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2화 (22/227)

제22화

# 상서로 터널 (1)

본문을 읽어본 현수가 턱을 괴고 앉아 물었다.

“태환아. 너 ‘상서로 터널’이라고 알아?”

현수의 질문에 태환이 바로 검색을 해보았다.

“상서로요? 처음 들어보는데.”

태환은 검색하자마자 뜨는 뉴스 목록을 쭉 보았다.

[종합 - 상서로 터널 서울방면 4중 추돌 교통사고]

[종합 - 상서로 터널 교통사고, 올해만 8번째 대형 인명피해]

[12명 사상자를 낸 상서로 터널 교통사고.]

바로 며칠 전에도 큰 사고가 일어난 터널인 듯했다.

상서로 터널.

현수도 들어본 적이 있는 터널이었다.

서울에서 부산을 갈 때 지나게 되는 커다란 고속도로 중 ‘상서로’라고 불리는 구역이 있었다.

그곳에 터널이 만들어지면서 서울-부산 거리가 무려 20분이나 단축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터널에서 이상하게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운전자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였지만 한 번 사고가 나면 반드시 사망자가 발생해서 ‘사망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오래 전부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무속인을 데려다 이 터널의 비밀에 대해 파헤치려고도 해보고, 과학적으로 사고 원인을 분석하려고도 했었다.

“이렇게 소재가 떨어지는 건 좋긴 한데 공사에서 우리 같은 스트리머한테 이런 의뢰를 해요?”

태환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공식적인 건지, 비공식적인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의뢰를 받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현수는 상서로 터널 괴담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현수가 진짜 귀신을 본다는 여론이 조성이 되며 주목을 받았기 때문인 듯했다.

“사고 생존자들이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가, 여자 귀신을 봤다고 하네요.”

태환도 흥미로운 듯 말했다.

“이 분하고 한 번 미팅을 해보긴 해야겠다.”

현수는 메일을 보내온 ‘이무철 주임’에게 바로 회신을 보냈다.

* * *

토요일 밤 9시.

현수의 렌트카가 상서로 터널 초입 옆쪽 갓길에 들어섰다.

덜컹덜컹-

갓길 옆에 난 작은 공터에 진입한 현수는 바로 차량 조명을 켠 뒤 태환에게 카메라를 넘겼다.

“방송 시작할게요.”

태환이 너튜브 방송 시작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입니다.”

현수가 운전석에 앉아 손을 흔들었다.

조수석에서 운전석을 바라보는 구도로 시작되는 생방송은 진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 안녕하세요!!

- 오호! 토요일 라방!

- 오늘은 어딘가요???

방송을 켜자마자 100명이 넘는 시청자가 한 번에 들어왔다.

이어 500명까지도 눈에 띄는 속도로 올라갔다.

“오늘은 ‘상서로 터널’에 왔습니다. 이곳에 귀신이 나타나서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한국도로공사 측에서 저한테 퇴마를 의뢰하셨습니다.”

- 오! 도로공사에서?????

- 5000원 파워챗

- 토요미스터리 시작!

- 캡틴님 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신기하넼ㅋㅋㅋㅋㅋ

- 1000원 파워챗

- 캡틴님 안녕하세요!!!!

“공식적인 요청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저한테 메일 주신 분을 뵙기로 했거든요. 지금쯤 오실 때가 된 거 같은데.”

현수와 태환이 차에서 내리며 갓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풀 사이로 쌩쌩 달리는 차들이 보일 뿐, 아직 이곳으로 진입해 오는 차량은 없었다.

- 상서로 터널!!!!!!

- 헐 지금 기사 봄. 지난주에도 사고 크게 났네.

- 사망 4명에 중경상 8명.

- 저기 진짜 마가 꼈나 봄.

- 울 엄빠 그 터널 지나다 귀신 봤다고 함.

- ㅎㄷㄷㄷㄷㄷ

- 내 친구도 귀신 봄. 출장 갔다가 차 막혀서 밤 11시인가 12시 쯤 그 터널 지나는데 오른쪽 가드레일에 이상한 여자 서있는 거 봤다고 함. 더 소름인 건 달리는데 사이드미러에 보이는 여자하고 거리가 안 멀어지던 거.

- 헐?

- 와 ㅅㅂ 여긴 채팅창도 무섭네.

- 나 실제로 겪었어요. 상서로 터널 지나다가 갑자기 위에서 뭐 떨어진 것처럼 쿵 해서 핸들 꺾다가 터널 옆에 들이박았는데 아무것도 안 떨어졌었음. 분명 사람 머리 같이 검은 털 달린 무언가가 떨어졌는데.

- 아 ㅅㅂ!!!!!!!!!

- 저도 운전하다 본 적 있어요. 상서로 터널 지날 때 갑자기 눈이 희뿌예짐.

- 그거 귀신 아님? 뿌얘지는 거??

- 첨엔 몰랐는데 이 채널 오면서 그런 거 아닐까 생각했음.

- 원래 터널 들어갈 때 주변 공간과 유입되는 빛에 변화가 생기면서 속도감이 달라지고 보이는 것에 갑자기 변화가 생겨 발생하는 현상들임. 저런 사고들 다 운전미숙이라고 봐야 함.

- 그러기엔 한국에 터널이 천지빼까리에 널렸는데 저기만 유독 사고가 많은 게 이상함.

상서로 터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시청자들이 저마다의 경험담과 의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10000원 파워챗

- 상서로 터널 조사해주세요. 퇴마해서 사고가 줄어들 수 있으면 그만한 가치가 있을 듯.

그때 한 시청자가 후원을 해주었다.

그의 말처럼 퇴마로 사고율을 줄일 수 있으면 공익적인 측면에서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 다들 현장 쫓아가지 마세요.

- 민폐주지 맙시다.

- 캡틴님 말 안 듣는 시청자 나타나면 집단 고소합시다.

“아. 지금 채팅으로도 올라왔는데요. 근처에 계신 분들이든 아니든 지금 상서로 터널 오시면 안 돼요.”

현수가 신신당부했다.

그때, 수풀 사이로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춰지며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다.

“아. 지금 도로공사 관계자분이 오시네요.”

현수가 장비들을 꺼내 세팅하며 말했다.

끼익-

차가 와 서자 안에서 메일을 보냈던 이무철 주임이 내렸다.

그는 며칠 동안 면도도 못했는지 덥수룩한 수염에 머리도 잔뜩 떡져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 로고가 붙은 점퍼는 깨끗하게 세탁이 되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박현수 씨 맞으시죠?”

이무철 주임이 현수에게 다가오며 꾸벅 인사를 했다.

“한국도로공사 이무철 주임입니다.”

“네, 박현수입니다.”

“지금 방송 켜신 거죠?”

“네, 네. 방송 나오셔도 되-는 거죠? 전화로 미리 여쭤보긴 했는데.”

“네. 위에서 괜찮다고 합니다.”

무철이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앞장서서 걸었다.

“일개 스트리머인데 이렇게 촬영 허가도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공식적으로 공문이 떨어진 일은 아니고요. 지난주 사고 이후로 안전점검을 진행하는데 귀신 이야기가 하도 도니까 비공식적으로라도 한 번 알아보자- 하게 된 겁니다. 예전에도 무당 불러다 굿한 적도 있었거든요. 5년 전엔가.”

“아아. 그러셨군요.”

현수가 터널 입구를 보며 이어 물었다.

“이 터널이 얼마나 오래된 거죠?”

부아아아아아앙-

그 사이, 차량들이 터널 안으로 쌩쌩 달려 들어갔다.

그 소리는 터널 벽에 메아리쳐 더욱 격렬하게 들렸다.

“1972년이니까 거의 40년 됐죠?”

무철이 터널 끝에 있는 좁은 길을 들어가며 말했다.

터널 안으로 들어오자 차들 소리는 더욱 크게 메아리쳐 들렸다.

소리를 지르지 않고는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동안에도 사고가 많았나요?”

“많았죠! 특히 예전에는 터널 조명이 어두운 편이었어서 블랙홀 현상, 화이트홀 현상이 잦았어요!”

“아! 그게 뭐죠?”

“밝은 데 있다가 어두운데 들어가거나, 어두운 데 있다가 밝은 곳에 가면 시야가 갑자기 안 보이는 현상 있잖아요! 그게 단 1초, 2초만 돼도 수십 미터의 공백이 생기니까 굉장히 위험하죠!”

무철이 터널 조명을 가리키며 소리쳐 말했다.

- 아 나 뭔지 앎.

- 저거 진짜 위험해. 운전해 본 사람은 알지.

- 실제로 저거 몇 초 동안 아무것도 안 보임.

채팅들도 모두 아는 현상인 듯했다.

“이것 때문에 전국에 있는 모든 터널들 교체 공사가 이루어졌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사고가 많이 났죠.”

둘은 계속 걸어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상서로 터널의 경우에 서울방면으로 가는 쪽, 상행선 방향이 터널 나오자마자 살짝 꺾이는 구간이 있어서 사고율이 더 높죠. 그래서 감속 안내표시를 더 해뒀는데 뭐, 잘 안 지켜지죠.”

무철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속도위반 카메라는요?”

“그래서 터널 나오자마자 속도계를 달아놓기는 했어요. 그러고 나서 화이트홀 현상 사고가 많이 줄어들었죠.”

무철이 대답했다.

“귀신이 많이 나온다는 구간은 어딘가요?”

“음. 그것도 터널 끝 쪽. 화이트홀 구간인데요. 터널 끝나기 한 100m 전쯤부터 끝나고 50m 정도에요.”

“아하.”

“사실 이번에 위에서 캡틴 퇴마 채널 촬영을 허락해준 것도 그것 때문이에요.”

앞장서서 걷던 무철이 돌아서 현수를 보았다.

“네?”

현수가 되물었다.

“이번에 버스랑 승용차 두 대, 승합차 한 대 해서 4중 교통사고가 난 건데요. 4명 사망에 8명 부상. 그중 사망자가 신기하게도 한 차에 한 명씩 났어요. 물론 우연일 수도 있지만요.”

“아아. 그래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 헐 소름.

- 한 차에 한 명씩만 데리고 간 거?

- 우연치고는 신기하긴 하다.

채팅창도 이 이야기를 고스란히 듣고 있었다.

“그런데 운전자를 비롯해 탑승자들한테서 공통적인 목격담이 들려왔어요.”

“그게 뭐죠?”

“사고가 나기 직전에 차 안에 귀신이 타고 있었다는 거예요.”

“정말이요?”

“네. 심지어 귀신의 외형 묘사도 똑같아요. 긴 머리에 눈코입이 안 보이고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고.”

“아아.”

“처음에는 헛것이 보인 건가 했는데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는 사고 피해자들이 모두 똑같은 귀신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아요? 경찰에서도 설명을 못하고, 사고 원인은 밝혀야 하고.”

“그래서 저에게 의외를 주신 것이군요.”

“네. 뭐, 퇴마나 귀신, 이런 걸로 공식적인 원인을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뭐 때문인지 내부적으로라도 알아야 하니까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 거죠. 1년에도 몇 번 씩 사고가 나고 사람이 죽어나가니 원.”

무철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 이목구비가 없고 분홍색 원피스?

- 상상만 해도 무섭다.

- 1000원 파워챗

- 나 그 귀신 본 적 있는 것 같음.

- 이목구비가 왜 없지?? 달걀귀신인가??

- 5000원 파워챗

- 그 귀신. 상서로 아스팔트 귀신으로 유명해요. 소문에 교통사고로 눈코입이 갈려나간 채 죽어서 그런 모습이라던데.

채팅을 본 현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태환이 현수의 뒤에서 말했다.

“귀신들 중, 자신이 기억하는 최고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귀신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기억하는 최악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귀신도 있어요. 아마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태환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아아아앙-

차가 지나갈 때마다 터널 전체에 소리가 퍼졌다.

“터널인데 속도가 상당하네요. 차들이.”

현수는 도로의 차들을 보며 말했다.

“네. 휴게소하고 거리가 멀어서 한참 달리고 있을 딱 그 지점이기는 하죠.”

무철이 대답했다.

- 만날 차로 지나가서 몰랐는데 장난 아니네.

- 포뮬러 소리 같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 과아아아아앙- 소리가 나

- 대박 쩐다.

채팅창에서도 그 소리들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혹시 이 터널에서 났던 사고들 기록을 확인해볼 수 있을까요?”

“아. 그건 저쪽 관리실에서 확인이 가능해요.”

“거기서 이번 사고 당일 CCTV도 확인 가능하죠?”

“네, 네. 그럼요.”

무철이 왔던 길을 돌아서 터널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현수는 심령카메라로 터널을 한 번 슥 훑으며 몸을 돌렸다.

- 잠깐. 뭐 보였어요.

- 천장에 뭐 보였는데. 뭐지?

그때 채팅창에서 뭔가 봤다는 시청자가 나왔다.

현수는 고개를 돌려 다시 터널 위쪽을 보았다.

그러자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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