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0화 (10/227)

제10화

#수원 폐 스튜디오 (2)

- 그냥 방음실 들어가지??

- 진짜 제대로다.

- 내가 지금까지 봤던 공포 스트리머 중에서 최고임.

- ㅈㄴ꿀잼인데 왜 시청자 수가 이것밖에 안 되지?

현수는 채팅창에 신경을 쓰지 못한 채 EMF 탐지기를 들고 스튜디오를 구석구석 살폈다.

분명 눈에 보이는 귀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탐지기 불빛은 계속 깜빡였다.

“지금 제 눈에 아무것도 안 보여요. 보시다시피 심령카메라에도 아무것도 안 보이거든요? 그런데 이 EMF 탐지기가 계속 반응하고 있어요.”

현수는 인터넷으로 보았던 탐지기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제가 검색을 해보니까 이 탐지기는 귀신이 지나갔던 흔적도 잔상처럼 탐지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이 슥 지나갈 때 샴푸향기가 남는 것처럼, 영혼의 전자기파 흔적이 남는다는 개념인 것 같아요.”

그 말인즉슨 이곳에 귀신이 계속 머물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 저렇게 한 마디 해주는 게 괜히 더 무섭다.

- 화면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

- 님 인터넷이 느린 거.

현수는 EMF 탐지기 불빛이 5개 모두 깜빡이는 지점에 멈춰 섰다.

그리고 천천히 벽 쪽으로 손전등을 비춰보았다.

[전국 싱어송라이터 협회 공로상]

금박으로 된 상장이 액자에 담긴 채 걸려 있었다.

그곳에 탐지기를 대자 탐지기가 더욱 요란하게 깜빡였다.

“이 상장에서 뭔가 반응이 격렬하게 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역시 귀신은 전혀 보이지를 않네요.”

현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뒷걸음질 쳤다.

그 순간이었다.

덜컹!

입구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으악!”

깜짝 놀란 현수가 손전등으로 입구를 비추며 소리를 질렀다.

“으어억!”

입구에는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은 왜소한 남자가 놀란 자세로 서있었다.

- 귀신이다!!!!!!

- ㅅㅂ!!!!!!

- 아 뭐야 미친!!!!

- ?????????????

- 헐 아 ㅅㅂ!!

현수를 비롯해 시청자들까지 깜짝 놀라 욕들이 터져 나왔다.

아주 선명하게 보이는 남자.

현수는 귀신이라고 판단하고 힙색에서 팥을 한 줌 쥐어 들었다.

- 심령카메라 보면 희뿌옇게 안 보이는데.

- 사람 아님????

- 귀신 아닌 거 같아요!!

- 귀신 아니에요.

- 사람 같은데요.

순간 채팅을 보고나서야 현수는 조금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를 유심히 보았다.

분명 심령카메라로도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다.

현수는 귀신을 선명하게 보기 때문에 때로는 산 사람과 구분하지 못했다.

그런 현수 입장에선 되레 산 자와 죽은 자를 분간하는 용도로 심령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었다.

“어어?”

현수도 심령카메라를 확인하고는 다시 한번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각도에 따라 남자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사람이에요?”

현수가 물었다.

“어- 아- 네. 사람입니다. 하하.”

남자는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어라.”

남자의 핸드폰에는 지금 생방송 중인 캡틴 퇴마의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아니, 여긴 어떻게.”

“수원에 있는 녹음실 귀신이라기에 여기 아닐까 생각해서 와본 거죠. 이 녹음실, 이 동네에선 유명하거든요.”

“아아. 그래도 이렇게 찾아오면 안 되는데.”

현수는 난처한 듯 남자에게 다가갔다.

“난처하게 했으면 죄송해요. 그냥 근처에 계신 것 같아서. 게임방송 때부터 봤었거든요.”

순간 현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했다.

촬영 중 난입을 한 거라 남자가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라이브 방송 중인데다가, 남자를 혼자 내버려 뒀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

결국 현수는 악수를 하며 말했다.

“아! 진짜요? 찐 시청자님이시네. 찐 구독자. 고마워요.”

“그런데 좀 앳돼 보이는데. 몇 살이에요?”

“이제 스물한 살이요.”

“아아.”

“몇 달 있다가 군대 가요.”

“아이고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군대 간다는 남자의 말에 일부 시청자들이 놀리듯 ㅋㅋㅋ를 남발했다.

“그럼 온 김에 조금 도와줄래요? 저기, 이름이- 뭐 닉네임으로 불러야 하나?”

“상관없어요. 이태환이라고 해요. 말 놓으셔도 돼요. 하하.”

“어- 그래, 태환아. 주변에 뭐 특이한 거 있는지 잘 살펴보자. 뭐 훔쳐가거나 부수지 말고.”

“아유. 그럼요.”

태환이 손을 휘휘 내젓고는 주머니에서 L자 철사를 꺼내들었다.

수맥을 탐지할 때 쓰는 것이었다.

“어우.”

그걸 본 현수가 어깨를 으쓱였다.

- 태환이 귀엽넼ㅋㅋㅋㅋㅋㅋ

- 쟤 데리고 다니면 귀엽긴 하겠다.

- 뭔가 새로운 꿀잼각인데?????

- 아예 파티로 움직이는 것도 괜찮을 듯.

시청자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현수도 파티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문제는 월급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 구독자 1000명을 넘었으니 겨우 수익창출을 신청할 수 있는 수준인데, 크루가 있다면 크루 월급도 현수가 챙겨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어?”

현수가 EMF 탐지기로 이곳저곳을 대보며 물었다.

“네. 이 동네가 고향이에요. 고딩 땐 여 밑에 학원 다녔고요.”

“그래? 그럼 여기 잘 알겠네?”

“네, 네. 저 고1때 여기 주인 본 적 있어요.”

“오. 진짜?”

“네. 한 번인가. 그냥 전형적인 아티스트 같았는데. 남잔데 머리 막 등까지 길어갖고 선글라스 쓰고.”

“아아. 그때는 귀신 이야기가 없었나?”

“제 기억에는 없었어요. 그냥 언제부턴가 여기 문이 닫히고 나서부터 소문 돈 거 같은데.”

태환이 머리를 긁적였다.

- 원래 이런 괴담은 언제 시작됐는지 아리까리한 게 특징임.

- 그럼 여기 얼마 안 됐다는 거네.

- 아아아~ 그런데 그 탐지기는 왜 반응하지?

시청자들도 대충 상황을 이해하는 모양이었다.

“음. 그렇구나. 그럼 여기 귀신에 대해선 뭐 들은 거 있어?”

“여자 목소리 같은 게 들린다는 소문이 있어요. 실제로 봤다는 사람은 못 보고요.”

이 증언은 게시 글과 일치했다.

“어? 그런데 지금 들고 계신 그 탐지기 불빛 이상한데요?”

태환이 현수의 손에 들린 EMF 탐지기를 가리켰다.

“어?”

현수가 탐지기를 보자 1개에서부터 5개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며 요란스럽게 번쩍이고 있었다.

- 음? 뭐지?

- 저런 게 더 무서워. 어디서 전자파 흐르는 거면 일정하게 흐를 거 아니야. 저건 뭐 막-

- 거기 뭐 있어요????

현수는 심령카메라를 확인해 보았다.

“아뇨. 심령카메라로도 아무것도 안 잡히죠.”

현수는 EMF 탐지기 안테나는 구석에 있는 책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현수와 태환이 서로를 한 번 보고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 사이, 태환은 스마트폰 손전등을 켜 주변을 비춰주었다.

그러자 확실히 화면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조명 굿. 계속 잘 비춰줘.”

현수는 태환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책상에 천천히 다가갔다.

화아아아악-

순간 하얀 무언가가 현수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우악!”

깜짝 놀란 현수가 뒤로 나자빠졌다.

“형님! 형님!”

태환이 소리쳤다.

우당탕-

동시에 심령카메라로도 하얀 무언가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포착되었다.

- 귀신이다!!!!

- ???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모니터 부술 뻔했다.

- 아 ㅅㅂ 미친 놀랐다.

- 야이.

- 껄ㄷ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형님! 왜 그러세요?”

하지만 정작 태환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했다.

“아 아무것도 못 봤어?”

“네.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태환이 현수를 부축하며 말했다.

- 같이 있는데 저게 안 보인다고??????????

- 무슨 컨셉의 주작인지.

- 저게 안 보여?????

- 진짜 심령카메라 효과가 있는 건가???????

시청자들도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현수의 목덜미로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그 사이로 한기가 강하게 스쳐 지나자 소름이 끼치는 것처럼 온 신경이 곤두섰다.

“저기. 저것도 안 보여?”

현수가 유리 너머 방음부스 안을 가리켰다.

안에는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 귀신이 서있었다.

캐주얼하게 입고 있었지만 하얀 피부와 시커먼 눈, 시커먼 입술이 분명 귀신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안에 뭐가요?”

태환은 방음부스와 현수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 나왔다! 나왔다!!

- 나왔다 귀신

- 방음실 들어가라니까!!

시청자들 반응 역시 격렬했다.

심령카메라에 하얀 형태가 명확하게 찍혔기 때문이었다.

옆에서 심령카메라를 본 태환은 놀라 뒷걸음질 쳤다.

“어어- 어!!!”

방송으로만 보았던 기현상을 직접 본 것이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심령카메라로 보이는 하얀 형체.

“어! 아! 어! 찐이에요!!! X발!! 찐이야! 진짜 찐이에요, 여러분!”

태환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현수가 방송에서 보였던 모든 장면을 제3자가 직접 판명한 것은 처음이었다.

- ㅋㅋㅋㅋㅋ저 새끼 연기하네.

- 쟤도 프로 방송인이다.

- 진짠가????

- 뭐든 재밌긴 함.

- 잡설 그만하고 들어갑세!

현재 시청자 수는 150명.

현수는 채팅창을 확인하면서 방음부스를 가리켰다.

“이제 들어가 볼게요.”

현수는 고스트사운드를 천천히 풀며 방음부스 앞으로 다가갔다.

“태환아. 너는 밖에서 조명 비춰줘. 나만 들어갈게. 위험할 수 있으니까.”

“저 혼자 두시게요?”

“유리로 다 보이잖아. 괜찮아.”

현수는 방음부스 문을 천천히 열며 대답했다.

태환은 커다란 통유리 앞에 서서 손전등을 비추며 생방송 화면을 보았다.

그러자 현수의 시점으로 보이는 녹음실 내부 화면이 실시간으로 확인 되었다.

그리고, 심령카메라에 비치는 희뿌연 형체도 보았다.

“불빛 떨린다. 너무 떨지 마.”

현수가 말했다.

“아, 네!”

분명 태환의 눈에는 방음부스 안에 현수밖에 없었지만, 생방송 속 심령카메라 화면 안에는 사람 형체의 하얀 형체가 함께 찍히고 있었다.

그것이 태환에게는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다.

“보시는 것처럼 지금 이곳에 귀신이 있는 것 같아요. EMF 탐지기를 보면- 지금 불 5개가 다 들어와 있죠?”

현수가 EMF 탐지기를 화면에 보여주며 말했다.

“한이 강한 것 같아요.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수는 EMF 탐지기를 주머니에 넣고는 고스트사운드를 설치했다.

- 여기서 뭐 음성 녹음되면 세계 최초 아님?????

- 가짜니 조작이니 말이 많아서 뭐가 최초인지 모름.

- 이것도 조작 같은데 뭘.

채팅이 올라오는 가운데 고스트사운드 설치를 마친 현수가 스피커를 연결했다.

끼우오오오오옹-

그러자 칠판 긁는 것 같은 소리가 길게 나기 시작했다.

“크윽!”

현수와 태환 모두 귀를 틀어막았지만 새어 들어오는 굉음을 막지 못했다.

- 아 소름!!!

- 저 소리 개 싫어

- 스피커 끄고 있음. 뭔 소리 나오면 채팅으로 설명 바람.

- 아 뭐야 저거!!

현수가 채팅창을 보며 스피커 볼륨을 줄였다.

그때, 칠판 긁는 소리 사이로 무언가 다른 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잠시만요. 지금 소리가- 다른 소리가 겹쳐 들리는 것 같은데요. 잠시만요. 볼륨 좀 다시 키워볼게요. 이 소리 싫으신 분들은 잠시 음량을 줄여주세요.”

현수가 스피커 볼륨 다이얼을 조금씩 크게 돌리며 말했다.

[여기서 나가. 여기서 나가. 여기서 나가. 여기서 나가.]

칠판 긁는 소리 사이로 말소리가 섞여 있었다.

물론 다른 단어를 생각하고 들으면 그 단어로 들리는 것 같을 정도로 뭉개진 소리였다.

하지만 분명 특정 패턴을 가지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이었다.

“으억!”

방음부스 밖에 있던 태환이 비명을 질렀다.

현수가 깜짝 놀라 달려 나갔다.

“으아아악!”

태환이 무언가에 발목이 잡힌 것처럼 쓰러진 채 어딘가로 끌려갔다.

“이태환! 태환아!”

현수가 쫓아가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 장면은 생방송으로 고스란히 송출 되었다.

현재 시청자 수 200여 명.

바로 지금 이 순간 발생한 기현상을 목격한 목격자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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