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55화 (55/227)
  • 제55화

    #구희용 호텔 (1)

    후기 방송까지 마친 후, 미드나잇 게임에 참가했던 최종 멤버들끼리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현수를 중심으로 방고리, 과대, 하날하날, 너도캠핑이 포함된 단톡방이었다.

    현수는 이들의 이름을 확인하며 내심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보면서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전화하고 합방했던 바로 그 그림이 떠오른 것이었다.

    - 안녕하세요.

    - ㅋㅋㅋㅋ안녕들하시오.

    - 다들 잘 지내시나요.

    - 과대 괜찮아???

    - 괜찮아요ㅋㅋㅋㅋ쪽팔려요 그때 생각하면.

    - 그래도 덕분에 구독자 늘었어ㅋㅋㅋ

    - 캡틴 오빠 덕분이지.

    단톡방이 개설되자마자 서로 인사를 하느라 바빴다.

    여기서 서로의 실명과 나이를 알게 되었다.

    사실상 실명은 크게 쓸 일이 없었으나 나이는 확인을 해둘 필요가 있었다.

    이 멤버 중에서는 ‘너도캠핑’이 30대 초반으로 가장 나이가 많았다.

    그리고 현수가 20대 후반, 하날하날이 20대 중후반으로 그 뒤를 따랐고 방고리가 20대 중반, 과대가 20대 초중반으로 막내였다.

    “친하게 지내놓으면 좋지, 뭐.”

    이들 중에서는 현수의 구독자가 제일 적은 만큼 서로 친하게 지내면 현수에게도 득이 될 것이었다.

    무엇보다 각자의 주 콘텐츠가 서로 겹치지 않기 때문에 꽤 괜찮게 어울릴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핸드폰을 보던 중, 갑자기 세정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 현수님. 이번 주 ‘수요일의 괴담’에 쓸 이야기 원고 보내놨어요. 메일 확인해 주세요.

    현수는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음. 부산 구희용 호텔 20대 여성 의문사 미스터리?”

    현수는 바로 포탈 사이트에서 구희용 호텔을 검색해 보았다.

    - 부산시 버려진 폐건물 - 구희용 호텔.

    구희용 호텔은 1978년, 당시 부산 재벌이었던 희용물산의 대표, 구희용 회장이 세운 호텔로 당시에는 부산 일대에서 손에 꼽히는 호화 호텔로 유명했다.

    그러나 구희용 호텔은 건축 할 때부터 악재가 거듭되는 불길한 시설물이었다.

    건설 공사 중 인부 세 명 사망.

    호텔 조인식 직전, 창문 구조물 추락으로 행인 한 명 사망.

    호텔 이권을 둘러싼 조직폭력배들의 전쟁으로 18명 부상, 2명 사망.

    호텔 객실 내 자살 사고 네 건.

    인기 연예인 성대찬 약물 과다로 숨진 채 발견. (이 건은 다른 호텔이라는 설이 있음)

    20대 여대생 실종 사건. (일주일 후, 호텔 물탱크에서 시신 발견)

    여러 사건들이 거듭해서 발생하다 희용물산이 폐업하며 자연스럽게 구희용 호텔 역시 문을 닫게 되었다.

    하지만 호텔을 비롯한 부지를 누구도 매입하지 않으면서 1999년 이후 지금까지 방치 되어 있다.

    위키에 올라온 정보만 검색해봤을 때에도 엄청난 미스터리로 가득한 호텔이었다.

    ‘수요일의 괴담’에서 이 호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현수는 가만히 위키를 더 들여다보다가 세정에게 답장을 보냈다.

    - 이 호텔 이력 보니까 지금도 방치되어 있는 거면 이번 주 주말에 방문하는 것도 좋겠는데요?

    현수가 메시지를 보내자 바로 답장이 왔다.

    - 오. 그러면 좋죠. 시청자들 몰입도도 좋고. 뭔가 사전브리핑을 하는 느낌이네요.

    그렇게 시청자를 끌면 좋긴 하지만 미리 방문할 곳을 구독자들에게 고지하는 건 현수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행여나 촬영에 방해가 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 네, 네. 하지만 이번 주에 거기로 간다는 건 비밀로 할게요.

    - 그건 현수님 편하신대로 하세요.

    현수는 세정과의 메시지를 마무리 한 후 메일에 첨부된 원고를 조금 더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멘트를 이어가기 위해 숨을 쉴 부분과 긴장감 있는 목소리를 조성할 파트를 체크해 두었다.

    * * *

    그 주 수요일 방송 시간.

    “수요일의 괴담. 오늘의 이야기는 부산에 위치한 K호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현수는 본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어조와 분위기는 하날하날의 미스터리 영상들을 참고했다.

    - 부산의 K호텔???

    - 어떤 호텔이에요????

    - 알림 받고 왔습니다. 둥가둥가

    - 아싸 수요일

    - 기대기대

    침착하고 분위기가 육중한 현수의 음성과 다르게 채팅창은 다소 발랄한 편이었다.

    현수는 일부러 ‘구희용 호텔’이라는 정식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으면 충분히 추론해 낼 수 있었겠지만 현수가 직접 말하지는 않으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죽은 실존 인물의 실명이기도 하고, 또 세정에게 말했듯 구체적인 장소를 특정하게 되면 사람들이 몰려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부산의 K호텔은 1978년. 모 업체가 주도해 건설이 되어 주변 일대에 가장 호화로운 호텔로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현수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나오는 화면 옆쪽에 실제 고증 사진들을 올려주었다.

    “전국에 돈 많은 사람들, 혹은 큰마음 먹고 여행을 온 가족들, 그리고 연인들. 많은 사람들이 이 호텔을 즐기기 위해 방문을 했죠. 해운대, 광안리와 멀지 않은 위치에 교통편도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 투어 포인트가 되었다고 합니다.”

    현수는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 저렇게 카메라 보니까 무섭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눈 마주치는 거 같지 않음???ㅋㅋㅋㅋㅋ

    - 수요일 괴담도 재미짐.ㅋㅋㅋㅋㅋ

    - 회원 가입 기간 : 12개월

    - 장비 지원

    - 고맙습니다.

    - 10000원 파워챗

    - 혹시 ㄱㅎㅇ 호텔임?????

    - ㄱㅎㅇ호텔이 어디임???

    - 구ㅎㅇ호텔.

    - 캡틴님이 언급 안 한 상호를 굳이 쓰지 맙시다.

    이미 몇몇 시청자들은 구희용 호텔을 이야기 하는지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수는 끝까지 직접 언급 안 하면 찾아가는 사람이 없으리라 믿으며 멘트를 이어갔다.

    “그런데 이 호텔은 1997년. 20대 여대생이 살해된 채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이후, 2년이 지난 1999년 문을 닫고 맙니다. 대체, 이 호텔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현수는 마치 공중파에 나오는 미스터리 방송의 성우처럼 어조를 조절해가며 말했다.

    - ㅎㄷㄷㄷㄷㄷ

    - 어딘지 알 거 같은데 내가 몰랐던 이야기다.

    - 나도.ㅋㅋㅋㅋㅋ 거기 우리 동네인데 별 관심 없었음. 그냥 엄빠가 가지 말라고만 했던 곳.

    - 10000원 파워챗

    - 팝콘 뜯을 준비 완료!

    현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여러 사진과 연대표를 생방송 화면에 띄웠다.

    “이 K호텔은 처음 지을 때부터 이상하게 사건, 사고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이곳에 터가 안 좋아 귀신들이 영혼을 자꾸 데려간다고 했죠. 그때부터 사건 사고는 대략 이러했습니다.”

    현수는 위키와 다른 사고 자료들에서 찾은 사진과 정보들을 하나씩 읊어주었다.

    - 헐 진짜 뭔가 마가 낀 거 같다.

    - 그래서 어떻게 됨?????

    - ㄱㅎㅇ호텔 그래서 그 동네 일진들도 잘 안 감.

    현수는 채팅창을 수시로 확인하며 말했다.

    “그러던 중 결정적인 사건은 1997년에 발생한 여대생 살인사건이었습니다. 이 여대생의 마지막 CCTV화면을 보시죠.”

    현수는 방송으로 당시 CCTV화면을 틀어주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겁에 질린 듯 초조하게 서 있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허겁지겁 내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객실을 급하게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 모습을 마지막으로 완벽하게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뭔가 수상함을 느낀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하게 되고 수사를 펼치다 일주일 후, 호텔 물탱크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이 되는데요. 여기서 이상한 점은-”

    현수는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그녀가 객실에 들어간 모습만 촬영이 되고 나오는 모습은 전혀 촬영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 말도 안 돼.

    - CCTV 꺼져 있었나?

    “네. 맞습니다. 그녀가 객실에 들어간 후 세 시간 동안 시설 점검이 있었고, CCTV가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고 하죠.”

    현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 남자친구가 범인?

    - 같이 체크인한 사람은요???

    - 호텔 직원이 범인인가??

    시청자들의 추리가 이어졌다.

    “당시 이 여인은 남자친구와 함께 여행을 왔던 것이고, 그 시각 남자친구는 술을 사러 밖으로 나가 있던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호텔 직원도 용의선상에 올라왔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는 못했죠.”

    현수는 모자이크가 된 피의자들의 사진을 올려주며 말했다.

    “결국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시신이 발견 되었고, 시신에서는 그 어떤 타살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경찰에서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는 결론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게 되는데요. K호텔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수는 모자이크 된 뉴스 기사를 올려주었다.

    “물탱크에서 시신이 발견 되었던 것 때문에 일주일 동안의 투숙객들의 집단 항의가 이어졌고, 급기야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호텔 대표였던 K씨는 심장마비로 급사하게 됩니다.”

    현수의 멘트는 이어졌다.

    “그리고 1999년. 공식적으로 호텔 문은 닫게 되었죠.”

    멘트가 이어질수록 시청자들의 몰입도 굉장히 높아졌다.

    현 시점 시청자 수 5981명.

    야외 방송을 할 때보다는 한참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숫자였고, 현수는 계속 방송을 이어갔다.

    * * *

    방송이 마무리되자 단톡방에서는 현수 방송의 후기들이 올라왔다.

    특히 하날하날의 반응이 제일 격했다.

    - 완전 좋았어요!! 저도 전에 다뤘던 사건인데 진짜 완전 꾸르잼.

    - 캡틴 오빠가 하니까 더 몰입도가 높던데요.

    - 귀신 보는 사람이 귀신 썰 푸니까 쓸데없이 고증이 철저한 느낌이었어욬ㅋㅋㅋ

    메시지가 연이어 올라왔다.

    그때 하날하날이 말했다.

    - 저도 전에 그거 다뤘는데 이번 주에 거기 현장 방송 같이 갈까요?

    하날하날의 제안에 현수가 순간 멈칫했다.

    누구와도 같이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 사건을 다뤘던 하날하날이 함께한다면 더 많은 시청자들을 유입시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미드나잇 게임을 함께 해보니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 나도 같이 가볼까요?

    너도캠핑 역시 동행 의사를 내비쳤다.

    “음.”

    현수는 잠시 고민하다 답을 올렸다.

    - 각자 매니저 분들게 말씀드려보고 피드백 들어오는 거 봐서 결정하죠.

    현수가 빠르게 답장을 올리자 다들 알겠다는 회신을 보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바로 하날하날과 너도캠핑이 답장을 보냈다.

    - 매니저들이 같이 가도 좋다고 합니다.

    - 각자 촬영한 거 각자 올리기로 하고 가자고 해요.

    - 아 나도 귀신 잡는 물건들 좀 구비해야 하낰ㅋㅋㅋㅋ

    - 나도 가고 싶은데 토요일에 생방 일정 있어서.

    과대와 방고리는 방송 일정 때문에 불참 의사를 내보였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장을 썼다.

    - 알겠습니다. 그러면 토요일 오전에 만나서 같이 움직여요.

    서울에서 만나 함께 KTX를 타고 이동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러자 너도캠핑이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 알아보는 사람들 있으면 좀 그러니까 그냥 차타고 가죠. 고속터미널역 근처에서 만나요. 내가 픽업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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