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96화 (96/227)

제96화

# 공포 예능 야담 (1)

후기 방송을 진행하며 유입된 일본인 시청자들 중 일부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일본 내 커뮤니티 사이트와 블로그, 그리고 포탈 사이트 등을 검색하며 정보 공유가 되었다.

그러면서 방송 중 여러 가설과 추론이 이어졌고, 이는 그대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뿐만 아니라 생방송 영상 및 편집 영상이 빠르게 업로드가 되며 모든 것이 현수 채널에 남았다.

그리고 며칠 뒤.

일본 국영 방송에서는 노로이노무라에 대한 뉴스를 내보냈고, 다큐멘터리에서 특집 주제로 다루면서 본격적으로 이슈화가 되었다.

그리고 노로이노무라에서 벌어진 끔찍한 범죄 행위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1800년대, 카가미 료이치가 노로이노무라에 들어간 이후부터 자행된 살인과 시체 훼손.

그리고 엽기적인 종교 의식.

관광객들을 비롯해 인근 마을 사람들을 납치해 목을 베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도 상대적으로 납치가 쉬운 노약자나 어린 아이들이 주 타깃이었던 것으로 판명 났다.

또는 근처에서 훈련하던 자위대원부터 노로이노무라를 찾아 온 탐험가.

심지어 센노쿠라 산을 방문한 등산객들까지.

그들의 눈에 띄는 모두가 타깃이었다.

그리고 벤 머리는 의식을 치른 뒤 항아리에 담아 소금에 절였다.

이는 과거 카가미 타다요시가 죽인 사람들에 대한 헌사로, 그들의 넋을 위로하고 저주를 상쇄시키기 위함이었다.

이 광기가 계속되자 인근에 있던 무당이 마을에 방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때였다.

센노쿠라 산에서 실종 사건이 계속되자 괴담이 퍼져나갔고, 사람들이 발길이 끊기면서 더욱 고립이 된 노로이노무라 주민들은 급기야 저주를 피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모, 혹은 자식들을 제물로 바치더니 급기야 상대방 동의 없이 밤에 몰래 들어가 목을 베는 엽기적인 일까지 생겼던 것이다.

그렇게 마을은 폐허가 되어 있었고, 무당은 이곳에 원혼들이 뒤엉켜 있다는 것을 알고 이곳을 봉인했던 것.

그리고 그들이 죽였던 시신들을 한 구씩 찾아 나름 자신의 방식대로 넋을 위로해주고 있던 것이었다.

이 사실이 일본 전역에 송출이 되자 현수 채널로 엄청난 수의 일본인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공포나 귀신에 진심인 일본인들은 현수 채널의 콘텐츠들에 매료되었고, 엄청나게 많은 네티즌들이 몰려왔다.

그 뿐만 아니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도 보도가 되어 ‘국내 공포 스트리머, 일본 괴담의 진실을 파헤치다.’라는 특집 기사로 사람들에게 또 한 번 알려졌다.

덕분에 노로이노무라 촬영 이후로 순식간에 10만 명이 넘는 구독자가 붙으며 무려 80만 스트리머로 거듭나게 된 것이었다.

또한 이번 촬영에 함께 했던 방고리와 과대, 너도캠핑도 구독자들이 몇만 단위로 추가되어 채널 성장에 큰 디딤돌이 되어주었다.

현수의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은 당연히 수익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환율 차이가 있는 일본에서의 노출 수가 급증하는 것은 물론, 구독자 수가 높아지면서 전 달 대비 무려 3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한 것이었다.

스폰서 광고 수익을 제외하고 무려 5천만 원이 넘는 수익.

회사와 나눈다고 해도 3, 4천만 원은 넘는 돈이었다.

거기에 제품을 광고해주는 등의 부가 수익을 더한다면 현수가 손에 쥐는 돈만 6천만 원 가까이 되었다.

그에 따라 현수 집에 있는 방송 장비들도 순차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최고급 사양의 컴퓨터와 카메라, 음향장비, 방음설비.

야외 촬영 때 필요한 각종 장비들 역시 최신식으로 탈바꿈이 되었다.

방의 내부 인테리어도 스튜디오 분위기에 맞게 바뀌었다.

구독자 10만 명 때 신청할 수 있는 실버버튼도 뒤늦게 도착해 스튜디오 한쪽에 걸리게 되었다.

이제 바야흐로 기업형 스트리머로 전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장비에요.”

세정이 현수의 집에 박스들을 가지고 들어오며 말했다.

현수가 후다닥 달려 나가 박스들을 받아 놓았다.

“카메라 새 거 샀는데 또 장비가 와요?”

“촬영할 때 심령카메라랑 레이니 앱 화면을 별도로 보여줘야 하고 조명도 따로 세팅하니까 번거로웠잖아요.”

“아아. 그랬죠.”

“심령카메라 앱은 다른 폰에는 설치 못한다고 하셨죠?”

“네, 네.”

현수는 그때 폰에 앱을 설치해준 귀신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카메라 앞에 있는 거치대에 그 구형 스마트폰을 장착하면 촬영 중인 카메라 오른쪽 하단에 심령카메라 화면이 동시 송출돼요.”

“오호.”

현수가 신기한 듯 거치대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렇게 되면 귀신이 보일 때 현수를 비롯한 누군가 따로 심령카메라 화면을 일일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조명을 설치할 수 있는 자리까지 있어 훨씬 더 간편하게 현장에 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게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해외에 레저 스트리머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인데 과장님이 보시더니 하나 직구로 구매하셨더라고요.”

“좋네요. 좋을 것 같아요.”

현수가 거치대를 만지작거리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TTP 방송국에서요. 일전에 찍었던 위즈소카 수용소 촬영분을 방영하기로 했대요.”

“진짜요? 중간에 멈추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촬영했던 걸 출처 표기 하고 좀 써도 되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가져다 쓰면 그거에 대한 비용은 지불하는 거죠?”

“네, 네.”

“그 부분은 라미로브 측에서 잘 조율해서 결정해주시면 되겠네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TTP에서 새로운 파일럿 프로그램을 하나 기획 중이라고 해요.”

세정의 말에 현수가 피식 웃었다.

“아유. 거기는 뭐 그렇게 만날 파일럿만 낸대요.”

“저희 채널에서 하는 것처럼 흉가 체험을 하는 콘텐츠인데요. 뭔가 탐험, 수색을 하는 건 아니고 흉가 안에 방송 장비를 세팅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는 컨셉인가 봐요.”

“어어?”

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납량특집 방송을 할 때 흉가처럼 꾸며놓은 스튜디오에서 무서운 이야기나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제 흉가를 스튜디오로 세팅하고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누구 나온대요?”

“일단 확정된 MC 중 한 명은 개그우먼 혜련 씨요.”

“아아아아아아아.”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에서 왜 현수를 불렀는지 대번에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위즈소카 수용소에 갔던 스태프들은 대부분 휴직계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아님 사직을 하든가.”

“아아. 그래요?”

“네, 네. 그래서 인력들 상황 살피면서 정리하고 이번에 위즈소카 편 방영을 결정한 건데, 그 방송 컨셉을 계속 이어가기는 부담이고, 약간 방향을 틀어서 기획을 한 거래요.”

“그래서 혜련 님이 MC로 나오시는 거군요.”

“네, 네. 파일럿 프로그램이라는 게 그런 거니까요. 촬영해보고 상황이나 반응 살핀 다음에 방향을 바꾸는.”

“출연료는 어떻게 된 대요?”

“관행대로요. 다만 위즈소카 때보다는 적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출장은 아니니까.”

“촬영은 1박 2일?”

“네. 밤에 촬영해서 아침에 끝내는 게 목표래요.”

“음.”

현수는 턱을 매만지다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가보죠. 혜련 님도 오랜만에 한번 뵙고 싶고.”

현수의 말에 세정은 바로 일정을 체크했다.

“그럼 조만간 미팅 자리 마련해보도록 할게요.”

“알겠습니다.”

현수가 대답한 후 다음 촬영을 준비했다.

* * *

며칠 후.

서울 종로구 TTP 방송국.

회의실에는 혜련과 혜련의 매니저, 그리고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는 김창수 과장과 세정, 그리고 현수가 앉아 있었다.

“이번 ‘야담’의 연출을 맡은 황진철 PD입니다.”

중년 남자는 인사말을 하며 바로 자기소개를 했다.

그렇게 모두의 소개가 잠시 이루어진 뒤 본격적인 프로그램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한 마디로 흉가 안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 분위기만으로도 굉장히 으스스할 거고요. 저희 제작진이 귀신 분장을 한 스태프나 인형들을 곳곳에 배치해서 한 번씩 출연진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겁니다.”

황PD가 말했다.

“재밌겠네요. 고전적이긴 하지만 그런 게 많은 사람들에게 먹히는 요소죠.”

김창수 과장이 받아쳤다.

“우리 현수 씨가 게스트로 출연하시는데요. 반응이 좋으면 고정까지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와우. 고정이요.”

세정이 눈을 크게 뜨고 받아쳤다.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이 된다는 건 수익 면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요소였다.

뿐만 아니라 채널 역시 또 한 번 떡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었다.

TV프로그램에 현수가 자주 나온다면 현수의 채널도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기 때문이었다.

“MC는 혜련 님 한 분인가요?”

“아. ‘우재석’ 씨가 함께 할 거예요.”

“우재석이라면- 우리가 아는 그 국민MC 맞나요?”

“네. 이번 위즈소카 촬영 때 손해가 좀 있어서 확실히 전화위복 하려고 위에서 투자를 좀 하더라고요.”

황PD가 말했다.

현수는 자신의 출연료가 줄어든 이유가 우재석을 캐스팅해서라는 것을 대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국민MC인 우재석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채널 홍보에 긍정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딱히 거절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김창수 과장이 현수를 보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계약을 하죠. 다른 게스트 분은 누가 될지 정해지는 대로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우리 막내작가한테 전달해 둘게요.”

황PD가 대답했다.

* * *

그 미팅이 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작가진에게 연락이 왔다.

가수와 개그우먼, 영화배우 등 총 네 명에 무당 한 명이 추가되어 7명이 함께 방송한다는 것이었다.

함께 출연하기로 한 ‘왕벌보살’은 충청도 서산 지역에서 굉장히 유명한 무당이었다.

이미 다른 방송에도 여러 차례 출연한 적이 있고,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 월 수천만 원의 수익을 내는 인플루언서 무당이기도 했다.

거기에 출연이 확정된 가수와 영화배우도 제법 이름을 알린 사람들로 캐스팅에 확실히 힘을 썼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재석과 이혜련 MC에 게스트로 왕벌보살이 나온다라. 시청률이 상당하겠네.’

현수는 입을 삐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 날짜는 다음 주 목요일.

그전까지 준비할 것이 제법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촬영해야 하는 야외 방송과 ‘수요일의 괴담’ 준비도 해야 했다.

현수는 이번 주와 다음 주 주말에 야외로 나갈 곳을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너, 되게 잘 나간다.”

수정이 벽에 기대서서 말했다.

현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근데 전부터 궁금했는데 TTP 방송국은 뭐야? 채널은 서울방송이랑 한국방송이랑 문화방송이랑 교육방송 밖에 없는 거 아니었어? 지역 방송하고.”

새삼 현수는 수정이 97년도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새 좀 늘었어요.”

현수는 팔을 휘저어 늘어났다는 표시를 했다.

“아 참. 아까 보니까 h2918401 댓글 또 붙었더라.”

수정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현수는 바로 댓글 목록으로 들어가 확인을 해보았다.

h2918401님의 댓글 : 계속 올라가는 모습이 보기 좋네.

현수는 짧고 간결한 이 문장에서 왠지 모를 살기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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