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76화 (76/227)
  • 제76화

    # 폴란드 위즈소카 수용소 (1)

    며칠 후.

    라미로브 본사 회의실.

    현수가 문을 열고 들어가 앉자 잠시 후 김창수 과장과 세정이 들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세정은 흐릿하게 보이는 수정의 형체를 힐끔 보고는 모른 척 현수를 보았다.

    “바로 직전에 올린 영상도 조회 수가 20만 명이 넘었더라고요. 아마 쇼츠는 금방 100만 넘을 것 같아요.”

    김창수 과장은 기분이 좋은지 엄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네, 네. 감사합니다.”

    “편집 영상이나 생방송이 워낙 잘 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일단 올리면 평균 50만 명 조회 수는 찍는 것 같아요.”

    “네.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구독자 수가 지금 몇 개월 째 50만 명을 넘지를 못하고 있네요.”

    김창수 과장은 현수의 채널 인사이트 정보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뉴스와 관련된 키워드가 많다 보니 현수의 영상들이 여러 알고리즘에 잘 잡히기는 해서 조회 수가 높게 나오지만 구독까지는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었다.

    물론 반 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47만 명의 구독자를 모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김창수 과장은 현수 채널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키워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전에 미드나잇 게임을 했던 게 여름쯤이었죠?”

    “네. 초여름쯤이었습니다.”

    “이번에 미드나잇 게임 2기를 한 번 해보면 어떨까요?”

    김창수 과장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미드나잇 게임을요?”

    “네. 그때는 여러 변수 때문에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지만 조금 더 철저히 기획을 하면 되지 않을까요?”

    “음. 그때 사람이 다쳤던 건 기억하시죠?”

    “네. 철저히 준비를 하면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미드나잇 게임 이후로 고스트 크루들, 조회 수랑 구독자 수가 확 뛴 거 아시죠?”

    “그렇긴 합니다만 너무 위험합니다. 과장님께서 직접 안 겪어보셔서 모르시는 건데요. 전 귀신을 보고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귀신들이 제 주변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아무리 열심히 준비를 해도 같은 일이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흠.”

    김창수 과장은 혼자 팔짱을 끼고 현수의 얼굴을 계속 응시했다.

    아무래도 회사의 매출부터 생각하는 김창수 과장 입장에서는 고스트 크루의 모든 멤버들이 다시 한번 동시에 떡상할 만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 현수님께서 빠르게 성장하시고 또 콘텐츠도 잘 뽑아주시는 건 잘 압니다만, 광고 수주 건도 그렇고. 사측 콘텐츠 제안도 그렇고. 이렇게 자꾸 거절만 하시면 저희 입장에서도 곤란합니다.”

    김창수 과장이 살짝 상체를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저희 사측에서 매니지먼트 해드리고 또 지원금도 주기적으로 드리고 있는데 이렇게 저희 요청에 비협조적이시면 저도 위에 보고를 올릴 때 난처해요.”

    “광고나 미드나잇 게임 2기나 진행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계속 말씀드렸잖아요.”

    “네, 네. 저는 인지하고 있습니다만 윗분들이 보시기에는 납득이 안 될 테니까요. 광고 쪽이야 그렇다 쳐도 콘텐츠 제안 쪽은 같이 고민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창수 과장의 말에 현수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엄연히 현수를 케어해주는 소속사인데, 소속사의 요구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있다면 그것대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전처럼 현금을 걸고 게임을 하지 말고 그냥 크루들 데리고 흉가를 방문하는 걸로 하죠.”

    “그거야 한 번씩 줄곧 해오던 거잖아요.”

    “그럼 이번에는 해외로 가는 겁니다. 그럼 외국인 구독자도 확 늘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수의 말에 김창수 과장이 말을 멈췄다.

    “유럽이나 북미 쪽. 혹은 일본 쪽에 흉가 많잖아요. 그쪽에 방문하는 거죠.”

    “새로운 그림이 나와서 좋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뭔가 좀 특별한 게 하나가 추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특별한 거요?”

    “그럼 연예인을 데려가는 건 어때요?”

    “아아. 연예인을요.”

    “고스트 크루에 연예인도 몇 명 추가하는 거죠.”

    “연예인들이 게스트로 와줄까요? 제가 연예인도 아니고. 제 채널에 와줄지.”

    “그건 저희가 해결할 일이고요.”

    김창수 과장이 웃으며 말했다.

    “정 그런 그림이 필요하다고 하시면 해야겠지만, 전 아무래도 걱정이 되기는 해요. 악귀라도 마주치면 사람이 다치게 되니까요.”

    “그 부분도 게스트로 초빙할 때 확실히 고지하도록 하죠. 그럼 해외 어디로 가면 좋을지 한 번 서칭해 주시고, 일정 체크해 주세요. 미리 녹방 떠야 하는 것들도 생길 테니.”

    “네, 알겠습니다.”

    현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지만 그래도 연예인이 나와 준다면 채널 성장에 지대한 영향이 미칠 것임은 분명했다.

    다른 인플루언서가 나오는 것보다 조회 수와 구독자 몰이에 더 유리한 것이었다.

    “그럼 더 하실 말씀 있을까요?”

    김창수 과장이 물었다.

    그러자 현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세정님 통해서 이야기 들으셨을 것 같긴 한데요.”

    “네, 네.”

    “최근 제 채널에 주기적으로 채팅을 다는 h2918401라는 아이디의 유저요.”

    “아아. 이야기 들었습니다.”

    “이 아이디 주인. 왠지 ‘허태훈’으로 추정이 되는데 혹시 확인 되나요?”

    “아. 이 부분은 너튜브 쪽에서 확인을 안 해줄 거예요. 외국 기업이다 보니까 이런 협조 받기가 쉽지 않죠. 무엇보다 과거에 스트리머 고소 고발 건으로 국내에서 신분확인 요청을 해도 정말 극단적인 범죄 아니면 협조를 안 해주더라고요.”

    “그렇군요.”

    “네, 네. 게다가 h2918401가 허태훈인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니 당연히 조회 안 해줄 겁니다.”

    “알겠습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또 연락 주십시오.”

    김창수 과장이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너무 걱정 마세요. 경찰 쪽에서 감시도 해주고 있으니 별 문제 없을 거예요. 그나저나 해외 흉가 체험이라니. 대박이네요.”

    회의실에 남은 세정이 말했다.

    “그러게요. 잘만 촬영 되면 제대로 각이 나올 것 같긴 한데.”

    “한 번 검색해 주시고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현수가 세정에게 인사를 하고 미팅을 마무리했다.

    * * *

    현수는 컴퓨터 의자에 앉아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모니터에는 세계 유명한 미스터리 목록이 쭉 나오고 있었다.

    현수는 등받이에 등을 푹 기댄 채 목록과 사진들을 훑어보았다.

    - 프랑스 아르튀르 고성.

    - 일본 나고야 흉가.

    - 스페인 딜란 흉가.

    그리고 그 목록 옆에는 건물의 외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와, 와.”

    사진을 본 현수는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국내 폐가, 폐건물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음산해 보였다.

    옆에서 함께 보고 있던 수정이 피식 웃었다.

    “아유. 너 저기 갈 수 있겠냐?”

    수정의 말에 현수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가자면 가야죠. 그리고 해외 촬영하면 외국인 구독자도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 같고.”

    “정말 조회 수랑 구독자에 미친놈이구나.”

    “그렇게 해야 성공하죠.”

    현수는 사진들을 확인하다 한 곳을 지정해 조금 더 자세히 검색을 해보았다.

    폴란드 위소즈카 수용소.

    이곳은 세 개 동으로 이루어져 세계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이용했던 수용소였다.

    홀로코스트로 인해 악명이 높았던 아우슈비츠 수용소 역시 폴란드에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곳에서도 끔찍한 일이 자행되었을 가능성이 커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산속에 위치한 위소즈카 수용소에서는 귀신이 포착 된다는 소문 때문에 전 세계 미스터리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문제는 이곳에 대한 기록이 아예 전무하다는 것.

    이곳을 경험했다는 폴란드 사람은 물론 독일인 역시 나타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이곳이 어떤 시설이었는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폴란드 군인들이 투입되기도 하고 공무원들이 투입되기도 하고, 심지어 방송국에서도 사람들을 모아 투입시켜 보았지만 모두가 중도 포기하고 도망을 쳤다는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위소즈카 수용소는 여전히 산 속에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고 했다.

    현수는 이곳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여기 가게?”

    수정이 물었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어쭙잖게 하지 말고.”

    “배포가 큰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수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돌아섰다.

    그 사이 현수는 이곳의 정보를 정리해 세정에게 보내주었다.

    * * *

    폴란드 출장 준비는 착실하게 준비가 되었다.

    평일 일주일을 모두 써야 하는 관계로 ‘수요일의 괴담’은 미리 녹화 촬영을 해놔야 했다.

    그리고 해외 출장 때문에 수요일 생방송은 없다는 것을 미리 공지해 두었다.

    또 한 가지.

    함께 폴란드로 갈 멤버가 확정되었다.

    이전처럼 방고리와 하날하날, 너도캠핑이 함께 하기로 했다.

    그리고 연예인은 밀론뮤직 차트에서 1위를 했던 남자 가수 ‘랩터’와 ‘대식좌’ 컨셉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우먼 ‘이혜련’이 캐스팅 되었다고 전해졌다.

    “랩터랑 이혜련이 같이 간다고요? 와. 캐스팅 비용 좀 세게 들었겠어요.”

    현수가 세정과 통화를 하던 중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종편 케이블 채널 중 한 곳하고 공동 제작으로 들어가요.]

    “아, 그래요?”

    [네. 이번에 TTP라는 방송국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미스터리 예능을 하나 하는데 거기 메인 MC가 이혜련 씨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라미로브랑 콜라보로 같이 움직이는 거예요.]

    “아하. 그렇군요.”

    [촬영팀은 별도로 구성이 되어서 저희 스트리머 한 분당 개인 스태프가 붙는 게 아니고 저희 라미로브에서 스태프 팀을 따로 구성해 한 번에 촬영할 거예요.]

    “아아. 네, 네.”

    [저희는 녹화 위주로 딸 거고. 생방송을 하실 거면 따로 말씀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음. 저는 생방송도 같이 진행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부분은 과장님한테 이야기를 해둘게요.]

    “네, 네.”

    제법 큰 규모의 촬영인 셈이었다.

    종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실제 방송국에서도 합류해 함께 촬영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고스트 크루의 단톡방도 시끌벅적해졌다.

    - 생방 돌릴 거?

    - 저는 안 돌릴 거예요. 어차피 TTP에서 촬영하고 우리 회사에서도 녹화 뜬다며요.

    - 저도 안 돌릴 거예요. 현수님은 돌릴 거?

    하날하날과 너도캠핑, 방고리가 번갈아 물었다.

    현수는 바로 답장을 해주었다.

    - 저는 생방송 돌리려고요.

    - 옼ㅋㅋㅋㅋ그럼 현수님한테 딱 붙어 있으면 되겠닼ㅋㅋㅋㅋㅋㅋ

    - 아쌐ㅋㅋㅋㅋ

    다들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되면 현수를 집중 촬영할 세정의 카메라 한 대.

    고스트 크루를 촬영할 라미로브 스태프진의 카메라 한 대.

    그리고 랩터와 이혜련을 중심으로 상황 전체를 촬영할 TTP 방송국 카메라 한 대.

    이렇게 세 대가 운용이 되는 것이었다.

    ‘공부 좀 확실하게 하고 가야겠다.’

    현수는 위소즈카 수용소에 대해 조금 더 검색을 해보며 각종 서적들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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