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 미드나잇 게임 (4)
100만 반열에 올라있는 먹방 스트리머 과대.
그녀는 귀여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엄청난 대식을 하는 모습으로 남녀노소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었다.
심지어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을 하면서 인지도는 급상승하였다.
그런 그녀는 지금, 생방송을 통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채 어둠 속을 헤집고 있는 모습.
다다다다다다다
복도에는 뜀박질 소리가 가득 찼다.
“헉 헉 헉!”
그녀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스태프의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
켜져 있는 조명이 굉장히 밝게 보이는 그녀의 얼굴.
어둠 속에서 조명에 반사되는 그녀의 표정은 그녀가 지금 갖고 있는 공포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쿠르르릉 쿠르르릉 쿠르르릉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그녀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 주변을 허겁지겁 두리번거리며 다시 내달렸다.
- 대체 뭘 보고 도망치는 거임????
- 정신없다.
- ㅋㅋㅋㅋㅋㅋㅋㅋ짤들 엄청 생성된다.
- ㅋㅋㅋㅋㅋ
- 도네 클립 줍줍ㅋㅋㅋ
- 캡틴 퇴마가 그쪽으로 간대요.
하지만 대다수 시청자들은 그녀의 다급한 상황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쾅!
문을 닫고 방 안에 들어온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가구로 출입문을 막았다.
“지금, 지금 뭔가가 우릴 쫓아오고 있어요. 뭔지 모르겠어요.”
그녀의 말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귀신탈 쓴 알바 아님?????
- 저렇게 쫄 일인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100만은 100만이구낰ㅋㅋㅋㅋㅋ
- 연기 잘하넼ㅋㅋㅋ
아무도 과대의 말을 믿지 않았다.
“분명 라미로브에서는 귀신-”
멘트를 하던 그녀가 문득 한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사색이 되었다.
“저, 저기-”
과대가 말을 더듬거리며 어딘가를 가리키는 순간, 카메라도 그쪽으로 돌아갔다.
캬아아아악-
동시에 무언가가 카메라를 덮쳤고, 이내 방송이 중지되었다.
* * *
쏴아아아아아-
라동 현관 앞에 선 현수와 하날하날, 그리고 세정과 현아는 쏟아지는 비를 보며 나동을 보았다.
제법 거리가 되었다.
우산도 없이 건너가면 비를 쫄딱 맞을 수준이었다.
“빨리 건너가죠.”
현수가 하늘을 살펴보고 말했다.
그때 파워챗 후원이 쏟아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3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물밀 듯 들어왔다.
“잠깐만요. 지금 방송 분위기가 이상한데요?”
채팅창을 확인하던 세정이 모두를 멈춰 세웠다.
“왜요?”
“지금 갑자기 3만 명이나 들어왔어요. 후원도 쏟아지고.”
세정이 현수와 하날하날에게 채팅창을 보여주었다.
- 1000원 파워챗
- 지금 과대님 방송 다운 됐어요.
- 1000원 파워챗
- 과대님 방송 멈춤.
- 1000원 파워챗
- 뭔가 도망가다 갑자기 소리 지르면서 방송 멈춤.
- 1000원 파워챗
- 과대님 좀 구해주세요.
- 5000원 파워챗
- 과대 중도 포기할 듯.
과대 방송이 멈추면서 그쪽 시청자들이 현수 채널로 몰린 것이었다.
“빨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날하날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만약 정말 악귀가 있는 거라면 거기서 헤매는 것보다 지금 과대님이 어디 계신지 정확히 파악하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현수는 바로 세정에게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까지 방송했던 과대님 생방송 영상, 지금 채널에 자동 업로드 됐겠죠?”
“아마도요?”
“한 번 확인해보죠.”
현수와 세정, 현아, 하날하날은 과대의 방송 마지막 부분을 확인해 보았다.
“여기 건물 네 개 동이 모두 같은 구조라고 한다면 지금 마지막에 들어간 곳은 객실인 것 같죠?”
현수가 어두운 가운데 손전등 불빛으로 보이는 배경을 보며 물었다.
“네. 그런데 여기가 몇 층 몇 호인지는 확인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세정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워낙 요란하게 뛰어다니는 통에 호수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과대 방송을 본 분이라면 지금 몇 층에 있는지 정도는 확인이 될 거예요. 캡처님들. 시간 괜찮으신 분들은 지금 과대님 채널에 들어가서 생방송 영상을 보고 위치 좀 확인해주세요.”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직접 확인을 해보면 좋은데 시간을 끌 수 없을 것 같아요. 캡처님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현수의 말에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 오케이!!!!!
- 알겠습니다.
- 지금 확인 중이에요.
시청자들은 적극적으로 협조에 응했다.
본인들도 이 게임에 참가를 한다는 몰입감을 주게 된 것이었다.
“가죠.”
현수가 하날하날과 세정, 현아를 보며 말했다.
첨벙 첨벙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를 밟으며, 넷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나동까지 내달렸다.
* * *
“헉. 헉. 헉.”
넷은 나동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머리와 어깨에 묻은 물기를 털어냈다.
“비가 정말 많이 오네요.”
하날하날이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했다.
“가동하고 다동에서 소식은 없죠?”
현수가 채팅창을 보며 물었다.
- 그쪽은 계속 방 돌아다니면서 수다 중이요.
- 무난한 듯합니다.
다른 동에서는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듯했다.
“캡처님들. 혹시 과대님 위치 파악 되셨나요?”
현수가 물었다.
- 너무 정신없이 돌아다녀서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2층 왼쪽 복도 아니면 3층 왼쪽 복도인 듯 합니다.
- 제가 봤을 땐 3층 같았어요.
- ㄴㄴㄴㄴㄴ갔다가 한 번 다시 내려왔음.
- 그런갘ㅋㅋㅋㅋㅋㅋㅋㅈㄴ헷갈리네
- 1층이 아닌 건 확실해요.
시청자들이 바로 답을 주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나동 복도 쪽으로 몸을 돌렸다.
휘이이이잉-
찬 공기가 매섭게 몰아쳤다.
귀신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라동에서 느꼈던 오싹한 기운보다 몇 배는 더 강한 것 같아요.”
현수는 솔트샷건과 EMF 탐지기를 꺼내 보았다.
탐지기에서는 다섯 개 불빛이 요란하게 깜빡였다.
어딘가를 가리키지 않았는데도 무언가 강력하게 감지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직 손님을 받지도 않았던 이런 곳에 귀신이 있을 수 있나요? 사람이 살던 곳이 아닌데.”
하날하날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럼요.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외부에서 온 사람이 여기 몰래 숨어 있다가 죽어 악귀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원래 이 땅에 지박령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요?”
“-음기가 강한 지역에 들어왔다가 못 빠져 나가는 귀신도 있을 수 있고요.”
현수는 복도 끝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하얀 형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날하날이 깜짝 놀라 심령카메라로 그 장면을 촬영했다.
“지, 지금 복도 끝에 뭔가 있어요.”
그녀가 다급하게 말하는 순간, 하얀 형체가 빠르게 일행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가까워질수록, 현수는 하얀 형체가 점점 여자 아이의 모습으로 ‘조립’이 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캬아아아아악-
동시에 입을 징그러울 만치 크게 벌리며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조심해요!”
현수가 소리치며 솔트샷건의 레버를 당겨 장전했다.
그리고 귀신이 뛰어올라 하날하날을 덮치려는 순간, 현수가 방아쇠를 당겼다.
팡!
장난감 특유의 가벼운 소리와 함께 소금이 총구에서 확 흩뿌려졌다.
촤악-
그러자 공중에 떠있던 귀신이 뒤로 날아가며 흩어졌다.
하지만 확실히 소멸된 것은 아니었다.
그 귀신이 내뿜는 한기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방금 뭐였어요? 심령카메라로 뭔가 이상한 게 잡혔는데.”
그녀는 심령카메라로 달려오는 귀신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
멀리 있던 하얀 형체가 점점 커지며 다가오다 사라지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아무래도 여기 있는 귀신은 사람들을 해코지 하는 놈들인 것 같네요.”
현수는 주변을 살피며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하날하날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카메라와 현아를 번갈아 보고는 현수의 뒤를 따랐다.
“2층하고 3층 왼쪽 복도 중 한 곳이라고 하니까 3층 왼쪽 복도 찍고 밑으로 내려오며 2층을 보죠.”
현수가 계단을 오르며 말했다.
“알겠어요.”
하날하날이 대답했다.
* * *
쿠구구궁- 쿠우웅-
천둥번개가 건물을 가득 채우는 사이, 일행은 3층 중앙에 도착했다.
왼쪽 복도에서는 강한 한기가 선풍기 바람처럼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현수와 하날하날은 천천히 복도를 걸어가며 수시로 세정과 현아를 확인했다.
둘은 카메라를 들고 충실하게 이 둘을 촬영했다.
그 사이 현수 채널의 시청자는 5만 명을 넘기고 있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어떤 방송보다 많은 시청자 수였다.
그리고 그건 가동과 다동에 있는 다른 스트리머들에게도 전달이 되었다.
이들은 별 탈 없이 각 동을 수색하고 있었다.
충분히 공포스러운 상황들이 연출이 되기는 하고 있었지만 시청자들이 현수 채널에 집중이 되며 이들 나름대로 상황을 반전시킬 포인트가 하다고 판단을 했다.
결국 가동과 다동에 있는 스트리머들도 나동으로 슬슬 이동하기로 결정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현수가 있는 곳 주변에 있는 것이 본인들 시청자 수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나동 3층 복도.
왼쪽으로 몇 걸음 이동하자 양옆으로 닫힌 객실 문들이 보였다.
일부 객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흑- 으으으흑- 흑- 으으으흑-
그때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날하날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현수를 보았다.
“쉿.”
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한 후 앞장섰다.
- 지금 들리는 거 바람 소리인가?
- 비 오는 소리일 걸요.
- ㅇㅇㅇㅇㅇ바람소리.
방송 화면에서는 그 울음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쿵-
그때 앞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현수와 하날하날, 세정, 현아 모두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곳을 유심히 보았다.
쿵-
다시 한 번 들렸다.
쿵 쿵 쿵 쿵
이어 규칙적으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현수는 세정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후 소리의 근원지로 이동해 보았다.
쿵 쿵 쿵
앞으로 나아갈수록 둔탁한 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렇게 열려 있는 객실 문 앞에서 손전등과 카메라를 비추는 순간, 무서운 장면이 펼쳐졌다.
과대의 촬영을 담당했던 스태프가 두 팔을 축 늘어뜨린 채 서서 벽에 머리를 박고 있는 것이었다.
얼마나 세게, 많이 박았는지 벽과 얼굴, 이마는 피칠갑이 되어 있었다.
“어머!”
세정과 현아가 든 카메라에는 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하지만 다행히 조명 때문에 피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저기요!”
현수가 달려가 스태프를 벽에서 떼어냈다.
풀썩
스태프는 현수의 품에 그대로 안기며 쓰러졌다.
현수는 스태프를 조심히 눕히며 상태를 살폈다.
사백안처럼 크게 뜬 눈과 피 묻은 이마. 웃고 있는 표정.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하날하날은 입을 가린 채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하날하날이 물었다.
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인을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악귀에 홀린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과대님 어디 계세요? 과대님이요!”
현수가 스태프를 흔들며 물었다.
“끼히히힛. 끼히히힛!”
하지만 스태프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실없이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 웃음소리 왤캐 소름끼침.ㅠㅠㅠㅠㅠ
- 미쳤네.
- ㅅㅂ.....
- 보고 있는 나도 미쳐가는 것 같아.
시청자들도 모두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세정과 현아도 같은 라미로브 소속 스태프의 부상에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