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8화 (18/227)

제18화

#도래진 초등학교 (6)

시청자 수와 구독자 수는 단 몇 분 사이에 또 한 번 올라갔다.

시청자 수 1000명, 그리고 구독자 1988명.

하지만 이 수치에 감탄할 여력이 없었다.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와중에, 현수와 태환은 중앙현관 앞에 주저앉아 상황을 정리해보고 있었다.

- 119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님????

- 경찰한테 신고해야 할 듯.

- 어차피 주작인데 신고 해봐야 무슨 소용임???

- 저기 어딘지도 모르잖음.

- 신고하면 경찰들이 알아서 추적하지 않음?

- 조작임. 괜히 신고 해봤자임.

현수는 채팅창을 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조작 아니라는데 되게 억울하네요, 형님.”

태환도 생방송 화면을 핸드폰으로 보다 말했다.

“그러려니 해야지. 사실 믿기지 않는 부분들도 있을 법하니까.”

현수가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이 상황에서 구급차나 경찰들을 부를 생각이 스쳐 지나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방송을 종료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또한 있는 대로 짜증이 난 표정으로 현수를 질타했던 경찰관의 얼굴도 떠올랐다.

“앞으로 이런 폐가 체험, 이딴 거 하지 마세요. 네?”

아마 지금 이 상황에서 119대원들이나 경찰을 부르면 열리지 않던 문들도 모두 잘 열릴 거고, 그들은 현수가 방송을 위해 어그로를 끌었다고 치부할 것이 뻔했다.

그러면 방송이 켜져 있든, 켜져 있지 않든 시청자들 보기에도 조작 논란이 더 커질 것이 분명했다.

어찌되었든 현 시점에서는 이곳에서 자력으로 탈출하는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더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줄 것이라 판단했다.

물론,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역시 들었지만 현수는 귀신들이 그렇게 산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라고는 믿지 않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겁을 주는 정도에서 그친다고 생각했다.

아직까지는.

“몇 년 전에 어머님께서 여기로 출장 오셨다고 했지? 그때 왜 오셨다고? 사람 찾아달라고?”

현수가 태환의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

“아, 네. 10년 전쯤인가. 잠깐 점집 열었었는데 그때 어떤 분이 사람 좀 찾아달라면서 여기를 알려줬었어요. 꿈에서 자꾸 나타난다고.”

“그때 어머님께서는 별 말씀 없으셨고?”

“네. 전 그냥 엄마 따라서 졸졸 쫓아다니기만 했죠. 그때 초딩이었으니까.”

태환이 말했다.

그가 말한 것처럼 어머니가 무당이었다면 이 학교에 있는 이 강한 귀신을 분명 느끼셨을 것이었다.

“그때 이 학교에 들어가진 않았었지?”

“네.”

“아마 위험하다고 생각하셔서 안 들어갔을지도 모르지. 넌 거길 나한테 소개한 거고.”

“나쁜 의도는 없었어요. 그냥 다음 장소를 물색해야 하니까 기억나는 데 말한 거죠. 보기에 음산했으니까.”

“어머님한테 전화 한 번 해볼래? 여기에 대해 기억하시는지.”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태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 실감난다.

- [1000원 파워챗]

- 진짜 존잼이다. 재난 공포영화 같음.

- [20000원 파워챗]

- 영화비라고 생각하고 보내드립니다.

- [10000원 파워챗]

- 구독합니다!!

“파워챗 후원 감사드립니다.”

현수가 인사하는 사이, 태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화 안 받으세요.”

태환의 말에 현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움직이자. 뭐라도 해야지. 언제까지 여기 있을 것도 아니고.”

현수가 말하자 태환도 손전등을 다시 켜며 현수의 뒤에 붙었다.

“자. 지금부터 다시 이동해볼게요. 일단 정문이 막혔으니까 양쪽 사이드에 있는 현관으로 이동하면서 나갈 수 있는 유리창이 있는지 볼게요. 구독과 좋아요, 꼭 해주세요.”

- 이 와중에 구독과 좋아욬ㅋㅋㅋㅋㅋㅋ

- 그 좀비 드라마 중에 ‘지금 우리 학원은’ 대사 생각난닼ㅋㅋㅋㅋ 구독과 좋아요가 니 목숨보다 좋아요?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그 형사 개웃겼는뎈ㅋㅋㅋㅋㅋㅋ

- 지금 저거 찐 상황이면 같은 대사감 아님????ㅋㅋㅋㅋㅋㅋ

- 저게 찐으로 보임??ㅋㅋㅋㅋㅋ

- 재밌으니까 걍 봅시당ㅋㅋㅋㅋㅋ

현수와 태환은 채팅창을 보면서 1층 양쪽 복도를 보았다.

숙직실에서부터 음악실로 이어진 왼쪽 복도로는 선뜻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이쪽 방향이 아까 들렀던 숙직실, 과학실, 음악실 방향이거든요. 이쪽 말고 반대쪽으로 가볼게요.”

현수가 오른쪽 복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심령카메라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상황.

EMF 탐지기는 계속 세 칸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까 제가 갇혀 있던 곳이 화장실이었어요. 남자화장실 청소도구함 칸이요.”

태환이 남자화장실 팻말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그래?”

“네. 처음엔 놀라서 어딘지 모르다가 보니까 거기더라고요.”

태환이 열려있는 화장실 문 안 쪽으로 손전등을 비추며 말했다.

현수도 화장실 안 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보았다.

바싹 말라 먼지가 잔뜩 쌓인 화장실 타일과 회색으로 변한 변기.

곳곳에 구멍이 나있는 천장의 석고 텍스.

현수는 화장실에서 하얀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지금 여기에도 귀신들이 있는 것 같아요. 심령카메라 보이시죠?”

심령카메라로도 하얀 아지랑이들이 선명히 찍혔다.

- 이제 이 정도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 [1000원 파워챗]

- [5000원 파워챗]

- 응원합니다.

- 아까 여기도 문 안 열렸던 데 아님?

- 맞아요. 태환군 갇혔던 곳임.

현수는 화장실의 문고리와 청소도구함 칸의 문고리를 확인해 보았다.

녹이 슬기는 했지만 고장이 나있지는 않았다.

“여기 갇혀 있는데 문이 안 열렸단 말이지?”

현수의 말에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기분 나빠요. 빨리 나가요.”

태환이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잠시나마 본인이 갇혀있던 곳이라 그런지 더 두려움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현수는 화장실 문 쪽으로 뒷걸음질을 치며 화장실을 살폈다.

그 순간이었다.

“헉!”

현수가 크게 놀라고 말았다.

“에?”

나가던 태환도 돌아섰다.

현수가 본 것은 천장의 떨어진 석고 텍스 사이로 보이는 한 아이의 얼굴이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에 흰자 없는 눈으로, 현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지, 지, 지금 천장에 귀신이 보였습니다. 지금 여기, 보이시나요?”

현수는 천장에 석고 텍스가 떨어진 쪽을 심령카메라로 비춰주었다.

심령카메라로도 하얀 형체가 명확히 촬영되었다.

“저, 저기 귀신 보여요?”

태환이 다가와 심령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굉장히 선명히 보이는데.”

“아까 그 복도에서 봤던?”

“걔랑 다른 귀신인 것 같아.”

현수는 귀신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등골이 오싹한 가운데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 [10000원 파워챗]

- 눈코입 보이는 것 같아

- 얼굴 보여요.

- 사람이네. ㅅㅂ 귀신이야 진짜????

- 세계 최초 귀신 촬영인가?????

- 구라 같은데.... 대체 무슨 트릭이 있는 거지.

현수는 천천히 배낭에서 고스트사운드를 꺼내기 시작했다.

“저 귀신하고 한 번 대화를 시도해 보겠습니다. 가만히 서서 보고 있는 거 보니 저희를 위협할 생각은 없어 보이거든요.”

현수의 말에 태환이 손사래를 쳤다.

“아. 다른 데로 가죠? 여기 너무 싫은데.”

“널 이곳에 가뒀다면 귀신이 너한테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 수도 있어.”

현수는 귀신이 계속 지켜보는지 수시로 확인하며 고스트사운드를 설치했다.

“아이 씨.”

태환은 긴장된 듯 몸을 움츠리며 설치를 돕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스트사운드가 설치되자 현수가 스피커 볼륨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현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조용하던 스피커에서 무언가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우우우웅-

- 와. 방금 캡틴 말에 반응한 거임?

- ㅅㅂ

- 안녕하세요 처음 왔습니다. 저거 뭐하고 있는 건가요????

- 귀신하고 대화하는 기계래요.

- 구독 ㄱㄱㄱㄱㄱㄱ

- [1000원 파워챗]

- 볼륨 좀 키워주세요.

- [1000원 파워챗]

- 가끔 칠판 긁는 소리 나와요. 소리 크게 하고 있다가 놀라지들 말 것.

- 안녕하세요!

신규 시청자들은 계속해서 유입되며 1300명을 넘기고 있었다.

지금까지 끌었던 시청자 수 중 최고 수준이었다.

현수는 채팅창을 수시로 확인하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지금 대화를 할 수 있습니까?”

우우우우웅-

동굴 속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현수는 EMF 탐지기를 들어 LED 불빛이 오르내리는 것을 확인하며 물었다.

“지금 여기에 당신 혼자 있습니까?”

현수가 다시 묻자 소리가 약간 달라졌다.

아아아아앙-

“그렇다는 거예요, 아니라는 거예요?”

소리를 듣던 태환이 물었다.

그러자 현수가 조용히 하라는 듯 태환의 다리를 툭 치고는 다시 물었다.

“혹시 지금 이곳에 숨어있는 건가요?”

우우우우우웅-

“숨어있어야 할 만한 위험한 사람이 있나요?”

우우우우웅-

“그 사람이 산 사람인가요?”

아아아아앙-

질문에 따라 소리는 딱 두 가지로 바뀌어 들렸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우우웅’하는 소리는 긍정, ‘아아앙’하는 소리는 부정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조작 지겹다 그만해라.

- 근거도 없이 조작이라고 욕하는 것 좀 그만.

- 이런 스트리머들 죄다 조작인 거 아직도 모름?????

- 조작인 증거를 가져 와.

- 진짜라는 증거부터 가져와.

- [10000원 파워챗]

- 기본적으로 조작 했다는 이야기를 하려면 조작 증거부터 내미는 게 순서지. 왜 조작을 안 했다는 쪽에서 증거를 제출해야 함? 입증의 필요성을 느끼는 쪽에서 먼저 증거제출을 해야지.

- ㅅㅂ 맞말이다.

- 겁내 똑똑하네.

- 맞말이지 저게. 했다는 쪽에서 증거를 내야지 왜 안 했다는 쪽에서 증거를 내야 함?

고스트사운드로 귀신과 대화를 하면서부터 채팅창의 조작 논란은 더욱 가열되었다.

하지만 귀신과 확실히 소통을 하고 있는 만큼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지금 그 ‘위협적인 존재’가 근처에 있나요?”

현수가 물었다.

순간 고스트사운드 소리가 끊기면서 석고 텍스 위 귀신이 사라졌다.

심령카메라 속 하얀 형체들 역시 갑자기 확 사라져 버렸다.

푸쉿-

그 순간 녹슨 수도꼭지에서 검은 액체가 터져 나왔다.

“으악!”

현수와 태환이 놀라 손전등을 돌리자, 그 검은 액체가 검붉은 ‘피’라는 것을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끄그그그그극-

동시에 화장실 전체에 기괴한 소리가 들리며 화장실 타일 사이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역시 생방송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 ㄷㅈㅂ개ᅟᅣᆶ재ㅓ;ㅎ러3ㅐ쟈ㅓㅐ4ㅑㅓ개34ㅑ

- 저거 뭐야!!!!!!

- 토할 거 같음 ㅠㅠㅠㅠㅠ

- 나가요!!! 나가요!!!

- ㅈㄴ 위험해 보인다????

- 10000원 파워챗

- 촬영이고 뭐고 탈출하세요 캡틴님. 찐 걱정되기 시작함.

- 위험해요!!!

- 진짜 귀신 있는 거 아니야?????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현수와 태환은 허겁지겁 고스트사운드를 챙겨 화장실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더욱 무섭게도, 화장실 밖에서도 그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끄그그그극

기계 톱니바퀴가 어긋나며 나는 소리 같았다.

“창문. 창문!”

태환이 복도 창문으로 나가려 뛰어갔다.

하지만 창문도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이야압!”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역시 유리는 전혀 깨질 기색이 없었다.

끄그그그그극-

이 소리는 점점 커졌다.

현수는 놀란 표정으로 가만히 소리를 듣다 복도 벽 위쪽을 보았다.

“저기서 나는 소리 같은데?”

복도에는 안내 방송을 위한 스피커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 스피커를 통해 기괴한 소리가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방송실?”

태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때, 복도에 걸린 스피커에서도 검붉은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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