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36화 (36/227)

제36화

# 호장리 수영장 (11)

집으로 돌아온 후 확인한 구독자는 86912명.

전 주 대비 만 명이나 오른 숫자였다.

현수는 태환과 함께 방송 시작 버튼을 누른 뒤 후기 방송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입니다. 즐거운 일요일 저녁 보내고 계신가요?”

현수의 멘트와 함께 1000명이 넘는 시청자가 우후죽순처럼 밀고 들어왔다.

- 안녕하세요!!

- 어떻게 된 건지 말씀해주세요.

- 진짜 한참 기다렸어요.

- 어떻게 된 거예요??????

- 뉴스에는 안 나왔던데.

- 주작인가요???

- 안녕하세요 기다렸습니다.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차분차분 말씀드릴게요. 다들 진정들 하세요. 하하.”

현수가 손바닥을 내보이며 말했다.

- 왜 클립 영상 안 올리시나요????

- 생방송 촬영한 영상 왜 없어요???

시청자들의 문의 역시 이어졌다.

“아! 경찰 쪽에서 이번 촬영 분은 채널에 업로드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아도령님의 사고 장면이 직접 담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불미스러운 사고가 있었던 만큼 문제 될 수 있다고.”

- 올려주세요ㅠㅠㅠㅠㅠ

- 아 첨부터 못 봤는데!!!!!

- 올려주세요!!

- 캡처 영상들 다른 채널에 돌아요. 검색하면 나옵니다.

- 호장리 수영장 검색하면 나와요.

- 다른 채널에서 줍줍하고 있음욬ㅋㅋㅋㅋㅋ

채팅을 본 현수가 놀라 물었다.

“네? 다른 채널에 저희 영상이 있다고요?”

현수가 묻는 사이, 태환이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형님. 진짠데요?”

태환이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다른 이름 없는 채널에서 생방송 영상을 통째로 녹화한 것을 그대로 올려놓고 있었다.

구독자와 조회 수를 늘리려는 일부 채널 주인들의 꼼수였다.

“헐. 진짜네요? 경찰 쪽에서 가급적 올리지 말아달라 했으니 채널 주인 분들, 이 영상 보시면 영상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현수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안녕하세요~~~~~

- 50000원 파워챗

- 어제 수고하셨습니다.

- 10000원 파워챗

- 늘 재미있는 영상 감사합니다.

- 캡틴님 말씀처럼 영상들 내립시다.

- 캡틴님은 다른 공포 스트리머들하고 다르게 청정하시니까 다들 말들 좀 들읍시다.

- 청정은 개뿔. 다 조작판인데.

이러는 와중에도 신규 시청자 수는 계속 늘어 5000명을 넘고 있었고, 여전히 조작 논란과 응원이 이어졌다.

“오늘은 녹화 영상을 가지고 분석을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거고요. 아침이 되어서 경찰들 오고 대충 조사를 마친 뒤에 저희가 내부 사진을 몇 장 찍어왔는데요. 그걸 보고 이야기 나눌게요.”

현수는 오늘 아침에 찍은 숙소 건물 내부 사진을 방송화면에 띄우며 말했다.

낮이 되어 햇빛이 들어오는 가운데 촬영된 강당과 복도, 객실의 풍경은 더욱 어지럽고 혼잡했다.

그리고 부적들은 물론, 곳곳에 강령술을 한 듯한 흔적들도 가득했다.

“어젯밤에는 못 봤던 부분들인데요. 보니까 지푸라기로 된 인형들이나 거울, 칼 같은 도구들이 곳곳에 있더라고요.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이곳에서 악귀, 혹은 귀신을 부르는 의식 같은 걸 했었나 봐요.”

현수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 고글 이미지 검색 해보세요.

- 강당에 있던 부적이나 인형들 이미지 검색 한 번 해보면 뭐 나올 듯????

- 5000원 파워챗

- 원본 이미지로 검색해보세요.

현수는 시청자들의 의견대로 바탕화면을 띄운 채 고글 사이트를 열어 이미지 검색을 해보았다.

그러자 현수가 촬영한 강당의 색감과 구도를 AI가 판단해 비슷한 사진들을 검색해주었다.

여러 수련원의 강당 사진과 인테리어 업체의 사진, 청소 업체의 사진 등 온갖 자료들이 떴다.

그러던 중, 비슷한 분위기의 사진을 찾을 수 있었다.

“폐 강당에서의 강령술 후기?”

현수는 사진의 캡션을 보고 바로 클릭을 해보았다.

그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송출이 되고 있었다.

[악귀 퇴치는 무정보살에게 - 의정부 점 잘 보는 집]

사진이 포함된 포스트의 제목이었다.

현수는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악귀로 인해 갑자기 사람이 폭력적으로 변하는 경우 정신적인 문제로 판단해 의학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간혹 악귀에 의해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병원 치료가 아닌 신령님의 힘으로 악귀를 처치해야 합니다.

초반 글귀에서부터 광고성 포스팅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오는 사진들에 현수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바로 호장리 폐 수영장에서 벌인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는 ‘호장리 폐 수영장’을 연상시킬 수 있는 키워드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 속 공간을 보았을 때 두 말 할 것 없이 호장리 폐 수영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호장리 폐 수영장’으로 검색을 했을 때에는 이 포스팅을 찾을 수 없던 것이었다.

- 이곳은 2년 전에 집단 자살을 한 이후 폐쇄된 어느 한 리조트인데요. 이곳에서 자살한 사람들의 영혼을 불러들인 다음 직접 퇴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그 주인은 각종 부적을 만들어 붙이는 장면과 돼지머리, 돼지 피 등을 이용해 이것저것 하는 장면을 그대로 촬영해 올려두었다.

- 저 사람 미친 사람 아님??????????

-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 미쳤네.

- 미친 짓이에요. 저거 저런식으로.

- 심지어 자살한 사람의 영혼을 다시 불러온다고???

- 저 사람 누구임????

- ㅅㅂ 미쳤네.

시청자들은 흥분해서 마구 채팅을 써 올렸다.

현수는 계속 이 글을 보려 했지만 이 포스팅은 여기서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포스팅이 여기서 끝났네요. 다음 포스팅이-”

다음 목록을 보려 했지만 이 블로그는 본 게시 글을 끝으로 더 이상 업로드 되지 않았다.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그 어떤 코멘트도 달려 있지 않았다.

심지어 댓글도 달지 못하게 댓글창이 막혀 있어 다른 네티즌들의 의견도 들어볼 수 없었다.

현수는 인터넷으로 ‘무정보살’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검색이 되지 않았다.

포스팅에 광고처럼 기재 되어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해보아도 연결이 안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저 때 일 때문에 저 곳이 악귀들 천지가 된 것 같아요.”

현수가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할 거 같은데.

- 저기 저렇게 방치되면 사람들 더 갈 것 같아요.

- 골 빠진 놈들 중 몇 놈은 이제 저기 가보겠지.

- 괜히 아무것도 없는 스트리머 중에 저기 가서 문제 생길 사람 분명 있을 듯.

- 봉인된 문을 열었으니 이제 악귀들 막 나오는 거 아님??

시청자들이 물었다.

“저 포스팅을 하신 분이 뭐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아무 대책 없이 저희가 또 가는 건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한 번 진짜 무당 분께 여쭤보도록 할게요.”

현수가 태환을 보며 말했다.

“엄마한테 전화 걸어보라고요?”

태환이 묻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전화하면 엄마한테 대판 깨질 것 같은데.”

“난처하면 하지 말고.”

- 또 하나의 꿀잼각.

- 100000원 파워챗

-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맞는 깽값이란다.ㅋㅋㅋㅋㅋㅋㅋ

- 잼겠닼ㅋㅋㅋㅋ 전화 ㄲㄲㄲ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채팅과 파워챗 후원을 본 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전화를 걸었다.

그러는 사이, 시청자 수는 1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또한 구독자 수도 어느새 91040명을 기록했다.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구독자가 오르는 형세였다.

상서로 터널과 폐 수영장 촬영 건이 제대로 업로드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두 촬영 건이 굉장히 큰 주목을 받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어- 태환아. 왜?]

그때, 스피커폰으로 태환의 모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엄마. 지금 통화 돼?”

[어- 말해.]

“다른 게 아니고 한 가지 물어볼게 있는데. 어떤 무당이 집단 자살한 사람들의 영혼을 불러오는 뭔가를 하면 악귀가 될 수 있어?”

[보통 그럴 일이 없지. 자살한 영혼이면 구천에 있지 않았을 텐데 그걸 불렀다는 거잖아.]

“으음.”

[세상이 싫어서 떠난 영혼을 다시 불러왔으니 원한이 쌓일 만 하지.]

“아아. 그렇지. 뭐 방법은 있어?”

[천도재 지내야겠지. 그런데 왜? 너 그 캡틴 퇴마인가 뭔가 쫓아다니면서 뭐 엮였니?]

“어? 아니야. 아니야.”

[이게 아주 눈 똑바로 뜨고 거짓말을 하네. 엄마가 지금 그 방송 보고 있구먼.]

“헙!”

태환이 놀라 입술을 꾹 다물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등짝 스매싱 각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태화니군은 정말 마스코트임ㅋㅋㅋㅋㅋ

- 외출금지각?????ㅋㅋㅋㅋ

재밌어 하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올라왔다.

[그 수영장에서 성대하게 천도재를 지낼 필요는 있을 거야. 내일모레 엄마 시간 나니까 거기로 갈게.]

“진짜?”

태환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뚝-

하지만 태환의 모친은 기분이 안 좋은지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내일모레 같이 가봐요.”

태환이 엄지를 들어 보이며 현수에게 말했다.

* * *

이틀 후.

세 번째 방문한 호장리 폐 수영장에는 몇몇 시청자들이 구경하러 와 있었고, 현수와 태환도 도착해 있었다.

이내 태환의 모친이 차를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그녀의 등 뒤로도 태환에게서 보았던 것처럼 포근하고 웅장한 무언가가 서있는 것이, 현수의 눈에 보였다.

확실히 수아도령에게서 보였던 잡신들과는 차이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아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천도재에 필요한 물건들을 바리바리 챙겨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현수는 카메라로 이 장면을 촬영하며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천도재가 끝난 후, 현수가 방송을 끄자마자 태환의 모친이 다가왔다.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녀의 말에 현수는 멀리서 폰 게임을 하고 있는 태환을 힐끔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환이가 얼마나 이야기를 해줬는지는 몰라도, 저는 제가 이 운명을 타고난 게 싫고 제 자식들이 이 길을 걷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네.”

“제가 영상들을 보니까 실제 귀신을 보시는 것 같긴 해요. 그렇다면 저희와 비슷한 운명이실 수도 있기는 할 텐데요. 그걸로 인기몰이를 하든, 방송을 하든, 그건 현수 씨 자유니까 제가 뭐라고 할 건 아니죠. 하지만-”

“네.”

“-하지만 태환이는 그만 엮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서부터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왔고, 부모 실망시킨 적이 없는 아이라 입대 앞두고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이런 일에까지 엮이는 건 좀 그렇네요.”

“무슨 말씀인지 잘 알았습니다.”

“아마 또 현수 씨한테 연락해서 같이 가자고 할 거예요. 그러면 단호하게 거절해 주세요.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말려볼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현수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사실 태환의 부모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현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돌아서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태환아. 가자.”

그녀의 손짓에 태환은 현수의 눈치를 보다 총총 제 엄마에게 달려갔다.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그건.”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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