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8화 (28/227)

제28화

# 호장리 수영장 (3)

현 시청자 수 5144명.

계속되는 파워챗 후원에 매출은 계속 누적이 되고 있었다.

또한 현수의 ‘체험’이 진행될수록 시청자들은 더욱 몰입했고 구독자 수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끼이이익-

화장실 칸막이 문이 열리며 현수와 태환이 푸세식 변기 아래쪽으로 손전등을 비췄다.

그러자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것이, 현수의 눈에 띄었다.

어두컴컴한 변기 아래로 새하얀 얼굴에 징그러울 정도로 큰 눈을 한 귀신이 현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귀신들의 눈은 보통 흰자가 없이 온통 검은 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현수의 눈앞에 있는 귀신은 손톱만큼 작은 눈동자에 흰자를 띠고 있었다.

흡사 관상에서 말하는 ‘사백안’ 같은 눈이었다.

현수는 숨이 멎을 것 같은 기분을 느꼈지만 침착하게 방송을 이어갔다.

“지, 지금 변기 안에 귀신이 보이는데요.”

현수가 심령카메라로 변기 안을 비췄다.

그러자 변기 안쪽으로 회색 형체가 촬영되었다.

-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 휴지 주려다 얼굴에 똥 처맞을 듯.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졸 웃기넼ㅋㅋㅋㅋㅋㅋ

- 저기 진짜 무슨 던전임????? 뭐 이렇게 귀신이 많아.

현수는 채팅을 보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자 태환도 현수를 따라 칸막이 앞으로 물러섰다.

그때, 변기 안에서 팔이 올라오더니 귀신이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귀, 귀신이 올라오고 있어요.”

현수의 심령카메라 속 회색 형체가 푸세식 변기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와 저건 소름이다.

- 미친ㅋㅋ

- 내가 볼 때 이제 이 채널은 조작이니 아니니 논란이 있을 채널이 아님.

- 맞음. 저런 걸 어케 연출해.

- 가짜일 수가 없음.

“형님. 형님. 어떡하실 거예요. 왜 가만히 계세요.”

태환이 곁눈질로 현수의 심령카메라를 계속 확인하며 물었다.

“팥. 팥을 써보자.”

현수는 떨리는 손을 힙색 안에 넣어 팥을 한 줌 쥔 뒤 푸세식 변기 쪽으로 흩뿌렸다.

휘이이이이이잉-

그러자 강한 바람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더니 귀신이 자취를 감췄다.

심령카메라 속 회색 형체 역시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쩌어어어억-

어두운 화장실 칸막이와 벽에서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백, 수천 개의 눈이 벽에 박힌 모양새였다.

이 모습은 태환은 볼 수 없었고 심령카메라에도 찍히지 않았다.

“나가자. 나가.”

현수가 다급하게 태환의 팔을 붙잡고 화장실 밖으로 달려 나왔다.

- 저기 진짜 뭐 있나 봐.

- 저런 데는 싹 철거하고 뭐 새로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님?????

- 새로 만든 데에서도 귀신 나오면요???

- 사람들이 많이 오가고 뭐 다른 시설이 생기면 없어지지 않음???

현수가 채팅을 보며 말했다.

“방금 여러분들께서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까 변기에서 귀신이 나온 이후로 화장실 벽으로 엄청나게 많은 눈이 보였거든요? 벽에 눈이 그려져 있는 것처럼.”

- 상상하니까 존무섭다.

- 이건 증명이 안 되네.

- 구라 금지

- 아니 구라라고 할 거면 이 채널에 들어오지 좀 말아요. 안 믿을 거면 보지를 말아야지 왜 보면서 채팅창에서 분탕질이야 짜증나게.

- 구라치는 걸로 돈 버는 게 영 꼴같잖아서 그럼.

- 그런 이상한 소리하지 마시고 마음에 안 들면 나가요.

채팅창에선 잊을 만 하면 조작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현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확실히 면역이 되었다.

“그럼 다음은 이제 어린이 수영장 쪽으로 가야 하는 거죠?”

태환이 어린이 수영장 팻말을 가리키며 물었다.

- 저기 귀신 있다던데.

- 수아도령이 거기서 퇴마 했었음.

- 퇴마 했으니 이제 귀신 없겠짘ㅋㅋㅋㅋㅋ

- 타 스트리머 언급 금지요.

- 저기 퇴마했어요~~~

- 진짜 퇴마 했는지 가서 확인해 보는 것도 재밌겠네.

- ㅋㅋㅋㅋㅋㅋㅋ주작을 주작으로 잡는 건갘ㅋㅋㅋㅋ

- 50000원 파워챗

- 응원합니다.

- 어린이 수영장에 애기 귀신 있다고 했음여.

- 저기 리조트는 안 가나?

- 10000원 파워챗

- 숙소 건물 안 가요?

채팅을 본 현수가 대답했다.

“어린이 수영장 들른 다음에 숙소 건물로 가볼게요.”

현수가 화장실을 한 번 돌아본 후 어린이 수영장으로 향했다.

* * *

수아도령은 이곳에 아기 귀신이 있다며 퇴마 의식 같은 굿을 했었다.

하지만 어린이 수영장에 도착한 현수는 그가 확실히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수영장 한쪽 모퉁이에 젊은 여자 귀신이 앉아서 현수를 빤히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린아이의 귀신도 아닐뿐더러, 퇴마가 된 것도 아니었다.

현수는 심령카메라로 수영장을 비추며 말했다.

“저기 하얀 형체 보이시죠? 보니까 젊은 여자분이신 것 같아요.”

그녀는 검은 눈에 굉장히 평범해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만약 심령카메라가 없었더라면 ‘산 사람’으로 착각할 수준이었다.

- 어어??????

- 아이 귀신 아니고??

- 퇴마했었는대ㅔ?? 다른 귀신이 온 건가???

- 다른 귀신???

- ㅋㅋㅋㅋㅋ 다른 귀신이 자리 잡았나보닼ㅋㅋㅋㅋ

- 그런 경우가 있나??

수아도령의 퇴마를 보았던 시청자들이 의아한 듯 채팅을 연이어 달았다.

그러자 채팅을 보던 태환이 말했다.

“보통 귀신들은 자신이 지정한 위치를 잘 떠나지 않아요. 그게 한 자리일 수도 있고, 어디서 어디-로 지정이 되는 ‘구역’일 수 있는데요. 특별히 새로 생긴 귀신이 아니라면 통상 귀신이 ‘여기가 이제 내 구역!’하면서 자리 잡진 않아요.”

- 쟤는 뭔데 아는 척함?????

- 무당 집안이래요.

- 무당 아들.

- 무당 손자 아님? 증손자???

- 엄마도 신 받았다 했음여.

신규 유입된 시청자가 많은 만큼 채팅에는 같은 질문들이 한 번씩 올라왔다.

“저 귀신 소리를 한 번 들어보도록 할까요?”

현수는 태환에게 고스트사운드를 설치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수아도령을 타깃으로 하고있는 만큼, 그가 굿을 했던 바로 이 자리에서 고스트사운드를 작동시켜보려는 것이었다.

- 100000원 파워챗

- 고스트사운드 나올 때가 갠적으로 제일 꿀잼.

- 1000원 파워챗

- 다들 스피커 볼륨 줄일 준비 하셈.

- 5000원 파워챗

- 스피커 줄여요.

일부 시청자들이 파워챗 후원을 하며 고스트사운드의 후기를 말해주었다.

그 사이, 태환이 고스트사운드 설치를 완료했다.

현수는 EMF 탐지기로 주변을 탐지하며 스피커 볼륨을 살짝 올렸다.

구우우웅 오오오오옹-

그러자 동굴 속에서 누군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고막을 강렬하게 때리는 수준의 날카로운 소리는 아니었지만 음산한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우리가 보이시죠?”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스피커에서는 불규칙한 울림소리가 흘러나왔다.

구오옹- 우우웅- 오오오옹-

현수와 태환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오래 계셨나요?”

우우우우우웅-

현수의 질문에 ‘긍정’의 소리가 들려왔다.

“저희가 고스트사운드를 사용하면서 몇 가지 소리를 분석해 봤는데, 귀신이 긍정할 때에는 ‘웅’소리가 나고 부정을 할때에는 ‘앙’소리가 나는 것 같더라고요. 일단 그걸 기준으로 계속 대화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현수가 마이크에 대고 속삭이듯 말한 후 다시 질문을 했다.

“이곳에 한이 있나요?”

아아아아앙-

귀신의 응답이 이어졌다.

문제는 이런 소통방식이다 보니 길게 대답해야 하는 질문은 던질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그때 시청자의 파워챗이 올라왔다.

- 30000원 파워챗

-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왔었는지 물어봐요.ㅋㅋㅋㅋ

파워챗을 확인한 현수가 수아도령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럼 혹시 저처럼 카메라를 든 다른 사람들을 본 적이 있나요?”

우우우우우웅-

귀신이 대답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

- ㅋㅋㅋㅋㅋ귀신 입장에서 스트리머들 보면 웃겼겠닼ㅋㅋㅋ 혼자 쇼하고들 있었던 거잖아

- 무서운데 웃김ㅋㅋㅋㅋ

다음 질문을 생각하던 현수가 물었다.

“혹시 이곳에 ‘악귀’가 있나요?”

현수가 묻자 태환이 그의 뒷모습을 슬쩍 보았다.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귀신의 응답.

태환은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 악귀가 저 샤워실이나 화장실에 있나요?”

현수의 질문에 소리가 멈췄다.

그러고는 몇 초 뒤, 음성변조기를 쓴 것 같은 기괴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바로 뒤.”

그 소리에 현수와 태환이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화장실 푸세식 변기 속에서 봤던 바로 그 귀신이 현수의 코앞에 나타나 있었다.

“으악!”

현수가 소리를 지르자 깜짝 놀란 태환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어어어어!”

순간 중심을 잃은 태환은 어린이 수영장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쿵-

귀신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고, 현수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 방금 봤음??? 방금 봤음???

- 소오오오오오름

- 심령카메라에 회색 거 뜬 거 봤음???

- 하얀 건 그냥 귀신. 회색은 악귀임. 캡틴님이 화장실에서 본 게 회색이라 물어보신 듯.

현수는 주변에 악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바로 수영장 아래를 보았다.

“아아. 아. 아파.”

태환이 발목을 붙잡은 채 앉아 있었다.

어린이 전용 수영장이라 허리 정도밖에 안 되는 깊이였지만 준비 없이 떨어지면 다치기에는 충분했다.

심지어 바닥이 타일로 되어 있다 보니 충격이 더욱 큰 모양이었다.

“괜찮아?”

현수가 팔을 뻗으며 말했다.

태환은 현수의 팔을 잡고 바로 다시 올라왔지만 다리를 접질린 건지 걷기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다.

“괜찮아? 움직일 수 있겠어?”

“발목 삔 것 같아요.”

태환이 발목을 마사지하며 대답했다.

“지금 저를 도와주는 태환이가 좀 다친 것 같아요.”

현수의 말에 시청자들이 곧장 반응했다.

- 10000원 파워챗

- 병원비

- 헐!!!!!

- 나라도 놀라서 떨어지긴 했을 것 같음.

- 크게 안 다친 게 다행.

- 위기감 조성하느라 고생한다.ㅋㅋㅋㅋㅋㅋㅋ

- 괜찮으세요???

“위기감 조성하려고 일부러 다치진 않거든요?”

태환이 채팅을 보고 발끈했는지 한 마디 던졌다.

그 사이,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스트사운드를 다시 분해했다.

“태환이가 다쳐서 여기서 더 이동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바로 철수를 해야 하려나.”

현수의 말에 태환이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요. 조금 욱신거리는 정도니까 익숙해지면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얘는. 다쳐놓고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형님 도와드리러 따라다니는 거지 방해하려는 게 아니거든요.”

태환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 여기 악귀가 있으면 처리는 하고 가야 하는 거 아님???

- 이제 태환이 빙의는 안 되네? 예전에 악귀한테 쓰이더니.

도래진 초등학교를 시청했던 구독자가 채팅을 올렸다.

“그때 이후로 부적을 지니고 다녀서 쓰이지는 않는 것 같아요.”

태환이 노란 부적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가만. 우리가 그 부적을 갖고 있으면 우리를 놀라게는 해도 빙의하지는 못하는 거잖아.”

현수가 부적을 가리키며 말하자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일종의 방어막이니까.”

“그러면 우리가 놈을 공격할 무기만 가지고 있다면 조금 더 쉽게 퇴마할 수 있는 거네?”

“그렇다고 봐야죠?”

태환이 대답했다.

현수는 지금 이 순간, ‘팥’이 유일한 무기임을 상기했다.

“걸을 수 있겠어?”

“네.”

현수의 질문에 태환이 일어났다.

약간 절뚝거리기는 했지만 확실히 크게 다친 모습은 아니었다.

“움직여 보자.”

현수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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