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 강원도 명주 흉가 (2)
- 공포영화 같다.
- 와 무섭네 여기.
- 허접하긴 한데 실감은 난닼ㅋㅋㅋㅋㅋㅋ
- 구독.
채팅이 활성화 되자 알고리즘이 조금 잡아주는지 시청자가 살짝 오른 모습이었다.
18명.
오랜만에 10명이 넘는 수준이었다.
그만큼 채팅도 더 활발해졌다.
- 지금 뭐하고 있는 거임?
- 여기 어디예요??
- 오늘도 함께해요 주작채널
- 저거 무슨 앱임?
- 명주래요.
활발해졌지만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속도였다.
“기운이 좋지 않아요. 풍수지리학 적으로도 그림자가 지는 곳이라 음의 기운이 강하고요. 이런 곳은 보통 귀신이 들어왔다가 나가지 못하는 곳이에요.”
그는 오디오가 비지 않게 계속 중얼거리며 이동했다.
- 풍수지리도 봄?
- 그럼 어디가 귀신한테 좋음?
몇 개 채팅이 눈에 띈 현수가 대답했다.
“풍수지리는 전문적으로 보진 못하고 그냥 남들 아는 정도로만요. 그리고 보통 햇빛이 잘 들고 양지 바른 곳이 영혼이 편안해 한다고 하죠. 그래서 양지 바른 곳에 무덤을 쓴다고 하잖아요.”
그는 계속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며 대문 앞에 섰다.
대문도 녹이 슬어 있었다.
“출입금지나 개인 사유지라는 경고 표시는 전혀 보이지 않네요. 그럼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수는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대문을 밀어보았다.
끼이이이이잉-
귀신 울음소리 같은 대문 소리가 어두운 산골짜기 전체에 메아리 쳐 울렸다.
- 와 이 스트리머 처음 보는데 쫄깃하네.
- 이 분 언제부터 이거 하심?
새로 들어온 시청자가 채팅에 물었다.
그러자 다른 시청자가 답변을 해주었다.
- 전엔 게임 방송 하던 분임.
- ㅋㅋㅋㅋㅋ갑자기 귀신보인다고 하더니 퇴마한다고 함ㅋㅋㅋㅋ컨셉 특이함
컨셉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현수는 일일이 설명하기 번거로웠다.
귀신이 보인다는 말을 어떻게든 믿게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휘이이잉-
휘이잉-
바람이 불 때마다 현수는 잡초가 가득한 마당 가운데로 뿌연 무언가가 요동을 쳤다.
그리고 그건 심령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방송에 송출이 되었다.
현수가 다가갈수록 더 크고 가깝게 촬영이 되었다.
- 헐! 저거 뭐야.
- 방금 귀신 보였다.
- 지린다 X발
- 헐 개무서워
- 저거 뭐야아야야ㅑ
- 왜? 뭐 지나감?
- 오늘 엄마랑 자야겠다
시청자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괜찮아요. 저 정도는 그냥 영혼만 남아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해를 끼치거나 방해할 수 없어요.”
현수는 시청자들을 안심시키려는 듯 말하며 현관 앞으로 걸어갔다.
실제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부터 겪은 귀신들을 떠올려 봐도 형체가 없이 연기로 있는 귀신들은 크게 해코지를 해오지 않았다.
- 존잼이다. 구독해야지.
시청자 수는 20명을 갓 넘었고, 구독자 수도 5명이나 늘어나 있었다.
“구독 감사드립니다.”
현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면서 현관 앞에 섰다.
끼이잉- 끼이잉-
집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귀신이 내는 소리?
- 그냥 바람소리지.
- 딱 봐도 주작인데 다들 요란 떠는 꼬라지들.
댓글로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시청자들이 하나둘 생겼다.
게임 방송을 할 때보다 시청자와 구독자 수는 빨리 늘어나는 모양새였지만 그만큼 논란의 여지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조작하지 않습니다. 저 같은 밑바닥 스트리머가 무슨 조작을 하겠어요.”
현수가 현관문을 살짝 잡고 당기며 말했다.
- 조작하다 후원 파워챗 빨아먹고 먹튀한 스트리머가 한 둘인 줄 아나.
- ㅋㅋㅋ아니 하꼬 생방 와서 굳이 그런 소리 하시는 이유가 뭔지 궁금함ㅋㅋㅋㅋㅋ
- 마음에 안 들면 나가세요.
20명밖에 안 되는 시청자들 중에도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재밌게 보고 있는 다른 시청자가 커버를 쳐주기는 했지만 현수도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끼이이이익
녹슨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숱한 귀신을 보았지만 가장 강렬하고 오싹한 한기였다.
“지금 이곳에 강한 한기가 느껴져요. 한이 강한 귀신이 있는 것 같아요.”
현수가 채팅창과 집 안의 풍경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 영화 같다.
- 아 무서운데 못 끄겠어
- 진짜 개궁금
- 그만들 좀 속아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과 상반되게 현수 앞의 풍경은 무척 고요했다.
바람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한기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다.
자박
한 발 내딛는 순간, 바닥에 있던 잡동사니가 발에 차였다.
손전등으로 발아래를 비춰보았다.
1990년대에나 썼던 학용품들과 살림 집기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그나마도 색이 바래 더 무서워 보였다.
“집이 꽤 넓은 편인 것 같아요. 이 정도 집 크기면 잘 살았던 것 같아요. 물론 시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거니까.”
현수는 스마트폰 화면과 채팅창, 그리고 주변을 번갈아 확인하며 말했다.
덜컹!
그때 하얀 무언가가 ‘쌩’하고 지나가며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현수는 깜짝 놀라며 재빨리 스마트폰으로 주변을 비춰보았다.
- 깜놀
- tlqkf!!!!!!!
- 와 깜짝이야
- ᅟᅵᆨ샤ᅟᅥᆮ갸ㅣㅐ섲ㄱ샤ㅣㅐ34ㅓㅑᅟᅵᆺㄱ3버
- 뭐임??????
-????????
갑작스런 소음에 채팅창이 한층 더 격렬하게 올라왔다.
이제 20명 정도였지만 시청자들도 순간적으로 몰입한 것이었다.
휙-
손전등과 스마트폰, 그리고 현수의 눈이 거실 소파를 가리켰다.
소파에는 눈알이 하나 빠진 인형이 먼지 쌓인 채 앉아 있었다.
- 아 깜짝이야!
- 진심 욕 나옴.
- 캡틴님은 어떻게 저 상황에서 소리를 안 지르지?
현수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벽에 걸린 괴기한 초상화와 부서진 TV.
20년 전 날짜로 멈춰 있는 달력.
반쯤 부서진 괘종시계.
오래된 서예 액자.
오래되어 끝이 모두 말려 들어간 것이 더욱 공포스러움을 증폭시켰다.
- 방금 저 초상화랑 눈 마주친 것 같은데.
- 초상화 이상해요.
- 초상화 초상화 초상화 초상화
- 초상화에서 뭐 보임.
- 초상화 확인해 봐요.
화면에 무언가 포착됐는지 시청자들이 채팅을 올렸다.
이제 그 소수의 시청자들 모두 현수 방송에 초 집중을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초상화나 거울은 귀신이 깃들기 좋은 물건이에요.”
현수는 인터넷에서 본 괴담들을 읊조리며 초상화 쪽으로 손전등을 돌렸다.
마치 유화로 그린 것 같은 특이한 화풍의 노인 초상화였다.
“거실 한 가운데 걸린 걸로 봐선 이 집 주인이었나 봐요.”
현수가 그림을 유심히 보며 중얼거렸다.
- 아 꿈에 나올 것 같아.
- 왠지 눈알이 돌아갈 것 같음.
- 카메라 돌려주세요.
현수는 채팅을 뒤로 하고 초상화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마치 누군가 손톱으로 할퀸 것처럼 초상화의 눈 부분이 옆으로 쭉 찢어졌다.
현수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 와! 방금 봤음?
- ㄷㄷㄷㄷㄷㄷㄷㄷ
- 아 도저히 못 보겠다. 너튜브 올라오면 그때 보고 싶은데. 이 분 녹본 올림?
- 게임 방송할 땐 올리셨음.
- 방금 뭐였음?
다시 한 번 채팅창이 우르르 몰려 올라왔다.
시청자 수도 어느새 50명이 되어 있었다.
한 번 들어온 시청자가 나가지 않고 보면서 채팅을 많이 쓰니 확실히 홍보 효과가 있는 것이었다.
쾅-
그때 들어왔던 현관문이 세게 닫혔다.
동시에 소파 위에 있던 인형의 머리가 데구르르 굴러와 현수의 발에 닿았다.
“이제 시작이네.”
현수가 현관문 쪽으로 손전등을 비춰보았다.
그러자 얼굴이 새하얀 여자 아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서있는 것이 보였다.
흑- 흑흑- 흑-
아이의 울음소리가 근처에 맴돌기 시작했다.
현수는 눈앞에 보이는 저 아이가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 울음소리 실화임?
- 어디서 나는 소리임?
- 이거 캡틴 퇴마가 입으로 낸 거 아냐??????
이 소리는 심령카메라를 통하지 않고도 그대로 방송에 송출이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방송 화면으로 귀신의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역시 조작이라 생각했다.
현수는 스마트폰의 심령카메라 앱 화면을 비춰주었다.
그러자 현관 앞에 서있는 소녀의 모습이 희뿌옇게 담겼다.
- 아니 ㅅㅂ 주작 같은데 주작이라고 할 증거가 없네.
- 이거 영화 CG팀에서 만든 영상 아니야????????
- 이게 지금 말이 되는 거임??????
심령카메라 앱 화면을 치우면 텅텅 비어있는 현관.
심령카메라 앱 화면을 촬영 중인 앵글 안에 비추면 보이는 현관 앞 소녀 귀신.
조작이라면 생방송으로 보여주기 어려운 효과였다.
이 모습을 본 시청자 중 몇 명은 친구들과의 단톡방, 혹은 자신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생방송 링크를 공유했고, 시청자 수가 60명, 70명으로 갑자기 훅 뛰었다.
퇴마 컨셉으로 첫 방송을 하는 것치고는 꽤 좋은 상승세였다.
- 여기 뭐하는 건데??
- 일단 한 번 봐봐.
- 화질 거지같은데.
- 왜이렇게 캄캄해?
- 누구 집임?
그만큼 채팅창 역시 점점 더 활성화 되었다.
현수는 심령카메라 앱 화면을 비추며 천천히 다가갔다.
“지금 화면 잘 보이시나요?”
- 잘 보여요.
- 잘 보임.
- 말 걸어 봐요.
- 말 걸어.
현수가 조심스럽게 아이한테 다가갔다.
“꼬마야. 내 말 들리니?”
현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집 안쪽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 아 깜놀!!
- 어깻쭉지 아파.
- 깜짝아.
현수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휙
현수가 소리 나는 곳을 비췄다가 다시 현관을 보자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제가 여기 온 이유가 인터넷에 여자아이 귀신이 나타난다고 해서 온 거였는데요. 저 아이가 그 아이일 수도 있겠습니다.”
현수는 다시 현관에서부터 천천히 집안으로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속삭이는 듯한 음성에 숨소리까지 고스란히 담기니 현장감이 더해졌다.
- 화질은 뭐 같은데 스릴 있네.
- 구독 박고 갑니다.
- 재밌네요 여기????
- 무서워ㅠㅠㅠㅠㅠㅠ
이제는 채팅창도 멈추지 않고 계속 쉼 없이 올라오는 수준이었다.
“구독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 아직 구독 안 눌러주신 분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릴게요.”
현수는 스트리머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그 멘트도 잊지 않았다.
그때 옆쪽에 무언가 보였다.
부엌으로 가는 길목에 그 소녀 귀신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현수는 그쪽으로 카메라와 심령카메라 앱 화면을 함께 돌렸다.
흑- 흑- 흑-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소녀의 눈이 이상하게 변했다.
흰자위가 사라지며 검게 변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눈 꼬리에서부터 볼까지 붉은 피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 아 개 소름돋아 진짜
- 이거 영화 아니냐?
- 영화다 공포영화 납량특집
- 애 너무 무섭게 생겼어
- 저거 연기자 맞아?
- 쌉소름
- 아 무서워.
- 짜고 치는 고스톱이어도 무섭다.
현수는 일부러 귀신을 마주한 상태에서는 채팅창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누군가 현수의 목덜미를 확 낚아챘다.
그 모습은 생방송으로도 격렬하게 전해졌다.
시청자들은 1인칭 화면으로 생생하게 공포감을 느꼈다.
- 아 어지러워!
- 무슨 상황임?
- 여기 어디에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음?
현수가 발버둥을 칠수록 카메라 화면은 더욱 흔들렸다.
그렇게 정체 모를 무언가에 목덜미를 잡힌 채 안방까지 끌려오자 안방 문이 쾅 닫혔다.
다시 찾아온 고요.
현수는 장비들이 무사한지 확인하며 천천히 일어나 보았다.
- 여기 제일 큰 방 같은데?
- 저기 달력 날짜 봐봐요.
- 20년 전이네.
- 아
현수는 손전등으로 방 곳곳을 비춰보았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 뭔가가 제 목덜미를 붙잡고 여기로 끌고 들어왔거든요? 뭐였는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현수가 작게 속삭이며 부서진 장롱을 비췄다.
먼지가 쌓이다 못해 색이 바랜 이불 더미가 놓여 있었다.
주르륵-
이불 사이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현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장롱으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