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66화 (66/227)

제66화

# 741소초 (1)

태환 모친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우리 태환이가 지금 속초에 있는 해안 부대에 있거든요.

뭐라더라. 해안 레이더 감시초소라나.

거기에 있다는데요.

그 초소로 근무를 나갈 때나 돌아올 때 가끔씩 귀신이 보인대요.

그 초소는 속초에 있는 해수욕장 끝자락에 있는데 군사지역이라 들어갈 수는 없다고 해요.

그런데 귀신은 군사지역 철창 바깥쪽에서부터 초소까지 계속 왔다갔다하는 것 같다더라고요.

만약 현수 씨가 가면 군사지역 안까지는 못 들어가도 귀신이 보인다는 해수욕장 끝자락은 들러보실 수 있을 거예요.

한 번 현수 씨가 가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태환 모친의 이야기를 들은 현수가 물었다.

“어머님께서 직접 가시진 않고요?”

“저도 가봤는데 전 뭐 찾아낼 수 없었어요. 영가의 기운도 평범한 것들이었고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선임, 후임 할 것 없이 실신을 하는 사고가 일어나니까 태환이도 잔뜩 겁을 먹은 것 같더라고요.”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 * *

방송을 종료한 뒤 현수는 태환 모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부대의 자세한 주소지를 받았다.

그리고 그 주 토요일.

현수는 세정과 함께 바로 속초로 이동을 했다.

현수는 렌트카를 빌려 운전을 하고 가며 슬쩍 수정을 보았다.

그녀는 간만의 지방 출장이 즐거운지 창밖을 보며 웃고 있었다.

물론 일을 하러 가는 것이었지만 현수는 괜스레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불쑥

그때 뒷좌석에서 수정이 말을 걸었다.

“그런데 너는 왜 차 안 사? 개인방송해서 돈 잘 번다며?”

수정의 말에 산통이 깨진 현수가 입을 씰룩였다.

“안 그래도 지난주에는 차를 좀 사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냥 당분간은 안 사려고요.”

“왜? 기름 값에 렌트 값하면 돈 꽤나 나갈 텐데.”

“잘 아시네요?”

“며칠 전에 핸드폰 앱인가 뭔가로 차 빌리는 거 옆에서 봤거든.”

수정이 찡긋 윙크를 해 보였다.

“차사면 귀신이 그 차에 들러붙을까 봐요. 제 차인지 알아보는 귀신이 있을 거 아니에요.”

현수가 대답했다.

그러자 조수석에 있던 세정이 힐끔 눈치를 보았다.

“하긴. 그것도 그러겠다. 아마 집까지 알고 있는 귀신들도 있을걸? 네가 들쑤셨던 귀신들 중에.”

“네, 네. 누나처럼 찾아온 귀신이 또 있을지도 모르죠.”

“야. 그래도 내가 네 수호신이라잖아. 좋게 좋게 생각해.”

수정이 현수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 촉감은 사람이 치는 것과는 약간 다른, 공기로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 참. 아까 아침에 하날님한테 까톡이 왔는데요. 오늘 속초에 있는 조개구이 집에서 먹방 촬영 한다던데요?”

“하날님이요?”

“네. 과대님이랑 같이 합방한대요.”

“아아. 그래요? 오호.”

“우리 속초 간다는 거 듣더니 같이 방송하자던데요?”

“에에.”

현수가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안 된다고 할까요?”

눈치를 본 세정이 물었다.

현수는 가만히 고민하다 대답했다.

“일단 태환이 면회 끝내고 나서 생각하죠.”

위험한 것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날하날, 과대와 함께 한다면 조회 수는 크게 올라가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다.

“알겠습니다.”

태환에게 그곳에 대한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듣고 결정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 * *

XXXX부대 면회실.

원탁 테이블과 먼지 쌓인 조화, 그리고 면회객들과 군인들.

세정은 이런 풍경이 낯선 듯 신기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현수는 가만히 앉아 면회실을 슥 둘러보고 있었다.

‘군인 귀신.’

현대의 디지털 군복이 아닌 예전 군복을 입은 귀신들이 면회실 안팎으로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역시 군부대에는 귀신이 많네. 터가 안 좋아서 그런가.”

수정도 이 귀신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때, 근처 귀신들이 현수와 수정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자신들을 알아본다는 걸 알아챈 것이었다.

“그만 쳐다보죠.”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넌 그만 봐. 난 상관없잖아. 어차피 귀신인데.”

세정은 가만히 서 있는 군인 귀신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충성. 이병 이태환. 면회실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그때 군복을 입은 태환이 면회실 관리병에게 경례를 한 후 바로 현수를 발견했다.

“어! 형님!”

태환이 웃으면서 성큼 다가왔다.

“이야. 너 이제 군인삘 좀 난다?”

“아이 참. 벌써 일병 진인데요?”

“미친. 하하하하. 일병 나부랭이에 ‘진’이 어디 있어.”

“아 형님.”

태환은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미소를 지었다.

“여기는 매니저 김세정 님. 라미로브 소속.”

“안녕하세요! 우와. 형님 라미로브 계약하더니 진짜 방송인 되셨네.”

태환이 세정에게 인사를 했다.

그 사이 현수는 면회 오면서 포장해 온 치킨과 피자를 앞에 펼쳐 놓았다.

“어머님한테는 이야기 들었지? 나 온다고.”

“아, 네, 네. 들었어요. 저기 이종리 해수욕장 쪽 초소 귀신 관련해서.”

태환이 대답하며 테이블 위의 치킨과 피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이야기 좀 해봐.”

“네, 네.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요.”

태환이 피자를 한 조각 들고는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 * *

“충성. 병장 김호길 외 1명. 근무 투입하겠습니다.”

단독군장을 한 태환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이, 옆에 있는 김호길 병장이 당직사관에게 경례를 했다.

“호길아. 네 오늘 초소가 741초소지?”

“네, 그렇습니다.”

“그래. 근무 잘 서고. 졸지 말고 이 새끼야. 20분에 한 번씩 보고하는 거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충성.”

김호길 병장이 경례를 한 후 돌아섰다.

그러자 태환이 총총 쫓아 나와 김호길 병장 옆에 섰다.

“어우. X발. 졸려.”

김호길 병장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막사 밖으로 나와 초소로 이동했다.

초소로 가는 길은 무척 어두운 외길이었다.

태환이 손전등으로 길을 비추고, 김호길 병장은 반쯤 눈을 감은 채 비척비척 초소로 향했다.

구웅 구우웅 구웅 구우웅

양옆에 있는 나무 사이로 어둠이 모두 들어차 있는 밤.

어디선가 새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 너머로 파도소리도 잔잔하게 울렸다.

해수욕장 소리였다.

팡- 파방- 팡-

이어 멀리서 폭죽 소리가 들렸다.

해변가에 있는 피서객들이 폭죽놀이를 하는 모양이었다.

“X나 부럽네. 우리는 여기서 X뺑이 치는데.”

김호길 병장이 폭죽 소리가 나는 쪽을 힐끔 보고는 욕을 읊조렸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 암구호를 외쳤다.

“담배.”

“초병 전 3보 앞으로.”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계속 나오자 태환이 앞으로 걸어가며 손전등을 비췄다.

그러자 작은 콘크리트 초소와 함께 군복을 입은 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충성. 오셨습니까. 김호길 병장님.”

앞에 있는 군인이 경례를 하며 말했다.

김호길 병장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초소로 다가갔다.

“태환아.”

그때 뒤늦게 초소를 나오는 군인이 태환을 불렀다.

“이병 이태환.”

“우리 초소 앞 철책으로 관광객들이 기웃거리고 있거든? 접근하면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 해. 오늘따라 좀 많더라.”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충성.”

태환이 경례를 했다.

그러자 전 근무자들이 외길로 들어섰다.

“수고하십시오, 김호길 병장님. 충성.”

군인들은 인사를 마지막으로 외길로 들어갔다.

초소에 들어가자마자 김호길 병장은 방탄모를 벗어 바닥에 놓고는 주저앉았다.

“야. 나 잘 테니까 당직 보이면 바로 깨워라.”

“네, 알겠습니다.”

예상했던 것처럼 김호길 병장은 그대로 초소 구석에 앉아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태환은 입을 꾹 다물고 철책 쪽을 가만히 보기 시작했다.

‘철책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있다고?’

태환은 괜스레 더 긴장한 얼굴로 어두운 산속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철책 너머로 검은 형체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화랑!”

태환이 형체를 향해 암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검은 형체는 철책 앞에 다가와 서더니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화랑! 화랑!”

그러자 뒤에서 졸던 김호길 병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밤새 암구호만 외칠래. 내려가 봐.”

“저, 저 혼자 말입니까?”

“이 새끼가 빠져가지고.”

“아닙니다! 다녀오겠습니다!”

태환은 절도 있게 대답하고는 바로 초소 밖으로 나와 철책으로 다가갔다.

손전등을 비추자 바로 전 근무자 둘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어어? 성욱환 상병님. 김우열 일병님. 아니, 왜-”

철책 밖은 군사지역 밖이었다.

즉, 위치만 보면 둘은 탈영을 한 셈이었다.

심지어 총과 탄약까지 무장을 한, 무장 탈영이었다.

“지, 지, 지금 무슨-”

태환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과 친한 전 근무자이자 같은 소대원이 무장 탈영을 한 것이었다.

“기, 기, 기, 김호길 병장님.”

태환이 허겁지겁 다시 초소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자 김호길 병장이 있어야 할 초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

태환이 놀라 머뭇거리는 사이, 뒤에서 김호길 병장이 다가왔다.

“혼자 뭐하냐?”

“잘못 들었습니다?”

태환이 뒤로 돌며 물었다.

“혼자 뭐하냐고. 초소 안 지키고 어딜 나갔다 오냐?”

“방금 김호길 병장님께서 철책 쪽에 나갔다 와보라고 하셔서-”

“빨갱이가 트랩 비트에 랩하는 소리를 처하고 앉아 있네. 나 방금 똥 싸고 왔거든?”

김호길 병장이 엄지로 자기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태환은 더더욱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태환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자 김호길 병장 역시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뭐야, 이 새끼 왜 이래. 졸았냐?”

“방금 철책에 뭐가 보여서 보니까 성욱환 상병님하고 김우열 일병님이 밖에 계셨습니다.”

“뭐?”

“분명 두 분이었습니다. 단독군장에 총기까지 가지고-”

“X발. 무장 탈영했다는 거야?”

“모, 모, 모, 모르겠습니다.”

“이런 X발!”

김호길 병장은 바로 무전기를 들고 통제실에 보고를 했다.

그러자 야밤에 막사 전체에 사이렌이 울렸고, 군인들이 모두 일어나 긴급 수색 작업을 펼치려 했다.

그때, 활동복 차림에 막 잠에 들려던 성욱환 상병과 김우열 일병이 복도 밖으로 걸어 나왔다.

“다들 무슨 일이십니까?”

둘의 모습에 출동을 하려던 병력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 *

“그래서 어떻게 됐어?”

현수가 물었다.

“어떻게 되긴요. 그때 전 완전 신병 때라 크게 뭐 없었는데 김호길 병장님은 군기 교육대 갔다 왔죠.”

“너 엄청 눈치 보였겠다.”

현수의 말에 태환이 손사래를 쳤다.

“아뇨. 저도 그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저 말고도 그런 일 겪은 사람이 수두룩빽빽이더라고요.”

“진짜?”

“네. 그리고 그 성욱환 상병님하고 김우열 병장님은 평범하게 복귀해서 환복하셨던 거고요.”

“그럼 네가 봤던 건-”

“귀신이었던 거죠.”

“초소에 있던 김호길 병장은?”

“김호길 병장님은 제가 근무 서는 동안에 잠깐 나가서 큰일을 보시고 돌아오신 건데 그 사이에 제가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저한테 내려가라고 말했던 사람은 귀신이었던 거죠.”

“흐음. 다른 케이스들은 어떻고? 더 들은 건 없어?”

현수가 물었다.

“음. 몇 가지 들은 게 있어요.”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