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77화 (77/227)

제77화

# 폴란드 위즈소카 수용소 (2)

며칠 후.

현수를 포함한 고스트 크루들과 스태프들, 그리고 TTP 방송국 관계자들, 랩터와 이혜련이 모두 모여 폴란드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라미로브 스태프 중에는 현아와 효진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하날하날과 너도캠핑은 폴란드 현지에서 개별 브이로그 영상도 촬영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들이 수시로 카메라를 들어 촬영하는 동안 현수는 한 번씩 출연해 짧은 코멘트와 인사를 해주었다.

촬영은 이렇게 자유롭게 할 수 있었지만 업로드에는 약간의 조건이 걸렸다.

TTP 방송국에서 방영을 한 이후에 각자 채널에 업로드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단, 현수의 생방송만큼은 자유롭게 해도 된다는 부칙이 붙었다.

스트리머 모두 이 조건에 수긍을 했고, 다들 업로드 할 영상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해맑고 즐겁고 행복한 모습.

예쁘고 단아한 모습.

멋진 패션 피플 같은 여행 모습.

하지만 이건 위소즈카 수용소에 가기 전 날까지만 가능했다.

수용소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이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 * *

위소즈카 수용소 인근 산길.

현지에서 렌탈한 승합차가 덜컹거리는 산길을 한참동안 타고 들어갔다.

낮에 출발했지만 해가 질 시간이 되어서야 수용소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합니다.”

현지 가이드가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일행들은 이것저것 장비들을 다 챙겨들고 차에서 내렸다.

“심령카메라는 방고리님이 들어주시고요. 레이니 앱은 고글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니까 하날님이 다운 받으셔서 따로 켜주시면 될 것 같아요.”

현수가 각 일행들에게 오더를 내려주었다.

“그리고 캠핑님은 저하고 같이 조명을 신경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알겠어요.”

너도캠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스트리머들이 각자 임무를 부여받는 동안 랩터와 이혜련은 각자 자신의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더니 현수 일행에게 다가와 살갑게 인사를 했다.

같이 폴란드에 온 첫 날 저녁, 전체 회식 때 이후로 처음 보는 것이었다.

“건물이 보이면 거기서 일단 오프닝 따고, 그때부터 카메라 풀로 돌릴 거예요. 다들 참고해 주세요.”

TTP 쪽 스태프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메이크업을 확인했다.

그 사이 매니저와 코디들이 자기 연예인들에게 다가가 이것저것 확인을 해주었다.

“우리 촬영하는 동안 너희는 차 안에 있어.”

혜련이 말하자 개인 스태프들이 고개를 끄덕인 후 승합차 안에 들어갔다.

“자. 이동할게요.”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모두 산길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후 몇 십 분 산길을 오르자 드디어 허름한 콘크리트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근대 유럽식 건물의 거대한 담장과 초소.

온갖 기괴한 낙서들이 가득한 곳.

흡사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럼 이곳에서 오프닝 딸게요. 다들 준비해 주세요.”

TTP 스태프가 소리쳤다.

그러자 다들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정도 바로 생방송 준비를 했다.

“와. 근데 TTP 저기는 녹화 뜬 다음에 나중에 편집 영상만 방송할 거면서 현수님 생방송을 허락해줬네요?”

하날하날이 다가와 속삭이듯 물었다.

“뭐. 이 콘텐츠에 중심이 현수님이기도 하고, 또 현수님 생방송을 예고편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더라고요. 현수님 생방이 떡상하면 자기네 파일럿도 떡상할 거라고.”

세정이 대답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때 수정이 현수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야. 여기 안 들어가는 게 네 신상에 좋을 거 같다는 느낌. 나만 드는 거 아니지?”

그녀의 말에 장비를 챙기던 현수가 입구 쪽을 보았다.

열려 있는 거대한 철제 대문 사이로 회색 형체가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보였다.

악귀였다.

사아아아아아

이어 악귀 주변으로 회색 연기들이 드라이아이스 연기처럼 스멀스멀 피어났다.

여러 악귀가 뒤섞여 있는 곳이라는 의미였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요?”

세정 역시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는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서야 말로 이게 쓸모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현수는 솔트샷건을 허리에 차며 중얼거렸다.

그때 랩터가 다가와 물었다.

“이거 뭐예요? 장난감?”

“악귀 잡는 거예요. 소금 나가는 거.”

“아 진짜요? 하하하.”

랩터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자 현수와 함께 흉가를 다녀본 일행들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보았다.

“고스트버스터즈네요. 하하하하. 건투를 빌어요.”

랩터가 말하는 사이, 혜련이 다가왔다.

“어머. 진짜 전문 장비들 같다. 영상들 다 봤어요. 어떤 장비들인지 확인 했습니다.”

랩터와 달리 혜련은 꽤 정중한 모습이었다.

“감사합니다.”

현수가 인사를 하며 다시 랩터를 보았다.

“혹시 제 영상 좀 보셨나요?”

“아뇨. 제가 너튜브를 잘 안 봐서요.”

랩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순간 현수는 불쾌함과 동시에 걱정스러움이 밀려 들어왔다.

현수 영상을 보지 않은 것은 둘째 치고, 함께 촬영을 한다면 모니터링 차원에서라도 확인해 볼 법한데 그조차 안 했다는 것.

그리고 현수가 어떤 장비로 촬영을 하고 또 어떤 귀신들과 싸웠는지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것.

랩터는 괜히 호기롭게 굴다가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시작합니다. 준비하세요.”

TTP 스태프의 말에 모두 자세를 잡았다.

“자. 들어갑니다. 하이- 큐!”

TTP 스태프의 수신호와 동시에 카메라에 초록색 불빛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미스터리 나이트의 개그우먼 이혜련입니다. 자! 이곳이 어디냐. 저희는 바로 폴란드! 폴란드에 나와 있습니다.”

혜련은 평소보다 두 톤은 더 텐션 업 된 목소리로 멘트를 해나갔다.

확실히 너튜브나 스위치 스트리머들보다 훨씬 더 전문적인 느낌이었다.

‘아무리 스트리머들이 날고 긴다 해도 방송가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은 다르구나.’

현수는 그런 혜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게스트는 최근 밀론 차트 1위 주행을 하고 있는 가수! 랩터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랩터입니다!”

“그리고 최근 너튜브에서 큰 화제를 이끌고 있죠. ‘귀신 탐정’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너튜브 ‘캡틴 퇴마’ 채널의 박현수 씨! 그리고 ‘하날하날’ 채널의 양하나 씨! 캠핑 영상을 촬영하는 ‘너도캠핑’ 채널의-”

혜련은 한 명 한 명 소개를 해주며 촬영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 사이 세정은 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TTP의 현장 녹화와 현수 채널에서의 생방송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었다.

“이곳은 어떤 곳이죠?”

혜련이 질문하자 현수가 몸을 돌려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은 1940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이 되는 수용소입니다. 세계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점령한 이후 세운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이곳에 어떤 사람들이 수감 되었는지,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현수의 말에 혜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큰 건물이 남아 있는데 아직 밝혀지질 않았다고요?”

“네. 분명 건물 양식은 당시 독일의 건축 유행을 따랐는데 독일에도, 폴란드에도 이 건물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이곳을 겪어본 사람들도 발견이 되지 않았고요.”

“그게 가능한가요?”

“글쎄요. 더구나 이곳에 대해 조사를 하러 들어갔던 사람들 역시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고 포기해야 했답니다.”

“아아. 소름끼치는 곳이네요.”

혜련이 받아쳤다.

그 사이 현수 채널의 시청자들 채팅이 올라왔다.

- 우와 해외다. 해외

- 아 커뮤에 사전 공지 했던 데구나.

- 폴란드면 홀로코스트 있던 데 아님???

- 거긴 아우슈비츠고.

- 저긴 뭐임???

- 처음 봐.

- 해외로 뻗어 나간닼ㅋㅋㅋ

- 오늘 사람 왤캐 많음? 조명도 무지 세네.

- TTP 방송국이랑 콜라보래.

- 와 대박.

평소보다 더 밝은 조명 덕분에 화질이 보다 선명해지자 시청자들이 꽤 반기는 분위기였다.

세정은 댓글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카메라 앵글을 수시로 조절해 나갔다.

TTP 카메라 스태프는 세정이 못마땅한 듯 눈치를 주었다.

아무리 약속이 되어 있는 사안이었지만, 녹화를 하는데 생방송을 돌리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수 입장에서는 조작이라는 증거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실시간, 끊김 없는 방송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생방송을 놓칠 수 없었다.

“캡틴님! 캡틴님께서 사용하시는 장비. 저희 시청자 분들께 소개 한 번 해주시죠!”

혜련이 카메라와 현수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현수는 카메라를 보며 EMF 탐지기부터 솔트샷건, 그리고 고스트돌, 심령카메라를 소개해 주었다.

“자, 그러면 이제 이동을 하면서 촬영을 해볼까요?”

혜련이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현수 일행과 혜련, 랩터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커다란 수용소 건물로 진입해 들어갔다.

입구에는 러시아어와 영어, 중국어로 온갖 낙서들이 적혀 있었다.

모두 해석할 수는 없었지만 이곳, 혹은 방문객들을 저주하는 듯한 문구들 같았다.

심지어 이 앞에서 오컬트 행위를 했었는지 동물의 뼈, 별이 그려진 바위들이 발견 되었다.

“이건 뭐죠?”

“이 별은 사탄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이 동물 뼈는 산양으로 보이는데, 산양 역시 사탄을 상징하는 동물 중 하나거든요. 이곳에서 악마 숭배 같은 행위가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정작 이것들에서는 그 어떤 귀신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이 수용소가 그런 악마들을 위해 만들어졌던 건가요?”

“아뇨, 아뇨. 그건 아닙니다. 건물 외부, 담장을 따라 있는 걸로 봐선 전쟁이 끝난 후 이곳에 온 사람들이 한 것 같아요.”

현수는 온갖 집기들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런 걸로 귀신들을 불러 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참 신기한 것 같아. 하기야 나도 살아있을 땐 그런 거 믿었으니까, 뭐.”

수정이 산책하듯 뒷짐을 지고 걸으며 말했다.

“이건 러시아 인형 같은데요. 여기에 있으니 굉장히 섬뜩하네요.”

현수가 구석에 떨어져 있는 인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희번뜩 뜬 눈에 하얀 피부, 앵두처럼 붉은 입술이 오밀조밀하게 박힌 러시아 인형은 특유의 분위기로 괜스레 공포스러움을 자아냈다.

심지어 야외에 버려진 지 오래 되었는지 옷과 피부는 한껏 상해 있었다.

랩터가 인형을 집으려 하자 현수가 말렸다.

“이런 곳에 와서는 물건들을 함부로 잡으시면 안 돼요.”

현수의 말에 랩터는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처음에는 살짝 무시하는 듯한 태도였지만 수용소로 다가갈수록 음습한 분위기가 엄습하자 현수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고 있었다.

“여기 머릿돌이 있네요.”

정문 옆에 낮은 비석처럼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러자 현지 가이드가 다가가 비석을 읽었다.

“1940년 건립된 게 맞습니다. 이걸 보고 사람들이 1940년대 만든 건물이라고 이야기 한 거네요.”

“무슨 용도인가요?”

“그 내용은 없고 히틀러에 대한 찬양 글귀만 있습니다.”

가이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어찌 되었든 나치 독일이 이 건물을 지은 건 맞는 것 같습니다.”

혜련이 정문을 보며 말했다.

금속으로 된 정문 가운데에는 하켄크로이츠 문양이 각인되어 있었다.

사아아아아아

대문 너머로 회색 형체들의 수가 점점 많아졌다.

다른 일행들은 전혀 보지 못하는 상태.

현수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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