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래진 초등학교 (9)
태환은 몸이 피곤하다며 바로 자기 집으로 향했고, 현수는 자취방으로 돌아와 장비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촬영한 영상들을 외장하드에 옮기면서 도래진 초등학교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검색을 해도 초등학교에 대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12년 전 폐교면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자료가 없나.”
현수는 중얼거리다 다른 검색어를 쳐보았다.
- 도래진리
도래진 초등학교가 속해 있던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 대한 정보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러던 중, 독특한 게시 글을 하나 발견했다.
미제 사건 리스트
1. 시천군 일가족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 관련 링크
2. 강창주 연쇄살인 사건 관련 링크
3. 8810 항공기 추락 사건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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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도래진리 남매 실종 사건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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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블로거가 현재까지도 해결이 안 된 미제 사건들을 정리해 올려놓은 것이었다.
‘남매?’
현수는 자신이 보았던 귀신들을 떠올려 보았다.
복도와 음악실에서 나타났던 여자아이 귀신과 화장실 석고 텍스 천장 위에 나타났던 남자아이 귀신.
현수는 턱을 매만지며 관련 링크로 타고 들어갔다.
10년 전쯤, 도래진리에 살던 남매가 놀러 나간다고 한 뒤 실종이 되었다는 기사였다.
그리고 마지막 목격자의 말에 의하면 50대로 보이는 남자가 아이들을 차에 태웠다고 하는데 그 행방이 묘연하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현수는 자신이 봤던 악귀의 모습을 떠올렸다.
‘설마.’
만약 저 미제 사건과 도래진 초등학교에서 보았던 귀신들이 연관되어 있다면, 그 범인과 아이들 모두 죽어서 학교에 갇혀 있다는 이야기가 되었다.
“피해자들 얼굴을 볼 수는 없나.”
현수는 귀신들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에 만약 사진을 본다면 자신이 본 귀신들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있을 것이었다.
현수는 도래진리 남매 실종 사건에 대한 기사를 조금 더 검색해 보았다.
그러자 충청도 지방 신문을 통해 남매를 찾는 전단지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X발.”
현수는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전단지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은 분명 현수가 학교에서 보았던 바로 그 귀신들이었다.
아직 시신도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건은 완벽하게 묻혀 더 이상 기사화되고 있지도 않았다.
“그럼 그 악귀가-”
현수는 범인으로 특정된 남자의 CCTV 포착 화면을 보았다.
얼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체형과 벗겨진 머리 등을 볼 때 외형이 비슷해 보였다.
일단 악귀가 그 범인인지 확정할 수는 없는 상황.
분명한 건 현수가 봤던 그 귀신들이 바로 이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이었다.
* * *
밤 9시가 되었을 때, 현수는 후기 방송을 위해 바로 카메라를 켰다.
그리고 방송 시작 버튼을 누르자마자 시청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충성!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아. 어제 방송 이후로 우리 캡처님 수가 2500명을 돌파했습니다. 많은 구독 감사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오 이제 방송 켜자마자 100명 넘네!!
- 대박. 이렇게 빨리 크는 방송은 또 올만이네.
- 한 큐에 운 좋게 떡상하는 게 아니라 매 생방마다 정성스러워서 보게 됨.
- 무섭게 잘하기도 함.
채팅이 올라오는 사이 현수도 웹캠에 대고 인사를 했다.
“저랑 함께 했던 태환군은 많이 피곤하다고 오늘은 집에서 쉬겠다고 하네요.”
- 악귀한테 빙의된 후기 듣고 싶었는데 아깝.
- 피곤할 만도 하지.ㅠㅠㅠㅠㅠ
- 아쉽네용
현수는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바로 촬영 영상들을 보여주기 위해 화면 세팅을 진행했다.
“이번 도래진 초등학교에서 봤던 귀신들에 대해서 정리하기에 앞서서 제가 자료조사를 하다보니까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요.”
현수가 남매 실종 사건에 대한 기사를 바탕화면에 띄워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고 방문하기 전에 알아봤을 땐 못 찾았던 건데, 저 동네에서 10년 전에 어린 남매가 실종된 사건이 있었더라고요.”
- 설마?????????????
- 헐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 설마요.
일부 시청자들은 이미 추측을 하는 모양이었다.
“심령카메라로 찍힌 장면을 보여드리긴 할 텐데 아마 하얀 형체라서 잘 안 보이실 거예요. 그런데 전 귀신을 보니까 귀신들 얼굴을 똑바로 봤거든요. 바로 이 아이들이더라고요.”
현수는 바탕화면에 자신이 봤던 전단지를 띄웠다.
“제가 귀신을 본다는 것 자체를 믿지 않는 분이 많으시고 또 물적 증거를 찾은 건 아니니 진실 여부는 각자 캡처님들께서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복도에서 봤던 귀신이 누나인 이 여자아이, 그리고 화장실에 숨어 있던 귀신이 이 남자아이였어요.”
현수는 마우스 포인트로 전단지의 아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 10000원 파워챗
- 그럼 악귀는?????
시청자의 질문에 현수가 대답했다.
“음.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까 마지막 목격자의 증언이, 50대 대머리 아저씨가 아이들을 차에 태우는 걸 봤다는 거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방송실에서 봤던 그 귀신.”
현수는 방송실에 들어갔을 때 찍혔던 회색 형체를 보여주었다.
“이 귀신이 대머리였거든요. 그래서 생각에 범인하고 피해 아동 둘이 죽어서 귀신이 된 것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거기 있던 소주병이나 피 묻은 방망이. 귀신.”
- 폐교된 학교가 범행 장소이자 그들이 모두 죽은 곳이라고 한다면 말이 되긴 하네요.
- ......난 라방보다 이런 이야기가 더 무섭더라.
- 진짜면 진짜 와.
현수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학교에 못 들어오게 막으려고 한 게 그 아이들이었고, 들어간 우리를 못 나가게 막은 게 그 악귀. 그리고 나가게 도와준 게 아이들이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를 놀라게 해서 나가게 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않았으니까요.”
- 꿈보다 해몽이네.
- 1000원 파워챗
- 동의합니다. 영혼들이 둘을 지켜주려고 한 것 같아요.
- 후기방송은 주접파티임. 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 진짜면 이 사연도 뭔가 되게 슬프다.
현수는 학교 입구에서부터 찍었던 영상을 틀어주며 자신이 봤던 귀신들과 상황들에 대해 하나씩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 * *
방송이 송출된 이후 일부 네티즌들이 도래진리와 도래진 초등학교를 따로 방문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결과 여러 차례 경찰들이 충돌했고, 일부 네티즌들은 공권력 낭비라며 현수에게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격하게 반전되었다.
경찰들이 출동하는 과정에서 실종된 아이들의 무덤과 성인 남성의 변사체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리고 현수가 보고 말한 모든 것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아이들을 납치한 범인은 폐교된 학교에 숨어 들어가 아이들을 살해했고 학교 근처에 유기해 버렸다.
그러고 다시 돌아가려 했지만 자신에 대한 수사망이 점점 좁혀오자 학교 안에 숨어 있었고 그러다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사인은 아사.
어떤 이유로 그 흉악한 범죄자가 굶어 죽었는지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전혀 잠겨 있지 않았던 학교 건물 안에서 왜 굶어 죽었는지는 경찰들로서도 알아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현수는 자신이 겪었던 기현상들을 보며 생각했다.
‘죽은 아이들이 귀신이 되어서 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것일까.’
도래진 초등학교에서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생각해본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후기 방송 이후로 밝혀진 이런 사실들에 대해 현수는 빼먹지 않고 체크하며 커뮤니티 탭에 게시 글을 올렸다.
그리고 조금 중요하다 싶은 이야기들은 따로 영상을 편집해 제작하기도 했다.
- 죽은 사람들 팔아 돈 버네.
이런 현수의 채널 관리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비난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닌, 진정성 있는 퇴마라며 칭찬을 해주기도 했다.
- 다른 공포 스트리머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입니다. 죽은 자들에 대한 존중도 있고, 해결하는 방식도 너튜브를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비난 악플 하나에 상처를, 응원 댓글에 힘을 얻어가며 채널은 또 한 번 급성장을 하게 되었다.
현수가 정말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여론이 탄탄하게 구성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 캡틴 퇴마님 미제사건을 해결함.
- 실종자를 귀신 얼굴로 찾아냄.
- 솔직히 진짜 인정 아님??????
- 이건 캡틴님이 그 남매 실종사건 범인이 아닌 이상, 귀신 보는 게 맞는 거임.
- 그 남매 사진이랑 캡틴님이 본 귀신 묘사해주는데 소름 돋았다니까.
- 캡틴님은 찐임. 진짜 찐임. 어지간한 퇴마 스트리머, 공포 스트리머랑 다름.
- 경찰이 수사 못한 걸 해냄.
이런 댓글들이 주를 이루면서 지금까지 올렸던 영상들의 조회 수가 2배 이상 급상승하였다.
쇼츠 영상도 말할 것 없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렇게 구독자 수는 단 며칠 만에 500명이 또 늘어 3000명을 넘어섰고, 다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현장을 본격적으로 물색할 때 되어서는 5000명이 되어 있었다.
눈에 띄는 상승 속도가 아닐 수 없었다.
* * *
“음? 이게 뭐야?”
현수는 오랜만에 집에 온 태환의 가방을 보며 물었다.
태환은 가방에서 주섬주섬 노란 부적을 꺼내 보였다.
“엄마한테 이번 도래진 초등학교에 대해 말씀드렸거든요. 그러니까 엄마가 이거 형님 집 현관문이랑 창문에 붙이라고 써주셨어요.”
“에? 이게 뭔데?”
“액막이 부적이래요. 악귀까지 마주쳤으면 정말 목숨이 위험했을 수 있다고요. 귀신들 중엔 성불하기 싫은 귀신들도 있는데 그런 애들이 형님 해코지하러 올 수도 있다고.”
노란 종이에 빨간 붓글씨로 만들어진 부적은 언뜻 보기에 괜히 소름끼치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방구석에 수시로 앉아 있던 남자 귀신이 부적을 보자마자 기겁을 하며 벽을 뚫고 사라졌다.
“음. 효과는 있는 모양이네.”
현수는 그 귀신을 보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에? 뭐 또 있었어요? 아이, 진짜.”
태환이 미간을 찌푸리고 팔을 북북 긁었다.
소름이 끼치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다음 장소를 한 번 알아봐야지.”
현수가 일어나 현관문과 창문 근처에 부적을 붙이며 말했다.
태환은 몇 개 조사했다는 듯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의 검색 기록을 조회했다.
“음. 제가 몇 개 알아봤는데요. 물귀신이 나온다는 해안가나 바닷가도 있고요. 이사하고 나서 딸이 자꾸 가위에 눌린다는 분도 있어요.”
“댓글로 본 거야?”
“괴담 사이트하고 댓글하고요.”
“음. 물귀신이 나오는 건 어떤 식으로 해야 하지? 많이 위험하지 않을까?”
현수는 부적을 잘 붙였는지 확인을 해보고는 컴퓨터 책상에 앉았다.
“그 외에는- 자기가 친구들하고 하평 펜션으로 놀러갔었는데 거기서 귀신을 봤다는 것도 있고요.”
“그거는 한 번 해볼만 하겠네. 펜션 사장 허락이 있어야겠지만.”
현수는 태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글 알림을 확인했다.
그때, 메일이 한 통 와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국도로공사 이무철 주임이라고 합니다. 캡틴 퇴마님께 의뢰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현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클릭을 해보았다.
“한국도로공사에서 나한테 의뢰할 게 뭐가 있대?”
현수는 메일 본문을 꼼꼼히 읽어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