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44화 (44/227)

제44화

# 스마일라 펜션 (4)

현 시청자 수 15091명.

현수는 베이지색으로 페인팅 된 현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었다.

제보, 혹은 인터넷 서칭을 통해 장소를 정하면 그곳에서 귀신을 포착하고, 귀신의 사연을 알아내 해결을 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인터넷 서칭으로 현장을 찾은 다음, 그곳에서 또 다른 현장으로 이동하는 형국인 셈이었다.

즉, 한 번의 방송에 두 번의 현장 방문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이런 새로운 그림에 시청자들은 더욱 흥미로워했다.

달각-

저벅 저벅

불 꺼진 실내에 비춰지는 손전등 불빛.

바닥에 나뒹구는 형형색색에 물건들.

천장에 걸린 연등과 화려한 발.

지저분하게 붙은 부적.

한쪽 방에 마련된 신당.

폐허처럼 망가진 점집은 그 어떤 폐가보다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하지만 현수는 되레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 특유의 오싹한 ‘귀신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 ㅈㄴ.......

- 장난아니다. 캡틴님은 저런 데를 어떻게 혼자 다니지.

- 그냥 낮에 점집 들어가도 괜히 무섭던데. 밤에 불 꺼진 점집을 혼자 들어가네.

- 캡틴님 간땡이는 알아줘야 함.

반면 시청자들은 화면에서 보이는 장면을 보고, 그 어떤 현장보다 공포감을 느끼는 듯했다.

현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곳곳을 살펴보았다.

“여기도 방치된 지 좀 되는 것 같아요.”

먼지가 쌓이고 집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이 마치 야반도주를 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

태환도, 태환의 모친도, 그리고 수아도령도 마찬가지였다.

잡신이든 아니든 신을 모시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그 주변에 귀신의 형체가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만큼 ‘무당’이라는 자들은 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신을 모시는 신당임에도 불구하고 귀신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현수는 심령카메라로 신당을 쭉 비추며 말했다.

“귀신의 흔적이 전혀 포착되지 않아요.”

현수의 말에 일부 시청자들이 조롱을 보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점집에 귀신의 흔적이 없는 게 말이 되냨ㅋㅋㅋㅋ

- 주작 걸린 거지???ㅋㅋㅋㅋㅋㅋㅋ

- 무당이 있는 곳에 귀신이 없다닠ㅋㅋㅋㅋㅋ

- 말이 되는 소리를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었지만 현수는 지금 눈으로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현수는 심령카메라 화면을 레이니 화면으로 변환한 뒤 주변을 비춰보았다.

여전히 귀신의 얼굴은 포착되지 않았다.

“보시는 것처럼 전혀 포착되지 않네요.”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 순간이었다.

덜컹-

요란한 소리와 함께 뒤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거기 누구요!”

우렁찬 할아버지의 목소리였다.

현수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손전등을 든 할아버지가 현관문 앞에 서서 현수를 가리키는 것이 보였다.

- 와씨 깜짝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1000원 파워챗

- 귀신 아닌 거 같네.

- ㅋㅋㅋㅋㅋㅋㅋ아 나 몰컴인데 소리질렀음ㅋㅋㅋㅋㅋ

현수 역시 털이 곤두설 정도로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거 누구요. 누군데 이 시간에 여기 기웃대.”

할아버지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현수는 카메라를 셀카모드로 바꾼 뒤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아, 저, 안녕하세요. 저는 스트리머 캡틴 퇴마 박현수라고 합니다.”

“스트리퍼?”

“스트리머요. 너튜브에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 스트리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스트리퍼랰ㅋㅋㅋㅋㅋㅋㅋㅋ

- 졸 웃기눜ㅋㅋㅋㅋㅋㅋ

할아버지의 음성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다.

귀신이 아니라는 증거 중 하나였다.

“네. 지금 저 위쪽 스마일라 펜션에서 투숙하고 있는데요. 저 뒷산 산책로 귀신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현수의 말에 할아버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염병하고! 거기 귀신 알아보는데 왜 여기 기웃대고 있냐고.”

“다름이 아니고요. 뒷산을 조사하던 중에 무덤을 하나 발견했는데요. 거기 비석의 각인이 다 뭉개져 있고 봉분에 말뚝이 박혀 있더라고요.”

현수의 말에 할아버지가 인상을 찌푸린 채 입을 다물었다.

현수는 말을 이었다.

“알아보니까 누군가 망자를 저주한다든가 아니면 가짜 무당이 신력을 얻으려고 무덤을 해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동네에 무속인 분이 계시는지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정중한 말투에 할아버지는 가만히 서 있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기 그 태지도령인가 뭔가 하는 그 새끼. 돈 들고 튀었어.”

“네?”

“그 뭐냐. 사람들 굿값 받아 처먹고 튀었다고.”

- 이건 또 무슨 상황?????

- ㅋㅋㅋㅋㅋ정말 별별 사람 다 있구나.

- 모든 무속인이 그런 건 아니지만 사기치는 분들도 많긴 하대요.

- 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ㅋㅋㅋㅋ

시청자들도 흥미로운 듯이 말했다.

“그래요?”

현수가 묻자 할아버지는 어질러진 신당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새끼 그거 가짜 무당이었어. 신이나 제대로 받았나 몰라. 아무튼 돌아가! 여기서 뭐하는 짓거리야.”

할아버지는 그 가짜 무당에 대해 엄청나게 화가 많이 나있는 모양이었다.

“크흠!”

그렇게 할아버지는 현관문을 나가 계단 위로 올라갔다.

아무래도 위층에 사는 여기 건물주인 모양이었다.

“저도 건물 밖으로 나가보겠습니다.”

현수는 셀카모드를 유지한 채 밖으로 나가며 멘트를 이어갔다.

“어쩐지 신당에 들어갔을 때에도 귀신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더라고요. 여러분께서 보셨다시피 심령카메라나 레이니로도 아무것도 안 잡히고요. EMF 탐지기도 반응이 없고. 역시 가짜 무당의 짓이었던 것 같아요.”

현수가 다시 스마일라 펜션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지금 이 방송을 보고 계신 우리 캡처님들께 요청 드릴게요. 저 방치된 무덤 주인이 누군지 수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저렇게 다듬어져 있다면 어딘가에 흔적이 있을 텐데.”

- 부동산에 물어보세요.

- 그렇게 땅 다듬어놓고 비석 세우고 해놨으면 땅 주인이 있을 거예요.

- 아마 저 야산 주인 아닐까???

- 맞아 보통 산 주인이 그 산에 가족들 매장하잖아.

현수는 채팅창을 보며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내일 일요일이라 근처 부동산을 찾기도 힘들 거고요. 개인 정보라 저한테는 안 알려줄 가능성이 있으니까 바로 경찰에 신고하도록 할게요. 어찌 되었든 개인 무덤에 저런 짓을 한 건 범죄행위니까요.”

- 그게 빠르긴 하겠다.

- 경찰에서 요청하면 바로바로 조회 되겠지.

- 내 조상 무덤에 말뚝 박혀 있다 그러면 피 거꾸로 솟을 거 같은데.

- 근데 그 무덤 상태 봐선 후손들도 별로 신경 안 쓰고 있는 거 같긴 하더라.

현수는 채팅창을 보다 말했다.

“급한 건은 아니니까 내일 펜션 퇴실 시간에 맞춰서 경찰 부르도록 할게요. 그리고 내일은 낮에 방송을 켜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현수가 카메라에 대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

* * *

그날 밤부터 현수의 방송을 본 구독자들이 각 커뮤니티에 ‘태지도령’에 대한 이야기를 풀기 시작하며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가짜 무당이 신력을 받기 위해 무덤을 훼손했다는 건 공분을 살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강원도 화평 펜션촌 태지도령’의 소재를 찾기 위한 네티즌 수사대의 움직임이 개시가 되었다.

네티즌들은 과거 펜션촌 주변의 사진과 함께 화평을 횡단하는 시내버스 광고 사진들을 뒤져 태지도령의 사진까지 찾아내는 데 성공했고, 금세 인터넷 뉴스에 등록이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어 현수의 신고로 경찰들이 무덤가에 도착했을 때, 현수 역시 셀카모드로 방송을 켜 현장을 생중계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을 돕는다-라는 현수의 이미지에서 ‘정의구현’이라는 키워드가 하나 더 붙게 되는 사건이었다.

여기에 긍정적인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경찰에 신고를 한 뒤 훼손된 무덤과 가짜 무당의 사기 행각이 드러나며 현수가 조작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었다.

물론 현수가 귀신을 본다는 것을 믿지 않는 여론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최소한 많은 논란이 뒤집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사건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복귀하고 며칠 후.

현수는 화평 무덤 훼손 사건에 대해 후속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무덤 주인은 서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집안의 조모였다.

그 산 역시 그 집안 소유였지만 형제들끼리 다툼이 생기면서 무덤을 방치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태지도령이 펜션촌에 점집을 열었고,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며 뒤로는 신력을 얻기 위해 방치된 무덤을 훼손한 것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얼굴이 공개되고 인터넷 뉴스에까지 이 사건이 공론화 되자 태지도령은 스스로 자수했다.

그는 확실히 신을 받지 않은 가짜 무당이었고, 신을 받기 위해 그런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수가 직접 발로 뛰며 찾아낸 이야기들이 모두 진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 *

위의 사건들이 쭉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수요일이 다가왔고, 현수는 하날하날과의 합방을 위해 라미로브에 다시 방문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김창수 매니저가 묵례를 하며 달려왔다.

“아유! 오셨어요! 들어오시죠.”

그는 앞장서서 출입 게이트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수가 따라 들어가며 신기한 듯 주변을 보았다.

세련되기 인테리어 된 내부와 바쁘게 오가고 있는 사람들.

인터넷 방송 크리에이터들을 관리하는 만큼 젊은 감각의 회사라 그런지 직원들의 복장도 제법 자유분방한 편이었다.

김창수 매니저는 바로 하날하날과 합방을 할 스튜디오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와 스태프들이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 하날님이 안 오셔서요. 잠시 기다려 주세요. 영희 씨! 여기 현수 씨 메이크업 살짝 봐드려요.”

김창수 매니저는 바쁜지 현수와 다른 스태프에게 한 마디씩 던진 후 어딘가로 휙 사라졌다.

현수가 뻘쭘하게 있는 사이 젊은 여성이 다가와 화장품 가방을 열었다.

“어우. 무슨 메이크업도 해주세요?”

“기본 베이스만요.”

여자는 친절하게 대답한 후 현수의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톡톡 발랐다.

약속시간보다 20분 정도가 지난 뒤, 하날하날이 서현아 매니저와 함께 등장했다.

지각을 한 것이지만 스태프들은 별 개의치 않는 듯 바로 촬영 준비에 들어갔다.

‘지각을 할 걸 예상하고 있었던 건가.’

현수는 어깨를 으쓱인 후 바로 스튜디오 중앙 테이블로 향했다.

잠시 뒤,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하날하날은 카메라에 큐가 돌자마자 갑자기 한 층 텐션을 올리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진중하면서도 침착한 느낌이 드는 것이, 비록 개인 방송 크리에이터지만 ‘프로’라고 생각되었다.

“안녕하세요. 하날 미스터리의 하날하날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게스트 분을 모시고 미스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캡틴 퇴마 채널의 박현수 님 모셔보겠습니다. 반갑습니다.”

하날하날이 인사를 하며 말했다.

“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현수도 카메라를 보며 인사를 했다.

개인적으로 핸드폰을 들어 촬영을 하거나 셀카모드 방송을 진행하긴 했었어도 이런 스튜디오에서 카메라를 접하기는 처음이라 괜히 오글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