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78화 (78/227)

제78화

# 폴란드 위즈소카 수용소 (3)

현재 시청자 수 14956명.

이번에는 그 어떤 때보다도 빨리 만 명을 돌파했다.

해외 촬영에 연예인까지 함께 촬영한다는 커뮤니티 공지에 이어 방송 시작하자마자 각종 사이트에 링크가 공유되며 시청자들이 몰리는 것이었다.

현수는 앞장서서 귀신들이 있는 방향에 EMF 탐지기를 댄 후 불빛이 올라 차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현수가 그럴 때마다 방고리는 심령카메라로 그 모습을 촬영해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그러자 혜련도 TTP 카메라에 보여달라며 손짓을 했다.

- 회색 형체는 악귀인데.

- 여기 악귀 왜 이렇게 많음?????

- 악귀네.

현수 방송을 봐왔던 시청자들은 하얀 형체가 귀신, 회색 형체가 악귀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끼기기기기긱

광장처럼 되어 있는 대문과 건물 앞 평지에는 죄수복을 입은 외국인 귀신들이 서서 현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회색 피부에 눈동자가 없었고, 입술은 칠흑처럼 검었다.

게다가 현수를 따라 고개를 돌릴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났다.

현수는 이들이 모두 ‘악귀’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악귀라면 어떻게든 해코지를 하려 들 것 같았지만 이들은 마치 관찰하듯 현수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이곳의 귀신들은 조금 이상하네요. 악귀의 기운이 강한데 서서 가만히 우리를 보고만 있어요.”

현수가 말하자 랩터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여기 뭐가 있다는 건지.”

그의 말에 방고리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심령카메라를 보여주었다.

“카메라 오작동인가?”

랩터는 끝까지 믿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수정이 팔짱을 끼고 중얼거렸다.

“저 랩터인가 티라노인가 하는 저놈. 저놈이 오늘 제일 위험해 보인다.”

그녀의 말에 현수가 물었다.

“왜요? 저렇게 안 믿는 사람은 늘 있는데.”

“우리 때는 저런 놈을 고춧가루라고 했거든?”

“고춧가루요?”

“민폐 캐릭터.”

“아. 저희 세대에서는 트롤링이라고 하는?”

“트롤 뭐?”

“아닙니다.”

현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주변을 보았다.

어두워서 모두 몇 개의 건물들이 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단, 눈에 보이는 건 3층짜리 거대한 건물과 1층짜리 창고 같은 건물들 여럿이 보였다.

그리고 곳곳에 감시초소로 보이는 타워가 세워져 있었다.

흡사 교도소, 혹은 군사 시설처럼 보이는 정도였다.

“어디부터 가는 거죠?”

혜련이 현수 옆에 와 물었다.

“먼저 이 본관부터 확인을 해 볼 겁니다. 일단 이 시설의 구조를 알아야 해서요.”

현수는 투박하게 지어진 건물의 정문 앞에 서서 말했다.

이 문에도 역시 사탄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러져 있었다.

“이 건물이 본관이라고 합니다. 이 주변 건물들 중 가장 크네요.”

혜련이 TTP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그 때, 현수가 문을 열었다.

끼이이이이익-

지금까지 폐가를 다니며 들었던 그 어떤 문소리보다 크고 우렁찼다.

그만큼 오래된 건물이라는 의미였다.

쿵-

문이 끝까지 다 열리자 거대한 홀이 펼쳐졌다.

게임에서나 보았던 것처럼 한 쪽 벽에는 하켄크로이츠 깃발이 걸려 있었고, 바닥에는 독일을 상징하는 독수리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일행들은 저마다 손전등으로 주변을 슥 비췄다.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하죠.”

현수가 입구 쪽에 고스트돌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TTP 스태프들이 굉장히 밝은 조명을 설치했다.

퉁!

이동식 배터리에 연결된 조명이 밝게 빛나며 로비를 훤히 밝혔다.

화아아아악

부유하고 있는 먼지와 벽의 거대한 하켄크로이츠 깃발.

그 아래 히틀러 동상.

곳곳에 늘어진 금실 휘장들과 붉은 벨벳 카펫.

1900년대 초중반 독일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신기한 공간이었다.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아니, 그 조명.”

현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스태프들을 보았다.

그러자 그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너무 강한 불빛은 귀신들의 주목을 끌기 쉬워요.”

“그렇지만 방송 장비들을 다 끌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이곳에 큰 장비들을 내려두고 이동해야죠.”

TTP 카메라 감독이 말했다.

현수가 난처한 표정으로 혜련을 보자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인원들이 최대한 갈라지면 안 되니까 그 점은 참고해 주세요.”

“네. 촬영에 필요한 인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카메라 감독이 대답했다.

현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조명 주변 장비들을 보았다.

카메라 가방부터 여러 종류의 렌즈들.

그리고 구급함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입구 옆으로 커다란 방이 있는 것을 보았다.

경비실이었다.

“저기로 가보죠.”

현수는 바로 경비실 쪽을 가리키고 걸음을 옮겼다.

일부 스태프를 제외한 일행 모두는 경비실 쪽으로 다가갔다.

현지 가이드가 경비실 입구에 있는 독일어들을 쭉 확인해 보았다.

“여기는 경비실입니다. 통합관제실이라고 되어 있네요.”

가이드가 뒤로 물러서자 현수가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철컥 철컥

하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다른 데부터 가보죠.”

랩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 안에 들어가면 이 시설 지도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일단 여기부터 들어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현수의 말에 너도캠핑이 힙색에 있는 연장들을 꺼내며 문으로 다가갔다.

세정은 이번에도 현수와 너도캠핑, 그리고 심령카메라를 들고 있는 방고리와 레이니를 켜고 있는 하날하날을 번갈아 촬영했다.

철컥 철컥 찰칵!

너도캠핑이 문을 따자 경비실 문이 열렸다.

끼이이이익-

문이 열렸다.

그러자 굉장히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철제 서랍장과 책장, 그리고 책상이 놓인 경비실은 무척 어지럽혀져 있었는데, 벽과 천장, 바닥에는 피로 추정되는 액체가 잔뜩 튀어 있었다.

“어머.”

하날하날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현수는 재빨리 시신이 있나 주변을 보았다.

다행히 안에 시신은 없었다.

현수가 들어오라고 손짓하자 세정이 카메라를 들고 따라 들어왔다.

달각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던 곤봉이 발에 치였다.

곤봉에도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심지어 칼과 펜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피가 흩뿌려진 흔적이 아니라 사람을 찌른 듯한 흔적이라는 점이었다.

“여기 뭐야.”

랩터가 입을 틀어막고 중얼거렸다.

오래 되어 피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끔찍한 풍경이기 때문이었다.

- 와……. 역시 해외는 스케일이 다르네.

- 외국 공포영화나 공포 게임에서 본 적 있어.

- 아웃로스트라는 게임 앎???? 진짜 약간 그 느낌인데?????

- 아웃로스트 알지.

- 아아아 그 정신병원 탈출하는데 카메라로 촬영하는 그 게임??????

- ㅇㅇㅇㅇㅇㅇㅇㅇ 진짜 딱 그 느낌이네.

아웃로스트는 인디게임사에서 출시한 공포 게임인데, 기자인 주인공이 카메라를 들고 정신병원의 불법 실험을 취재하러 들어갔다가 겪게 되는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해당 게임도 카메라로 이런 시설을 촬영한다는 점에서 현수의 방송과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 지도가 있어요.”

그때 방고리가 벽에 걸린 커다란 지도를 가리켰다.

외부 시설 지도와 본관의 지도가 각 층별로 나와 있었다.

“밖에는 샤워실이네요. 1샤워실, 2샤워실, 3샤워실. 총 세 개가 있네요. 별채처럼 ‘생활실’ 두 채가 더 있고요. 그리고 본관은 지상3층에 지하1층. 지하에 보일러실하고 연구실이 있고 1층에는 행정 관련된 부서 사무실. 그리고 2층하고 3층은 직원들 숙소로 되어 있어요.”

방고리는 카메라를 꺼내 지도를 자세하게 찍으며 중얼거렸다.

“지도 촬영할 수 있는 분들은 모두 촬영해서 남겨주세요. 계속 필요할 거예요.”

현수가 말하자 혜련과 하날하날, 너도캠핑도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촬영했다.

그 사이 현수는 책상에 놓여 있던 일지를 확인해 보았다.

모두 독일어로 적혀 있었다.

“가이드님. 이것 좀 확인해 주실래요?”

현수의 말에 현지 가이드가 다가가 일지를 확인해 보았다.

한참 보던 그는 인상을 쓰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이곳에서 ‘반란’이 일어났었네요.”

“반……란이요?”

가이드의 말에 경비실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집중 되었다.

“눈이 내리는 겨울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감되어 있던 죄수들이 난동을 일으켜서 이곳에 있던 직원들이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그가 보고 읽고 있는 페이지에도 피가 튀어 있었다.

“죄수라.”

혜련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때 현수가 물었다.

“여기 있던 모든 직원들이 다 죽었다면 지금 그 페이지는 누가 쓴 거죠?”

현수의 질문에 가이드는 머리를 긁적이다 조금 더 읽어보았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들까지도.”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싹한 한기가 경비실을 슥 훑고 지나갔다.

현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입구에서처럼 악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이 근처에 맴돌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필체가 달라요.”

가이드가 앞장 기록과 마지막 기록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현수가 다가가자 세정도 접근해 일지를 촬영했다.

“독일어로 쓰여 있는데요. 이 철자만 보더라도 바로 전날 일지를 쓴 사람과 마지막 일지를 쓴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는 거죠.”

“그렇다는 건?”

이야기를 듣던 너도캠핑이 현수를 보며 물었다.

“그렇다는 건 마지막 일지를 쓴 사람은 여기 있는 경비원을 죽이고 탈출한 ‘죄수’일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현수가 거들었다.

그러자 일행 모두 입을 다물고 눈치를 보았다.

“여기서 알아낼 수 있는 건 모두 알아내야겠습니다.”

그 중 유일하게 현수만 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현수는 서랍장과 책장을 살피며 다른 자료들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가이드는 긴장된 표정으로 현수 옆에서 함께 자료를 찾아보았다.

“1941년도 ‘수감자 목록’이라고 나와 있는데요.”

가이드가 책 한 권을 꺼내 건넸다.

그러자 그곳에는 수백, 수천 명의 독일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입소 날짜들이 이름 옆게 메모되어 있었다.

하지만 특이한 건, 퇴소 날짜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명단의 이름을 보았을 때 엄청나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들어왔으나, 이 정도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닌 듯했다.

그러기에는 숙소로 쓰일 만한 공간이 지도 상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호, 혹시.’

현수는 지도를 유심히 보며 다가갔다.

“혹시 샤워실이-”

숙소로 쓰인다고 기재된 시설의 규모로 볼 때 샤워실이 필요 이상으로 크고 많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다는 건 혹시 이곳 역시 ‘대량학살’이 이루어진 곳이 아닐까-하는 추측을 하게 했다.

- 근데 왜 기록이 안 되어 있지?????

- 서로 막 숨긴 거 아님???

- 와 여기 찐 공포다.

- 진짜 영화 세트장 같아.

- 세트장일지도 모름ㅋㅋㅋ

시청자들이 흥분해서 채팅을 올렸다.

그러는 사이 파워챗 후원도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많이 터지고 있었다.

세정은 벌써 파워챗 후원만 300만 원이 넘게 들어온 것까지 확인하다 세기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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