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43화 (43/227)

제43화

# 스마일라 펜션 (3)

나무 사이.

평평하게 다듬어진 작은 담장이 보였다.

그리고 옛날 무덤 주변에서 자주 보이는, 남근을 상징하는 모양의 비석이 보였다.

제법 잘 꾸려진 모습이었지만 이마저도 몇 년 동안 방치되었는지 이끼와 잡초가 올라와 있었다.

현수가 잡초를 걷어내고 들어가자 곱게 다듬어진 무덤이 나타났다.

하지만 무연고자 공동묘지처럼 어지러운 모습은 아니었다.

누군가 깔끔하게 만들어 망자를 모셔둔 곳이었지만 한동안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모양일 뿐이었다.

“어어. 여기 무덤이 있네요.”

택티컬 라이트의 밝은 빛이 무덤 곳곳을 비추었다.

음식을 올려놓을 수 있는 널찍한 바위와 커다란 비석, 그리고 곱게 다져진 땅.

잡초가 무성하게 올라왔지만 확실히 고풍스럽게 꾸려놓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주변 공기가 더 차가워요.”

현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EMF 탐지기 역시 5개 불 모두 깜빡거리고 있었다.

사아아아

그때 하얀 연기가 비석 주위를 맴도는 것을 보았다.

현수는 심령카메라 앱을 통해 그 비석을 비추며 다가갔다.

“지금 비석 쪽에서 하얀 형체 보이시죠? 귀신의 흔적입니다.”

현수가 다가가며 말했다.

- 레이니 앱으로 얼굴 인식 좀ㅋㅋㅋㅋㅋㅋㅋ

- 귀신님아 얼굴 좀 보자~~~~~~

- 레이니 앱 켜주세요!“

- 1000원 파워챗

- 레이니 앱!

“지금 귀신이 사람의 형태로 나타나 있는 게 아니라서 얼굴 인식이 안 될 거예요.”

현수는 시청자 요청대로 심령카메라 앱을 레이니 앱 화면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역시 현수의 말대로 귀신의 이목구비는 잡히지 않았다.

“비석의 글자가 다 깨져 있어요. 누가 일부러 망가뜨린 것 같아요.”

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전등으로 비석을 비춰주었다.

이름과 본관이 새겨져 있어야 할 비석의 음각이 깨져 있어 구분할 수 없는 상태였다.

“누가 일부러 훼손한 것 같아요.”

현수는 이 무덤의 심각성을 슬슬 깨닫기 시작했다.

평범한 무덤도, 무연고자 무덤도 아니었다.

분명 가족들에 의해 묻혔지만, 원한에 의해 무덤이 훼손당해 있는 것이었다.

“무연고자 공동묘지 갔을 때 그 창고 기억하시나요? 보면 비석에도 영혼의 흔적이 남아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비석까지 망가뜨렸다는 건 누군지 몰라도 이 무덤 주인을 엄청 미워했나 봐요.”

현수가 물러서며 말했다.

- 무덤 위에 뭐 있어요.

- 봉분에 뭐 비췄는데 반짝이는 거.

- 무덤 무덤 무덤 확인해주세요.

그때 채팅이 다급하게 올라왔다.

이를 확인한 현수가 손전등과 고개를 봉분 쪽으로 돌렸다.

“헐.”

현수가 자기도 모르게 탄식을 흘렸다.

피나 시체가 있지 않았지만 무척 잔인한 장면이었다.

무덤 위에 커다란 말뚝이 박혀 있는 것이었다.

시청자들이 본 반짝이는 무언가는 금속 말뚝에 빛이 순간적으로 반사되었던 것이었다.

“아니, 이건-”

현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 저거 누구 저주할 때 쓰는 거 아님?

- 살이라고 하나???

- 나 저거 알아. 예전에 ‘궁금한 이야기 J'에서 나왔었는데, 무덤 주인 뿐 아니라 그 자손들까지 대대로 저주를 내리는 거랬어.

- 아 진짜???????

- 비석이 깨져 있고 말뚝까지 박혀 있고.

- 개무섭다. 지금까지랑 다르게.

현수 역시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는 귀신이 보이고 악귀의 해코지가 있으면서 두려움을 느꼈다면, 이번에는 이 행동을 한 ‘누군가’에 대한 공포감이 들었다.

“이게 무슨 행동인지 정확히 아시는 분이 계신가요?”

현수가 물었다.

그때 익숙한 아이디로 파워챗 후원이 들어왔다.

- 1000원 파워챗

- 태환군입니다. 전화 주세요.

태환의 등장에 채팅창이 뜨겁게 타올랐다.

- 오 태환이다!!!!!!

- 잘 지내십니까 미필이시옄ㅋㅋㅋㅋㅋ

- 태환아 안녕!!!

- 찐임???ㅋㅋㅋㅋㅋㅋ

- 저 사람이 누군데들 그럼???

- 우리 수원 귀염둥이 태화니

현수는 채팅을 보다가 스피커폰으로 태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태환아. 형이야.”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지금 그 무덤 말뚝 뭔지 알고 싶으시다는 거죠?]

“어어. 알아?”

[방송 보다가 엄마한테 물어봤는데요. 둘 중 하나래요.]

“뭐 어떤?”

[지금 캡처님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누군가를 저주하기 위한 것, 아니면요-]

“아니면?”

[-가짜 무당이 신력을 키우려고 무덤에 칼을 꽂거나 하는 경우가 있대요.]

“가짜 무당이?”

[엄마 말씀으로는 잘못된 무속의 영향을 받은 가짜 무당들이 간혹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아아. 그래?”

[네, 네. 그곳에 그런 무덤이 있는 걸 아는 사람이니까 그 지역에 무당이 있는지 한 번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제대로 하시려면 그 무덤 주인도 알아보고 하셔야겠지만.]

“어, 그래. 알았어. 고맙다.”

[그나저나 저 언제 다시 데리- 짝!]

태환이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등짝 맞는 소리가 전해져왔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태환이 진짜 캐릭터얔ㅋㅋㅋㅋ

- 귀엽게 안 생겼는데 하는 짓이 귀여움

- 악귀 홀렸을 때 빼고.

스피커폰으로 퍼진 등짝 스매싱 소리는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무튼 조만간 다시 연락드릴게요!]

“어어. 그래라.”

현수와 태환의 통화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전자든 후자든 저 말뚝은 제거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요. 지금 바로 제거하겠습니다.”

현수는 봉분 정가운데 수직으로 박혀 있는 커다란 말뚝을 잡았다.

- 그런 거 함부로 뽑아도 됨??

- 뉴스 보면 다 뽑던데??

- 뽑아야죠.

- 안 뽑는 게 신상에 좋을 듯.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현수가 말뚝을 쑥 뽑았다.

사아아아아악

그러자 얼음장처럼 차가운 공기가 확 휘몰아치더니 인기척이 느껴졌다.

“여, 여러분. 잠시만요. 지금 뒤에 뭔가가 느껴지거든요? 천천히 뒤를 돌아보겠습니다.”

현수가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흰 머리를 어깨까지 풀어헤친 할머니가 소복을 입은 채 우두커니 서있었다.

심령카메라 화면으로도 할머니의 모습이 하얀 덩어리로 정확히 촬영이 되었다.

현수는 할머니 귀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심령카메라 앱을 레이니 앱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할머니의 이목구비에 실선이 맞춰지는 장면이 그대로 생방송에 노출되었다.

- 아!!!! 이거구나!!!

- 소오오오오오름

- 나 닭살돋음ㅋㅋㅋㅋㅋㅋㅋ

- 저기 귀신 있는 거????

15000명 가까이 오른 시청자들 모두 흥분한 모습으로 채팅을 써 올렸다.

그때, 현수는 할머니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에서 현수는 이 할머니 귀신이 자신에게 해코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일단 펜션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가시죠.”

현수는 할머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뒷걸음질을 치다가 돌아서 다시 산책로로 돌아왔다.

- 1000원 파워챗

- 왜 그냥 돌아가요???

파워챗 문의가 들어왔다.

“저 할머니는 이 산책로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해달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누가 비석을 깨고 봉분에 말뚝을 박았는지는 몰라도 그걸 어떻게 해달라는 제스츄어였던 거죠.”

현수는 손전등에 비친 산책로를 걸어가며 멘트를 이어갔다.

“고스트사운드에서는 울림소리만 들렸지만 저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정확히 들었거든요. 이쪽으로 오라는. 그 소리가 고스트사운드에서는 동굴소리처럼 울리게 들린 거고요.”

현수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 진짜 리얼 다큐 느낌이네요.

- 10000원 파워챗

- 꼭 해결 됐으면 좋겠습니다!

- 리얼하다. 대체 어디가 주작이라는 건짘ㅋㅋㅋ

현수는 다시 셀카모드를 한 뒤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멘트를 이어갔다.

“펜션 사장님께 가서 이 근처에 무당이 있는지 확인을 해볼 겁니다. 저 무덤에 대해서 아는 게 있는지도 여쭤보고요.”

현수는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며 산책로를 거슬러 올라가 다시 펜션에 도착했다.

카메라는 셀카모드로 계속 현수를 촬영하고 있는 상황.

현수는 시계를 확인한 후 펜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이제 밤 10시가 되어가는 중인데다가 아직 불이 켜져 있기 때문이었다.

“네-”

문이 열리더니 아까 만났던 펜션 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인데요. 지금 촬영 중이거든요.”

현수가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은 현수의 장비들을 슥 훑어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가지 좀 여쭤볼게요. 현장을 둘러보다 보니까 무덤을 하나 발견했는데 누구 무덤인지 아시나요?”

“무덤? 무덤?”

사장은 생각을 하는 듯 눈을 굴리다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 산책로 우측으로 꺾어 들어가면 있는 무덤!”

“네, 맞아요.”

“그게- 나 펜션하기 전부터 거기 있는 무덤이었어요. 그래도 한 5년 전까지는 가족들이 드나드는 것 같았는데 언제부턴가는 오는지 어쩌는지 모르겠네요. 여행객들이 하도 많이 오니까 누가 그 유가족들인지도 모르겠고.”

“최근에 가보신 적은 없는 건가요?”

“네. 갈 일이 없죠. 제 땅도 아닌데 굳이 거기까지 들어갈 이유가 있나요. 아. 귀신이 나온다고 해서 사망사고가 난 이후로 경찰들하고 가본 적은 있더랬죠.”

“사망사고가 일어난 게 3년 전쯤 되죠?”

“네. 그쯤 될 겁니다.”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이 근처에 ‘무당’이 있나요. 점집 같은.”

“무당?”

사장은 다시 생각하는 듯 눈을 굴리다 이어 대답했다.

“아! 있었어요. 저기 펜션촌 들어오는 입구에서 좌측으로 꺾어 들어가면 3층짜리 작은 상가 빌딩 있는데 거기 2층이 점집이었어요.”

“지금도 하나요?”

“가끔 불이 켜져 있던데 손님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운영 안 할 걸?”

사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사합니다.”

현수가 꾸벅 인사를 한 뒤 다시 거리로 나왔다.

자기 펜션 뒤쪽 산책로 귀신을 촬영하고 있는데 현수의 방송을 보고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너튜브가 익숙하지 않으니 그냥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그 점집 건물로 가보고 있습니다.”

현수는 양옆으로 펜션이 즐비한 시골길을 걸어 내려가며 멘트를 했다.

한 번씩 차량과 여행객들이 지나갔다.

그렇게 한 10분 정도를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걷자 사장이 말한 상가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우.”

건물은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1층에는 백반집, 2층에는 점집, 3층에는 간판이 붙어 있지 않은 건물이었다.

“태지도령. 태지도령이라고 쓰여 있네요.”

창문에는 스티커로 글자가 붙어 있었다.

전형적인 무당집 홍보 스티커였다.

- 1000원 파워챗

- 안으로 들어가 봅시다.

- 꼭대기 층은 건물주가 있을 듯.ㅋㅋㅋㅋㅋㅋ

- 근데 이 시간에 불을 꺼놓고 있는다고???

- 일찍 자는 사람인가 보지.

- 5000원 파워챗

- 들어가 주세요.

채팅을 확인하던 현수가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뚜벅 뚜벅 뚜벅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 소리가 유난스레 크게 퍼졌다.

오랫동안 청소를 안 했는지 계단에는 담배꽁초와 같은 작은 쓰레기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그렇게 2층으로 올라온 현수는 현관문이 열려 있는 점집을 발견했다.

“지금 여기 문이 열려있네요.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현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