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42화 (42/227)

제42화

# 스마일라 펜션 (2)

펜션촌 뒤쪽으로 나 있는 산책로는 낮인데도 꽤 으슥한 분위기였다.

편의점으로 가는 밝은 길도 있지만 외진 곳에 위치한 스마일라 펜션에서는 이 뒤쪽 산책로를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게 산을 가로질러 가는 방법인 것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이용했었다고 했는데 얼마 전부터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았고, 급기야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면서 골치가 아프다는 설명이었다.

사장은 이 이야기를 하며 연신 한숨을 푹푹 쉬어댔다.

현수는 그런 사장의 설명을 들으며 길가를 상세히 살폈다.

사아아아아

오싹한 한기가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현수는 걸음을 멈추고 길 옆쪽 산길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사장이 물었다.

“아뇨, 아닙니다.”

현수는 분명 이 곳에 귀신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라. 낮이라 그런가.’

현수는 사장과 함께 한 걸음씩 떼며 산책로를 계속 살폈다.

“진짜 그 귀신 좀 어떻게 됐으면 좋겠네요. 귀신 때문에 장사도 안 되고. 염병.”

“그래도 그 귀신 덕분에 마케팅이 좀 됐던 거 아닌가요? 블로그 보니까 ‘공포 펜션’이나 ‘귀신체험 펜션’으로 홍보 좀 하셨던 것 같은데.”

현수의 말에 사장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유. 그야 기회가 올 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거지. 그게 뭐 잘못인가!”

자영업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걸 틀렸다고 무어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밤에 다시 와봐야겠네요.”

현수는 편의점이 내려다보이는 길목에서 몸을 돌리며 말했다.

* * *

그날 밤.

시간 맞춰 방송을 켠 현수가 카메라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입니다!”

현수의 인사에 시청자들이 반응해 주었다.

- 이 분 시간약속 하나는 참 마음에 듦ㅋㅋㅋㅋㅋ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오늘도 야방이네요.

- 와우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ㅎㅇㅎㅇ

순식간에 2000명이나 되는 시청자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이제 어느 정도 접속 평균치가 잡히는 느낌이었다.

현장에 방문하는 야외 라이브 방송을 할 때에는 방송을 켜자마자 1000명에서 2000명의 시청자가 바로 유입이 되었고, 거기서 소폭 하락했다가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5000명, 10000명까지 치솟았다.

반면 후기 방송을 진행할 때에는 100명에서 500명 사이로 시작했다가 2000명에서 3000명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역시 자극적인 콘텐츠가 인기라니까.’

현수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확인하며 이런저런 장비를 주섬주섬 챙겼다.

- 10000원 파워챗

- 오늘은 어디에요?

“아. 오늘은 강원도 하평에 위치한 스마일라 펜션입니다. 혹시 아시는 분 계신가요?”

현수의 질문에 시청자들이 답변을 했다.

- 놀러간 건가????

- 오늘은 바비큐 먹방???

- 먹방도 괜찮겠닼ㅋㅋㅋㅋㅋㅋㅋ

- 바비큐 먹방 가죠.

- 펜션가고 싶다.

- 아 지난주에 하평 놀라갔다 왔는데. 아깝다ㅠㅠㅠㅠ

“아뇨. 놀러온 건 아니고요. 여기 스마일라 펜션 뒤쪽 산책로에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요. 거기로 한 번 와봤습니다.”

현수가 EMF 탐지기와 구형 스마트폰을 챙기며 말했다.

- 귀신 나오는 펜션이 있음???

- 처음 들어보는데.

시청자들 대부분 스마일라 펜션 괴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근방은 펜션촌이었고 산책로도 스마일라 펜션의 소유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펜션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그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었다.

다만 스마일라 펜션과 가장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주목 받는 것일 뿐이었다.

- 아아아아 나 거기 어딘지 알아. 거기 사장이 절대 가지 말라고 하던데.

- 오 진짜요????

- 작년엔가. 저 펜션 말고 다른 이름 펜션이었는데. 여자친구랑 놀러갔는데 어디 슈퍼 있냐니까 산 너머에 있다고 그러면서 산 가로지르는 길은 가지 말라고 했음. 저기가 거긴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하평은 하평이었음.

이 근처에서 묵었던 걸로 추정되는 시청자도 등장했다.

현수는 채팅을 확인하면서 배낭을 짊어졌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이동을 해볼까요.”

현수가 셀카모드로 자신을 촬영하면서 말했다.

- 방에서부터 이렇게 나가는 거 신선하넼ㅋㅋㅋㅋ

- 파이팅!!!

- 5000원 파워챗

- 기대하겠습니다.

- 오늘은 또 뭔 난리가 나려나.

- 1000원 파워챗

- 캡틴님 수명 줄어드는 거 같음.

현수는 펜션 문을 잠그고 바로 어두운 산책로로 걸음을 옮겼다.

“봄인데도 날씨가 꽤 차네요.”

저벅 저벅-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현수는 셀카모드로 카메라와 채팅을 바라보며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 하날하날님하고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 아 맞다!!!! 여캠 합방!!!

- 어케 하심??

“하날님하고는 합방이 결정되었습니다. 조만간 커뮤 탭에 공지로 올려드릴게요!”

현수가 웃으면서 윙크를 해보이고는 산책로에 진입했다.

- 하날하날을 이 채널에서 볼 수 있다니.

- 둘이 사귀는 거 아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하날이 사귀기엔 캡틴님 너무 하꼬기는 한뎈ㅋㅋㅋㅋ

- 캡틴님 내꺼야.

현수는 채팅을 한 번 확인하고는 셀카모드를 전방 카메라 모드로 변경했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구형 스마트폰을 꺼내 심령카메라 앱을 구동시켰다.

- 오늘은 과연 어떠려나.

- 기대기대기대기대기대기대

- 저벅 저벅 저벅-

어두운 밤, 시멘트로 된 산 속 산책로를 오르는 현수의 발걸음.

자주 나왔던 장면이었지만 시청자들은 매번 다른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밤이 되니까 더 차가운 한기가 도네요.”

현수는 숨을 천천히 들이키며 옆을 보았다.

어두컴컴한 하늘과 택티컬 라이트에 비친 나무들만 훤히 보일 뿐, 귀신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꾸우우- 꾸우우-

새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들렸다.

현수는 주변의 한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천천히 한 걸음씩 움직였다.

그때였다.

‘이쪽이야- 여기야-’

귀로 들리는 것인지, 머릿속으로 들리는 것인지 분간이 안 되는 목소리에 현수가 발걸음을 멈췄다.

“혹시 무슨 소리 들으셨어요?”

현수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 아무 소리 안 들렸어요.

- 전혀요.

- 조용해요. 꾸꾸 소리 말고.

- 저거 비둘기 소리인가???

- 아무 것도 못 들음여.

하지만 시청자들은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지 모두 의아해 하는 반응이었다.

“분명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현수가 손전등과 카메라를 주변으로 돌리며 말했다.

- 무섭게 왜 이랰ㅋㅋㅋ

- 아무것도 없으니까 쇼하는 거 아님??

- 노력한다, 노력햌ㅋㅋㅋ

채팅에서는 현수를 믿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현수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는 조작여론이었다.

처음에는 신경이 쓰여도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냥 두었지만 이제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 수준이었다.

“고스트사운드를 한 번 켜볼게요.”

현수는 산책로 가운데 쪼그려 앉아 고스트사운드를 설치했다.

“심령카메라로도 확인 하셨지만 지금 귀신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거든요. 그런데 계속 목소리는 들리고 있어요.”

현수는 할머니 같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들려오는 문장을 되새겨 보았다.

이쪽으로 오라는 그 말.

보통 어딘가로 오라고 하는 목소리에 이끌리면 목숨을 잃는다고 전해졌다.

“자. 설치가 완료 됐습니다.”

현수는 고스트사운드의 전원을 켜고 스피커 볼륨을 높였다.

그리고 EMF 탐지기로 천천히 주변을 탐지해 보았다.

그때, 탐지기의 불빛이 5개까지 치솟았다.

동시에 스피커에서도 무언가 소리가 잡혔다.

우우우우우웅-

역시나 동굴 속 메아리 같은 소리였다.

그리고 다시 EMF 탐지기 불빛이 내려갔다.

이내 또 한 번 탐지기 불빛이 올라갔다.

그러자 스피커에서도 소리가 들렸다.

신기한 현상이었다.

전자기파를 감지하는 탐지기의 불빛이 올라가면 고스트사운드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

귀신을 볼 수 있는 현수는 EMF 탐지기가 실제로 귀신의 위치와 흔적을 찾아낸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스트사운드에 대해서는 아직 크게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탐지기가 반응할 때마다 고스트사운드가 울리고 있어요.”

동시에 현수의 귀에서 들리는 소리.

‘이쪽이야- 이쪽으로-’

즉, EMF 탐지기의 불빛과 고스트사운드의 소리가 발현할 때, 현수의 귀에서도 귀신의 음성이 들리는 것이었다.

즉, 고스트사운드 역시 귀신의 소리를 확실하게 잡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현수가 듣는 것처럼 또렷한 소리까지는 아니었다.

- 볼수록 신기해.

- 설명 좀 부탁드려요.

- 무슨 상황인가요????

“지금 제 귀에는 귀신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거든요? 그 소리가 지금 EMF 탐지기와 고스트사운드에서 반응이 있을 때마다 들려오고 있어요.”

현수가 자세를 낮추며 주변으로 EMF 탐지기를 대보았다.

그러자 특정 방향에서만 불빛이 5개까지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이어지는 고스트사운드의 소리.

이 산책로를 중심으로 한 방향에서 영적인 기운이 흘러오고 있다는 의미였다.

“귀신이 이쪽 방향에서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수는 EMF 탐지기 불빛이 올라오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 귀신이 오라는 대로 가면 죽어요.

- 1000원 파워챗

- 오늘도 감사해요!

- 마라맛까진 아닌데 후추맛 공포특집이네, 오늘은.

- ㅋㅋㅋㅋㅋㅋ적절한 표현이닼ㅋㅋㅋㅋ

- 갑툭튀는 없는데 은은하게 무서워.

- 이런 날도 있어야지 만날 갑툭튀면 캡틴님 심장 터져 죽을듯ㅋㅋㅋㅋ

현수는 채팅창을 확인하면서 펼친 고스트사운드를 조심스레 들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한 걸음씩 산책로에서 벗어나 산 속으로 들어갔다.

우우우웅- 우웅- 우우우웅- 우웅

걸음을 옮기거나 탐지 방향이 바뀌면 EMF 탐지기 불빛과 고스트사운드 소리가 옅어지거나 끊겼다.

즉, 한 방향에서 계속 ‘신호’가 잡히는 것이었다.

구오오오오오오-

이내 고스트사운드에서의 소리는 점점 더 기괴하고 중후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고스트사운드 소리가 무섭긴 처음이네.

- 난 첨부터 무서웠음.

- 나도나도

- 저게 어떻게 조작으로 가능함. 다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생방송 화면으로는 조작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전혀 없었다.

어떻게 저런 야지에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EMF 탐지기와 고스트사운드의 탐지 타이밍이 동일하며, 또 현수가 걸어가거나 이동하는 방향에 맞춰 한 곳을 가리킨다는 말인가.

- 바닥에 미리 뭐 설치했나보지.

- 맘먹고 조작하려면 방법이 없을까. 우리가 모르면 진실인 거고, 알게 되면 조작인 거고.

- 그렇게 불편들 하면 좀 나가요. 분탕질 지겨움.

- 뭐야. 이 채널도 다 구라였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나왔다.

심지어 새로 유입되는 시청자들까지 조작 여론에 선동 되는 채팅이 포착되었다.

현수는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조작 같은 거 절대 하지 않습니다. 제가 보고 들리는 것대로 말씀드리는 거고, 그걸 증명하기 위해 이 장비들을 쓰는 것뿐이에요. 여러 분들게 귀신의 존재도 느끼게 해드리고요.”

현수가 마이크에 대고 나지막이 말했다.

- 전 캡틴님 믿습니다.

- 100000원 파워챗

- 신경 쓰지 마세요. 분탕종자들.

- 조금 전에 멤버십 가입했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그러자 현수의 시청자들이 답변을 해주었다.

아무래도 퇴마 방송을 하는 내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닐 것이 조작 논란인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수는 1만 명 전후로 고정되어 있었다.

“저기. 뭔가 보입니다.”

현수는 나무 사이로 무언가 눈으로 확인한 듯 자세를 살짝 낮추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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