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화 (1/227)

제1화

#강원도 명주 흉가 (1)

20XX년 2월.

강원도 명주 인근 산골짜기.

부스럭 부스럭

수풀이 조금씩 흔들리더니 셀카봉에 배낭을 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생방송 중인지 블루투스 이어폰에 무선 마이크까지 장착한 채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어두운 밤에 계속 걷고 있는 터라 화질이 심각하게 뭉개졌다.

- 어디 가는 거임?

- 강원도 명주래요.

- 폐가 체험 하는 스트리머 치고 제 정신 박힌 놈들 못 봄.

- 이러다 시체 나오는 거 아니야?

- 제발 화질 좀.

촬영 중인 스마트폰 안에서는 시청자들의 채팅이 천천히 올라왔다.

“여러분. 화질 죄송합니다. 여기가 산인데다가 어두워서 화질이 뭉개질 거예요.”

남자가 숨을 몰아쉬며 바로 반응을 해주었다.

그는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 너튜브에서 500명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하꼬 스트리머, ‘캡틴 퇴마’ 채널의 박현수였다.

180cm 가까이 되는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 정갈하게 정돈된 헤어스타일까지 상당히 지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동그란 안경까지 쓰고 있어 약간 ‘학자’ 같은 이미지도 풍기고 있었다.

- 지금 시청자 수 10명도 안 되는데 폐가 체험하러 가는 거임?

- 패기는 인정.

계속 보이는 닉네임들이 번갈아 채팅을 주고받았다.

‘알아. 안다고.’

현수 역시 구독자 500명에 라이브 방송 시청자 10명밖에 안 되는 주제에 사비까지 털어가며 마이크와 카메라를 사 방송하는 게 무모한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서는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가 있는 도전이었다.

* * *

현수는 어릴 때부터 귀신을 볼 수 있었다.

그것 때문에 어렸을 때에는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기 일쑤였고, 무서운 귀신들은 시종일관 현수를 귀찮게 해댔다.

이렇게 어렵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현수는 나름의 처세술을 익힐 수 있었다.

귀신을 보지 못하는 척 하는 것이 ‘산 사람’하고 어울리는 데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은 물론, 귀신들도 덜 꼬인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현수는 귀신의 존재를 못 보는 척 평범하게 대학교를 나와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착실하고 평범한 비즈니스맨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독한 감기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펜데믹이 일어나고, 여러 산업들이 줄줄이 도산을 해버리고 말았다.

물론 현수의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졸지에 백수가 된 현수는 마지막 월급과 퇴직금을 받지도 못한 채 취업 준비를 해야 했다.

문제는 펜데믹이 길어지며 취업시장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모은 돈들도 매달 내는 월세와 생활비에서 녹아내리다 보니 이제 가용한 돈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아르바이트를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어디 한 곳에서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가게 문을 닫거나 격리조치가 되면서 제대로 된 일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백수 기간이 길어지며 자연스럽게 게임을 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취업 준비를 하며 심심해서 시작한 게임 방송.

당연하게도 스트리머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라이브 방송을 해도 시청자 수 10명을 넘기지 못하고, 게임 리뷰 영상이나 플레이 영상을 올려도 조회 수 100을 넘지 못했다.

해시태그를 바꿔도, 어그로성 제목을 달아봐도 알고리즘의 벽은 높았다.

그러던 어느 날.

끼니거리를 사러 편의점을 가던 현수는 웬 할머니가 도로 한 가운데 쓰러지는 것을 발견했다.

“어엇?”

동시에 도로 끝에서 거칠게 달려오고 있는 택시의 헤드라이트가 보였다.

“에잇!”

현수는 고민하지 않고 달려가 할머니를 인도 쪽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택시의 속도는 굉장히 빨랐고, 택시는 그대로 현수를 강하게 들이 받았다.

콰아아아앙-

고통이 채 느껴질 새도 없이 현수는 피투성이가 되어 아스팔트 위를 나뒹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현수가 구한 그 할머니는 이미 5년 전에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귀신이었다.

“내가 사고 당할 당시에 자네 같은 젊은이가 주변에 있었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할머니 귀신은 현수가 병실에 누워있는 동안 옆에서 혼잣말처럼 계속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때부터, 할머니 귀신이 주변 귀신한테 소문이라도 낸 것인지 더 많은 귀신들이 현수의 병실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에 현수가 짜증을 내자 다크서클이 짙게 앉은 젊은 총각귀신이 현수에게 한 가지 앱을 소개해 주었다.

귀신을 촬영할 수 있는 ‘앱’이라며 현수의 핸드폰에 앱을 설치해준 것이었다.

생전에 IT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는 총각귀신은 앞으로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며 사라졌다.

그렇게 한 동안 입원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현수는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말을 거는 귀신 때문에 혼자 중얼거리는 일이 많아졌고, 이 모습을 본 시청자가 한 마디를 남겼다.

- 귀신 보인답시고 뻘소리 하는 거 개웃기네.

- 그럴 거면 본격적으로 퇴마 방송이나 하든가.

이 채팅을 본 현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았다.

‘퇴마 방송?’

* * *

그 이후로 현수는 너튜브에 있는 국내외 공포 스트리머들의 영상들을 보았다.

조작인 것이 티가 나는 스트리머들도 있었지만 정말 실감나는 스트리머들도 제법 있었다.

여기서 현수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실제로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것.

이걸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스트리머로 떡상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었다.

그렇게 퇴마 방송을 할 것을 다짐하고 필드에 나가기 전, 몇 가지 테스트를 해봐야 했다.

귀신은 여전히 무서운 존재였지만,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귀신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방법.

총각귀신이 설치해준 앱이 있었지만 귀신의 도움을 받았다가 괜히 또 다른 귀신들이 꼬일까봐 그 앱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기로 했다.

현수는 인터넷과 플레이스토어를 뒤져 귀신을 촬영할 수 있다는 어플리케이션들의 리스트를 쭉 뽑아 정리했다.

영적 존재를 탐지하는 SLS카메라 - GHOST CAM

등골을 오싹하게 할 유령탐지기 - MYSTERY DETECTOR

우아한 디자인의 심령현상 감지 앱 - EMF 탐지기

.

.

.

굉장히 여러 종류의 앱들이 등장했다.

이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지는 현수가 직접 귀신을 대면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

‘흠. 해외 공포 스트리머들 보면 온갖 장비를 들고 다니던데.’

귀신의 음성을 담아내는 장비부터 전자파 탐지기처럼 생긴 EMF 심령장비 등등.

마음만 먹으면 구매할 수 있었지만 당장 너무 큰돈을 들이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일단 스마트폰 앱으로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는지 테스트 해보자.”

현수는 서랍에 처박아 두고 있던 옛날 스마트폰을 꺼내 별점이 높은 순서대로 프로그램들을 쭉 설치했다.

다음 단계는 실제 귀신을 촬영해 보는 것이었다.

사람이 많은 장례식장, 납골당보다는 야외에 있는 공동묘지가 낫겠다는 판단에 근처에 있는 공동묘지로 가보았다.

낮 2시.

산등성이에 있는 수백 기의 공동묘지 주변으로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등골에 한기가 느껴지는 것이, 귀신들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카메라를 들어 촬영을 해보았지만 화면에 담기지 않았다.

‘미치겠네.’

카메라가 귀신을 촬영하지 못하는 것이 짜증나면서도, 자신의 앞에 보이는 사람들이 귀신들이라는 사실에 괜히 더 무서웠다.

그렇게 이런저런 어플리케이션을 모두 테스트해 보았다.

하지만 모두 허탕이었다.

현수가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귀신들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것이었다.

어떤 어플리케이션은 아주 엉뚱한 곳에 귀신이 있다며 표시를 해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런 것에 속을 수 있겠지만 귀신을 훤히 볼 줄 아는 현수에겐 가짜 어플리케이션이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담지?”

혼자 중얼거리던 현수는 결국 최후의 보루로 남겨 뒀던, 총각귀신의 앱을 실행시켜 보았다.

“아. 이건 쓰기 좀 찝찝한데.”

심령카메라 ‘령’

어플리케이션 이름도 무척 심플했다.

현수는 반신반의하며 조심스럽게 공동묘지 쪽으로 핸드폰을 들어보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현수가 보고 있는 공동묘지의 귀신들이 카메라 안에 담기는 것이었다.

한복, 혹은 정장을 입은 노인들과 중장년의 사람들, 심지어 어린 아이까지.

산 사람과 차이가 있다면 귀신의 모습은 약간 희뿌연 형태로 하얀 덩어리 같아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옷차림과 이목구비가 구별이 될 정도였다.

“어우!”

촬영되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정말 찍히자 현수는 자기도 모르게 짧은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이었다.

공동묘지를 배회하던 모든 귀신들이 일제히 현수에게 고개를 돌렸다.

성묘를 하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들이 하던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귀신들은 현수를 정확히 발견하고 시선을 집중시켰다.

소름끼치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게 가능한 것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맙소사.’

현수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젓고 핸드폰을 조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드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뜬 젊은 여자 귀신이 현수의 앞에 서있었다.

“너. 우리 보이지.”

그녀의 말에 현수는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평생을 마주치는 귀신들이지만 이렇게 나타날 때면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 * *

이것이 지금 수익창출도 안 되는 스트리머 현수가 강원도 명주 산골짜기 폐허에 온 이유였다.

‘봐도 봐도 무서운 게 귀신이긴 한데, 한 번 해보는 거지.’

백수, 취업난, 너튜브 알고리즘의 시대, 귀신을 보는 능력.

이걸 조합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결론이었다.

화질 진짜 짜증나네.

나갈란다.

ㅂㅂㅂ

시청자 수는 7명으로 줄어들었다.

현수는 0명이 되어도 촬영을 계속해 나갈 요량으로 계속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녹화본을 너튜브에 업로드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저기, 오늘의 목적지가 보이네요.”

현수가 카메라를 돌려 전방을 가리켰다.

수풀이 우거져 있는 좁은 길목 너머로 1층짜리 작은 단독주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듯 마당의 잡초는 허리까지 올라와있었고, 주택의 외벽과 지붕 위로 넝쿨이 높게 채워져 있었다.

“자. 카메라는 전방으로 고정할게요. 노약자 분께서는 방을 나가셔도 좋습니다.”

7명밖에 안 되는 시청자지만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간단히 멘트를 쳤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필드에 사람도 없고 채널에 시청자도 없다.

- 황량한 방송.

- 노약자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시청자들이 채팅을 올렸다.

현수는 크게 대꾸하지 않고 카메라 각도를 정리했다.

카메라 한 대는 정면으로 고정을 해두고, 다른 스마트폰의 심령카메라 앱을 켰다.

그리고 손전등도 더 밝은 것으로 바꿔 켰다.

불이 확 켜지자 을씨년스러운 폐가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 이제야 좀 보이네.

- 진작 좀 이렇게 하지.

- 와. 무섭긴 하다, 저기.

생방송 화면으로도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현수의 눈에는 폐가 앞에 둥둥 떠다니는 희뿌연 귀신들의 모습이 보였다.

“여러분. 지금 폐가 앞에 귀신들 보이세요?”

현수가 물었다.

- ㄴㄴㄴㄴㄴㄴㄴㄴ

- 안 보임.

- 뭐가 검은 점이 날아다니는 거 같은데. 날벌레인가?

시청자들은 화면상으로 아무것도 안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현수는 심령카메라가 켜진 스마트폰 화면을 촬영 중인 카메라에 비춰주었다.

- 헉

- 뭐야???????????

- 저거 뭐임?????

- ????????????

- 뭐야뭐야뭐야

7명밖에 안 되는 시청자들이 일제히 물음표를 올렸다.

분명 생방송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하얀 연기가 스마트폰 카메라 화면으로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지금 저 하얀 연기 보이시죠. 저게 영혼들이거든요?”

현수가 스마트폰 화면을 카메라에 비췄다 치웠다를 반복해 주었다.

그러자 생방송 화면으로 하얀 연기가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 어떻게 한 거임?????

- 뭐예요??????

- 카메라로 귀신이 찍흔 ㄴ거??

- 와 여기 신박하닼ㅋㅋㅋㅋㅋㅋㅋ 구독 박고 갑니닼ㅋㅋㅋㅋ

시청자들도 무척 신기한 모양이었다.

“자.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볼게요.”

현수는 천천히 한 걸음씩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시청자들이 현상을 파악할 수 있게 스마트폰 화면을 수시로 카메라에 비춰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금 굉장히 오싹해요. 6번째 감각이라고 하잖아요. 영적인 감각. 이런 한기가 바로 그런 감각인 거죠.”

현수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마당을 가로질러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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