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9화 (19/227)

제19화

#도래진 초등학교 (7)

전기도 끊겨 칠흑 같은 어둠이 뒤덮여 있는 도래진 초등학교.

이곳에서의 촬영은 순탄치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시청자 수는 1500명을 넘어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구독자도 2200명을 넘긴 상태였다.

여러 알고리즘에서 추천해주며 생방송 영상이 올라왔고, 한 번이라도 들어왔던 시청자들의 너튜브에는 지금까지 올렸던 현수의 클립, 쇼츠 영상들이 연결 되어 노출 되었다.

그렇게 한 번의 생방송으로 꽤 높은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수와 태환이 겪고 있는 공포는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떤 폐허, 흉가보다 극심했다.

숨 쉴 틈을 전혀 주지 않고 몰아치는 엄청난 공포.

현수와 태환의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심지어 모든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작은 소리, 작은 불빛에도 과하게 반응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시청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물론 동시에 현재 방송 촬영에 대한 조작 논란 역시 끊이지 않았다.

녹화 영상, 혹은 편집 영상이라면 충분히 조작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생방송으로 보여지는 이런 기현상들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현수와 태환은 이런 반응에 일일이 대꾸를 하지 않고 복도를 가로질러 걸었다.

“지금 1층 화장실 앞인데요. 스피커로 들리는 소리. 이 소리가 지금 방송실에서 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출구를 찾아 저쪽 복도 끝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어디로 가볼까요?”

현수가 오른쪽 복도 끝과 스피커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 [10000원 파워챗]

- 방송실.

- 방송실이요.

- 방송실 갑시다.

- [10000원 파워챗]

- 일단 나가서 한 번 정리하는 게 나을 듯.

- 많이 위험해 보여요. 일단 나가시죠.

- [20000원 파워챗]

- 방송실

- 방송실ㄱㄱㄱㄱ

대다수 시청자들은 방송실에 가보고 싶어하는 모양이었다.

현수는 살짝 인상을 쓰며 태환을 보았다.

- 둘이 갈라져서 따로따로 갔다가 조인하면 되잖음.

- 안 됨. 그러다 귀신한테 홀려서 아까 한 번 난리 났었음.

방금 들어온 시청자들의 채팅도 이어졌다.

“탈출부터 하죠. 지금 문 안 열리고 난리인데.”

태환이 엄지로 자기 등 뒤, 오른쪽 복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른쪽 복도에도 계단이 있을 테니까, 그쪽으로 가면서 문들 확인하고 방송실로 가볼게요.”

현수가 앞장서서 복도를 걸으며 말했다.

- [5000원 파워챗]

- 교실은 총 몇 반이에요???

“파워챗 감사드립니다. 지금 보니까 한 학년에 5개 반이 채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나마도 창고처럼 쓰고 있는 교실들도 많아 보이고.”

현수는 복도를 지나가며 교실 창문으로 교실들을 카메라로 비춰 주었다.

심령카메라로 하얀 형체가 잡히는 일은 굉장히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덜컹 덜컹

그러는 동안 태환은 교실 반대쪽 창문을 하나씩 열어보며 뒤를 따랐다.

“창문 걸쇠가 다 열려 있는데도 창문이 안 열려요. 진짜 이게 무슨 일인지.”

태환이 고개를 가로젓고 말했다.

- 보여주세요.

- 창문 좀 보여주셈.

- 창문 보여주세요.

이어 채팅이 올라왔다.

현수는 몸을 돌려 창문의 잠금장치가 풀려 있는 것을 보여준 후 창문 여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정말 잠긴 것처럼 문이 열리지 않았다.

- 그 스마트 방범창 광고처럼 열어보셔야지 믿지.

- 진짜 특이하네요. 어떻게 저러지????

채팅창은 쉬지 않고 올라왔다.

그러다 맨 마지막 교실을 앞에 두고 현수와 태환이 걸음을 멈췄다.

컴컴해야 할 교실에서 정체모를 빛이 새어나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저 교실 창문으로 빛이 나오고 있어요. 무슨 빛인지 모르겠는데.”

현수는 태환에게 교실 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태환이 손전등으로 교실 문을 비췄다.

[컴퓨터실]

우측 복도 맨 끝에 있는 교실은 컴퓨터실인 모양이었다.

태환과 현수는 천천히 다가가 창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상판 밑으로 모니터가 들어가 있는 형태의 구형 컴퓨터 책상이었다.

“와. 저런 책상 진짜 오랜만이네요.”

현수가 컴퓨터실 뒷문을 열며 말했다.

슬림형 모니터가 없고 뒤가 뚱뚱한 모니터가 유행했던 시절.

저렇게 책상 상판 밑에 모니터를 넣음으로써 모니터도 보고, 교과서도 펼칠 수 있게 해둔 구조였다.

그런데 그 책상 중 한 곳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상판 밑에 설치된 모니터에 전원이 들어와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 전기가 안 들어올 텐데. 어떻게 저게 가능한 거지.”

현수가 형광등 스위치를 조작해 봤지만 역시 반응이 없었다.

“저기도 들어가 보실 거죠?”

태환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 [1000원 파워챗]

- 들어갑시다!

- [10000원 파워챗]

- 고잉인! 고잉인!

- 들어가야죠.

- 태환이 쫄았다.

파워챗과 채팅이 연이어 올라왔다.

들어오라는 주문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현수는 침을 꿀꺽 삼키고 EMF 탐지기를 켰다.

LED 불빛이 다섯 개 모두 깜빡였다.

“일단 모니터가 켜진 곳으로 다가가 볼게요.”

현수가 태환과 함께 컴퓨터 책상 사이를 걸어갔다.

그렇게 몇 걸음 걸어가 컴퓨터 책상 상판 안에 보이는 모니터를 확인하자 파란색 바탕에 NO SIGNAL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컴퓨터와 연결이 되지 않은 채로 전기가 들어갔을 때 나오는 메시지였다.

툭-

순간 모니터가 꺼졌다.

현수는 EMF 탐지기로 컴퓨터 책상 근처를 가리켜보았다.

여전히 다섯 개 불빛이 요란하게 번쩍거렸다.

“전기가 끊겨 있을 텐데. 전자기파가 요동치는 거든, 귀신의 기운을 감지하는 거든, 기현상은 기현상이네요.”

현수가 컴퓨터실을 전체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때 컴퓨터실 구석에 아까 본 여자 아이 귀신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저기.”

현수가 짧게 말을 하며 심령카메라를 비췄다.

- 저기 또 귀신이다.

- 야 이제 지친다ㅠㅠㅠㅠㅠㅠㅠ

- 지친다 지쳐.

- 헐???????? 저게 뭐에요??? 왜 저기서만 찍혀요????

- 심령카메라 앱으로 귀신을 찍는 거예요.

- 캡틴 퇴마님은 귀신을 볼 수 있어서 귀신이 있는 곳에 앱을 써보는 거예요???

- 이거 찐임??

새로 유입된 시청자들은 궁금한 게 많은지 계속 질문을 남겼다.

현수는 심령카메라를 든 채로 여자 아이 귀신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자 여자 아이 귀신은 천천히 입을 벌리더니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형님. 뭐하세-”

태환이 물어보려다 심령카메라 화면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귀, 귀신. 귀신!”

태환이 구석을 가리키며 말하는 순간 여자 아이 귀신의 입이 쩌억 크게 벌어졌다.

파바바밧-

그러자 컴퓨터실에 있는 모든 모니터들이 일제히 켜졌다.

어두컴컴했던 컴퓨터실이 굉장히 음산하고 파란 불빛으로 가득 찼다.

“나가자. 나가.”

현수가 태환의 팔을 붙잡고 앞문을 가리켰다.

둘은 도망치듯 컴퓨터실 밖으로 달려갔다.

“문. 문 확인해.”

우측 현관 유리문으로 달려간 태환이 어깨로 세게 밀었다.

덜컹-

하지만 역시 문이 잠겨 있었다.

“으아아압!”

태환이 방망이를 휘둘러 유리를 깨려 했지만 역시 깨지지 않았다.

그때, 복도의 방송 스피커로 슈베르트 자장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산한 피아노 선율.

한 번씩 음이 틀어지는 것처럼 찢어지는 소리가 섞여 들렸다.

- 진짜 사운드가 죽이네.

- 나 너무 무서워.

- 이 채널 미쳤다. 뭐 휴식시간도 없이 계속 몰아치네.

- 방송실 갑시다.

- 방송실 가봐야 할 듯.

현수는 우측 현관문을 다시 한 번 움직여 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쪽도 역시 잘 안 되네요. 일단 올라가 보긴 해야 할 것 같아요. 귀신이 우리한테 할 말이 있다면 들어봐야죠.”

현수가 계단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아. 미치겠다.”

태환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중얼거렸다.

* * *

뚜벅 뚜벅 뚜벅

우측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발자국소리가 무척 크게 울렸다.

“지금 형님, 형님 맞죠? 아까처럼 막 귀신이고 그런 거 아니죠?”

태환이 뒤에서 물었다.

“당연하지. 너는?”

“저도 아니에요. 이태환. 형님 집은 서울. 원룸. 닉네임 캡틴 퇴마.”

“아무래도 우리끼리 뭔가 사인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 귀신에 홀리지 않도록.”

현수가 계단에 멈춰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사인이요?”

“군대에서 ‘암구호’라고 해서 아군을 식별하는 문답이거든? 먼저 발견한 사람이 문어를 말하고, 듣는 사람이 답어를 외치는 거야.”

“아. 드라마에서 봤어요.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담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필이 미리 경계 교육 받넼ㅋㅋㅋㅋㅋ

- 근데 귀신 어차피 이거 보고 있는 거 아님???????

- 주변에서 듣고 있을 듯.

- 미리 짜고 들어오지.

현수는 채팅을 한 번 쭉 보고는 바로 태환에게 말했다.

“귀신이 듣고 있을지 모르니까 우리만 아는 걸로 하자. 문어는 우리가 만난 지역. 답어는 우리가 만난 스튜디오 이름.”

“아? 아! 아! 알겠습니다.”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 수원 / 예성

- 수원시. 예성 녹음실. 이거네.

- 수원. 예성.

현수의 방송을 계속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채팅을 남겨주었다.

둘은 그렇게 암구호에 대한 약속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2층 복도는 더욱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아까 올라갔을 때 보였던 것보다도 더 어질러져 있었다.

교실에 있어야 할 책상과 의자들이 곳곳에 쌓여 있는 것은 물론이고, 빗자루와 같은 교실 집기들도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슈베르트의 자장가가 계속 흘러나오는 가운데, 둘은 드디어 방송실 앞에까지 도착했다.

“준비 됐어?”

현수가 태환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태환은 한 손에 손전등, 한 손에 방망이를 치켜 든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이 나타나면 휘두를 기세였다.

“간다.”

현수가 방송실 문을 열며 살짝 몸을 틀었다.

그러자 태환이 방송실 안 쪽으로 손전등을 훅 밀며 들어갔다.

이어 현수도 따라 들어가며 바로 방송실 내부를 살폈다.

오래된 방송 장비들이 놓여 있는 작은 공간.

기계 앞에는 윗머리털이 없는 중년 남자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이, 현수는 그 남자가 귀신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데요?”

태환은 역시 아무것도 못 보는 듯 방망이를 내렸다.

하지만 현수와 심령카메라는 귀신의 존재를 똑똑히 확인하고 있었다.

남자는 방송 장비를 만지고 있던 것처럼 가만히 앉아 앞만 보고 있었다.

- 뒷모습인가? 저거 사람 뒷모습이죠???????

- 형태가 뚜렷해.

- 근데 하얀색이 아니라 약간 회색 같은데?????

채팅을 본 현수가 심령카메라를 힐끔 보았다.

확실히 이번에 찍히고 있는 귀신은 회색 형체로 보이고 있었다.

“형님. 지금 여기도 귀신 있죠.”

오싹함을 느낀 태환이 작게 물었다.

그러자 귀신이 현수와 태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외관은 무척 끔찍했다.

피가 들어찬 것처럼 시뻘건 눈과 시커먼 입술.

이마에서부터 코에까지 내려오는 흉악스러운 주름.

순간 현수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악귀!’

현수가 그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교정에 울리던 ‘슈베르트 자장가’는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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