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 호장리 수영장 (1)
토요일 저녁.
바로 지난주에 촬영했던 상서로 터널 영상들의 조회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광고를 빼 수익 창출이 되지 않는 영상이었지만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며 소위 떡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 알고리즘 로직에 빠져 상대적으로 조회 수가 나오지 않던 것과는 상반되는 숫자였다.
뿐만 아니라 구독자 수도 빠르게 올라가 구독자도 5만 명까지 한 번에 뛰어올랐다.
댓글과 함께 여러 알림, 그리고 스폰서 문의를 하는 고글 메일까지, 현수의 핸드폰은 쉴 틈이 없이 울렸다.
부우우웅-
현수와 태환은 차를 타고 경기도 양주로 향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현수의 채널을 확인하던 태환이 물었다.
“형님. 그런데 이거 돈은 어떻게 입금이 돼요? 파워챗이나 광고로 돈 생긴 거.”
“음. 일단 모든 절차는 마무리 됐으니까 슬슬 입금이 되기 시작할 텐데- 대충 알아보니까 이번 달에 발생한 수익은 다음 달 중순쯤에 동영상 관리 메뉴에서 확인 가능하고, 그달 셋째 주쯤에 입금이 되는 것 같더라고.”
“오호. 신기하네요. 뭔가 너튜브는 ‘눈에 보이는 회사’ 같지 않아서 체계적이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해외에 있는 회사라 그렇지 뭐.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방송사나 기업들도 다 너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 부실하게 운영하겠니.”
현수가 운전을 하며 대답했다.
태환은 어깨를 으쓱이고 앞을 보았다.
“방송은 언제부터 켜요?”
“호장리 들어서면 그때부터 하자.”
현수는 내비게이션의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았다.
그렇게 호장리에 들어서자 태환이 방송용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시작할게요.”
“그래.”
현수가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대답했다.
“자. 큐!”
태환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사인을 보내며 방송시작 버튼을 터치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충성!”
현수가 운전석에 앉아 카메라를 보며 경례를 했다.
- 안녕하세요!
- 우왕 20분 빨리 방송 시작이다.
- 빨리 오셨네요!!!
- 기다리고 있었는데 ㄱㅇㄷ
- 아 아직 맥주 안 사왔는뎈ㅋㅋㅋㅋ
방송 시작과 함께 시청자들이 몰려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토요일 밤의 미스터리. 오늘도 시작을 해보겠습니다.”
현수가 운전을 하며 멘트를 쳤다.
태환은 시청자들이 보라는 듯 달리고 있는 어두운 시골길을 비춰주었다.
- 어디 가시는 중임?
- 오늘은 어디임???
- 어디에요??
- 1000원 파워챗
- 오늘은 어디로 갑니까??
- 어디에요??
시골길을 본 시청자들이 물었다.
“음. 많은 스트리머나 무속인들이 한 번쯤 방문하셨다는 바로 그 곳을 갈 건데요. 여러분, 혹시 경기도 양주에 있는 폐 수영장 아시나요?”
현수가 물었다.
- 아! 본 적 있음!!
- 그거 수아도령이 갔던 데 아님??
- 어딘지 알아요~~~
공포나 흉가 체험 스트리머를 쫓아다니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한 모양이었다.
“네. 바로 그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공포 스트리머라고 하면 한 번씩 들르는 곳이니 저도 안 가볼 수 없겠죠? 아이고! 후원 감사합니다. 구독과 좋아요 잊지 마시고요.”
현수가 채팅창을 수시로 확인하며 말했다.
그러는 사이, 차량은 어두운 시골길을 쭉 가로질러 녹슨 철창 앞에 멈춰 섰다.
녹슨 철창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헝겊조각들이 걸려 있었다.
“여긴가?”
현수가 내비게이션을 한 번 확인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태환도 따라 내리며 고출력 손전등을 켰다.
- 와. 저기 입구가 저랬구나.
- 오싹하긴 하다.
- 입구부터 뭔가 재수가 없는데.
- 무서워요ㅠㅠㅠㅠ
현수는 실시간 채팅을 확인하며 바디캠과 거치대를 몸에 장착했다.
그러고는 심령카메라와 EMF 탐지기를 가동해 작동 확인까지 마쳤다.
그 사이 태환은 고스트사운드 배낭을 메고 손전등 조명을 확인했다.
“그럼 이동합시다.”
현수와 태환이 카메라를 보며 바로 말을 했다.
생방송 화면에는 수풀로 우거진 주변 풍경과 녹슨 철창이 출력되었다.
현수와 태환은 철창을 따라 걸으며 입구를 찾았다.
“이 주변에도 다 길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서 길이 영 안 보이네요.”
철창 곳곳에는 형형색색의 캐릭터 그림들이 걸려 있기도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탓인지 색깔은 잔뜩 바래 있는 상태였다.
“형님. 저기.”
태환이 몇 미터 앞에 떨어진 입구를 가리켰다.
“저기 입구가 있네요.”
현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구 쪽을 보았다.
사아아아아
하얀 형체가 아른거리는 것이 확인되었다.
“지금 입구에서부터 귀신의 기운이 보이거든요? 심령카메라 확인해 보세요.”
현수가 입구를 가리켰다.
- 오!!! 맞네
- 하얀 아지랑이 보인다.
- 저게 귀신이에요.
- 시작부터 세다.
- 5000원 파워챗
- 여러분 이제 시작입니다.
현수는 활짝 열려 있는 철창 출입문에 EMF 탐지기를 대보았다.
그러자 LED 불빛 4개가 한 번에 올랐다 내려갔다.
현수는 수아도령이 이 출구에서 아무런 코멘트 없이 지나갔던 것을 떠올렸다.
“보시면 심령카메라와 EMF 탐지기로 여기 귀신이 감지가 되죠. 제 눈에도 하얀 형체가 보이거든요. 일단 입구에서부터 우리를 지켜보는 귀신이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현수와 태환은 천천히 입구를 지나 메마른 수영장을 쪽으로 향했다.
수영장은 아동용 작은 수영장과 성인용의 깊고 큰 수영장,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아동용 수영장에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미끄럼틀이 놓여 있었고, 성인용 수영장에는 발 디딤대가 사라진 다이빙 점프대가 세워져 있었다.
“자, 수영장이 규모가 크긴 하네요.”
그리고 한 쪽에는 샤워실과 화장실로 쓰이던 1층짜리 건물이, 그리고 그 뒤로 리조트처럼 쓰였던 2층짜리 건물이 보였다.
모두 오랫동안 방치가 되어 있었는지 페인트가 벗겨진 것도 모자라 모든 금속 부분이 녹슬어 있었다.
수아도령은 이 성인용 수영장과 샤워장, 화장실, 그리고 아동용 수영장을 둘러본 뒤, 아동용 수영장에 귀신이 있다며 굿을 했었다.
현수는 그 루트를 기억하며 수아도령과 똑같은 루트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야 시청자들, 네티즌들이 정확히 비교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건 곧, 현수가 스스로 아무 말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수아도령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 호장리 수영장 저기 잘 운영되다가 저기 펜션 같은 숙소에서 8명인가가 집단 자살한 적 있음. 그 뒤로 폐쇄돼서 방치된 거임.
- 진짜?????
- ㅇㅇㅇㅇㅇㅇㅇ 자살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저기서 번개탄 피움.
- 아아 그래서 유명해진 거구나.
- 그때 뉴스 난리였음. 벌써 10년도 더 됐는데.
시청자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이 내용은 현수가 이곳에 오기 전, 검색을 해봤을 때 이미 확인한 내용이기는 했다.
“네, 맞습니다. 저도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당시 뉴스도 봤는데요. 보통 자살한 사람이 귀신으로 남는 경우가 흔하진 않죠. 아무래도 기사가 나고 여기 장소가 인터넷에 노출되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꺼렸던 게 문제라고 봅니다.”
이곳에 귀신이 있어서 폐쇄가 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 10000원 파워챗
- 자살한 사람은 왜 귀신이 안 돼요????
파워챗 문의가 올라왔다.
“제가 뭐 이런 쪽 전문가는 아니지만, ‘억울하게 죽은 한’이 귀신의 가장 원초적인 개념이잖아요. 근데 자살은 스스로 죽음을 택한 거니까 귀신이 되는 케이스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봅니다. 물론 예외도 있죠. 우리가 갔던 소화원 귀신도 그렇고.”
현수가 대답했다.
그러자 태환이 거들었다.
“형님 말씀도 맞는데요. 자살한 사람이 귀신이 되지 않는다-라는 정의는 틀린 것 같아요. 자살한 사람도 귀신이 될 수 있지만 자살의 이유가 뭔지가 중요한 거죠.”
태환은 자신이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자신이 할 일이 있는데 부득이하게 궁지에 내몰려 자살한 사람도 귀신이 될 수 있죠. 그 ‘할 일’을 해야 하니까.”
“그렇죠.”
“아니면 괴롭힘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람도 원한을 품을 수 있을 거고요. 어떤 형태의 자살이냐가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태환이가 정리를 잘해주었네요.”
둘이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 성인용 수영장에 도착했다.
수아도령의 방울이 제멋대로 움직였던 바로 그 위치였다.
“음. 여기서는 아무것도 감지가 되지 않아요.”
현수가 EMF 탐지기와 심령카메라를 번갈아 보여주며 말했다.
- 나 저기 봤던 거 같음. 수아도령 채널에서 저기 갔을 때 저 위치에서 쌉소름이었었는데. 그냥 가만히 서 있는데 방울이 혼자 울렸었음. 수아도령 말로는 귀신이 있는 거라고 했음.
- 아 진짜????
- 타 스트리머 언급 금지합시다. 매너 좀 지켜요.
시청자 중 몇 명은 이 장소를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현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EMF 탐지기로 곳곳을 비춰보았다.
중요한 건 현수의 눈으로도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점이었다.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네요. 그런데-”
성인용 수영장 외곽을 따라 걸음을 옮기던 현수가 다이빙 점프대를 보며 말을 이었다.
되레 저 다이빙 점프대 쪽에 뭐가 있네요.“
현수가 다이빙 점프대 위를 심령카메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다이빙 점프대 위로 하얀 형체가 아른거리는 것이 포착되었다.
“수영장 쪽이 아니라 저 위에요.”
현수의 말에 태환이 그쪽으로 손전등을 비춰보았다.
그러자 하얀 형체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저 위에 뭐가 보여요?”
태환이 심령카메라를 확인해보고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이제 저런 귀신 형체에 대해서는 별로 놀라지도 않는 태환이었다.
- 1000원 파워챗
- 항상 감사드립니다.
- 50000원 파워챗
- 저게 뭔지 밝혀주세요.
- 1000원 파워챗
- 다이빙하다 죽었나.
현수는 채팅을 보며 EMF 탐지기를 대보았다.
불빛이 다섯 개까지 올라갔다.
- 잠깐. 저기 샤워실 쪽에 뭐 보였는데.
- 샤워실 창문이요.
- 창문에 뭐 비침여
- 샤워실 쪽으로 카메라 좀 돌려주세요.
시청자들의 요청이 이어졌다.
“샤워실이요?”
현수는 아무것도 못 봤던지라 고개를 갸웃하며 샤워실 쪽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샤워실 창문은 꽤 높은 위치에 작게 나있었다.
어느 정도의 환기만 될 정도로 설치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순간, 현수는 샤워실에서 현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이목구비를 볼 수 있었다.
3m쯤 되어 보이는 높은 위치의 창문.
그 안으로 사람의 눈코입이 정확히 보이는 것이었다.
사다리와 같은 것을 딛고 있지 않다면 사람 키로 도달할 수 없는 높이였다.
“아!! 저기 귀신이 보이네요.”
현수가 심령카메라로 창문을 비췄다.
하지만 현수가 보았던 이목구비는 순식간에 사라져 심령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았다.
- 뭔가 보였는데.
- 창문 안쪽으로 하얀 게 보였어요.
- 뭐 보였어요. 저도 봤음.
심령카메라에 집중하고 있던 일부 시청자들이 말했다.
“네. 저도 분명 캡처님들 말씀 듣고 저쪽 볼 때 귀신이 보였는데 심령카메라를 들이미니까 사라지더라고요.”
현수는 태환에게 샤워실 쪽을 가리키고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