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73화 (73/227)

제73화

# 진솔병원 (3)

현재 시청자 수 3696명.

방송을 시작한 이후 계속해서 급상승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인기 급상승 동영상 순위에도 금세 올랐다.

현수는 EMF 탐지기로 프런트 곳곳을 비췄다.

아직까지 크게 반응이 오는 곳은 없었다.

그 사이 방고리도 심령카메라와 레이니 앱을 번갈아가며 구동을 해 보이고 있었다.

“지금 아직 귀신이 보이지 않아요. 그거 써도 뭐 안 보이실 거예요.”

현수의 말에 방고리는 머쓱한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잡히지 않겠어요?”

“제 눈에 보이지 않으면 거기서도 안 잡혀요.”

당당한 현수의 말에 방고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귀신을 본다는 현수의 말을 100% 믿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렇게 당당하니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방고리는 심령카메라를 들었다.

“그래도 뭔가 잡힐 수- 어! 잡혔다!”

그때 방고리가 현수 뒤에 있는 하얀 형체를 비추며 말했다.

현수가 돌아보자 수정이 서 있었다.

“그 귀신은 구희용 호텔에서부터 저 쫓아다니는 수호신이에요. 우리가 찾는 거 아니에요.”

현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일을 계속했다.

방고리가 억울하다는 듯이 세정을 보자 세정은 현수 말이 맞다는 고갯짓을 해보였다.

“여기 다 미친 사람들인가.”

방고리는 아주 작게 읊조렸지만, 가슴에 설치된 소형 마이크를 타고 방송에 송출 됐다.

- 저러다 방고리 참교육 당할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당해봐야짘ㅋㅋㅋㅋㅋㅋㅋ

- 만약 주작이라면 방고리가 밝혀내지 않겠음??

- ㅋㅋㅋㅋㅋㅋㅋ방고리 역시 웃겨

- 거기 병원에서도 트롤링 한 번 돌리잨ㅋㅋㅋㅋㅋㅋㅋㅋ

- ㅅㅂ트롤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 지금 쟤가 너 미쳤다고 한 거 들었어?”

수정이 현수의 뒤에서 속삭였다.

“관심 없어요.”

“짜식. 대인배네?”

“어째 여기. 조금 있으면 저분이 저한테 살려달라고 할 것 같거든요.”

현수는 오싹하게 감도는 한기를 느끼며 주변을 보았다. 천장과 벽에서 하얀 연기들이 스멀스멀 피어나기 시작했다.

“방고리님. 지금 저쪽 벽에 심령카메라 대보시면 귀신의 흔적이 잡힐 거예요.”

현수가 말하자 방고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기 아까 아무것도 안 잡혔-”

방고리는 투덜거리며 심령카메라를 들었다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분명 조금 전에 심령카메라를 돌려 보았을 때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던 벽에서 갑자기 하얀 연기들이 잡힌 것이었다.

심지어 심령카메라가 아닌 맨 눈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헐!”

방고리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역시 모두가 같은 반응

- 이런 거 보면 진짜 주작은 아닌 거 같음

- 신기할 따름입니다.

- 10000원 파워챗

- 오늘도 불철주야 이승의 평화를 위하는 캡틴에게 한 턱.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방고리 반응 웃기닼ㅋㅋㅋ

- 겜할 땐 워리어인데 여기선 NPC넼ㅋㅋㅋㅋㅋ

방고리의 반응에 시청자들이 즐거워했다.

하지만 현수는 점점 더 차가워지는 공기와 짙어지는 하얀 연기에 뒷걸음질을 쳤다.

사아아아아

이내 하얀 연기는 마치 연소된 불꽃의 연기가 천장에 모이는 것처럼 천장을 가득 메웠다.

세정은 아주 흐릿하게 그 형체를 볼 수 있었다.

현수는 이때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을 감지했다.

보통 이럴 때 두려움, 혹은 분노를 느낀 적은 있어도 ‘슬픔’을 느낀 적은 없었다.

“정신 차려. 귀신은 산 사람한테 자기 기분을 전이시킬 수 있어.”

수정이 현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귀신의 기운을 누구보다 빠르게 보고 접할 수 있는 현수는 지금 이곳에 있는 귀신들의 슬픔을 굉장히 빨리 흡수한 것이었다.

“오, 오, 오.”

방고리는 신기한 듯 천장을 심령카메라로 비추며 탄성을 내질렀다.

“쉿. 조용히 해야 해요.”

현수가 진지하게 말하자 방고리는 고개를 끄덕인 후 평정심을 찾아갔다.

미드나잇 게임에서 보았던 진중함이 약간 사라진 모습이었다.

‘그때 촬영 컨셉으로 그렇게 잡고 왔던 건가.’

현수는 짧게 생각하며 다른 방향 벽을 보았다.

단체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진솔의원 앞에서 찍은 마을사람들의 단체사진.

모두 하나같이 뿔테 안경이나 선글라스, 벙어리장갑, 모자들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런데 촬영 날짜는 무더운 여름인 8월이라고 메모가 되어 있었다.

“와. 8월에 왜 저렇게들 꽁꽁 싸매고 찍었대요?”

방고리가 물었다.

“한센병은 눈꺼풀이나 손, 발 같은 말초신경 살점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에 그걸 감추려고 환자분들이 저런 걸 다 착용하고 지냈다고 해요.”

현수는 어렸을 때 보고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주며 사진을 유심히 보았다.

모두 덥고 고통스러웠을 것임에도 해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걸 보자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지금 우시는 거예요?”

방고리가 현수를 보며 물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차별 때문에 많이 힘드셨던 것 같아요.”

뒤에 있던 세정도 눈물을 한 방울 또르륵 흘렸다.

방고리는 당황한 듯 둘을 번갈아 보았다.

“박현수. 정신 차리랬지.”

그 순간, 수정의 표정이 차갑게 변하면서 현수의 등에 확 달라붙었다.

그러자 현수가 어깨를 흠칫 하더니 바로 눈물을 닦았다.

“자. 집중. 집중. 지금 여기 귀신들. 저희한테 해코지는 안 하는데 기분을 굉장히 슬프게 만들고 있어요. 휘말리지 않게 조심합시다.”

현수가 세정을 보며 말했다.

세정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병원 이력이 써있네요.”

그때 방고리가 다른 방향의 벽을 보며 말했다.

그쪽에는 나무 간판에 의원 설립 일자부터 초대 원장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언제 누구로 바뀌었고, 어떻게 확장 공사를 했는지에 대해 적혀 있었다.

“병원을 세운 사람은 일본인이었네요.”

“그러게요. 그때는 단층짜리 건물이었고.”

현수 역시 간판을 보면서 손전등을 비춰보며 말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흑백으로 된 일본인 초대 원장 사진에 누가 붉은 펜으로 눈을 지워놓은 것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현수는 방송 초창기 때 보았던 초상화를 떠올렸다.

‘아카찬 아쿠마.’

현수는 초대 원장의 이름을 속으로 읊조렸다.

“여기서 더 볼 건 있나요?”

방고리가 손전등을 돌리며 물었다.

“이제 방하고 2층을 살펴봐야죠.”

현수는 가방에서 고스트돌을 꺼내 프런트와 소파에 놓았다.

“지금 여기랑 여기에 고스트돌을 놓아두었습니다. 만약 여기 귀신이 나타나면 쟤네들이 소리를 낼 거예요.”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한 후 진료실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곳은 프런트보다 더 어지럽혀져 있었다.

의사 가운부터 온갖 책과 서류들.

스탠드와 가죽 베개.

진료실에 있을 법한 모든 것들이 자리를 못 잡고 나뒹굴었다.

- 소화원 때보다 더 정신없다.

- 거긴 그래도 뭔가 사람 흔적이 있었는데. 소주병 같은 거.

- 여긴 진짜 시간이 멈춘 것 같아.

진료실 특유의 분위기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벽에 걸린 인체 해부도와 모형도.

피부과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도 진료를 봤던 모양이었다.

“이곳은 완전 시골이었고 읍내와는 거리가 꽤 되니까 병원이라고는 이거 하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의사 한두 명이서 마을 환자들의 모든 병증을 검진한 듯합니다.”

현수가 의사의 책상을 보며 말했다.

- 그래도 되는 거임????

- 시골이니까…….

- 시골이라서.

- 누가 감독이나 했겠나.

- 저 정도 깡촌이면 할아버지 할머니 밖에 없으실 텐데 어지간해서 큰 병원 가시겄어???? 동네 의원 있으면 거기 가셨겠지.

“그래서 여기 간판은 ‘진솔의원’이지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냥 ‘진솔병원’으로 이름이 돌았던 거 같아요. 모든 병을 다 보니까.”

현수는 책상에 굴러다니는 용품들을 유심히 보았다.

1990년대 출시한 펜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무척 오랜만이었다.

“이거. 진료 차트인가?”

방고리가 서류뭉치를 건네며 물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진료를 받은 사람들에 대한 증상과 처방 기록이었다.

“복통부터 두통. 감기. 정말 종합병원이었네요.”

현수는 서류를 내려놓고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이건 뭐죠?”

책상 구석에는 한자로 위령(慰靈)이라 적인 위패가 놓여 있었다.

그곳에서는 하얀 형체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한자 뭐라고 쓰인 거지?”

방고리가 혼잣말을 하며 위패에 손을 대려 했다.

“손대지 마요!”

현수가 짧고 작게 말했다.

그러자 방고리가 멈칫했다.

그 순간이었다.

깜빡깜빡-

손전등이 깜빡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꺼져버리고 말았다.

“뭐야. 이거 갑자기 왜 이래.”

방고리가 손전등을 손으로 팡팡 치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현수는 이 현상이 기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현수는 야간시를 활용해 최대한 물체들의 윤곽을 찾으려 했고, 세정도 야간 촬영 모드로 변경해 촬영을 이어갔다.

덜컹

어두워져서 야간시에 의존한 채 움직이기 시작하니 발에 무언가 자꾸 차이기 시작했다.

방고리는 영 불편한 듯 어떻게든 손전등을 켜보려고 조작을 했지만 켜지지 않았다.

반면 현수는 야간시에 집중하며 조심스럽게 계속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이었다.

진료실 밖으로 나가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무언가 방고리의 발목을 덥석 붙잡았다.

“으아아악!”

방고리가 공중으로 펄쩍 뛰어오르더니 옆으로 넘어졌다.

현수도 깜짝 놀라 뒤로 주춤했다가 바로 방고리를 부축했다.

“어어!! 어! 뭔가 내 발목을 잡았, 잡았, 잡았어요!”

방고리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세정은 초록색 가득한 야간 카메라로 이 둘과 바닥을 번갈아 촬영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

반면 현수는 손가락 두 개가 없는 손이 땅에서 올라와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이어 프런트 및 진료실 바닥에서 수십 개의 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모두 썩어 있는 것처럼 흉측한 모습이었다.

세정과 현수가 놀라 뒷걸음질 치자 방고리는 심령카메라로 프런트를 비춰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온 바닥에 하얀 형체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것이 포착되었다.

“으어! 이거 뭐야!”

방고리가 소리쳤다.

“쉿! 쉿!”

현수는 조용히 하라는 수신호를 보내며 쪼그려 앉은 채 손을 향해 팔을 뻗었다.

“위험한 거 아니에요?”

귀신의 손이 흐릿하게 보이는 세정이 물었다.

“우리를 위협하는 거 같지 않아요.”

현수는 그대로 귀신의 손을 잡으려 해보았다.

확!

순간 귀신이 현수의 손을 잡고 확 당겼다.

“으엇!”

꽈당-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진 현수의 주변으로 ‘흉측한 팔’들이 모여들었다.

현수가 놀란 표정으로 일어나려 했지만 수십 개의 손이 팔와 어깨, 다리를 붙잡은 상태였다.

“으으으!”

하지만 방고리나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그냥 방바닥에 붙어 허우적대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 캡틴님 뭐함???????

당연히 시청자들 반응 역시 대부분 이러했다.

하지만 발목을 잡혀 본 방고리는 이게 보통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얏!”

그는 현수의 발목을 붙잡고 진료실 안쪽으로 확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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