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79화 (79/227)

제79화

# 폴란드 위즈소카 수용소 (4)

현재 시청자 수 19501명.

거의 2만 명이 되어가는 수준이었다.

폴란드 시간으로 저녁 8시가 안 된 시간.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2시에서 3시쯤 되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방송 시청자 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었다.

당연히 너튜브 국내 인기 급상승 동영상 실시간 생방송 탭에 조회 수 1위를 찍게 되었고, 캡틴 퇴마의 팬들이 적극적으로 홍보해 시청자들이 몰리고 있었다.

더구나 방송 지역 세팅 때문에 외국인 시청자들의 유입도 늘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한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수는 조금씩 계속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

“직원 명단이 있어요.”

가이드가 다른 책자를 꺼내 펼치고 말했다.

다가가 보자 흑백 증명사진과 함께 수기로 적힌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름끼치는 건 그 직원들의 눈이 모두 파여 있다는 점이었다.

“원한이 장난이 아닌가 본데.”

수정이 현수 어깨 너머로 책자를 보고 중얼거렸다.

“샤워실이 실제 학살이 벌어졌던 장소인지는 나중에 가보도록 할게요. 먼저 1층과 2층, 3층을 둘러본 후 지하에 가보겠습니다.”

현수가 경비실을 나오며 말했다.

그러자 로비 가운데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던 사람들이 현수 일행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들에게는 긴장감이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밝은 곳에 서로 모여 수다를 떨고 있으니 공포가 반감되는 것이었다.

“올라갑시다.”

현수는 이들을 뒤로 하고 위로 올라가는 커다란 계단으로 향했다.

로비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마치 파티 홀의 계단처럼 크고 널찍했다.

그리고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큰 계단이 2층에서 양옆으로 갈라지며 연결이 되어 있었다.

뚜벅 뚜벅-

걸어가는 일행의 발자국 소리가 메아리쳤다.

웅얼웅얼-

로비에서 수다를 떠는 스태프들의 목소리도 메아리쳐 들려왔다.

작게 말하고 있었지만 기괴하게 동굴 메아리처럼 울려 들렸다.

흡사 고스트사운드로 귀신의 소리를 채집했을 때 나는 소리 같았다.

3층까지 올라온 일행은 난간 아래로 1층 로비를 보았다.

1층부터 3층까지, 로비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난간이 뺑 둘러쳐져 있는 것이었다.

“소리가 계속 돌겠네요.”

이렇게 뻥 뚫려있는 구조라면 1층부터 3층까지의 모든 소리들이 전해져 올 것이었다.

현수는 곳곳에서 귀신과 악귀의 흔적을 포착하며 ‘생활실’들을 수색했다.

그 사이 방고리와 하날하날도 귀신의 흔적을 포착하며 흥미롭게 진행해 나갔다.

혜련은 현수 일행의 귀신 탐색을 점점 믿기 시작했고, 랩터는 만사 불만인 표정으로 계속 뒤를 따랐다.

아무 소용이 없는 짓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수는 이런 랩터의 태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2층과 3층 생활실을 촬영했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여인의 사진과 일기장.

그리고 초상화와 당시 장난감.

총기를 관리하던 물품들.

개인 공부를 했던 흔적.

각 생활실에는 머물렀던 직원들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취미가 뭐였는지, 가족은 있었는지- 따위의 모든 정보가 남아 있었다.

그런 흔적들에서 숙연해지기도 하고,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그렇게 쭉 확인을 하고 2층의 마지막 방 앞에 선 일행은 문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다른 방과 달리 이 방은 더욱 크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수용소장의 방이라고 되어 있어요. 이름이-”

“이름은 읽어주지 마세요.”

가이드가 문에 붙은 명찰을 보고 이름을 읽으려 하자 현수가 막았다.

가이드는 살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철컥

역시 문이 잠겨 있었다.

그러자 너도캠핑이 다가가 문을 땄다.

끼이이이이익

또 한 번 나무 부대끼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그리고 내부가 보이는 순간, 현수가 세정의 카메라를 옆으로 돌렸다.

“잠깐 다른 곳으로 앵글 돌리세요.”

현수의 말에 세정이 카메라를 옆으로 돌리며 내부를 보았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 뭔데 뭔데 뭔데

- 보여주세요!!!!

- 뭐야 또 시체있나???

- 뭐에요!!!!

- 뭔지 보여주세요!!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그 사이, 고스트 크루 멤버들에게 장착된 마이크를 통해 음성은 계속 송출되었다.

현수와 방고리가 앞장서서 소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 이, 이.”

방고리는 말문이 막힌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천장에서부터 내려온 여러 개의 로프들에 사람의 뼈가 매달려 있었다.

마치 사지를 잘라 매달아 놓은 듯했다.

그리고 사방에 튄 피는 오랜 세월에 걸쳐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물론 아주 오래된 백골의 형태가 보기에 아주 끔찍한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의 머릿속으로 당시 이곳의 상황이 연상되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아아아아아아아아

동시에 회색 형체들이 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여기 아무래도 재수 없어. 난 나갈래.”

랩터가 고개를 가로젓더니 소장실 밖으로 휙 나갔다.

“혼자 행동하면 안 돼요!”

현수가 말했다.

그러자 TTP 촬영 스태프 중 한 명이 허겁지겁 쫓아갔다.

“이곳에도 뭔가 흔적이 남아 있을 거예요.”

현수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 사이 하날하날과 방고리도 몸이 완전히 얼어 움직이지 못했다.

악귀들의 기에 눌려버린 것이었다.

“이래서 여기 들어왔던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뭐 조사도 못하고 돌아갔던 거구만.”

수정은 악귀들의 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들은 분명 현수 일행을 보고 해코지할 의도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원한은 그 어떤 악귀보다도 강력했다.

“안 돼!”

그때, 밖에서 촬영 스태프의 외침이 들렸다.

일행들이 서둘러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러자 랩터를 쫓아갔던 촬영 스태프가 난간을 붙잡은 채 서있었고, 로비에 있던 스태프들의 비명이 들리고 있었다.

“꺄아아악!”

일행들이 쫓아가 난간 아래를 보았다.

그러자 랩터가 바닥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다리가 부러진 듯 무릎이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뒤틀려 있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현수가 물었다.

“모, 모르겠어요. 갑자기 혼자 달려가더니 난간 아래로 몸을 던졌어요.”

촬영 스태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현재 시청자 수 25819명.

자극적인 장면이 나오고 있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을 이해한 시청자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현재 밀론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인기 가수의 갑작스런 투신.

이 소식은 바로 속보로 인터넷 뉴스에 기재가 되었다.

그러자 한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너튜브에서 현수의 생방송을 검색해 들어오는 사람들이 물밀 듯 들어왔다.

그렇게 금세 3만 명을 돌파해 버린 시청자들.

그들은 흥분한 듯 채팅을 빠르게 써 서로 소통했다.

랩터는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리뼈가 부러져 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스태프 중 의무병 출신이 있어 급히 부목을 대기는 했지만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로비 베이스캠프에 잠시 모여 숨을 고르는 사이, 현지 가이드는 바로 폴란드 인명구조대에 연락을 취했다.

바로 출동하겠다는 회신을 받았지만 수십 분이 지나도록 이들은 오지 않았다.

“여기 위치를 못 찾나?”

방고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누구도 대답하지는 않았다.

“생방송이 되고 있으니 전파가 끊기지는 않는 것 같고.”

TTP 촬영 스태프가 심란한 얼굴로 랩터와 혜련을 번갈아 보았다.

가만히 앉아 상황을 보던 현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하게요?”

세정이 카메라로 현수를 찍으며 물었다.

“여기 가만히 있는 게 능사는 아니죠. 갈라지는 건 별로 현명하지 못하긴 한데요. 저는 계속 여기 수색을 해볼게요.”

“같이 가요.”

하날하날과 방고리, 너도캠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현장을 가만히 보고 있던 혜련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바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올랐다.

“저희 TTP 쪽 카메라 감독님 한 분하고 조명 감독님 한 분만 붙고 나머지는 여기 베이스 캠프에서 대기해 주세요.”

혜련의 말에 TTP 스태프가 물었다.

“따라가게요?”

“우리도 뽑을 만큼 뽑아야죠.”

혜련이 비장하게 말한 후 현수를 따라 계단 위로 올라갔다.

다시 소장실로 들어왔을 땐, 악귀의 흔적이 사라져 있었다.

아까 공격적으로 몰려오던 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공중에 매달려 있는 백골들은 너무 자세히 나오지 않게 촬영해 주세요.”

현수가 세정을 보고 신신당부하며 소장실의 책상을 확인해 보았다.

“이건 무슨 장부인가요?”

현수가 현지 가이드를 찾으며 물었다.

하지만 현지 가이드는 소장실에 따라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 가이드 분 안 따라오셨나?”

“따라오지 않았나? 오는 줄 알았는데?”

소장실에 있는 일행 모두 두리번거리며 가이드를 찾았다.

“구조대가 오는 것만 확인하고 합류한다고, 베이스캠프에 있겠대요.”

그때 촬영 스태프 중 한 명이 말했다.

“아. 그럼 번역을 어떻게 해야 하지.”

현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장부를 보았다.

그때 수정이 현수 옆에서 장부를 슥 보더니 말했다.

“‘실험 장부’라고 되어 있네.”

수정의 말에 현수가 옆을 보았다.

“네? 어떻게 아세요?”

“죽으면 모든 언어를 읽을 줄 알아.”

수정이 대답했다.

하지만 이 모습은 세정을 제외한 모두에겐 현수가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뭐라고요?”

혜련이 물었다.

“아. 실험 장부래요.”

현수가 장부를 조심스레 펼쳐보았다.

그러자 각 날짜별로 지하 실험실에서 어떤 실험이 자행되었는지 적혀 있었다.

수정은 현수의 옆에서 독일어로 적힌 내용을 한 문장씩 읽어주었다.

“뭐라 되어 있나요?”

방고리가 다가와 물었다.

“여기 지하 실험실에서 인체 실험을 했던 것 같아요. 온갖 약물 실험부터 신체 봉합술 실험. 심지어 잘린 사지를 다른 사람에게 붙여보는 실험도 했었나 봐요.”

수정의 번역을 들은 현수가 중얼거렸다.

“그럼 이곳의 악귀들은-”

“-네. 아마 이곳에서 실험 당해 죽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커 보여요.”

“여기 시신은요?”

하날하날의 질문에 현수가 손전등과 EMF 탐지기로 시신을 가리켰다.

“이곳의 소장인 것 같아요. 여기 갇혀 있던 사람들에게 산산이 찢겨 죽은 거죠.”

현수가 말했다.

확실히 백골 주변에 널려 있는 옷에는 나치 독일군을 상징하는 십자가 배지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쾅-

그때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혹시 구조대가 온 것인가 하는 생각에 일행 모두 급히 난간으로 달려가 보았다.

그러자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로비로 랩터, 혜련의 매니저와 코디가 도착해 있었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승합차 안에서 대기하기로 했던 인원들이었다.

“여긴 어떻게 왔어요? 차는?”

“아아. 저, 저, 저 그게-!”

혜련의 매니저가 겁에 잔뜩 질려 몸을 움츠린 채 중얼거렸다.

그들의 온 몸에는 흙이 묻어 있었고, 산길을 뛰었는지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차분하게 말해 봐요.”

현지 가이드가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눈치를 보다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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