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60화 (60/227)

제60화

# 구희용 호텔 (6)

현수는 열려 있는 창문을 가만히 바라보다 화장대에 있던 화장품 병을 들어 창문 밖에 던졌다.

“운이 좋다면 이 건물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릴 수 있을 겁니다.”

현수는 일행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객실 문 쪽으로 향했다.

* * *

퍼석

호텔 앞마당에 무언가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났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 곳을 찾던 경찰 둘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손전등을 비췄다.

“이 건물 안에 사람이 있긴 한가본데요?”

후임 경찰이 말했다.

선임 경찰은 고개를 끄덕인 후 건물 위로 고개를 들어보았다.

그때 무전기가 울렸다.

[치직- 해진 순 열하나. 해진 순 열하나. 지금 귀측이 있는 구희용 호텔 쪽으로 신고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들이 생방송 중이라는데 실제 살인마가 이들을 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지원은 어떻게 됩니까?”

[지금 추가 투입되었습니다.]

무전을 들은 선임 경찰은 바로 권총을 들어 손잡이로 창문을 깨버렸다.

챙그랑-

깜짝 놀란 후임 경찰이 그를 보았다.

“지원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아닙니까?”

“살인마에게 쫓기고 있다잖아. 지원 기다리면 너무 늦을 수도 있어.”

선임 경찰은 깨진 창문에 팔을 넣어 잠금장치를 풀고는 안으로 풀쩍 넘어 들어갔다.

“하아.”

후임 경찰이 한숨을 푹 쉬고 따라 들어갔다.

* * *

객실 문에 바짝 다가가 서있던 현수는 뒤에 나란히 서있는 일행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보낸 후 문고리를 잡았다.

시청자들은 이 광경을 보며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 갑자기 튀어나온다에 내 왼손과 전재산을 건다 너는 뭣을 걸래?

- 으허허허허 이 새끼들이 어디서 약을 팔아

- 이거 실제 상황이에요. 다 위험할 수 있어요.

- 조심하세요.

- 10000원 파워챗

- 조심하세요.

- 장난아니네요.

채팅이 열렬히 올라오는 사이, 세정은 현수를 중심으로 일행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여는 순간 손전등 앞에 살인마 허태훈이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보였다.

머리에서 흐르고 있는 피 때문에 얼굴 전체가 피칠갑인, 끔찍한 모습이었다.

“꺄아아아악!”

뒤에 있던 일행 모두가 비명을 질렀다.

현수는 이를 악물고 앞 발차기로 허태훈을 밀어 찼다.

그러자 허태훈은 맞은편 복도 벽에 부딪쳤다.

아무리 섬뜩한 살인마라 할지라도 노인의 몸인 그는 근력 면에서 현수보다 부족한 것이었다.

문제는 통증도, 두려움도 없는 그의 손에 도끼가 들려있다는 것.

“나가요!”

현수가 외치자 일행들 모두 객실 밖으로 나와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일행들은 비명을 지르며 허벅지가 터져라 내달렸다.

* * *

꺄아아아악-

비명소리는 비상계단 통로를 타고 1층에까지 옅게 전해졌다.

“위다!”

경찰 둘은 바로 비상계단 통로로 달려갔다.

* * *

“거기 서! 이 새끼들아!”

허태훈이 벌떡 일어나 쫓아오기 시작했다.

현수는 도망가는 일행들의 맨 뒤에서 허태훈을 수시로 확인하며 달렸다.

근력은 딸렸지만 달리기 속도만큼은 굉장히 빨랐다.

비상계단 통로 입구에 다다를 무렵엔 거의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일행들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자 현수는 통로 문을 닫고 몸으로 버텼다.

쾅 쾅 쾅

허태훈이 몸통으로 문을 부딪치며 열려 했지만 현수는 끝까지 버텨내려 했다.

“내려가요! 내려가!”

현수는 온 몸으로 버티며 소리쳤다.

세정은 반 층 아래에서 현수를 촬영하고 있었고, 다른 일행들은 서둘러 내려갔다.

“매, 매니저님도 얼른 내려가요!”

현수가 소리쳤지만 세정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밑으로 내려가고 있던 하날하날과 너도캠핑, 현아, 효진은 올라오고 있던 경찰과 마주쳤다.

“아저씨! 위에! 위에 살인마가 있어요!”

하날하날이 경찰의 옷자락을 붙잡고 소리쳤다.

선임 경찰이 위를 한 번 올려보고는 계단을 세 칸씩 뛰어 올라갔다.

“이 사람들 챙겨!”

그는 후임 경찰에게 명령을 하고는 테이저건을 뽑아 들었다.

쾅!

철로 된 문 한 쪽이 찌그러졌다.

도끼로 내려친 것이었다.

현수는 몸을 움츠리며 세정을 보았다.

“내려가요!”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세정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쾅!

몸을 움츠리고 있던 탓인지 또 한 번 강하게 밀치는 허태훈의 힘에 현수가 뒤로 밀려났다.

꽈당-

현수가 쓰러지자 통로 문이 열리더니 씩 웃고 있는 허태훈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도끼를 들고 세정을 보며 손 인사를 했다.

“다음은 너다.”

그는 누런 이빨을 내보이고는 넘어져 있는 현수를 향해 도끼를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선임 경찰이 세정을 옆으로 밀쳐 세운 후 허태훈을 향해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팡!

브즈으으으으으-

도끼를 든 허태훈이 전기에 경련을 일으키며 몸이 굳었다.

쿵-

이어 마네킹처럼 굳은 그의 몸이 뒤로 나자빠졌다.

선임 경찰은 바로 허태훈의 팔에 수갑을 채우고는 현수를 보았다.

“괜찮아요?”

그의 질문에 현수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웨에에에에에엥

삐-뽀- 삐-뽀-

구희용 호텔 주변에는 경광등이 켜진 경찰차와 구급차가 여러 대 찾아와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다.

그 사이로 현수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며 경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방송은 종료된 상황.

경찰들은 못마땅한 얼굴로 스트리머인 일행들을 훑어보고는 추가적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허태훈.

그는 20대 여대생이 실종되었던 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이 되었다.

당시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긴 했지만 혐의점이 없다 보니 조치를 취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이미 다양한 강력 범죄로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으며, 그 여대생의 경우에도 충동을 참지 못하고 접근했다가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명 되었다.

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도망치듯 행동했던 것도 허태훈이 지저분한 요구를 하며 접근했던 것 때문이고, 당시 CCTV가 먹통이 되었던 것도 관리실 측에서 꺼놨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가 범인이라는 것이 당연했다.

CCTV가 먹통이 되어 있었다는 점. 그리고 물탱크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점.

호텔 시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주요 설비에 접근할 수 있는 관리자가 벌일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알리바이가 있고, 당시 몸싸움 흔적이 없다는 것 때문에 자살로 처리했다는 건 당시 경찰 수사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그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호텔 관리실에서 노숙자처럼 지내면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경상도 일대에서 발생한 미제 살인사건 중 일부가 그의 소행이라고 밝혀진 것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며 섬뜩한 웃음을 보였다고 전해졌다.

* * *

- 다행이에요.

- 와. 진짜 어제 방송은 영화 같았어요. 매 방송 챙겨보고 있는데 지금까지 와는 정말 다른 색다른 완전 다른 재미가 있었음.

- 2222 인정하긴 하지만 너무 위험해 보이기는 했습니다.

후기 방송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시청자들의 흥분은 이어졌다.

현수는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며 인사이트를 확인해 보았다.

어제 방송의 순간 최고 시청자 수는 10만 명.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구독자 또한 30만 명을 돌파해 있었다.

아울러 지금까지 올린 다른 영상들의 조회 수 역시 30만, 50만을 거뜬히 넘기고 있었다.

심지어 100만 조회 수가 넘는 영상도 여럿 나오기 시작했다.

어제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래 걸려 있던 영향도 있지만 살인마 허태훈의 구속 소식이 속보를 타면서 현수의 채널이 인터넷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었다.

- 허태훈이 ‘코하이’일 줄은 몰랐네요.

- ‘코하이’가 뭐임????????

- 여기 경상도 지역에서 토막살인 변사체가 발견 됐는데 범인이 안 잡혔음. 그래서 네티즌들이 그 범인을 ‘코하이’라고 불렀음. 일본어로 ‘토막살인’이라는 뜻임.

- 맞음. 밀양, 양산, 울산, 부산, 김해 쪽에서 되게 유명했음.

- 한 20년 동안 40건 있다 그랬나, 50건 있다 그랬나.

- 뉴스 보니까 그 중에서 14건을 자기가 했다고 자백했다던데.

- 진짜 개사이코 살인마였네.

채팅으로는 허태훈에 관련한 이야기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저희가 처음 들어갈 때 관리실에서 허태훈을 봤는데, 그땐 그냥 매너리즘에 빠진 경비 아저씨 같았거든요. 그런 분일 줄은 전혀 몰랐어요.”

- 1000원 파워챗

- 악귀 기운 같은 건 전혀 없었음?

“처음 봤을 때엔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908호에서 처음 봤을 땐 악귀가 서려 있더라고요. 확실하진 않지만 악귀가 순간 쓰인 게 아니고 그냥 악귀와 일체가 된 사람인 것 같았어요.”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 그럴 수가 있는 건가???

- 주변에 저런 사람들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소름끼침.

- 그럴 수 있어요??

“예전에 태환이도 그렇고, 수아도령님도 그렇고, 순간적으로 악귀에 쓰이는 케이스는 봤어도 저렇게 일체가 된 경우는 처음 봤어요. 과대님 같은 경우엔 악귀에 쓰였다기 보단 악귀가 옆에서 속삭이고 있는 케이스였고요.”

현수의 말에 다른 시청자가 채팅을 올렸다.

- 악귀는 바이러스 같아서 숙주에 붙으면 서서히 숙주를 죽이면서 자기는 살아감. 처음 붙었을 때부터 지내다보니 그냥 사람과 악귀가 공존 관계가 된 케이스일 거임. 그런 경우 있다고 들었음. 옛날에.

그는 이런 쪽에 관심과 지식이 있는 시청자인 듯했다.

“그럼 촬영 영상을 좀 확인해 볼까요?”

현수는 숨을 크게 들이켜고 녹화 파일을 재생시켰다.

입구에서부터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르는 듯했다.

“로비에서부터 이상한 조짐이 있었죠.”

현수는 로비 촬영 영상을 보며 중얼거렸다.

- 어?????

- 잠깐만 10초 전으로.

- 뭐가 있네요.

- 생방 땐 전혀 몰랐었는데

갑자기 채팅창이 폭발적으로 올라오자 현수는 영상을 조금 뒤로 돌려 슬로모션으로 확인해 보았다.

그러자 소름끼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손전등을 들고 여기저기를 비추며 로비를 수색하는 사이, 손전등 불빛에 비친 유리창 너머로 허태훈이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이 보인 것이었다.

그는 로비에서부터 일행들을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헐?”

현수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퇴마 방송을 하며 귀신들에게 놀란 적이 많았지만 이번 것은 정말 진심으로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오싹한 기운, 서늘한 살기를 넘어서 정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공포였다.

- ㅗㅜㅑ

- ...진짴ㅋㅋㅋㅋㅋㅋㅋ

- 살아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 저 인간은 캡틴 하날 캠핑 들어갈 때 먹잇감 들어왔다고 좋아했겠넼ㅋㅋㅋㅋㅋ

- 들어가면 최소 무기징역 나오겠지 그 사람??

현수는 눈을 크게 뜨고 유리창 너머의 허태훈을 자세히 확대해 보았다.

그는 일행을 보면서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 미친.”

현수는 자기도 모르게 욕을 흘렸다.

잠시 침묵.

현수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방송을 이어갔다.

“자, 자. 다음 장면들 쭉 보겠습니다. 저희가 908호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을 때였는데요.”

그는 프런트에서 너도캠핑과 함께 서류들을 뒤지던 장면들로 넘기며 코멘트를 이어갔다.

그때, 창문과 문에 붙은 부적이 살짝 찢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현수는 그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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