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 상서로 터널 (2)
- 저거 사람임?
- 치마 입은 긴 머리 여자 같은데?
-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 치마랑 머리가 왜 안 뒤집어짐?
- 어어어어어어??????
- 저거 사람이야???
- 사람이에요????
- 헐????
현수는 올라오고 있는 채팅창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한 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꺾으며 현수 쪽으로 돌렸다.
마치 관절 부위가 고장난 로봇 같은 움직임이었다.
“형님?”
태환이 현수의 심령카메라를 확인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현수 씨?”
무철도 갑자기 이상해진 분위기에 현수를 불렀다.
“아, 네.”
천장을 보던 현수는 목덜미에 서리는 한기를 느끼며 무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천장에 매달려 있던 여인이 현수의 앞에 와있었다.
눈코입이 없이 매끈한 얼굴 앞면과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 분홍색 원피스.
마치 부딪칠 것처럼 앞에 나타나 있는 모습에 놀라 넘어지고 말았다.
“우왓!”
현수가 뒤로 넘어지며 소리쳤다.
- 와 깜놀!!!!
- 깜짝이야!
- 헐
- 아!!
- 아이ㅓᅟᅡᆼ지ㅓᅟᅡᆯ저ᅟᅣᆯㄷㅎ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이건 아니잖음
- 왤캐 선명하게 나왔지?
- 와 역대급으로 징그럽게 생긴 귀신이다.
- 진짜 깜짝 놀랐음.
현수가 뒤로 넘어지자 더욱 격렬하게 화면이 흔들렸다.
“괜찮으세요?”
무철이 달려와 현수를 일으켜 주었다.
그는 귀신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 방금 봤음??????
- 상서로 귀신이야???
- 맞아요 제가 봤던 여자랑 비슷한 느낌임
- 저 옷이에요
- 5000원 파워챗
- 상서로 귀신 맞아요.
- 저 얼굴이었구나.
- 와 보이면 바로 기절하긴 하겠다.
채팅을 보아하니 바로 앞에 나타난 귀신의 모습을 시청자들은 본 모양이었다.
“아. 괜찮습니다.”
현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먼지를 털었다.
“왜 이렇게 하얗게 질리셨어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무철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아니에요.”
현수는 손사래를 치고 무철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터널 중앙쯤에 상서로 터널 관리실이 있어요. 그곳에서 이곳 시설들을 총괄하고 있어요.”
무철이 터널 한 쪽 벽에 보이는 철문을 가리키고 말했다.
- 아아아아아
- 저게 관리실이었구나.
- 신기신깈ㅋㅋㅋㅋ
- 10000원 파워챗
- 수고 많으십니다.
약 2000명까지 오른 시청자들의 채팅이 불붙은 것처럼 빠르게 올라왔다.
끼익
철문을 열자 허름한 복도가 나타났다.
오래된 건물의 복도 같은 인테리어였다.
“교대 근무를 하는 인원들이 배치되어 있나요?”
현수가 물었다.
“그럼요. 2명씩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거나 하면 즉각적인 조치를 해야 하니까요.”
무철이 대답하며 쭉 걸어갔다.
그렇게 몇 걸음 더 이동하자 작은 사무실이 나타났다.
* * *
관리실에는 근무자가 CCTV 앞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
“연락 받으셨죠? 여기는 캡틴 퇴마 채널의 박현수 씨요.”
무철이 소개를 했지만 근무자는 힐끔 보고 목 인사를 한 후 다시 신문을 보았다.
현수의 방문이 썩 반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왜 이렇게 퉁명스러워요?”
태환이 무철의 귀에 대고 속삭여 물었다.
“독실한 기독교라 그러세요. 미신, 무당, 이런 거 싫어해.”
무철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돌아섰다.
현수는 퉁명스러웠던 관리인의 등 뒤로 어린 여자 아이 귀신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화상을 입었는지 두피와 얼굴, 목이 엄청나게 쭈글쭈글했다.
“원래도 기독교라고는 하셨는데 어린이집에서 화재 사고가 나서 아이를 잃으신 후로 조금 맹목적이랄까요? 광신도처럼 교회에 다니시더라고요.”
무철이 덧붙여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현수는 저 귀신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언급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관리인 앞에서 딸 귀신 이야기를 했다가는 크게 해코지를 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CCTV 기록들 좀 볼게요. 사고 장면들.”
“그래요. 딴 건 보지 말고.”
“넵!”
무철이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다.
* * *
“이게 지난 주 사고 장면입니다.”
무철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현수와 태환은 모니터를 보며 생방송 카메라를 비췄다.
- 뉴스에서 봤던 장면이었다.
- 와 진짜 사고가 세긴 셌구나.
- 완전 난리가 났네.
- 와 대박....
사고 장면으로도 충분히 공포감이 조성이 될 정도였다.
“가장 먼저 관광버스에서 문제가 생기고요. 보시면 잘 달리다가 갑자기 핸들을 틀어요.”
무철이 모니터 속 버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터널을 잘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틀어지더니 벽에 부딪치며 전복이 되었다.
이어 뒤쫓아 오던 승용차와 승합자가 전복된 버스에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거, 충분히 감속할 수 있는 거리 아니었나요?”
현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안전거리 미확보는 아닌 거 같은데.
-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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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로 뭔가에 홀렸나
- 뭔가 이상해요.
- 뉴스에서 봤을 땐 그냥 큰 사고구나 했는데 저렇게 보니까 이상한 점이 있네요. 승합차와 승용차는 몰라도 승용차는 버스에 부딪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 불나방이눜ㅋㅋㅋㅋ
함께 영상을 본 시청자들이 채팅을 올렸다.
현수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저 위치가 정확히 어떻게 되죠?”
“터널 출구에서부터 74m 지점이었습니다.”
“흐음. 그 이전 사고들 장면도 있나요?”
현수의 질문에 무철은 빠르게 키보드를 조작해 옛날 사고 영상들을 보여주었다.
모두 비슷한 지점에서 갑자기 방향을 급격하게 틀면서 사고가 나고 있었다.
- 블랙홀, 화이트홀은 아닌 거 같은데????
- 뭔가 보고 놀라서 핸들 꺾은 것 같음.
- 그니까.
현수는 가만히 영상을 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직접 현장을 조금 더 보는 게 좋겠습니다.”
현수는 아까 자신이 보았던 ‘얼굴 없는 귀신’을 떠올렸다.
* * *
우아아아앙-
부아아앙-
밤이 깊어지자 화물 트럭들이 엄청나게 많이 오가고 있었다.
그만큼 터널 안을 채우는 소리도 굉장히 커져 있었다.
현수와 태환, 그리고 무철은 터널의 조명과 손전등에 의지해 터널 옆쪽 난간을 타고 계속 이동했다.
“지금 사고 현장으로 가보고 있습니다. 아까 CCTV 화면으로 봤을 때 비슷한 곳에서 계속 사고가 시작됐는데요. 그곳에 가서 직접 뭐가 보이는지 볼게요.”
현수가 터널을 촬영하며 말했다.
- 그런데 심령카메라에 그렇게 선명하게 귀신이 찍힌 건 처음인데.
- 5000원 파워챗
- 아까 그 귀신 어떻게 생겼었어요?
“음. 분홍색 원피스에 얼굴이 없는 모습이었어요. 캡처님들이 말씀하셨던 그 귀신인 것 같아요.”
실제로 현수가 본 외형의 귀신을 다른 시청자들도 목격했다는 건 귀신의 한이 굉장히 강해 그 형체가 드러난다는 의미였다.
- 정말 얼굴이 갈려나간 사망자의 귀신인가????
- ㅅㅂ 너무 끔직하다.
- ㅠㅠㅠㅠㅠㅠㅠㅠ
채팅을 보던 현수가 소리쳐 물었다.
“주임님! 혹시 여기서 교통사고 난 사람들에 대한 정보는 있습니까?”
“그건 경찰 쪽에 요청을 해야 할 거예요!”
소음이 너무 큰 탓에 소리 지르지 않으면 소통이 어려울 정도였다.
- 어우 귀갱
- 너무 시끄럽다ㅠㅠㅠㅠ
- 터널이라 어쩔 수 없는 듯.
“죄송합니다! 지금 터널이라 너무 시끄럽죠!”
현수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사이, 무철이 앞에서 앞쪽을 가리켰다.
“저기가 처음 버스가 사고가 난 곳입니다. 여기서 갑자기 3차선 쪽으로 핸들을 훅 꺾더니 터널 벽에 부딪치고, 그대로 전복됐어요!”
무철이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아직도 도로 가장자리에는 파편들이 보였다.
“사고가 크긴 컸네요.”
관리인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벽 쪽 난간도 크게 찌그러져 있었다.
현수와 태환은 무철과 함께 찌그러진 난간을 지났다.
- 귀신 안 보임???
- 심령카메라 화면 좀 잘 비춰줘 봐요.
시청자들의 채팅에 현수는 터널 가운데와 천장을 슥 비춰주었다.
하지만 귀신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제 눈으로도 아직 귀신이 보이거나 하지는 않고 있어요. 심령카메라도, EMF 탐지기도 반응이 없네요.”
현수는 EMF 탐지기까지 꺼내 도로와 천장을 가리켜 보았다.
하지만 1개에서 2개 불빛만 보일 뿐,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렇게 터널 출구에까지 다다른 현수는 터널 옆으로 펼쳐진 수풀 사이로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는 뒷모습이었다.
“쉿! 쉿! 여러분! 여러분! 지금 그 귀신이 보였거든요?”
현수가 심령카메라로 수풀을 가리키며 말했다.
심령카메라에는 나풀거리는 옷을 입은 한 여인의 모습이 하얀 형체로 표현되고 있었다.
현수는 그녀를 따라 조심스럽게 수풀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 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태환과 무철이 엉거주춤 현수를 따라갔다.
“태환아 조명.”
현수의 말에 태환이 손전등의 출력을 높여 주변을 비췄다.
그러자 울창한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아아아앙-
터널을 빠져나온 차량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현수와 태환, 무철은 그런 도로를 뒤로 하고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EMF 탐지기가 반응하기 시작했어요.”
현수가 걸음을 멈추며 탐지기를 보았다.
LED 불빛이 4개까지 치솟아 있었다.
“여기에 뭐가 있는 거죠?”
태환이 다가와 물었다.
“아무것도 없어요. 터널 바로 앞이라 뭐 시설물도, 민가도 없을 텐데. 무덤도 없고.”
무철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어두운 나무 사이로 분홍색 원피스 귀신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번에는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이었다.
탐지기 역시 5개로 올라가 있었다.
“저, 저기 뭐가 있는 건가요?”
무철이 다가와 심령카메라 화면을 보았다.
“허억! 진짜구나!! 보면서도 안 믿겼는데.”
무철 역시 실제로 직관하니 조작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어두운 산 속에 저렇게 혼자 서있으니까 진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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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걸어 봐요.
- 저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 뭐 원하는 거 아님???
- 뭐하고 있어요???
- 그 원피스 귀신??? 얼굴 없는????
현수는 채팅을 확인하며 천천히 다가갔다.
“저기요. 제 말이 들리시나요?”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헉!’
역시 굉장히 징그러운 모습이었다.
이목구비가 없이 반듯한 얼굴은 언뜻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마네킹 같기도 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현수를 정확히 응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태환아. 고스트사운드 설치해.”
현수가 귀신을 똑바로 보며 배낭을 건넸다.
그러자 태환이 떨리는 손으로 고스트사운드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무철은 이런 현수와 태환을 긴장된 표정으로 가만히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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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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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현수는 멤버십 가입과 파워챗 알림에도 바로 반응을 해주지 못했다.
- 여기는 시청자가 돈을 써도 스트리머가 반응이 없네.
- 현장에서 라방하실 땐 반응 안 하세요.
- 귀신이 앞에 있는데 뭐 섹시댄스라도 춰야 함????
새로 유입된 시청자들이 불만을 표시하면 기존 시청자들이 커버를 쳐주기도 하였다.
현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귀신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런 와중에 시청자 수는 5000명까지 훌쩍 뛰어 올라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서로 터널에 대한 괴담은 전 국민에게 알려져 있는 만큼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돌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