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35화 (35/227)

제35화

# 호장리 수영장 (10)

“실장님!!”

현수가 실장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소리쳤다.

손에 미끈미끈하고 검은 액체가 잔뜩 묻어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모든 장면이 그대로 생방송에 노출되었다.

- 대체 무슨 상황인 겁니까???????

- 토할 거 같아 너무 무서워

- 진짜 개소름돋는다

- 상황 설명 점

- 무슨 코멘트 좀 해라 뭔 방송이 이따위야

- 50000원 파워챗

- 힘내세요!!!!

- 1000원 파워챗

- 탈출 권장

- 20000원 파워챗

- 퇴마 무쌍 찍읍시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 주작 요란하게들 하신다.

채팅이 올라오는 사이, 현수와 태환이 실장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실장님. 저희 보세요. 저희 보세요. 제 눈 보세요.”

현수가 그의 턱을 붙잡고 말했다.

카메라 앵글은 마치 리얼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듯한 구도였다.

“실장님. 뭐 보신 거 있으세요? 여기서 뭐하세요?”

현수가 재차 물었다.

“다, 다, 다들 어디 갔다가 이제 나타난 거예요?”

실장이 동공을 마구 돌리며 물었다.

이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수아도령님 혼자 이 건물에 뛰어 들어와서 우리 같이 강당 갔다가 실장님 혼자 도망치셨던 거잖아요.”

현수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그러자 몸을 덜덜 떨던 실장이 움직임을 멈추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그, 그, 그게 무슨 소리예요?”

“네?”

“저는 형님이 여기 뛰어 들어가자마자 뒤쫓아 들어왔었는데?”

“네?”

현수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태환 역시 인상을 쓰며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실장’은 수아도령이 뛰어 들어갔을 때도 계속 현수, 태환과 함께 있었다.

그러다 강당에서 혼자 도망을 쳤다가 이곳에서 겨우 찾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수아도령이 이곳에 들어가자마자 쫓아 들어왔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기 이 ‘실장’은 강당에 간 적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강당에 가신 적이 없다고요?”

“강당이 있긴 합니까?”

실장의 되물음에 현수가 뒷걸음질을 쳤다.

- 무슨 상황이야 이거?????

- 그럼 조금 전까지 같이 있었던 수아도령tv 실장은 누구임?????

- 뭐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헐!!!!!

- 와 개무서워 진짜 개무서워 개무서워 무서워 ㅅㅂ

채팅 역시 요란하게 올라왔다.

하지만 현수는 혹시 이 모든 게 수아도령tv 스태프들의 ‘조작’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시청자들도 카메라 렌즈를 통해 실장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었다.

“봐봐. 태환아. 심령카메라.”

현수가 태환에게 심령카메라를 받아 방금까지 녹화된 화면을 돌려보았다.

그러자 또 한 번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

분명 촬영할 때에는 못 느꼈던 부분이었다.

심령카메라 앵글에는 단 한 번도 실장이 잡히지 않고 있었다.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실장이 내내 앵글 밖으로 나가 있는 것이었다.

결국 실장은 숙소 건물에 들어온 이후에는 심령카메라에 잡힌 적이 없는 것이었다.

시청자들도 이 장면을 똑똑히 확인하고 있었다.

- 와 진짜 이게 조작이면 동선 연구 엄청 했겠다.

- 이 와중에 한 번도 안 찍히네?????

- 저렇게 뛰고 난리를 치는데 한 번도 안 찍혔다고?????

- 확실히 이상했다.

분명 도망치는 실장의 뒤를 따라가며 촬영을 했을 것이고, 그 길은 일자 복도였다.

그런데 한 번도 촬영되지 않았다는 건-

생각을 하던 현수가 태환을 보았다.

“어쩌면 애초부터 우리가 뭐에 홀렸던 거 아닐까?”

현수의 말에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뭐가 진짜고 아니고, 빨리 수아도령님 찾아서 나가야 할 것 같아요.”

태환도 이곳이 진저리나는 듯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일단 이동하시죠.”

현수와 태환이 실장에게 말한 후 다시 화장실 밖으로 향했다.

사아아아아

오싹한 한기와 함께 주변에 회색 연기가 감도는 것이 보였다.

태환은 심령카메라로 이 장면을 촬영하며 출구로 나갔다.

* * *

-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음.

- 분명 우리가 보는 화면에 저 실장이 나왔던 거 같은데 왜 심령카메라에는 찍힌 게 없지?

- 우리까지 단체로 정신이 나간 것 같음.

- 무슨 상황인지는 알겠는데 이해는 안 됨.

채팅이 올라오는 가운데 현수와 태환, 실장이 복도를 가로질러 걸었다.

현수는 채팅을 확인하며 마이크에 대고 멘트를 이어갔다.

“지금 저희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나 분명한 건 조금 전까지 함께 했던 실장님하고 지금 실장님하고, 어떤 분이 진짜인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현수가 슬쩍 뒤를 돌아, 쫓아오고 있는 실장을 보며 말했다.

“내, 내, 내가 진짜죠!”

실장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왜 심령카메라에도 실장님이 정상적으로 촬영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태환도 심령카메라와 생방송 카메라로 현수와 실장을 번갈아 촬영하며 말했다.

“빨리 수아도령님하고 카메라 스태프 분을 찾아야 하는데요. 지금 생방송 화면 확인 되나요?”

현수가 실장에게 물었다.

“네, 네?”

실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분명 조금 전, 생방송 알림이 울린다며 방송을 보여준 것이 실장이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두 존재가 다른 존재인 것이 분명했다.

“지금 수아도령tv 생방송 중이지 않아요?”

현수의 질문에 실장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핸드폰을 들어 보았다.

“전혀요. 알림 온 거 없는데요. 방송도 몇 십 분 전에 끝나 있고요.”

“그럼 대체 아까 우리는 뭘 본 거죠?”

현수가 놀란 표정으로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 그러니까. 우리 다 봤잖아.

- 뭐야 진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우리 다 취했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임 대체???

- ㅋㅋㅋㅋㅋㅋㅋㅋ헛웃음

그럼 시청자들과 함께 생방송 화면을 봤던 그 장면 역시 환상이라는 의미였다.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끄아아아아악-!”

그때, 위층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위다!”

현수와 태환, 실장이 바로 계단을 향해 뛰어갔다.

* * *

2층에는 객실과 공동 화장실, 공동 샤워장만 비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복도 한가운데 쓰러져 있는 카메라맨을 발견했다.

“저기요! 저기요!”

현수가 달려가 카메라맨을 일으켜 보았다.

그의 입안에는 쌀이 한가득 물려 있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정신이 들어요?”

현수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그 사이 실장도 달려와 카메라맨의 입에 물린 쌀을 빼주었다.

“형. 형! 정신 차려!”

그가 소리쳐 말하자 카메라맨이 천천히 눈을 떴다.

“우에엑! 콜록! 콜록!”

카메라맨이 기침을 하자 쌀알이 사방으로 튀었다.

- 저걸 물고 있는데 소리 지른 거???

- 소리는 누가 지른 거임??

채팅을 본 현수가 물었다.

“방금 비명은 누가 질렀어요?”

현수가 묻자 카메라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콜록 콜록. 비명이요? 전 못 들었는데.”

카메라맨은 어렵사리 상체를 일으킨 채 대답했다.

또 한 번 소름이 돋는 순간이었다.

쿵-

그 순간이었다.

밖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리.

하지만 현수는 이 소리의 정체가 뭔지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사람이 건물 옥상에서 떨어지는 소리였다.

현수가 놀란 표정으로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태환 역시 같은 것을 직감했는지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 * *

다음날 아침.

해가 막 떠오르는 새벽녘부터 호장리 폐 수영장 근처에는 경찰차와 구급차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입구 쪽은 폴리스라인으로 봉쇄가 되었고,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물러들 나세요!”

경찰들이 구경꾼들을 밀어내며 소리쳤다.

현수의 방송을 본 시청자들 중 일부가 이곳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현수와 태환은 구급차 앞에 앉아 인파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우, 씨.”

현수는 이마를 붙잡고 흉물스러운 폐 수영장을 슥 훑어보았다.

그리고 한 쪽 구석에 앉아 있는 카메라맨과, 수건으로 검은 액체를 닦고 있는 실장이 보였다.

웨에에에엥-

그리고, 구급차에 실린 채 현장을 빠져나가는 수아도령이 확인되었다.

역시 어제 그 둔탁한 소리는 사람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수아도령이 건물 위에서 투신을 한 것이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부상은 심각했다.

2층 밖에 안 되는 건물이었는데 갈비뼈와 다리뼈가 부서지는 부상을 입었고, 의식도 잃은 상태였다.

가벼운 뇌진탕 소견이었다.

투신이라는 것을 직감한 현수는 바로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생방송을 중지했었다.

그러자 댓글로 엄청나게 항의가 들어왔지만 만약 투신이라면 이는 너튜브 검열에도 걸릴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박현수 씨. 이태환 씨?”

그때 경찰이 현수에게 다가와 말했다.

현수가 일어나 90도로 인사하자 경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말씀하신 방송 영상은 다 검토해 봤습니다. 정말 따로 논의하거나 연출한 장면이 없었나요?”

“네, 전혀요.”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경찰은 의심되는 듯 현수와 태환,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는 실장을 보았지만 모두의 진술이 동일하니 무어라 더 할 말이 없는 듯했다.

“저 안에서는 뭐 발견된 게 없나요?”

현수가 물었다.

“네. 한 번 확인해 보시든가요. 아 참. 그리고 어제 촬영된 건 가급적 업로드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났으니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경찰은 어깨를 으쓱이며 숙소 건물을 가리켰다.

투신사고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영상으로 자료가 남아 있고, 투신 순간 모두가 함께 있었다는 점 등을 보았을 때 범죄의 흔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경찰 입장에서는 저 건물을 완전히 봉쇄할 명분까지는 없는 것이었다.

“가보자.”

현수가 태환에게 말한 후 숙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경찰들은 더 수사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철수하고 있었다.

그들은 현수와 태환을 못마땅한 듯 쳐다보았지만 현수는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며 가로질러 들어가 자신들이 겪었던 모든 장소를 영상으로 촬영했다.

해가 들이칠 때 확인한 숙소 건물은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이상한 곳’이었다.

촬영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라탄 현수는 어제 촬영된 생방송 영상을 비공개로 돌린 뒤 커뮤니티 탭에 글을 올렸다.

-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입니다.

어제 생방송 촬영 중 수아도령님께서 불미스러운 사고를 당하셔서 어제 촬영된 영상에 대해서는 따로 생방송 촬영분 및 클립 영상이 업로드 되지 않을 예정입니다.

후기 방송은 예정대로 금일 21시에 진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수는 업로드 된 글을 확인한 후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 무슨 일이 생긴 거임????

- 수아도령 어케 된 거예요.

- 오늘 밤까지 어케 기다려.

- 으아 미치겠다. 어떻게 된 건지 간단하게라도 말씀해 주세요.

커뮤니티 게시 글에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이걸 본 태환이 조수석에 앉아 피식 웃었다.

“아이고. 본의 아니게 시청자들 애간장을 녹이고 있네요.”

태환의 말에 현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운전대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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