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41화 (41/227)

제41화

# 스마일라 펜션 (1)

현수는 답장하기에 앞서 하날하날의 너튜브 채널을 들어가 보았다.

평범한 브이로그부터 다른 남캠과의 합방, 그리고 게임과 일상 토크 등등 제법 평범한 콘텐츠들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공포’ 관련 콘텐츠였다.

“아아. 이래서 내 얘기가 나온 거구나.”

그녀의 재생 목록 중에 ‘하날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묶여 있는 영상들은 어두컴컴한 분위기 속, 전 세계 미스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콘텐츠였다.

현수는 침대에 누워서 개별 영상들의 제목을 훑어보았다.

- 51구역 외계인 미스터리

- 군지암 정신병원의 진실

- 빙의, 어디까지 진짜일까.

- 사이코패스 살인마 토미 파커의 엽기적인 행각들.

제법 흥미로운 소재들이 많았다.

현수는 아무거나 터치해 하날하날이 업로드한 영상을 보았다.

[안녕하세요. 하날 미스터리의 하날하날입니다.]

그녀는 중저음의 차분한 목소리로 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스위치에서 생방송을 할 때와는 확실히 다른 톤이었다.

“오호. 제법 전문적이네.”

현수는 그녀의 영상을 보다 스르르 잠에 들었다.

* * *

다음 날.

현수는 하날하날과의 합방을 결정하기 전에 일단 미팅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고, 메일에 곧장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미팅 일정이 잡혔고, 며칠 지나지 않아 그녀의 소속사에 방문하게 되었다.

[라미로브 네트워크]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빌딩 꼭대기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 간판이 떡하니 붙어 있었다.

현수는 간판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와우.”

라미로브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소속사라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강남 한복판에 빌딩 한 채를 소유할 정도의 규모인지는 전혀 몰랐다.

로비로 들어가자 직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게이트와 방문객들을 위한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미팅룸과 오픈형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현수는 전달받은 연락처로 문자를 보낸 뒤 테이블에 앉아 기다렸다.

잠시 뒤, 하날하날과 함께 젊은 여성, 그리고 중년 남성이 로비로 내려왔다.

“안녕하세요. 박현수 씨죠?”

중년 남성이 먼저 선뜻 악수를 청하고는 바로 근처에 있던 미팅룸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라미로브 콘텐츠 매니저 김창수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하날하날님 전담 매니저 서현아입니다.”

중년 남자와 젊은 여성이 번갈아가며 인사를 했다.

“아아아. 네, 네.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인사를 하는 사이, 하날하날도 웃으면서 악수를 청했다.

“하날하날이에요. 본명은 ‘양하나’고요.”

“안녕하세요.”

하날하날은 영상보다 실제로 보았을 때 몇 배는 더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도 그걸 알고 있는지 꽤 도도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그 표정에서 건방진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현재 구독자가 어떻게 되셨죠?”

김창수 매니저가 물었다.

“지금 12만 명 막 넘었습니다.”

“오오. 너튜브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죠?”

“채널이 만들어진 건 오래 됐는데요. 생방송하고 그랬던 건 몇 개월 됐고- 공포 콘텐츠로 시작한 건 이제 두 달 쯤 되었어요.”

“얼마 안 되셨네요.”

“네, 네.”

“저희가 채널을 쭉 살펴보니까 게임방송 할 때에는 별 반응이 없다가 이제 퇴마 방송을 하시면서 구독자랑 조회 수가 확 올라선 것 같으시더라고요.”

“네, 맞습니다.”

“영상을 몇 개 살펴봤는데, 귀신을 볼 수 있으시다고요.”

김창수 매니저의 질문에 하날하날과 서현아 매니저 모두 현수에게 집중했다.

그렇다고 대답해도 믿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해 보이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네. 보입니다.”

“진짜에요?”

“네.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처럼 똑같이 보여요.”

“진짜로요?”

“네. 하하.”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주 앉아 있는 세 명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런 컨셉을 쭉 유지하실 거면 빈틈이 보이면 안 돼요. 저희 하날하날님과 같이 합방을 하는 건 좋지만 나중에 조작 문제나 거짓말 문제가 발생하면 상호 간에 갈등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럼요. 인지하고 있습니다.”

“정말, 귀신을 보신다고요.”

그는 다시 확인하듯 물었다.

현수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뭐- 영상을 봐도 정말 믿게 되긴 하더라고요. 하하.”

김창수 매니저가 멋쩍은 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합방을 할지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그는 다이어리를 앞에 툭 두고는 바로 커다란 태블릿 화면을 켰다.

그리고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 * *

일단 합방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진행을 하기로 하고 개별 계약서 작성에 들어갔다.

단, 현장에 함께 가는 것은 실내 합방 반응을 본 이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하날하날 측에서는 현장 방문도 계약에 포함시키려고 했지만 현수가 한사코 거절했다.

현장에 함께 가는 것만큼은 최대한 보류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라미로브 사옥 내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합방을 진행하고, 촬영 영상에 대해서는 하날하날 채널에 업로드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단, 현수가 직접 현수의 장비로 촬영하는 영상들은 현수 개인 채널에 업로드 할 수 있되 하날하날 채널에 업로드 된 이후 업로드 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아무래도 주체가 하날하날과 라미로브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양보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럼 논의가 다 된 거죠? 저 촬영 일정이 있어서.”

하날하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 먼저 들어가세요. 현아 씨. 같이 가요.”

김창수 매니저가 하날하날과 서현아 매니저를 번갈아 보며 대답했다.

그러자 하날하날은 눈인사를 한 후 매니저와 함께 미팅룸을 나갔다.

“아, 더 하실 말씀이?”

자리가 정리되는 분위기라 짐을 정리하던 현수가 물었다.

“네, 네. 혹시 다른 회사에서 계약 제안이 들어온 적은 없었나요?”

“네,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아무래도 빠르게 성장한 채널이다 보니 아직 회사들 눈에 안 띄신 것 같은데요. 혹시 저희랑 계약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

현수가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광고 수주나 게스트 섭외, 스태프 지원도 해드리고요. 장비도 지원을 해드립니다.”

“아아.”

“그리고 이제 채널에서 발생되는 수익을 저희와 나누는 형태로 가신다고 보시면 돼요.”

“그렇군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와 함께 계약을 해보시는 건 어떠신지 의견 여쭙습니다. 다른 회사들 같은 경우엔 영세하기도 해서 갑자기 잠수 타기도 하고 노예계약을 강요하기도 해요.”

뉴스에서 많이 접했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저희는 보시다시피 엄청나게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저희와 함께 하고 있고 또 대표님께서 따로 방송활동을 하시는 만큼 공신력도 있으니 믿으셔도 됩니다.”

“네, 아무래도 그렇죠.”

현수는 수아도령tv와 함께 촬영을 할 때의 스태프들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촬영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장비 지원이 있다면 방송 퀄리티는 확실히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다못해 같이 다녔던 태환이 손전등 불빛을 잘 비춰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현수가 이 제안을 딱히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안 그래도 번역가가 필요하다고 느끼던 타이밍 아닌가.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현수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긍정적인 사인으로 전달이 되었을 것이다.

김창수 매니저도 인지했는지 웃으면서 현수와 다시 악수를 했다.

* * *

촬영은 다음 주 수요일에 진행을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그 전에 다가올 주말에 촬영할 촬영지를 선정해야 했다.

현수는 집에 돌아온 뒤 라미로브 소속의 스트리머들을 쭉 훑어보다 방문할 촬영지 검색을 해보았다.

‘이런 건 태환이도 제법 잘 찾아줬는데.’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소스 찾기에는 태환이 나름 능했다.

이래저래 태환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씁쓸한 마음에 현수가 괜히 중얼거리며 게시판들을 뒤져보았다.

그러던 중 태환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외에는- 자기가 친구들하고 하평 펜션으로 놀러갔었는데 거기서 귀신을 봤다는 것도 있고요.”

일전에 소스를 찾아보던 태환이 했던 이야기였다.

현수는 하평의 펜션에 대해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강원도에 위치한 하평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인근 대학생들의 MT 장소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만큼 펜션과 호텔, 모텔들이 엄청나게 많이 자리 잡고 있었다.

태환이 말했던, 그 귀신 나오는 펜션에 대한 정보도 빠르게 찾아낼 수 있었다.

- 공포특급. 극한의 공포를 체험하고 싶다면 스마일라 펜션으로!

직접 펜션을 이용해본 이용객의 블로그 포스팅이었다.

“공포 컨셉인 펜션인 건가?”

현수가 본문을 읽어보며 중얼거렸다.

내용을 읽어보니 놀랍게도 평범한 펜션일 뿐이었다.

문제는 펜션과 가까운 곳에 있는 산책로였다.

펜션에서 편의점으로 가는 산책로가 있는데, 그곳에서 귀신이 포착된다는 것이었다.

산책로 사진으로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시골 산책로처럼 보였다.

“신기하네.”

그곳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그 펜션도 나름대로 마케팅 포인트로도 사용을 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

소문을 듣고 펜션에 투숙했던 손님 중 한 명이 그 길목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이었다.

이것에 관해서는 뉴스로 다뤄지지 않았는지 검색이 되지 않았다.

대신 스마일라 펜션 홈페이지의 방문 후기로 확인이 가능했다.

그 사건 때문에 한동안은 공포 체험 마니아들 사이에서 성지처럼 불렸지만 이내 발길이 끊겨 버리고 말았다.

포탈 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한 것을 보니 아직 문을 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현수는 펜션에 촬영 협조를 구하기 위해 바로 핸드폰을 들었다.

* * *

토요일 15시.

렌트카를 타고 스마일라 펜션 입구에 도착한 현수는 통화를 했던 펜션 사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50대 초반으로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펜션 건물에서 나와 차량에 수신호를 보냈다.

현수는 수신호를 따라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바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연락드렸던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반갑습니다.”

사장은 꾸벅 인사를 하며 현수의 손을 잡았다.

“그때 전화 주신 후로 너튜브에서 영상들 확인해 봤어요. 저희 펜션을 선택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현수가 손사래를 치며 배낭과 장비들을 꺼냈다.

“숙박비는 따로 받지 않을게요. 대신에 산책로 귀신의 정체를 꼭 알려주시고 영상에 저희 ‘하평 스마일라 펜션’ 이름 좀 꼭 넣어주세요.”

사장이 합장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결국 귀신에 대해 알아볼 겸, 광고도 하려고 현수의 부탁에 응한 것이었다.

이렇든 저렇든 현수 입장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제안이었다.

“알겠습니다. 대신 숙박비는 지불할게요. 상호 언급해 드리면서 대가를 받으면 광고 표기를 해야 하니까요.”

“아유. 그럼 더 감사하죠.”

사장은 사양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럼 산책로가 어딘지 한 번 볼까요?”

현수가 배낭을 짊어지고 바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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