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 도래진 초등학교 (1)
며칠 후.
태환은 현수가 지내는 자취방에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태환이 귀찮기도 하고, 의심이 되기도 했지만 천진난만하게 방문하는 그를 보며 조금씩 경계심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증조할머니가 무당이었기 때문인지 무속신앙, 혹은 귀신에 대해서 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그 무당 피는 대를 걸러서 넘어온다는데. 증조할머니가 무당이셨으면 네 어머님이 무당 되셔야 하는 거 아니야?”
“아. 엄마도 신내림을 받기는 했어요. 그런데 그냥 다른 일도 하시면서 간간이 점사도 보시는 거죠.”
“어?? 진짜? 그럼 어머님도 무당이신 거 아니야?”
“음. 엄마는 무당이라고 불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하셔요.”
“어머님은 무슨 일 하시는데?”
“보험 파세요. 주로 아빠 식당에 같이 계시지만요.”
“아.”
현수는 의외의 직업에 머리를 긁적였다.
“나름대로 실적 좋아요. 몸에 병이 있거나 가정에 우환이 있는 분들을 기똥차게 찾아내니까 보험 가입이 쉽게 쉽게 되더라고요.”
태환은 아무렇지도 않게 캔 맥주를 기울이며 말했다.
“아버님은 뭐하시고?”
“식당하세요. 수원 쪽에서.”
“아아. 그렇구나.”
현수는 입을 삐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저희 다음에 어디 가요? 당장 내일모레 야외 라이브 아니에요?”
“맞네. 벌써 목요일이네.”
현수는 캔 맥주를 입에 쭉 밀어 넣고 말했다.
“제가 몇 군데 알아봤는데요. 학교 괴담은 어때요?”
“좀 뻔하지 않아?”
“그래도요. 여기, 제가 아는 데인데요.”
태환이 핸드폰으로 허름한 폐교 사진을 꺼내 보였다.
“이게 어딘데?”
“충북 예진군 쪽에 있는 ‘도래진 초등학교’인데요. 12년 전에 폐교된 학교에요.”
“도래진 초등학교? 그런 델 네가 어떻게 알아?”
현수는 태환이 보여주는 사진들을 확인했다.
2층짜리 낮은 건물에 다 벗겨진 페인트.
학교를 뒤덮은 넝쿨과 운동장에 가득한 잡초.
운동장에 있는 동상과 구령대.
딱 봐도 음산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음. 엄마가 신내림 받고 얼마 안 됐을 때 이쪽으로 출장을 나가신 적이 있었대요. 자기 아들이 이 근처에서 실종됐다고. 찾아봐달라고요.”
“어? 진짜? 그래서 찾았어?”
“네. 이 초등학교 뒤쪽으로 작은 개울가가 있는데 거기서 사망한 채로 발견 됐었죠. 사인은 실족사. 개울에 발이 빠지면서 익사.”
“너무 섬뜩한데?”
“이런 사연이 있어야 시청자들이 더 모이지 않을까요.”
“뭐, 그야 그렇긴 하지만 참.”
“접근이 금지되어 있거나 그러진 않지?”
“네. 개인 사유지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지도에서 검색해도 안 나올걸요?”
태환이 포탈 사이트에서 ‘도래진 초등학교’를 검색해보며 말했다.
“어머님께서 그땐 출장도 다니시고 했었나 봐.”
“네. 그러셨는데 언제부턴가 잘 안 나가시더라고요. 출장 가시는데 저한테 이야기 안 하시는 건지는 몰라도.”
태환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음. 일단 여기 괜찮을 것 같긴 하다. 법적으로 문제 있는 곳만 아니면 다음 장소로 선택해도 될 것 같아.”
“법적으로 문제-요?”
“스트리머들 폐가, 흉가 다니는 거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잖아. 문제소지 있는 장소인지 아닌지는 정확하게 해야지. 그래서 녹음실 때도 건물주한테 미리 연락한 거였는데.”
“아아. 그런 애환이 있네요.”
“아무튼 내가 교육청에 전화해서 한 번 알아볼게. 도래진 초등학교에 대한 건.”
현수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 * *
구독자 1304명.
지금까지 편집해서 올린 클립 영상 중 최대 조회 수는 10만 명을 넘기고 있었다.
심지어 쇼츠 영상 중, 귀신이 정확히 찍힌 영상은 무려 100만 명을 넘기며 조회 수 고공 행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구독자 수는 빠르게 올라가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클립 영상과 쇼츠 영상들이 2~3일에 한 번씩 업로드 되고는 있었지만 새로운 촬영은 일주일에 한 번씩만 이루어지는 만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새로운 소스를 계속해서 만들어내 새로운 콘텐츠를 업로드 해야 했다.
태환이 돌아간 후, 현수는 동영상 관리 탭에서 이런저런 설정을 조작하다 채널 멤버십을 설정 메뉴에 들어갔다.
“음. 파워챗하고 광고 삽입은 가능하고. 후원도 받을 수 있는데- 멤버십까지는 좀 오버인가?”
물론 ‘스트리머’라는 일을 본격적으로 하려는 입장에서 여러 창구에서의 매출을 발생시켜야 했지만 ‘멤버십’의 경우에는 시청자들에게 매달 돈을 받아야 하는 만큼 괜스레 부담이 되었다.
“이제 구독자 천 명짜리 채널인데. 흠.”
잠시 고민하던 현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바로 멤버십 설정을 오픈했다.
어찌 되었든 멤버십은 독자들이 선택할 일이기 때문이었다.
차비 지원
8,990원 / 월
식비 지원
12,000원 / 월
장비 지원
30,000원 / 월
전방위 지원
60,000원 / 월
메뉴는 딱 네 가지로만 설정을 하게 세팅해 두었다.
그리고 너무 강매하는 느낌이 들지 않게끔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충성!
다름이 아니고 제 채널이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수익창출 조건을 모두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부족한 제 콘텐츠를 사랑해주시는 캡처님들 덕분이라 생각하며 앞으로도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관련하여 한 말씀 드리자면, 광고 삽입과 파워챗, 그리고 멤버십 메뉴가 모두 오픈이 되었습니다.
저도 너튜브를 이용하는 이용객으로서 광고가 없는 영상, 멤버십 차별이 없는 채널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제가 채널을 운용하는 입장이 되다보니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긴 하더군요.
제가 게임방송을 할 때부터 봐오셨던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이 퇴마 콘텐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다소 어렵습니다.
그런 고로 수익 창출과 관련한 모든 메뉴들을 상시 열어두고 있겠습니다.
우리 캡처님들, 시청자님들께서 후원을 해주시고 안 해주시고, 멤버십에 가입을 해주시고 안 해주시고는 전적으로 우리 님들의 선택이십니다.
그저 앞으로 제 채널, 많이 지켜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가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만족스럽지 못하시면 언제나 따끔한 질타하여 주십시오.
현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게시 글을 작성한 뒤 바로 저장을 눌렀다.
그러자 일부 시청자들이 곧바로 댓글을 달아주었다.
- 1빠 멤버십은 어렵지만 파워챗은 한 번씩 날리겠음여.
- 그래 스트리머들도 무슨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돈 벌어야지.
- 어떻게 생각하면 스트리머들 이렇게 수익창출 하는 게 당연한 거임. 뒷광고, 이런 건 문제지만 너튜브 시스템 안에 있는 정당한 수익 활동으로 돈 버는 건 지지해야 하는 거 아님? 이 사람들도 다 시간 써가면서 영상 업로드 하는 건데.
- 캡틴님 수익창출 되기를 오매불망 기다렸어요! 이제 파워챗 자주 쏠게요!
- 응원합니다.
- 돈독이 올랐네.
- 주작하면서 돈 달라면서 구걸하는 꼬라지.
- 지지합니다.
- 돈 버셔야죠. 멤버십 등록하러 갑니다.
일부 시청자들이 바로 댓글을 달아주었다.
그 중에는 새삼 고마운 댓글들도 있었다.
- 지금 멤버십 가입까지는 못하지만 잊고 있던 구독은 꾹꾹 눌러드립니다.
- 항상 감사드려요! 덕분에 토요일 밤이 기대됨요.
당장 돈이 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댓글들이 더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들이었다.
현수는 웃으면서 사람들의 댓글에 하트를 눌러주었다.
* * *
그리고 토요일 밤.
다시 시작된 라이브 방송.
이번에는 충북 예진군에 있는 ‘도래진 초등학교’였다.
교육청과 주변 마을 사람들을 통해 이미 많은 스트리머들이 다녀갔던 곳임은 물론, 들어간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확인은 확실히 받아놓은 상태였다.
그렇게 현수와 태환은 아무도 없는 도래진 초등학교의 교문 앞에 도착했다.
“와. 이렇게 보니까 진짜 넓네요.”
태환은 활짝 열려 있는 교문과 학교 건물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러게. 지금까지 촬영했던 곳 중 가장 넓은 곳이다.”
현수도 잡초가 가득한 운동장과 건물을 유심히 보았다.
곳곳에 보이는 하얀 아지랑이들.
그리고 멀리 언뜻 보이는 창문과 그 안의 귀신들.
현수는 이곳에 귀신들이 ‘드글드글’하다는 것을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왜 그래요?”
태환이 현수의 표정을 보더니 물었다.
“어째 고생길이 훤할 것 같긴 하다. 오늘 촬영.”
현수는 심령카메라가 설치된 구형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확인한 후 거치대를 장착했다.
“에?”
태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현수는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방송 시작한다.”
현수가 태환에게 손짓을 하고는 바로 방송시작 버튼을 터치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입니다! 충성!”
현수가 셀카모드로 된 카메라를 보며 거수경례를 했다.
- 오! 토요일 라방이다!!
- 기다렸어요!!!!
- 오 지각 안 했다.
- 1빠!!!!
- 반갑습니다.
- 안녕하세요~~~~~
- 구독 박고 기다렸습니다!
- 안녕하세요.
바로 20명 정도 되는 시청자들이 바로 유입이 되었다.
“오늘도 저를 도와줄 게스트. 이태환 군 옆에 모셨습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태환에게 돌려주자 태환이 해맑게 손을 흔들었다.
“게스트라기보다는 조수죠, 조수. 배트맨과 로빈처럼.”
태환이 엄지를 들어보였다.
- 배트맨과 로빈이 아니라 군필과 미필 아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ㅋㅋㅋㅋㅋ
- 미필?? 갑자기 웬 미필???
- 태화니 곧 군대간대욬ㅋㅋㅋㅋ 추억쌓기 한다고 지금 캡틴님 쫓아다니는 거ㅋㅋㅋㅋ
- 군대 가면 귀신 많이 볼 텐데 굳이???ㅋㅋㅋㅋ
그래도 녹음실 촬영 때 태환이 나름대로 임팩트가 강한 모양이었다.
시청자들 중 제법 많은 사람들이 태환이를 기억해주고 있었다.
- 거기 어디에요???
- 오늘은 어디인가요???
- [1000원 파워챗]
- 어디인가요???
드디어 사상 첫 파워챗이 터졌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현수의 생방송 채팅창에 드디어 형형색색의 채팅창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1000원 파워챗 감사드립니다. 여기는 충북 예진군에 위치한 작은 초등학교인데요. 지금 폐교된 지 12년 됐다고 합니다.”
현수가 셀카모드로 자신의 얼굴과 뒤쪽 학교를 비춰주며 말했다.
- [10000원 파워챗]
- 오늘도 불철주야 평화로운 이승을 위해 뺑이치소.
- 우와 후원 빵빵 터진다.
- [5000원 파워챗]
- 기대기대기대기대기대기대
“후원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현수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학교에 방문을 하는 건데요. 보통- 학교에 귀신이야기가 참 많죠?”
현수가 앞장서서 교문 안으로 들어가며 멘트를 쳤다.
“네. 학교나 군대 같은 곳이 약간 음지가 많죠. 귀신들이 좋아하는 곳. 사람들이 모여 있고, 습하고 그림자진.”
태환이 카메라를 보며 대답했다.
“보통 양지바른 곳은 사람들이 땅을 사놓으니까 사유지가 되잖아요. 그러니까 나라가 사는 땅은 보통 양지바르지 못한 곳이 많죠?”
태환의 말에 현수가 이어 말했다.
둘의 티키타카가 이어지자 사람들의 바로 채팅을 달았다.
- 둘이 이렇게 대화하면서 하니까 더 재밌다.
- 진짜 뭐 있는 프로그램 같아.
- 둘 케미 좋네요.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수는 운동장 가운데 피어오르고 있는 하얀 아지랑이의 수가 많아지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