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 소화원 폐 병원 (3)
- 제가 검색해보니까 거기 ‘소화원’이라고 해서 작은 의원 건물이었대요. 주변에 있는 산골마을 사람들이 가는 병원이었는데 두 번인가 세 번 화재가 나서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거기 원장도 어느 날 갑자기 그 앞 나무에 목매달아 자살하고요.
- 헐??? 진짜????
- 어디서 찾음????
- 소화대학교 괴담 검색해도 뭐 안 나오던데????
시청자들도 이 방송을 보면서 자기들 나름대로 이곳에 대해 조사를 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현수는 채팅창을 보면서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 고글 뒤져보다가 소화대학교 근처 옛날 지도 찾았는데 거기서 어떻게 연결 돼서 들어가 봄. 그 원장 사진도 있던데. 안경 쓰고 삐쩍 말라서.
- 아 진짜요????
- 궁금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 중 이 병원에 대한 정보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었다.
잠시 숨을 고르던 현수는 복도에 있는 벽을 비춰보았다.
흉물스럽게 변한 서양식 그림들 사이로 흑백의 단체 사진, 그리고 안경을 쓴 사람의 독사진이 걸려 있었다.
당시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장의 독사진이었다.
현수는 손전등으로 사진들을 비추며 다가갔다.
- 맞아!!!!!!! 저 사진임.
- 헐???????????
- 진짜요?????
- 대박
- 화재가 나서 수습하고 다시 개원을 해도 또 불이 나고, 또 불이 나서 결국 재정난에 허덕이다가 자살을 했다는 거 같아요. 그러는 사이 그 근처 산골마을 사람들도 다 떠나고.
- 허어어어얼
- 그렇구나.
현수는 사진 밑에 적힌 날짜를 보았다.
“1967년 12월 8일.”
사진 속 원장은 무척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단체 사진에는 그 원장과 무명옷을 입은 시골 사람들이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구르르르릉-
천둥이 치는 사이, 현수가 입원실 쪽으로 손전등을 비춰보았다.
흉물스럽게 프레임만 남은 침대가 을씨년스럽게 놓여 있었다.
“2인실? 1인실? 아, 2인실이었던 것 같네요.”
현수는 입원실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헉!’
그러자 구석에 웬 할머니가 쪼그려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진짜 미치겠네.’
어딜 가든 보이는 귀신.
이 할머니는 하얀 소복을 입은 채 쪼그려 앉아 현수를 올려보고 있었다.
현수는 심령카메라로 구석을 살짝 비췄다.
- 하얀 거! 하얀 거!
- 귀신이다.
시청자들도 병실 구석의 희뿌연 덩어리를 보았다.
“저- 할머니. 여기 왜 이러고 계세요?”
현수가 주춤거리며 물었다.
- 할머니야???
- 캡틴 눈에는 귀신이 똑바로 보이나.
- 신기하네.
현수의 말에 할머니는 천천히 입을 벌리며 알 수 없는 소리를 냈다.
“끼꼬따뿌려미로야가티바로-”
도저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소리는 생방송 시청자들에게는 잡음과 함께 웅얼거리는 소리로 전달이 되었다.
- 이게 무슨 소리지???
- 웅웅 하는 소리밖에 안 들리는데?
- 자세히 보면 사람 형체 같음. 턱이 움직이는 게 말하는 거 같고.
- 와 진짜.
시청자 수 130명.
현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물었다.
“똑바로 좀 말씀해주세요. 왜 여기 계세요? 뭐 바라는 거 있으세요?”
현수가 다시 묻자 할머니의 입술이 빨리 감기를 한 비디오처럼 기괴하게 빠르게 움직였다.
“끼꼬따뿌려미로야가티바로끼꼬따뿌려미로야가티바로끼꼬따뿌려미로야가티바로끼꼬따뿌려미로야가티바로끼꼬따뿌려미로야가티바로”
그 소리는 점점 더 빨라지며 무섭게 들리기 시작했다.
현수는 뒷걸음질 치며 뒤로 물러섰다.
“도저히 안 되겠어요. 일단 나가서 숨 좀 돌립시다.”
소름이 있는 대로 끼친 현수가 입원실 밖으로 나가려 몸을 돌리는 순간, 새하얗게 질린 원장 귀신이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나가.”
원장 귀신의 말은 짧고 명료했다.
현수는 눈을 크게 뜨고 허겁지겁 밖으로 나왔다.
“헉 헉 헉 헉.”
현수는 손전등으로 오로지 발밑과 전방만 번갈아 비추며 다시 1층 현관 밖으로 나갔다.
- 왜요. 무슨 일임???
- 여기는 뭐 무슨 일인지 제대로 설명을 안 해주고 혼자 난리낑까당이야.
-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시청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시청자 수는 여전히 130명 정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현수는 추운 날씨에 계속되는 한기에도 땀을 흘려 이마와 볼, 목에 땀이 가득했다.
“원장, 그 원장 귀신을 봤어요.”
현수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심령카메라 화면을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놀라서.”
- 무섭게 잘한다.
- 잘하기는 하는데 뭐 혼자 날뛰는 거 같아
- 아무래도 주작쇼 같음.
현수는 채팅을 보면서 다시 현관 안을 돌아보았다.
안에는 아무 귀신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된 화재. 재정난. 자살.’
현수는 이 병원과 관련된 이야기들과 시청자들의 제보, 그리고 눈으로 본 것을 종합해 보았다.
‘진료실에 앉아 있던 소녀. 입원실의 할머니. 산골마을의 유일한 병원. 단체사진.’
계속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던 현수는 한 가지 결론을 세울 수 있었다.
그 사이, 비가 그쳐 있었다.
현수는 병원 앞마당으로 뒷걸음질 치며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들하고 제가 본 걸 종합해보면, 이 병원의 원장님은 굉장히 좋은 마음으로 이 병원을 운영하신 것 아닐까요? 이런 산골짜기에 있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이런 병원을 지어서 치료를 해주신 거니까.”
그때 2층 입원실 창문으로 원장 귀신의 모습이 보였다.
현수는 심령카메라를 들어 창문을 비춰주었다.
- 또 보인다.
- 저기 귀신 ㅅㅂㅅㅂㅅㅂ
시청자들이 병원을 보는 사이, 현수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화재가 계속되고 피해자가 발생하니까-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지고. 그 죄책감에 못 이겨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셨지만 본인의 사명을 잊지 못해서 저 안에서 환자로 있다 죽은 영혼들을 계속 돌봐주고 계셨던 건 아닐까요?”
진료실과 입원실에 있던 귀신들을 떠올렸다.
- ㅋㅋㅋㅋㅋㅋㅋ주접싼다.
- 그렇게 생각하니 되게 슬픈 사연이네요.
- 하기야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정도의 재력가가 저런 산골짜기에 병원을 지어서 운영한다는 건 돈 벌 생각이 없다는 걸 수도?
- 캡틴님 말씀이 맞는 거 같아요.
- 오바하네. 그딴 게 어딨어.
현수의 말에 시청자들의 채팅이 반반으로 갈려 올라왔다.
“정말 여기에 해부학교실 시신들을 묻었는지, 안 묻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여기서 제가 할 일은 더 없는 것 같아요. 원장님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 말곤.”
현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창문의 원장 귀신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 *
그대로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온 현수는 녹화본을 저장한 후 클립과 쇼츠 영상으로 올릴 자료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시청자가 제보해 주었던 ‘소화원’이라는 의원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검색해 수집했다.
그렇게 잠도 안 자고 소화원 영상들을 잘라낸 현수는 바로 업로드 예약을 건 뒤, 다른 영상 제작에 돌입했다.
‘소화원’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정리 영상이었다.
“아, 아. 마이크테스트.”
현수는 컴퓨터에 연결한 마이크의 성능을 확인하며 바로 내레이션을 입히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캡틴 퇴마’입니다. 오늘은 제가 얼마 전 방문했던 ‘소화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진 작은 의원으로-”
인터넷에 있는 내용과 현수가 직접 목격하고 발견한 귀신들을 토대로, 역사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진료실에 있던 지도와 마주쳤던 귀신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풍문들.
현수는 차분한 목소리로 멘트를 이어갔다.
“원장님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병원을 세웠지만 반복되는 화재로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자 크게 죄책감을 가지셨던 것 같습니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셨고요. 그래도 사람들을 돕겠다는 그 의지가 원한처럼 남아 이 병원을 배회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현수는 2층 창문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원장 귀신의 심령카메라 화면을 삽입하며 녹음했다.
“소화대학교와 인근 주변의 소문대로 정말 불법 매장이 있었는지 여부는 제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그 진위여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알아낸 이 원장님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렇게 ‘소화원’에 대해 세상에 알리는 것이 원장님의 한을 풀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이 영상을 제작합니다.”
현수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제작한 영상을 업로드한 후 현수는 24시간 만에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잠에서 일어났을 때, 현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소화원에 대한 영상 조회 수가 무려 5만 명을 넘기고 있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올린 영상들 조회 수도 평균 만 명을 훌쩍 넘은 상태였다.
수백 개의 댓글과 함께 900명까지 한 번에 뛴 구독자 수.
구독자 985명
동영상 관리 페이지에 뜬 숫자를 보고 현수가 눈을 비볐다.
몇 시간 잠들어 있던 사이 400명이나 구독을 눌러준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많이 구독을 누른 영상은 바로 ‘소화원’ 영상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이는 사실 얻어걸린 ‘알고리즘의 효과’였다.
2월, 새 학년, 새 학기 시즌을 맞아 ‘소화대학교’에 대한 키워드 검색이 많아지고 있는 와중에 최근 긴 생방송과 댓글 참여도가 높은 ‘캡틴 퇴마’ 채널이 맞물리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소화대학교 주변 귀신 출몰지역 방문’이라는 영상이 이목을 끌었고, 여러 클립과 쇼츠 영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소화원 영상에까지 다다른 것이었다.
심지어 현수가 잠시 잠에 든 사이, 잠깐이나마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까지 올랐던 모양이었다.
“우, 우오와.”
현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소화대학교 오피셜 채널에서 댓글을 달아놓기까지 했다.
- 저희 소화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시신을 그곳에 무단으로 유기했다는 소문이 허위라는 것을 밝혀주셔서 감사합니다.
└헐 찐이다.
└그럴 거면 본인들이 직접 미리 밝힐 것이지 내내 손 놓고 있다가 공론화 되니까 숟가락 얻는 것 보소.
└욕먹으면 욕먹는 이유가 있는 거임.
하지만 대댓글의 여론은 좋지 않았다.
└관련하여 저희 소화대학교에서는 과거 병원이었던 소화원에 대한 위령제와 함께 건물을 철거, 위령비를 세울 예정입니다.
소화대학교 오피셜 채널에서 대댓글에 대한 답변을 추가적으로 달아놓았다.
현수는 이 정도라면 소화원에 있던 원장 귀신의 원한을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댓글들을 쭉 확인한 현수는 대충 씻고 옷을 차려입은 뒤 카메라 앞에 앉았다.
이제 900명의 구독자도 있고, 100명이 넘는 생방송 시청자까지 들어왔던 채널인 만큼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전과 달리 약간은 긴장한 표정으로 방송을 켜자 20명 정도 되는 시청자가 바로 줄줄이 접속했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ㅎㅇㅎㅇ
- 캡틴님 안녕하세요.
- 후기 방송이군용.
- 반갑습니다!!!
-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시청자들이 들어오자마자 인사를 해주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입니다. 다들 편한 저녁 보내고 계신가요?”
- 컴퓨터 앞에서 회에 쏘주 한 잔 중입니다.
- 기다렸어요!!!!
- 후기 말씀해주세요.
시청자들은 금세 30명까지 늘어났다.
소화원 방송을 봤던 시청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제법 낯익은 닉네임들이 보였다.
“그럼 소화원에 다녀왔던 후기 방송 진행할게요.”
현수는 시청자들 목록을 쭉 확인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