뒤로 확 젖혀지며 뒤로 날아갔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사백안의 악귀가 튀어나왔다.
그 사이 현수는 힙색에서 소금을 꺼내 솔트샷건 안에 들이 부었다.
키기기기기기긱
사백안의 악귀가 고개를 기괴하게 꺾으며 산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도망치는 건가요?”
세정이 물었다.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가려는 거예요!”
현수는 솔트샷건을 들고 바로 악귀의 뒤를 쫓았다.
“어어? 현수 씨!”
우재석과 혜련이 놀라 소리쳤다.
그들의 눈에는 악귀 본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 오오오 액션영화 같아!!
- 악귀와의 추격전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러기는 또 첨이넹ㅋㅋㅋㅋㅋ
- 와우!!!!
- 오늘도 역시 재밌다!!
- 10000원 파워챗
- 존잼파뤼
늦은 밤이라 시청자 수도 1000명 내외로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었지만 파워챗 후원은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현수는 감사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격렬하게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세정은 그런 현수를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헉. 헉. 어디 있죠?”
한참을 달리던 현수가 나무에 기대며 물었다.
세정 역시 숨을 몰아쉬고 있어 카메라가 연신 흔들렸다.
“이 근처에 있는 건 분명해.”
수정이 주변을 보며 말했다.
“아니, 그런데 왜 자꾸 산 사람에 빙의를 하려고 하는 거죠?”
세정이 땀을 닦고 물었다.
“저한테 빙의를 하려고 하는데 저한테 액막이 부적이 있으니까 자기만으로는 안 되고, 우리와 같은 산 사람의 몸을 이용해서 부적을 뺏거나 절 다치게 한 뒤에 저한테 빙의하려는 걸 거예요.”
현수가 주변을 경계하며 대답했다.
“조심해. 사람한테 빙의된 악귀도 액막이 부적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물리력이 통하기 때문에 널 때리거나 밀칠 수 있어. 무기를 쓸 수도 있을 거고.”
수정이 거들었다.
“그 폐 수영장 귀신이 오늘 진짜 날 잡았나보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현수가 잠시 채팅창을 확인했다.
- 폐 수영장????
- 호장리 수영장이라고 전에 퇴마 갔던 곳인데 거기서 만난 악귀가 지금까지 쫓아다님.
- 위자보드하고 마무리 잘 안 해서 붙은 거임.
- 진짜 그런 게 있구나.
- 속설이 아무 근거 없는 경우는 되레 드뭄.
이 시간에 접속 중인 시청자들은 지금까지 줄곧 현수의 방송을 봐온 시청자들이라 상황 이해가 굉장히 빠른 편이었다.
“분명 이 근처에 있는데. 기운이 느껴져.”
수정은 허리에 손을 턱 올리고 두리번거렸다.
현수는 세정에게 채팅창을 계속 잘 확인하라는 눈짓을 보낸 후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으악!”
현수가 깜짝 놀라 뒤로 넘어졌다.
사백안의 악귀가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현수의 얼굴 앞에 떡 하니 나타난 것이었다.
끼히히히히힛
사백안의 귀신은 나뭇가지를 사뿐사뿐 타며 어딘가로 향했다.
“진짜 저 새끼가!”
현수는 놀란 가슴을 움켜쥐고 사백안의 귀신을 쫓았다.
팡! 팡!
현수가 계속해서 솔트샷건을 쏘았다.
그러다 솔트샷건에 맞으면 사백안의 악귀는 연기가 되어 모습을 감추더니 다른 나무 위에 나타났다.
그러다 쫓아오던 우재석을 발견하고는 바로 달려들었다.
“조심해요!”
현수가 달려오는 우재석을 향해 소리쳤다.
“에?”
우재석이 발걸음을 멈추고 주춤거리는 순간, 사백안의 악귀가 우재석의 코앞에까지 다가갔다.
“큭!”
현수는 우재석을 향해 바로 솔트샷건을 쏘았다.
팡!
사백안의 악귀가 우재석의 몸에 빙의되기 직전, 소금이 날아왔다.
파사사사사-
소금 때문에 사백안의 악귀는 다시 연기가 되었고, 날아간 소금은 우재석의 얼굴과 몸에 확 튀었다.
동시에 차가운 바람이 확 휘몰아치자 우재석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 뭐, 방금 뭐였어요?”
우재석의 질문에 혜련이 우재석의 팔을 붙잡았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아요.”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대충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 이 주변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그 흉가에요. 그 출입문하고 창문에 부적 붙여놨죠? 거기 들어가서 문 꽉 닫고 계세요.”
현수가 우재석과 혜련을 보며 말했다.
둘은 고개를 끄덕인 후 흉가를 향해 달려갔다.
현수는 둘이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악귀의 기운이 흘러나오는 방향으로 열심히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