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 도래진 초등학교 (3)
버려진 뜀틀과 바람 빠진 축구공.
지저분하게 접혀 있는 매트.
한때는 가득 찼을 창고는 몇 개 집기들을 제외하고는 텅텅 비어있는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학교가 폐교한 이후 누군가 들어와 훔쳐갔을 가능성이 커보였다.
- ㅈㄴ음산하다.
- 귀신 없어요??????
- 저쪽 구석 좀 비춰주세요.
시청자들의 채팅을 확인한 현수가 창고 구석으로 이동했다.
“일단 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진 않아요. 보시면 심령카메라로도 귀신이 잡히진 않고 있어요.”
현수가 심령카메라로 창고를 슥 촬영하며 말했다.
태환은 현수가 카메라를 비추는 방향에 맞춰 조명을 움직였다.
나름대로 센스 있게 불빛을 비춰주는 것이었다.
- EMF 탐지기 한 번 써봐요.
- 탐지기 ㄱㄱㄱㄱ
- 저 구석에 뭐 보인 것 같은데.
- 구석에 없어요?????? 움직이는 거 뭐 있지 않았나.
현수는 EMF 탐지기를 꺼내 창고 곳곳에 안테나를 대보았다.
불빛이 2개에서 3개 정도만 깜빡이는 수준이었다.
“이곳에는 뭔가 특이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한기는 강하게 느껴지네요.”
현수가 말했다.
- 위자보드 궁금한데. 한 번 해봐요.
- [10000원 파워챗]
- 위자보드 ㄱㄱㄱ 아니면 고스트사운드!!!!
파워챗 후원이 올라왔다.
“위자보드는 학교 본관 들어가서 한 번 진행해볼게요. 여기서는 고스트사운드를 한 번 가동시켜볼게요.”
현수는 태환에게 눈짓을 보내고는 녹음실에서처럼 고스트사운드를 펼쳐 설치했다.
사아아아아아
고스트사운드를 설치하자 현수의 눈에는 하얀 형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창고 옆에 있는 작은 창문, 그리고 들어왔던 철문 근처로 하얀 형체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지금 여기 근처로 무언가 다가오고 있는 것들이 보여요. 심령카메라로 보여드릴게요.”
태환이 고스트사운드를 세팅하는 사이, 현수가 창문과 철문을 심령카메라로 비춰주었다.
- 헐
- 헐헐헐
- 점점 다가오는 건가???
- 신기하다 레알 신기하다
- 이게 파라노말액티비티지.
- 어지간한 공포스트리머보다 더 실감나.
- 구독자 왜 이거밖에 안 되냐. 구독 찍고 감.
현수는 천천히 숨을 몰아쉬며 하얀 형체들이 갑자기 달려들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게 관찰했다.
“다 됐어요.”
태환이 고스트사운드에 연결된 스피커 볼륨을 올리며 말했다.
“자. 조용히 들어볼게요. 무서우신 분들은 각자 스피커 볼륨을 조금 낮춰주세요.”
현수가 고스트사운드 앞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마치 동굴 속에서 누군가 웅얼거리는 것 같은 소리가 규칙적인 주기로 들려왔다.
현수는 EMF 탐지기를 고스트사운드 옆에 놓은 뒤 소리와 함께 LED 불빛을 관찰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소리가 울릴 때마다 같은 주기로 LED 불빛이 5개까지 치솟았다가 내려갔다.
“이 소리가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는데 EMF 탐지기가 이 소리에 반응을 하네요.”
현수가 EMF 탐지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영혼들이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 서서 이야기 할 때 이런 소리가 난다는 소문을 들어봤어요.”
태환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소름.
- 쟤 한 마디씩 던지는 거 소름임.
- 저승으로 가는 길에서 울부짖는 건가???????
- 저기가 뭔데 왜 저기서 울부짖고 있음??
시청자들이 요란스럽게 반응을 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하겠어요. 뭐지.”
현수는 스피커 볼륨을 조금 더 올리며 귀를 기울여 보았다.
웅얼웅얼- 우우웅- 우우웅얼웅얼-
볼륨을 키우자 규칙적이던 잡음이 불규칙하게 변했다.
“확실히 이 창고에도 뭔가 있는 것 같아요. 눈으로는 안 보이는데.”
현수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 다른 곳으로 이동하죠.
- 1000원 파워챗
- 이동 이동 이동
- 거기 뭐 없는 것 같은데요.
소리를 듣던 시청자들의 요청이 이어졌다.
현수와 태환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고스트사운드를 해체했다.
자가가가가각
그때 창고 구석에서 쥐들이 우르르 나와 창고 밖으로 나갔다.
“으어! 깜짝이야.”
태환이 놀라 제 자리에서 방 뛰었다.
“아유! 나도 놀랐잖아.”
현수도 놀라 움찔하다 쥐가 튀어나온 구석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자 창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어린 남자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는 흰자 없는 섬뜩한 눈으로 현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어. 여러분. 지금 창고 구석에 아이가 보이는데요.”
현수가 심령카메라로 비춰보자 선명하고 하얀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희한테 적대적인 것 같지는 않으니 접촉하지 않고 물러나도록 할게요.”
현수와 태환은 장비를 챙겨 창고 밖으로 조심스럽게 나왔다.
“후아!”
창고에 나오자마자 태환이 크게 심호흡을 했다.
포현을 안 했지만 극도로 긴장을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이제 학교 본관으로 갈게요. 다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릴게요.”
현수가 채팅창을 확인하며 말했다.
“좋댓구알! 좋댓구알!”
긴장을 하고 있던 태환도 카메라에 대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
스스로 긴장을 풀려는 듯 괜히 오버하는 모습이었다.
“‘좋댓구알’이 뭐야?”
“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설정이요.”
“이제 별 걸 다 줄이는구나.”
“이런 거 모르면 아재인데.”
태환과 현수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 현관으로 향했다.
[참되고 성실한 도래진 어린이]
중앙현관 위에는 초록색 배경의 현판이 길게 걸려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슬어 굉장히 흉물스럽게 변해 있었다.
- 도래진 어린이? 도래진 초등학교인가?
- 검색해도 뭐 안 나오는데.
- 충북 어딘가에 있긴 한 듯. 폐교된 지도 오래됐고.
시청자들도 ‘도래진 초등학교’에 대한 정보는 검색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문이 열려 있는 것 같아요.”
현수가 뿌옇게 변질되어 있는 유리 현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태환이 손전등을 비추자 뿌연 유리에 빛이 반사되어 괜히 더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들어가 볼게요.”
현수와 태환이 천천히 유리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끼익-
유리 현관이 열리자 퀴퀴한 냄새가 확 몰아쳤다.
바닥에는 먼지 쌓인 트로피와 정체 모를 종이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그리고 중앙현관 양옆으로는 유리장과 여러 단체 사진, 그리고 학교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여느 학교와 비슷하게, 중앙 계단 앞에 커다란 거울이 놓여 있었다.
“꽤 역사가 길었던 학교인가 봐요. 뭐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 같진 않고.”
벽에 걸려 있는 사진들은 각 연도별 졸업생들 사진, 혹은 교내 체육대회 우승 사진 같은 것들이었다.
전시된 트로피들도 어느 전국대회, 혹은 충북 지자체에서 진행한 행사들에서 수상한 것들이었다.
“1998년도 창의력 교육 시험 학교로 선정이 되기도 했었네요. 별 의미가 있는 정보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현수가 트로피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 사이, 태환은 조명을 높이 들고 찬장 쪽을 비추다 커다란 거울 쪽을 보았다.
“이 거울 괜히 오싹하네요.”
고풍스러운 나무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큰 거울은 반사되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먼지가 끼어 있었다.
- 거울 조심해야 하는데.
- 거울이랑 초상화는 귀신 끼기 좋은 거라고 조심하랬는데.
- 쟤 저러다 또 호들갑 떠는 거 아냐?
- [1000원 파워챗]
- 캡틴님. 태환이 좀 말리셔야 할 듯.
- 쟤 어쩌려고 저기 가냐.
한창 유리 찬장을 살펴보고 있던 현수가 태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 거기 뭐 있어?”
현수가 다가가며 물었다.
“아뇨. 그냥 괜히 뭔가가 오싹해서요.”
- 오싹한데 왜 다가가.
- 쟤도 진짜 독특하긴 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컨셉이면 웃기긴 한 듯.
현수는 심령카메라와 EMF 탐지기를 앞세워 태환의 뒤를 따랐다.
거울 아래쪽에는 ‘정숙’이라는 금박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초등학교 때 이런 거울 복도에 있지 않았어? 나 초등학교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맞아. 저도 있었어요.”
태환이 손을 뻗어 거울의 먼지를 슥 닦아내 보았다.
그러자 들고 있는 손전등 빛이 강하게 반사되었다.
“어우. 카메라.”
눈이 부신 현수와 태환이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카메라도 옆으로 돌아갔다.
그 순간이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린 현수의 눈이 복도 끝으로 향했고, 그곳 창문에 드리운 달빛 아래로 한 소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온몸의 소름이 쫙 돋는 것이 보통 한기가 아니었다.
“쉿. 쉿.”
현수가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
그러자 태환이 눈을 크게 뜨고 현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지금 복도 끝에 여자 귀신이 보이는데요. 한이 강한지 지금 굉장히 오싹하거든요?”
“맞아요. 지금 갑자기 엄청 추워졌어요.”
말하고 있는 태환의 입에서 입김이 피어났다.
그러다 심령카메라 속 하얀 형체를 보자 태환은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보이시나요? 복도 끝에.”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 귀신이다.
- 귀신이에요.
- 저게 귀신임.
- 오늘 새로 오신 분들 많은 것 같은데 저게 귀신입니다.
시청자들이 하얀 형체를 보고 설명을 해주었다.
현재 시청자 수는 350명을 넘기고 있는 수준.
지난번보다 더 격렬하게 조작 논란이 올라오고 있었다.
학교 현관에 진입하면서 이곳 환경에 집중하다보니 채팅창을 잠시 확인하지 못한 사이에 올라오는 내용들이었다.
- 이런 흉가 스트리머들 때문에 피해보는 사람들 ㅈㄴ 많음.
- 조작하는 것도 모자라 양심도 없음.
- 캡틴님 교육청이랑 이곳 마을 사람들한테 다 허락 맡고 촬영하는 거예요.
- 그거 무슨 증거가 있음. 솔찌 채널 삭제하고 빤스런하면 아무도 책임 안 지는데.
- 캡틴님 그런 분 아님.
- ㅅㅂ이런 채널 보면 무지성으로 빨아제끼는 애들 짜증난다니까.
- 그렇게 불만이면 보지를 마.
채팅을 보던 현수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결국 한 마디를 했다.
“조작 아니고요. 조작 논란에 대해서는 나중에 후기에서 말씀드릴 테니까 지금은 현상에-”
-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 심령카메라 심령카메라
- 화면 보세요 화면!!!!
현수가 말하는 사이, 심령카메라 화면을 방송으로 보던 시청자들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에?”
채팅을 본 현수가 다시 복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복도 끝에 있던 여자 귀신이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빠르게 접근해 오는 것이었다.
“으악!”
현수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으어?”
그 소리에 놀란 태환도 소리를 질렀다.
화아아아악-
접근해 오던 귀신은 현수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쩌적-
동시에 태환의 앞에 있던 커다란 거울에 금이 갔다.
휘이이이잉-
침묵이 이어지는 사이 바람 소리가 세차게 들려왔다.
현수와 태환은 서로를 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미친 ㅈㄴ무서워.
- [10000원 파워챗]
- 재밌는 영상 감사합니다.
- [5000원 파워챗]
- 이맛에 본다.
- [10000원 파워챗]
- 심장 떨어질 뻔.
- 아 개무섭
- 좌심실 우심실 혈관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음.
- 털 곤두 섬.
채팅 역시 반응이 격렬했다.
그리고 시청자 수는 400명을 순식간에 넘기고 있었다.
“바, 방금 뭐였어요?”
태환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치켜뜨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