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도래진 초등학교 (5)
송출되고 있는 생방송 장면은 핸드헬드 촬영기법의 영화처럼 실감나게 보였다.
“헉 헉 헉 헉.”
달리고 있는 현수의 숨소리와 격렬하게 뛰고 있는 태환의 뜀박질 소리.
그리고 점점 멀어지는 슈베르트의 자장가.
드르륵 쾅 쾅- 드르륵 쾅-
이어 달리고 있는 둘을 따라 복도에 있는 창문들이 모두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해댔다.
다다다다다다다
복도에 가득 찬 발자국 소리.
“야! 이태환! 태환아!”
현수가 태환을 쫓아갔지만 태환은 어느새 멀어져 있었다.
“헉 헉 헉!”
이어 현수가 들고 있는 조명과 태환이 들고 있는 조명이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태환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허억. 허억. 아. 죄송합니다. 지금 화면 많이 어지러웠죠.”
현수가 복도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 태화니 어디 있음??????
- 지금 위치 어디에요??
- 주변 조명 좀 비춰주세요.
시청자들의 채팅이 이어졌다.
현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손전등으로 주변을 비춰보았다.
태환이 가지고 있는 조명보다 한참 어두운 밝기였지만 사물은 식별할 수 있었다.
“야! 태환아!”
현수가 소리쳤지만 태환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 방금 뭐였어요? 음악실에서????????
- X발 ㅈㄴ 무서웠어.
- 피아노 건반에서 피 흐른 거 봤음?????
- 아까 피아노 장면 다시 볼 수 있어요??????
채팅이 요란스럽게 올라왔다.
현수는 숨을 몰아쉬며 손사래를 쳤다.
“지금 녹화 중인 촬영 장면은 못 돌려보고요. 방송을 끊어야 하니까. 이 심령카메라에 찍힌 장면을 다시 볼게요.”
현수는 주변 복도를 한 번 두리번거리고는 바로 심령카메라 앱 화면을 확인해 보았다.
바로 조금 전까지 촬영된 장면을 거꾸로 돌려가며, 생방송 화면에 비춰주었다.
“음악실에 들어갔을 때 장면이에요.”
현수가 간단히 설명을 하는 사이, 녹화된 심령카메라 화면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너라면 액자 속에 사람 얼굴 있는 건 자세히 안 볼 거다.]
태환이 음악실에 있는 음악가 초상화에 다가가자 현수가 했던 말이었다.
이어 피아노를 만지는 장면이 나왔다.
건반을 누를 때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상황.
“X발.”
순간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욕을 흘리고 말았다.
자신이 서서 피아노를 누르는 동안, 피아노 밑으로 하얀 형체의 얼굴이 현수를 올려보고 있는 것이 심령카메라에 잡혀 있었다.
분명 현수는 건반을 누를 때 귀신을 보지 못했다.
“어. 저 분명히 아무것도 못 봤는데.”
- 캡틴 귀신 본다는 거 구라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구라라고 해도 저거 무서운 거 아님? 진짜 찍힌 거잖아.
- 차라리 못 봤다고 하니까 믿음이 가는데.
- 아 나 ㅅㅂ 못 보겠어.
- [100000원 파워챗]
- 소름기념 헌정
현수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분명 건반을 몇 개 눌러보다가 태환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느라 시선을 돌렸고, 그 사이, 아래를 비추고 있던 심령카메라가 귀신을 포착한 것이었다.
그리고 귀신이 포착됨과 동시에 건반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어서 하얀 형체들이 사방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액자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건반이 혼자 눌리며 ‘슈베르트의 자장가’를 연주했다.
- 아 나 이제 저 자장가 싫어할 것 같음.
- 자장가 개쌉소름이다.
- 진짜 신의 한 수다. 이거 연출로 만든 거면 캡틴 공포영화 감독해도 된다.
- [50000원 파워챗]
- 와 무섭네요.
- [5000원 파워챗]
- 소름.
- 이태환 어디 있음???? 그 친구.
- 1000원 파워챗
- 태환아 어디 있냐!!
채팅이 올라오는 걸 확인하는 사이 심령카메라 화면은 복도를 달리고 있는 장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둘이 정신없이 달리는 와중이라 발견하지 못했지만 심령카메라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포착되어 있었다.
둘이 열심히 달리고 있는 복도 옆 창문으로 하얀 형체가 계속 서있는 것이었다.
- 저거 뭐임????
- 귀신이야?????
- 달리는데 계속 옆에 저러고 서있던 거????
- 태환이 어디 있어요?? 빨리 찾아야 하는 거 아님??
500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태환의 이름을 채팅창에 부르기 시작했다.
현수도 큰 소리로 태환을 부르려다가 혹시 귀신을 끌어들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마이크에 대고 태환을 불렀다.
“태환아. 방송 보고 있냐. 너 어디 있어?”
현수가 몇 번 이야기 하자 태환의 채팅이 올라왔다.
- 형님. 저 여기 어딘지 모르겠어요.
- 헐 태화니 찐이다.
- 저게 태환군 아이디구나.
- [1000원 파워챗]
- 귀신 : 어디 있니~
현수는 숨을 진정시키며 차근차근 물었다.
“어디쯤이야? 계단으로 올라갔어?”
- 네. 계단 올라온 거 같아요. 너무 정신없어서. 그런데 형님 저랑 같이 뛰어 올라오지 않으셨어요? 형님하고 같이 뛰어 올라왔는데?
태환의 채팅을 보는 순간 현수는 또 한 번 얼어붙었다.
분명 중앙 계단에서 둘이 갈라진 것 같은데, 태환은 현수와 함께 계단을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 헐????????????
- 태환아 너 귀신에 홀린 거 같다?????
- 지금 빨리 만나요. 잘못하면 큰일 남.
- 귀신에 홀렸나봐. 어떡해.
채팅이 요란하게 올라왔다.
“너 지금 어디 있어. 지금 내가 2층으로 올라갈게.”
현수가 계단 위로 뛰어 올라가며 말했다.
- 어? 문이 아ㄴ 열ᅟᅧᆯ요. 이거 문 고장 나ㅆ나. 소리 안 들려요?
태환이 다급한지 오타를 내가며 채팅을 쓰고 있었다.
2층에 올라온 현수는 좌우 복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문고리 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태환아. 문소리 안 들려. 소리라도 질러봐.”
- 지금 계속 형님 부르고 있었는데요??????
다시 한 번 채팅이 올라왔다.
현수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귀를 기울여 보았다.
“이래서 누구랑 같이 다니는 걸 가급적 지양하려고 했던 건데.”
현수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온 신경을 청각에 집중시켰다.
그때 2층 복도 끝에서 아까 보았던 그 여자 귀신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지금 저 복도에 아까 그 여자 귀신이 서있는 게 보여요.”
현수가 복도 쪽으로 심령카메라를 돌리며 말했다.
- 저 귀신이 데려갔나.
- 오늘 진짜 역대급이다.
- [100000원 파워챗]
- 무사히 귀환하시길.
- 무서무서무서무서무서
- 내가 아직 시청자로 보이니.
- 이태환~ 어디 있니!
채팅이 올라오는 순간, 귀신이 현수를 향해 전력질주를 해오기 시작했다.
아까와 비슷한 속도였다.
“큭!”
현수가 몸을 움츠리며 팥을 한 줌 쥐자 그대로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어?”
현수는 팥을 쥔 채로 복도 쪽을 빤히 보았다.
그때 목덜미에서 한기가 내려왔다.
현수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등 뒤에 귀신이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 뒤에 있는 것 같아요.”
현수는 심령카메라 화면이 생방송 카메라에 잘 잡히는지 확인을 하며 몸을 휙 돌렸다.
“우왓!”
그러자 뒤에 서있는 건 다름 아닌 태환이었다.
“어우. 야! 너 어디 있었던 거야.”
“형님이야 말로 어디 계셨던 거예요.”
현수의 말에 태환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진짜 깜짝 놀랐네. 너-”
현수가 말을 이으려고 입을 여는 순간 시청자 채팅창이 폭발할 듯 올라왔다.
- 심령카메라 확인!!!!!!
- 카메라 확인해요!!
- 채팅 좀 보라고!!!!
- [100000원 파워챗]
- 채팅 봐!!!!!
- 심령 카메라 확인하세요!!!!!!
심령카메라 화면을 확인하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었다.
현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심령카메라를 확인해 보았다.
그러자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분명 눈앞에 서있는 태환의 모습이 심령카메라에는 하얀 형체로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즉, 지금 눈앞에 있는 태환이는 ‘귀신’이라는 의미였다.
“왜요?”
태환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너, 너, 너.”
현수가 말을 잇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태환이 죽은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귀신이었던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현수의 눈에는 모두 또렷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까 철봉에서나 교문, 그리고 현관에 이르기까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태환이도 분명 ‘산 사람’이었다.
“왜요? 왜 그러세요?”
태환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쾅-
그때 아래층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현수가 계단 아래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앞을 보았다.
그러자 바로 조금 전까지 앞에 있었던 태환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형님! 형님!”
이어 아래층에서 태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어어어어!!!!
- 밑에 있나보다.
- 2층에 있다며????????
- 이게 무슨 일이야???????
생방송 시청자들도 이해되지 못할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현수는 자신이 귀신에게 홀린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하며 허겁지겁 계단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그러자 1층 중앙현관 쪽으로 태환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선명하게 보이는 모습.
현수는 확인 차 심령카메라로도 태환을 확인해 보았다.
- 이번엔 맞는 거 같다.
- 맞아요. 태화니.
“야. 2층에 있다며!”
현수가 소리쳤다.
그러자 태환이 달려와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맞아요. 분명 계단을 타고 올라갔거든요? 그런데 1층이더라고요. 그리고 제 뒤로 형이 계속 천천히 가라면서 말 걸어주고 계셨는데 2층 올라와서 보니까 아무도 없었고-”
태환이 계단과 현수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하다 말을 멈추었다.
잠시 침묵 후, 태환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우리 둘 다 귀신한테 홀린 거예요?”
태환의 말에 현수가 중앙현관 유리문을 보았다.
“일단 나가서 숨 좀 고르고 생각해보자.”
현수가 유리문 쪽으로 나가려는 순간, 문이 확 닫혀버렸다.
“뭐야!”
태환이 달려가 문을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잠금장치가 걸리지 않았음에도 문은 미동도 없었다.
“지금 문이 안 열려요. 문이!”
현수가 생방송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고 소리쳤다.
- 와 공포영화가 따로 없네 진짜.
- 쟤 연기 잘한다.ㅋㅋㅋㅋㅋㅋㅋ
- 쟤가 감초 역할 잘해욬ㅋㅋㅋㅋ티키타카도 좋음.
시청자들은 지금 이 상황을 대체로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귀신이 보이고 안 보이고, 초자연적 현상이 나타나고 하는 부분들은 신기하게 바라보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아무래도 믿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야! 너 뭐하려고!”
현수가 소리치는 순간 태환이 들고 있던 야구 방망이로 유리문을 내리쳤다.
“아이! 야!”
현수가 귀를 막고 버럭 고함을 내질렀지만 놀라운 것은, 태환이 아무리 세게 내리쳐도 유리가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꾸웅 꾸웅 꾸웅-
둔탁한 소리만 날 뿐 유리는 전혀 깨지지 않았다.
현수는 이 현상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저 방망이 가짜인 듯.
- 스티로폼 아님?
- 가짜 방망이 휘두르고 있는 거 같은데????
- 살짝 휘두르는 거 같진 않아.
- [1000원 파워챗]
- 방망이 진짜인지 인증 좀.
시청자들이 요청을 해왔다.
“진짜예요. 진짜.”
태환은 생방송 카메라 앞에 서서 방망이를 만져보고 바닥에 내려치기도 했다.
깡 깡-
야구 방망이 소리가 요란하게 복도에 울렸다.
“다른 길을 찾아보자. 나갈 길.”
현수가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둘이 학교에 고립되는 사이.
현재 시청자 수 700명.
구독자 수 1675명.
영상이 공포영화처럼 점점 더 자극적으로 바뀌어가자 인기 급상승 동영상의 순위에서 올라가며 시청자와 구독자 수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