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 741소초 (5)
기사에는 정확한 부대명과 실명은 언급하지 않고 ‘속초 모 사단’, ‘이모 일병’이라고만 기재가 되어 있었다.
내용인즉, 부대에서는 작업 중 장병 실수로 인해 실족사했다고 하였지만 여러 정황상 구조하지 못할 높이는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이유로 해서 유족 측에서는 목격자들이 구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보름 동안 시신을 찾지 못한 것도 ‘안 찾은 것’이 되는 셈이었다.
현수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며 계속 기사를 읽어보았다.
유족은 그 증거로 온몸에 난 타박상과 사망 당시 위장이 비어있고 대소변이 옷과 속옷에 지저분하게 묻어 있었다는 것을 내밀었다.
이는 죽기 전에 극심한 허기를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며,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대소변이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에 군부대는 사후 근육이 이완되며 대소변이 새어 나오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현수가 이 기사만 보고 판단할 수 없었다.
더구나 후기 방송에서 이 내용을 잘못 언급했다가는 방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현수가 기사를 가만 보며 턱을 매만지고 있자 수정이 다가와 모니터를 보았다.
“하아. 하여튼 X새끼들. 나쁜 놈들이야, 저거, 저거.”
수정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돌려 보았다.
“다 알게 되셨다고 했죠? 이거 사실이에요? 유족들 주장 말이?”
“나는 맞다 아니다 말할 수 없어. 생각도, 결정도, 그 책임도 다 네가 져야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
“그러기에는 이래저래 옆에서 너무 간섭하신다고는 생각 안 해요?”
“뭐, 같이 있다 보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엮이게 되는 거지, 뭐. 난 조심할 뿐이고.”
“참 말은 쉽네요.”
“그러는 너도 죽은 자한테는 관여하면 안 되는데 관여한 적 있지 않아?”
수정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냐.”
수정은 어깨를 으쓱인 후 휙 돌아섰다.
현수는 그런 수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삐비빗-
그때 저녁 9시 알람이 울렸다.
현수는 바로 세팅을 한 후 방송을 켰다.
- 후기방송이다~~~~~~~~~~~~~~~~
- 궁금했어요!!!
- 주말 저녁은 진짜 캡틴 채널 때문에 후딱 간다니까ㅠㅠㅠㅠ
- 토요일 야방 일요일 후기방 짱짱임.
- 안녕하세요!!
500명이나 되는 시청자들이 한 번에 들어왔다.
확실히 극 초반부에 몰렸던 시청자 수보다 한참 줄어든 모습이었다.
더구나 후기 방송은 트래픽이 더 적은 편이라 아무래도 적은 숫자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군부대 옆에서 발견된 귀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현수는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하고는 바로 멘트를 이어갔다.
“오늘은 군부대와 관련이 되어 있는 만큼 뭐가 진실이다!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실명과 부대명도 최대한 다루지 않겠습니다. 그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현수는 카메라를 보며 신신당부한 후 바로 녹화 장면들을 리플레이 하며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발견된 군번줄과 당시 기사, 그리고 태환에게 들은 정보들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러자 시청자 채팅창은 심하게 들끓었다.
- 이거 공론화 되어야 하는 거 아님????
- 뭐라고 공론화 시킴??? 귀신 나타난 데에서 군번줄 나왔다고???
- 군부대 쪽 주장도 일리는 있음.
- 유족이 이야기한 것만 갖고는 타살이나 방조죄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듯.
시청자들끼리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어떤 걸로 추측이 되는지는 절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작업을 나갔었다고 하니 낮시간이었을 거고, 군번줄이 걸려 있던 장소가 이상했다는 점. 그리고 유족 측의 주장이 그렇다는 거.”
현수는 손가락을 접어가며 말했다.
“그 점까지만 말씀드리고 오늘 후기 방송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수요일의 괴담’에서 또 만나요. 편한 밤 보내세요!”
현수가 인사를 하며 방송을 종료했다.
그러자 바로 세정에게 메시지가 왔다.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메시지를 확인한 현수는 채널의 영상들을 대충 정리하고 인사이트를 확인해 보았다.
이번 달에는 1000만 원이 넘는 수익이 잡혀 있었다.
많이 위험하긴 했지만 그만큼 제법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생방송을 많이 하다 보니 파워챗 후원 비율이 상당한 수준이었다.
“돈 잘 버네.”
뒤에서 인사이트를 기웃거리던 수정이 말했다.
현수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 할 일을 했다.
“차는 그렇다 치고. 집은 좀 옮겨도 되지 않아?”
“지금 2020년대에 집 사는 게 쉬운 게 아니에요.”
“월 1000만 원을 벌어도 못 사?”
“조금만 더 모으고 사려고요.”
현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와. 진짜 물가가 장난 아니구나. 지금은.”
수정이 입을 떡 벌리고 말했다.
현수는 새삼 그녀가 1997년에 멈춰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 * *
이번 속초에서의 촬영은 구희용 호텔 때만큼 빠르게 이슈화가 되었다.
역시 현수 혼자 방송을 진행한 것보다는 하날하날, 너도캠핑과 함께 진행할 때 시너지가 큰 것은 사실이었다.
영상이 더 많은 사람들의 알고리즘에 잡혔고, 덕분에 조회 수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741초소에 대한 미스터리도 부각이 되었다.
그리고 당시 복무를 했었다는 익명의 네티즌을 통해 사건의 경위가 밝혀지게 되었다.
그때 작업을 나갔던 인원은 신참 소대장과 LST 일병, 둘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던 중, 소대장의 실수로 이모 일병이 실족해서 절벽 아래로 떨어졌으나 인사고가에 불이익이 갈 걸 걱정한 소대장이 이를 은폐한 것이었다.
결국 그는 이모 일병이 자기 실수로 실족해 바다에 빠진 것으로 보고를 했고, 보름 동안 엉뚱한 곳을 수색하다 나중에 다른 곳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포탈 사이트의 한 커뮤니티에 개제된 이 글은 진위 여부에 대해 또 한 번 논란이 일었다.
소대장과 일병, 단둘이 작업을 나가는 경우가 있느냐-부터 저렇게 거짓 보고가 가능한 것이냐는 것까지, 다양한 의견들로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모든 것을 차치하고, 현수는 저 게시 글이 사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귀신이 된 피해자 이름이 ‘L.S.T’라는 걸 방송에서 밝힌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보름이나 시신을 못 찾았다든가, 자기 실수로 실족했다는 보고가 남아 있다는 내용은 현수가 방송 중에 흘렸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름과 부대명만큼은 철저히 숨겼기 때문에 저건 이 내용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작성할 수 없는 글이었다.
그에 따라 현수의 영상 댓글에는 저 게시 글 링크를 달며 판단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거기에 현수는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해당 건에 대해서 저는 방송으로 확인된 정보만을 전달 드리며, 그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습니다.
유족들의 소송도 아직 정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자칫 ‘음모론’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방송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정보망은 더 빨랐다.
해당 부대와 ‘이승태’라는 이름은 금세 공론화가 되었고 당시 소대장의 신상까지 나돌아다니는 판국이 되었다.
결국 소대장은 당시 사건에 대해 자백을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모든 건 현수가 이후 다른 방송을 진행하는 몇 달 동안 함께 벌어진 일들이었다.
그렇게 현수는 또 한 귀신의 원한을 풀어준 셈이었다.
* * *
그 주 수요일 저녁.
현수는 세정으로부터 받은 콘텐츠 자료를 정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수정이 물었다.
“이번 주 수요일은 무슨 이야기야?”
“은혜 갚은 귀신? 원한과 복수? 아무튼 귀신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요.”
현수는 자료에 있는 사건들 목록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너하고 어울리는 주제네?”
“글쎄요. 제가 귀신한테 은혜를 줄 만한 일을 했었는지 모르겠네요. 원한 살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악귀들은 날 원망하려나.”
“귀신도 어쨌든 사람이었잖아. ‘관계’라는 건 네가 의도했든 안 했든 고마울 수 있고, 미울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넌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쪽이 고마워할 수도 있고.”
“그러니까요.”
“하다못해 나만 하더라도 너한테 고마운데?”
“그러면 그만 성불하세요. 저 그만 괴롭히시고.”
“얘는 내가 지 수호신 역할을 해주고 있는 걸 자꾸 까먹네. 너 나 없었으면 그 절벽에서 갈비뼈 세 대는 나갔어. 그럼 너 거기서 탈출이나 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수정이 말했다.
현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방송할 때 들어보니까 전에 할머니 귀신 도와줬다가 저 심령카메라 앱 받았다며. 이상한 프로그래머 귀신 소개해줘서.”
“네. 그랬죠. 사실 뭐, 도와드린 것도 아니었죠. 사고로 돌아가셔서 계속 그 자리 맴돌고 계시는 거, 산 사람인 줄 알고 도와줬다가 자유를 찾으셨던 거니까.”
“그 할머니는 어떤 분이셨는데?”
“5년 전쯤에 돌아가신 분이셨대요. 폐지 줍다가 차에 치이셨다나.”
“그래?”
수정이 바닥에 앉은 채로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에서 뭔가 다른 ‘기분’을 느낀 현수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왜?”
하지만 정작 수정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에요.”
현수는 다시 모니터를 보며 자료 정리에 집중했다.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잔잔하게 방송을 마친 후, 현수는 토요일에 갈 장소를 물색했다.
그러던 중 눈에 띄는 곳 하나가 나타났다.
“진솔병원. 강원도 상대군 동제리.”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는 폐쇄된 병원이었다.
검색량으로 봐선 이미 많은 사람들이 흉가 체험차 방문했던 것 같았다.
한 번씩 이렇게 ‘핫한 흉가’를 가줘야 키워드나 트래픽 잡기에 용이했다.
“여기로 정하고 일찍 자야겠네요. 어우 피곤해.”
현수는 그곳에 대한 정보를 세정에게 보내준 뒤 침대에 누웠다.
“저 자는 동안에는 같이 어디 누워계시거나 다른 데 가계세요. 자다 깼는데 귀신 보이면 얼마나 무서운데.”
“알았다, 알았어.”
현수의 말에 수정이 대답하자 현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수정은 미묘한 표정으로 다가와 잠을 청하는 현수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이내 현수의 호흡이 가늘어지더니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 *
정확히 741초소 귀신을 촬영했던 이후부터였다.
캡틴 퇴마 박현수를 지칭하는 대명사 중 ‘귀신 탐정’이라는 단어가 추가되기 시작했다.
여러 미제 사건을 생방송으로, 귀신과의 소통으로 해결해 나갔다는 이력이 누적이 되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것이었다.
그건 앞으로 더 크게 떡상할 캡틴 퇴마 채널의 2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