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6화 (6/227)
  • 제6화

    #. 소화원 폐 병원 (2)

    쿠르르르릉- 쿠구구궁-

    천둥과 함께 번개 불빛이 번쩍이는 가운데 귀신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났다.

    심한 화상을 입은 듯 쭈글쭈글하게 변한 이목구비가 훤히 보였다.

    “헉!”

    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키며 뒷걸음질 쳤다.

    - 지금 보임???? 보임????

    - 귀신이 움직이는 건가????????

    - 잘봐 잘봐 잘봐

    - 미쳤다 진짜

    시청자들도 약간 흥분한 모습이었다.

    귀신의 희뿌연 모습이 카메라를 통해 이렇게 가까이서, 그것도 오랫동안 촬영되는 것은 처음 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 희뿌연 모습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언뜻 사람의 윤곽이 나타나는 것 같았고, 고개를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현수가 보는 것처럼 흉측한 피부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쿠당탕-

    뒷걸음질 치다 벽에 등을 부딪쳤다.

    깜짝 놀란 현수가 벽면을 돌아봤다가 다시 진료실 가운데를 보았다.

    의자에 앉아 있던 귀신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지금 보이세요? 의자에 앉아 있던 귀신이 사라, 사라졌어요.”

    현수가 심령카메라로 진료실을 비추며 말했다.

    - 이래도 조작이라고 말할래?????

    - ㅠㅠㅠㅠㅠㅠㅅㅂ넘 무서운데 못 끄겠어

    -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왔습니다.

    시청자 수는 110명을 넘기고 있었다.

    단 두 번의 야외 퇴마 방송으로 생방송 시청자 100명을 넘게 기록한 것이었다.

    몸도, 마음도 고생하는 느낌이었지만 확실히 게임방송을 할 때보다 유입이 많았다.

    - 저런 산골짜기에 저런 병원이 있다는 게 넘 신기.

    - 병원으로 쓰인 거 맞아요???????

    - 저기 대체 뭐하는 곳이에요?

    시청자들도 무척 궁금한 모양이었다.

    현수 역시 이곳에 폐건물이 있다는 것만 들었지,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현수는 천천히 빈 의자 쪽으로 다가가 발로 슥 밀어보았다.

    목덜미로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영적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수의 눈으로도, 심령카메라로도 뭔가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 의자에서 뭔가 기운이 느껴지는데 귀신이 또 보이진 않네요.”

    이럴 때 EMF 탐지기나 고스트사운드 같은 장비를 사용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하긴 하지만 이곳이 병원이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현수는 벽에 걸린 인체해부학도와 온갖 장기들의 모형들을 비추며 말했다.

    - 아무도 없는 학교의 과학실 같은 분위기?

    - 그거랑 비교도 안 되지.

    - 갑자기 저 모형이 막 움직이는 거 아님???

    굉장히 오래 되어 색깔이 바랜 인체 모형이 움직일 것처럼 보였지만 현수의 눈에는 그 어떤 심령 현상도 포착되지 않았다.

    그렇게 벽을 쭉 살펴보던 현수는 작은 지도를 발견했다.

    오래된 종이에 흐릿하게 무언가 표시가 되어있었다.

    “여기 주변 지도인 것 같아요. 음. 보니까 옛날엔 이 근처에 가정집들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이 병원에서 그 사람들을 진료해줬고.”

    현수는 지도에 표시된 네모 칸들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표시 옆에는 ‘김’, 혹은 ‘박’이라는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 동네 병원 같은 곳이었구나.

    - 저기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버려진 거지?

    현수는 지도를 가만히 보다가 의사의 책상 서랍과 책장을 보았다.

    그 어떤 서류나 책도 놓여 있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철수할 때 자료들은 다 가져갔나 봐요.”

    - 그럼 급하게 철수한 건 아닌가 본데??

    - 사연이 진짜 궁금하다.

    - 지금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는데 소화대학교에서 실험한 시신들 거기다 묻었대요.

    - 레알?????????

    - 헐????????????

    - 그 귀신들의 한이구나!!!!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현수는 이곳에서 귀신들의 한을 분명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해부한 시신들이 묻혀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아했다.

    만약 그런 것이 한이 되어 있다면 더 흉측한 모습으로 귀신이 되어 나타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가령 실험을 당해 분해된 모습 그대로 나타난다든가 하는.

    “시신들을 여기다 묻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저도 들었는데요.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그런 채팅은 조금 자제해 주시기 바랄게요. 소화대학교 쪽에서 문제제기할 수도 있으니까요.”

    현수는 진료실을 한 번 더 둘러보고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달각달각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현수는 다시 접수처 쪽으로 나와 다른 방향에 있는 작은 방을 보았다.

    - 소리 들음???

    - 무슨 펜 딸깍 거리는 거 같은 소리였는데.

    시청자들도 들은 모양이었다.

    현수는 ‘주사실’이라고 쓰인 방 입구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이곳은 커튼이 아닌 나무문으로 되어 있었다.

    현수는 나무문을 슬쩍 밀어 열어보았다.

    작은 침대와 의자, 그리고 주사약을 보관하는 듯한 찬장들.

    오래 되었지만 특이할 것 없어 보이는 주사실이었다.

    - 심령카메라 보여주세요.

    - 그 안 비춰주세요.

    - 앱 앱ㅇ 앱앱앱

    현수는 이 주사실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시청자들은 심령카메라를 통해 이 안을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현수는 심령카메라를 들어 카메라에 비춰주었다.

    “이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분명 지금 오싹한 한기는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아까 진료실에서 귀신을 본 이후로는 아무것도 안 보여요.”

    현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 위 입원실로 가봅시다.

    - 입원실 ㄱㄱㄱㄱㄱ

    - 딴 데로 가 봐요.

    시청자들이 말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사실을 뒤로 하고 다시 나왔다.

    그 순간이었다.

    텅-

    누군가 철문을 강하게 후려치는 소리와 함께 현수의 앞에 아까 그 여고생 귀신이 떡하니 나타났다.

    잠시 방심한 틈에 나타난 것이었다.

    “으악!”

    현수가 비명을 지르며 다시 주사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우당탕탕 와장창-

    동시에 중심을 잃으면서 주사약을 보관하던 찬장에 부딪쳤다.

    찬장의 유리와 나무 선반이 부서지며 바닥에 쏟아졌다.

    - 으아아아아아아악

    - 뭐야 뭐야

    - 무슨 일이에요?????

    - 아 깜짝!!!!!!

    - 뭐야 무ㅕㅓ야무어ㅑ

    시청자들도 무척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현수는 주사실 구석에 기댄 채 숨을 몰아쉬며 입구를 보았다.

    귀신은 또 사라져 있었다.

    - 뭔데 그럼????

    - 무슨 일이에요????

    - 혼자 쇼하고 ㅈㄹ이네.

    - 무슨 일?????

    시청자들도 무척 궁금해 하는 와중에, 이것도 현수의 원맨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방금, 방금 아까 그 귀신이 눈앞에 나타나서.”

    현수가 숨을 몰아쉬며 심령카메라를 들어 주사실 입구를 비췄다.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후우.”

    그는 숨을 몰아쉬며 팔을 어루만졌다.

    찬장에 부딪치며 생긴 고통이 이제야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오. 아파.”

    현수는 팔을 연신 문지르며 주변을 비췄다.

    구르르릉- 쿠릉-

    그때 또 한 번 천둥번개가 쳤다.

    몇 번 듣다보니 처음처럼 놀라지는 않게 되었다.

    “입원실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현수는 다시 주사실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 진짜 깡따구는 인정하자.

    - 이 와중에 거길 올라가 본다고???????

    - 주작인데 못 갈 게 뭐 있음??

    - 주작 같지 않은데.

    - 주작이지 뭘.

    현수는 채팅창을 보면서 천천히 계단 앞에 섰다.

    휘이이이잉-

    위에서 차가운 바람이 쓸려 내려왔다.

    - 알고리즘이 나를 이끌었다.

    - 안녕하세요~~

    - 우와 신기한 컨셉이다.

    몇몇 시청자가 현수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현수는 현재 시청자가 110명 정도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확인한 후 계단에 발을 얹었다.

    자박- 자박-

    계단을 딛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끼우우웅-

    그 사이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현수는 손전등으로 아래를 한 번 비춘 뒤 오르던 길을 계속 올랐다.

    2층에는 총 3개의 입원실과 한 개의 화장실이 있었다.

    현수는 가장 가까운 화장실부터 들러보기로 했다.

    “지금 이 문이 화장실 문이에요. 나무로 되어 있네요.”

    현수는 문 쪽에서 강한 한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끼면서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러자 나무로 된 화장실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척 오래된 디자인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수세식으로 되어 있었다.

    - 건물은 100년도 더 된 건물 같은데 푸세식이 아니네????

    - 저 건물 정체가 뭐임??

    “일제강점기 때도 수세식 화장실은 있었다고 해요. 흔하진 않았지만 근대식 건물에는 채용을 했던 모양이더라고요. 아무래도 건물 층수가 올라가니 푸세식으로 마련할 수 없었겠죠.”

    현수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정보를 이야기 해주며 이곳저곳을 비추었다.

    그때, 화장실 세면대 앞에 있는 거울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났다.

    귀신의 흔적이었다.

    “잠깐만요. 저기 저 거울에 뭔가 있는 것 같아요.”

    현수는 오래되어 제대로 빛이 반사되지 않는 거울을 가리켰다.

    - 저게 뭐지? 잘 안 보이는데.

    - 화장실 거울 같음.

    - 거울이 왜 저래??

    - 오래돼서 그런 듯. 박물관에 있는 청동거울처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비유보솤ㅋㅋㅋㅋ

    - 저런 거울 무서워ㅠㅠㅠㅠ

    현수는 곁눈질로 채팅창을 확인하며 한 걸음씩 다가갔다.

    그러면서 심령카메라를 들어 화면에 비춰주었다.

    - 뭐 없는 거 같은데??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아직 특이한 것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조금씩 가까워지니 현수의 눈에도, 심령카메라에도 하얀 무언가가 잡히기 시작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초상화나 거울은 귀신이 깃들이 좋은 물건이에요. 그래서 여러 괴담들 보면 그림이나 거울 이야기가 많죠.”

    현수는 거울에 조금씩 다가가며 말했다.

    - 조심하세요.

    - 아 거울에서 갑자기 뭐 나올 거 같음.

    - 나 소리 끄고 있음.

    채팅창의 시청자들도 잔뜩 긴장한 듯했다.

    현수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거울로 손을 뻗었다.

    그 순간이었다.

    쾅!

    갑자기 화장실 문이 쾅 닫혔다.

    현수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동시에 손전등과 심령카메라도 돌아갔다.

    - 아 몇 번을 놀라는 거야!!!!!!!

    - 예상이 되는데 ㅅㅂ 졸라 무섭네.

    시청자 수는 120명을 넘기고 있었다.

    현수는 눈을 크게 뜨고 문 쪽을 계속 비추었다.

    하지만 굳게 닫힌 나무 문만 보일 뿐, 귀신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까보다도 더 강렬한 한기가 휘몰아칠 뿐이었다.

    번쩍- 쿠르르릉-

    그때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내려쳤다.

    번쩍이는 불빛이 화장실을 감쌌다.

    그때,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듯 화장실 전체가 밝아지는 그 찰나, 수많은 귀신들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귀신을 보는 현수는 아주 잠깐의 그 순간을 포착했지만 심령카메라는 갑작스런 빛의 변화에 귀신들을 잡아내지 못했다.

    “으, 으악!”

    현수가 깜짝 놀라 화장실 문을 향해 달렸다.

    - 뭐야, 뭐야.

    - 뭐 본거임????

    - 방금 그냥 번쩍였는데.

    쾅!!

    현수가 화장실 문을 확 밀치고 복도로 나왔다.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다.

    “헉. 헉. 헉. 헉.”

    현수는 가슴을 움켜쥔 채 채팅창을 보았다.

    - 어떻게 된 거임?

    - 왜 혼자 날뛰어.

    -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방금 번개가 치면서 화장실이 밝아졌는데, 화장실 전체에 귀신들이 가득 차있었어요.”

    현수는 화장실 쪽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말했다.

    -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 아무것도 안 보임.

    “촬영 끝나고 영상 편집할 때 한 번 천천히 돌려보고 클립으로 올려드릴게요. 와. 진짜 여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네요.”

    현수는 심호흡을 하면서 입원실 쪽을 보았다.

    여기까지 온 이상, 입원실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아직도 포기 안 하는 거?

    - 이야. 대단하다.ㅉㅉㅉㅉㅉㅉㅉ

    - 파워챗이라도 쏴주고 싶다.

    처음으로 파워챗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왔다.

    파워챗은 방송을 하고 있는 스트리머에게 후원을 하는 너튜브 시스템으로 하루에 최대 50만 원까지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너튜브 측에서 30%의 수수료를 가져가긴 했지만 그래도 조회 수나 광고비가 아닌, 즉각적인 수익으로 잡힌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것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파워챗 역시 채널 수익창출과 같이 1000명 이상의 구독자와 최근 1년 동안의 총 시청 시간이 4000시간이 넘어야 했다.

    아직 그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현재 구독자 수 550명.

    빠르게 오르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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